[지리산자락책방] "지역에서 인정받는 책방이 되고 싶어요"
지리산과 섬진강 구례에 오붓한 봉서리책방 장승준 대표 인터뷰
구례읍 봉서리 귀퉁이에 문을 연 작은 동네서점이 있다. 오가며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들어가 보지 못했다.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서점은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900개 정도의 작은 서점이 있고, 대부분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이제 막 삼 년 차가 된 봉서리 책방은 나름 잘 버티고 있는 셈이다.
봉서리 책방 대표 장 승준 님은 오랫동안 책방을 하고 싶었단다. 서점을 시작하기전 5~6년 동안 한 번은 해야지 했는데 어느 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이미 부동산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봉서리 책방은 개업했다.
그는 순천에 산다. 순천에서 33번 버스를 타고 오간다. 구례구역에서 내려 봄가을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요즘 같은 겨울엔 구례구역에 차를 두고 이동한다. 그가 그렇게 출퇴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결국엔 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서점을 오래 할 수 없어요”
“작은 비용이라도 줄여서 예순 다섯까지는 하고 싶어요?
돈 안 되는 서점은 왜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책하고 친했죠.
아이들이 다 컷서 이제 돈 달라는 말을 하지 않은 시기가 온 거죠.
그래서 오랫동안 해도 싫증이 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에게는 책방이었죠”
사실 오래전부터 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고요.
흔한 말 중에 취미가 일이 되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책방은 독서라는 취미와 일이라는 두 가지를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았죠. 그리고 제 생각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책방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좋아요. 하지만 책방 일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래 하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돈을 안 쓰고 있어요. 그래서 버스도 타고 다니고요. 돈 벌이가 적은데 많이 쓴다면 당연히 운영이 어렵겠죠. 돈을 적게 쓰고 하고 싶은 책방 일을 오래 하는 것이 제가 3년동안 살아남은 방법입니다.”
“뭐 그렇다고 전혀 수익은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최소한 생활을 하고 서점을 유지할 만큼은 벌고 있어요.”
처음 책방을 하려고 준비할 때 서점을 운영하시는 한 분이 “돈 못 버는 정우성” 데리고 사는 것 같다. 는 말씀을 하셨어요. 서점이 돈은 안 되고, 모양새는 나는 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라면 서점을 시작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수익이 없다면 안 되죠. 저는 수익이 없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해보니까 결과는 어떤 가요?
생각보다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개업 했을 때는 5일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책만 읽다가 퇴근했습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지역에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한 두 명 찾아오시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고 싶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구례에는 그런 책방은 없으니까요. 그런 분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니까 점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책방을 운영하기 전에는 뭘 하셨어요? 다른 직업도 있었을 텐데요.
책방을 하기 전까지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구례는 국립공원 일을 하면서 연이 있는 곳이고요. 영어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책방 운영의 장점은 뭔 가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아요. 책은 주제가 있고 내용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 각자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죠. 찾는 책을 찾아 주거나 절판된 책들을 찾아주는 일도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봉서리 책방만의 책 선택기준이 있나요?
처음에 제가 좋아하거나 읽었던 책들을 주로 판매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이라 고객과 소통도 가능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책방이 제 개인 서가가 되어 버리더군요. 그래서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배치하려고 합니다. 손님들이 찾을 만한 책들과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절충한 것이죠. 그리고 가끔은 저에게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정말 감사하죠. 책방 주인의 책 선택 기준까지 파악해서 추천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저도 점점 어떤 책을 골라야 하나 어렵기도 하고요.
만약 서점을 개업하고 싶어 하는 분이 추천 하시겠어요?
결국 결심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확고한 생각이 있다면 결국 하겠죠. 그리고 서점은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아니니 지구력이 있으면 할 수도 있죠. 그래도 그냥 폼으로 한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적어도 서점으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정도의 마음준비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서점이 책 판매로 수익이 한정적이라서 음료나 술을 팔거나 공간 대여 같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방도 음료를 판매하고 계시고요. 음료 판매가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되나요?
음료 판매로 임대료 정도의 수익이 나옵니다. 처음에 커피만 팔았어요. 그런데 커피를 안 마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커피와 차 두 종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커피는 책과 잘 어울려서 팔고 있고요. 다른 음료 두 종류도 팔고 있어요. 달콤한 청을 넣은 음료와 달지 않은 음료 이렇게요. 단 음료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출판 기념회나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공간 대여를 원하면 빌려주기도 하고요. 독서 모임도 자연스럽게 생겨 매주 일요일 오후에 하고 있습니다. 저도 회원으로 함께하고 있지만 조용히 있는 편입니다.
도서 모임에서 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신 가요?
시저의 갈리아 원정기를 읽고 있어요. 매번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책을 좋아하는 한 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더군요. 같은 책이라도 생각하는 방향은 다 다를 수 있잖아요. 같은 책을 읽었지만 나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배울 수도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책방을 방문한 분들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하시나요?
추천은 가급적 안 하는 편입니다. 생각이 다 다를 수 있어 서요. 그리고 추천해도 관심 없는 분야가 아니면 관심도 없고요. 그래도 꼭 추천해 달라고 하면 얇고 저렴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비싼 책을 추천하면 오해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책의 선택 기준이 주관적이 상대적이라서 추천도 쉽지 않더라고요.
만약 고객이 호기심이 있는 책이고 그 책을 제가 읽은 것이라면 내용을 이야기해 주기는 합니다.
운영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화요일이 휴무일입니다. 화요일을 빼고는 매일 12시에서 6시까지 운영해요. 처음엔 11시에 했는데 오전에 일이 있어 지금은 이 시간에 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영업시간은 바꾸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런데 구례 봉서리에 책방을 내신 이유가 있을까요? 구례 사람들 중에 이 동네 안 와본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읍내가 사람들이 많은 장소가 좋지 않을까요?
처음엔 도서관 옆에서 하고 싶었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봤는데, 이 책은 소장해서 줄도 긋고 싶고 그런 책을 만나면 제 책방에서 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지인을 통해서 여기 장소를 알게 되었는데 저도 모르게 여기서 책방을 하고 있더라고요. 하하
동네서점이 운영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책을 많이 구매하지 않은 경향도 있지만 온라인에서 동네 책방보다 책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 인터넷 서점은 10% 할인 5% 적립해 줍니다. 하지만 동네 책방은 그렇게 운영하기 어렵거든요. 책 마진은 보통 30% 장도니까 그렇게 하면 수익이 거의 없겠죠. 가끔 책방에 와서 책을 고르고 난 다음 책 사진만 찍고 나가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엔 대부분 온라인에서 구입하려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속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도서 정가제를 원하는 것이겠죠?
네. 하지만 요즘 분들이 도서정가제를 납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어떤 제품이든 자율적으로 할인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니까요.
그나마 지금은 10%라는 기준이 있어서 그래도 할 만하죠.
앞으로 목표가 있나요?
제가 서점을 하기 전에 전국에 있는 서점들을 많이 찾아가 봤어요. 지속 가능한 서점은 지역 사람들이 찾고 인정받은 곳들이었습니다. 저도 이 지역에서 인정받는 책방이 되고 싶어요.
3년이면 인정받은 것 아닐까요?
아직은 좀 아니고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지역 분들에게 친밀하고 함께하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몇 분의 손님들이 책방을 찾았다. 오자마자 음료를 주문하고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단골손님이라고 했다. 또 한 분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한 시간 동안 책방에 들어와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늘 처음 오신 손님이라고 했다.
요즘엔 책은 대부분 온라인을 구입한다. 나 역시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보통 온라인 책방에 접속하면 내가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바로 구매한다. 책을 둘러본다는 개념은 사실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책 저 책 고르기보다는 내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책만 달리기하듯 고르고 배송되는 날을 기다리는 식이다. 하지만 오래전 서점에 가면 이 코너 저 코너를 돌며 책 산책을 했었다.
지금 온라인 서점에는 이제까지 대한민국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만큼의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원하면 해외 서적도 클릭 몇 번으로 구입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는 책방을 걸어 다니면 이 책 저 책 골라보는 재미는 없다. 오랜만에 책을 오랫동안 고르고 있는 분의 모습을 보니 책방의 감성이라는 것은 역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성을 찾는 독자라면 지금 봉서리 책방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