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문화Home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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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의 아침
「섬진강 편지」 -노고단의 아침 천왕봉에서 반야봉으로 만복대 너머 덕유가야까지 왕시루봉 내려 섬진강 남해까지 구례읍 너머 백아무등으로 사방팔방 번지는 아침빛 어리석은 이도 머물면 지혜로워진다는 지리산 저 구름과 빛이 그려내는 아침 풍경을 모시러 새벽길 걷는 구도자의 길 허락하는 동안 이 길을 묵묵히 걸으리라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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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섬진강 편지」 - 첫눈 어제는 미끄러운 산길을 조심조심 내가 그를 찾았는데 오늘은 어두운 산길을 더듬어 그가 나를 찾아 마을까지 내려왔다. 어제 만나고 오늘 만나고 내일 또 만나도 싫지 않은 그대 같은 첫눈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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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이곳만은 꼭 지키자’ - 구례 산동 사포마을 다랑이논 선정!
‘2023 이곳만은 꼭 지키자’ 구례 산동 사포마을 다랑이논 선정!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에 형성된 다랑이논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하여 그 어느 곳보다도 생태 보전 가치가 큰 곳이다. 골짜기 마을의 식량 자급을 위해서뿐 아니라, 소규모 댐 역할과 인공습지로서의 환경적 가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예술적 가치,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 등을 가진 이곳이 대규모 골프장 건설로 훼손되면 그 환경적, 예술적, 경제적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지리산골프장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다랑이논과 그 주변 숲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여 환경부장관상을 수여했다.” 지리산골프장 건설 논란으로 위기에 놓인 ‘구례 사포마을 다랑이논’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는 ‘2023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지리산골프장 건설 예정지 바로 밑에 자리하여 농약, 제초제 등 오염원으로부터 훼손 위기에 놓인 구례 사포마을 다랑이논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곳으로 만인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산비탈을 타고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들어진 다랑이논 논두렁의 포근한 곡선은 인위적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농업문화 유산이다. 그런 까닭에 봄이면 모내기를 마친 무논에 저녁 노을빛이 내려앉는 풍경과 황금빛 일렁이는 가을 다랑이논 모습을 담기 위해 많은 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사포마을 다랑이논은 식량자급 뿐만 아니라 수달과 팔색조가 살고 있는 인공습지로서의 환경적 가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예술적 가치,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 역사문화경관이다. <지리산-인> 신문에서 “사포마을 다랑이논의 사계 사진전”을 계획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실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 아쉬움을 온라인 사진전으로 대신해 본다. -섬진강 편지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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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첫눈 소식
- 「섬진강 편지」 - 지리산 첫 눈 소식 여기저기 눈소식입니다. 지리산에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첫눈이 왔습니다. 눈은 소통의 메신저입니다. 영문자판에 한글로 '눈'을 쳐보세요. 'SNS'입니다. 소원했던 친구에게 첫눈을 핑계로 전화를 해봐야겠습니다. 눈이 오면 누나가 많이 생깁니다. 설악산 눈 와? 전화를 하면 설악산 누나가 생기고 대둔산 눈 와? 전화를 하면 대둔산 누나가 생깁니다. 새롭게 태어난 하얀 세상, 첫눈 소식을 전합시다. 아침 일찍 노고단에 올라 첫눈을 맞이했습니다. 어렵게 올랐는데 살을 에는 칼바람에 20분을 못 견디고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자연 앞에 겸손하라! 새삼 깨달으면 지리산길 설설 기어 내려온 첫눈 오는 날이었습니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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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유감
- 「섬진강 편지」 -안개 유감 2023년 10월 22일 안개, 10월 23일 안개, 10월 24일 안개, 10월 25일 안개, 10월 26일 안개, 내리 닷새 아침 안개가 점령군처럼 구례를 장악했습니다. 안개가 옅은 날은 9시쯤이면 걷히지만 독한 날은 11시가 되어서야 해를 볼 수 있습니다. 섬진강과 서시천, 그리고 지리산 골짜기 아래마다 하나씩 있는 저수지들이 봄가을이면 구례를 안개의 마을로 만듭니다. 구례로 이사를 와서 8년이 지나고 나서야 안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구례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안개의 피해를 모르고 아침마다 안개 예찬론을 펼쳤으니 얼마나 철부지로 보였을까요! 봄, 가을이면 일조량이 현저히 부족하고 습도가 높아 농작물들은 병에 취약하고 강마을 노인들은 기관지, 천식 등으로 고통을 받는답니다. 오죽하면 안개를 피해 산동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겠느냐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최근에 지자체가 유치 신청한 양수발전소가 건설되게 된다면 구례는 그야말로 안개공화국이 되고 말겠지요. 섬진강댐보다 큰 규모의 댐이 2개나 들어선다면 1년 내내 안개에 시달리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거기다가 양수발전에 부족한 물은 섬진강에서 끌어 쓰게 된다니 그렇지 않아도 바닥으로 겨우 기어가는 섬진강물은 더 마를 것이고 가둬둔 물을 흘려보내게 되면 섬진강 하류의 오염은 뻔하지요.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들어 내는 때 묻지 않은 풍광들이 있어 귀촌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귀촌 인구가 감소 추세인 최근에도 705명(2022년, 구례군 자료)이 귀촌했을 정도로 구례는 3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구례지역 귀촌자들의 특성은 주로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사람들로 최근 우리 마을에 7명의 젊은이가 이사를 왔는데 다들 구례의 천연 풍광에 매료되어 온 친구들입니다. 진정 애향 애민의 위정자들이라면 국비 1조 원이란 곶감으로 지역민들을 현혹하지 말고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의 본심을 잊지 않도록 고심해야 할 것입니다. 댐이 들어서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어 30여 년 전에 댐이 건설된 순천 주암댐 주민들의 호소를 들어보시라! "자욱한 안개에 폐암까지"‥주암댐 주민 피해 호소 https://ysmbc.co.kr/article/d4H__7afKF797L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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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법화종주
- 「섬진강 편지」 -지리산 법화종주 천왕봉,제석봉,연하봉,촛대봉,영신봉,칠선봉, 덕평봉,형제봉,삼각봉,명선봉,토끼봉,삼도봉 2박 3일, 지리산 품으로 출가를 했습니다 40km 지리능선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린 수행길 절뚝이며 휘청이며 30시간을 걸으며 우리네 삶도, 사랑도 이렇게 숱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깊어지는 것임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폐절제 수술 3년이 지나고 망설이던 지리산 종주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니 폐가 잘려 나간 자리에 새로운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넘어지면 손잡아 주고 가파르면 끌어주고 카메라 짐을 나누어지어 준 지리산사람들 길동무님들이 있어 힘들다는 겨울 지리산 종주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섬진강 /김인호 *지리산 법화종주 ; 법계사에서 화엄사까지 오는 종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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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퍼강
- 「섬진강 편지」 - 다퍼강 진안 데미샘에서 광양 망덕포구까지 550리 맑은물길 곱디고운 모래로 유명하여 섬진강 옛 이름은 다사강(多沙江)이었다. 반짝 반짝 은빛모래를 바지게나 소달구지로 퍼내던 옛적은 그야말로 소꿉장난이었다. 요새는 *일각수가 덤프트럭을 거느리고 들어와 며칠만 퍼내도 거대한 모래산을 쌓는다. 이 고운 모래를 안 퍼가는 놈만 병신이라 앞 다투어 이 놈 퍼가고 저 놈 퍼가고 경상도 것이 퍼가고 뒤질세라 전라도 것이 퍼갔다 그래도 양심이라는게 쬐끔 남았던지 2004년에는 섬진강길 11개 시군 대표들이 ‘섬진강 환경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섬진강 모래를 더 퍼냈다가는 큰일 나것다 인자 더 이상 섬진강 모래 퍼내지 말자고 도장을 찍었다 옛 모습은 되찾을 수는 없지만 흰모래가 조끔씩 쌓여 가는가 싶었는데 어느 손모가지가 근질거려 참을 수 없었던지 협약이고 나발이고 또 퍼내기 시작한다. 수해침수 복구 명분으로 이 놈이 먼저 퍼내기 시작하니 저놈도 달라든다. 여름에는 아랫동네서 퍼내더니 가을에는 가운데 동네서 퍼낸다. 윗동네는 가마니라서 가만히 있을까 모래가 많아 이름이 다사강이었으나 이 놈 퍼가고 저놈 퍼가서 모래 씨가 말라가는 다퍼강, 훗날 섬진강의 이름은 다사강이 아니라 다퍼강이라 불리겠구나 *일각수 : 뿔이 하나 달린 괴물이라 뜻으로 법정스님이 포크레인을 지칭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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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반딧불이와 놀다
- 「섬진강 편지」 - 늦반딧불이와 놀다 저녁 후에 강아지와 마을 앞 들판길 산책을 하곤 하는데 요 며칠은 반디불이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작년까지는 몇 마리 보이지 않던 반딧불이가 많이 늘어나 길을 멈추고 하나, 둘, 셋 ~~ 헤다가 저만치 날아가는 반딧불이를 쫓아 엉뚱한 길로 가기도 한다 이제껏 반딧불이는 암수가 함께 날며 혼인비행을 하는 줄만 알았는데 암컷들은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고 풀섶에서만 빛을 낸다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반딧불이 암수 구분도 못하는 내가 참 우습기도 하지만 이 반딧불이 빛을 보여주고 싶은 외손주녀석이 멀리 사는 게 아쉽기만 한 밤이다. 저 아름다운 반딧불이들이 어디서 왔을까 하고 하늘을 보니 반딧불이 숫자만큼 별의 숫자 모자라는 것도 같다. 반딧불이가 없어지면 또 하늘 별의 숫자가 늘어나겠지. 여기 또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들이 있다. 남원시청 앞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반대 남원대책위 사람들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꼭 지켜야 할 국립공원을 깎아내고 쇳덩어리 기찻길을 놓겠다는 정신 나간 사람들을 향해 그 길로 가면 안 된다고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시청 앞에 나와 깜박깜박 빛을 밝히고 있다. 심심하면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산악열차를 놓겠다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지리산의 구상나무가 말라죽고, 반달곰이 떠나고, 아흔아홉 골짜기가 마르고 새들이 떠나가면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무슨 소용일까?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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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 「섬진강 편지」 - 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어제 만난 정령치 숲 토끼에게 물었더니 그럽디다 용왕님한테 토끼 간을 갔다 바치고 존자리 하나 얻고 싶나보다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새벽 노고단 지리터리풀에게 물었더니 그럽디다 지 혼자 오늘 한판 걸게 쳐 먹고 끝내 버리려보다 내일, 우리 아이들, 그런 거는 나몰랑 허는 종자들이라서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반야봉 구름에게 물었더니 시 한수 들려줍디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에서 .............................................................................................................. 하동군은 2018년부터 공공과 민자사업을 포함해 총사업비 규모가 1650억 원인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리산 자락인 화개·악양·청암면 산 정상부 일원에 케이블카, 모노레일, 전기열차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기획재정부의 원점 재검토 결정과 민간사업자의 포기로 사업은 중단된 상태이다. 구례군은 지난 해 11월에 신청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변경’이 지난 6월 3일 환경부로부터 반려 되었다. 환경부는 케이블카 도착지가 반달가슴곰보호구역과 가깝다는 점 등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지역이나 이에 영향을 받는 지역의 동식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구례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케이블카의 '순기능' 중 하나가 도보로 산을 오르는 등산객을 줄인다는 점인데 구례군이 계획한 노선은 지리산 노고단 정상 바로 밑까지여서 노고단에 오르는 사람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원시다 지난 6월 26일 철도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산악용 친환경운송시스템 시법사업’공모에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이하 ‘지리산산악열차’)이 최종 선정되었다고 남원시가 발표하였다. 앞으로 남원시와 철도기술연구원은 산악용친환경 운송시스템 연구개발 검증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연구개발비 27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고기삼거리에서 고기댐까지 시범노선을 구축하게 된다. 남원시의 일방적 발표에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지리산 산악열차의 꼼수를 한번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http://worlganjb.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277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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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섬진강 편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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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 「섬진강 편지」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화엄사 일주문을 지나 오른쪽에 있는 추모비에 새겨진 625전쟁 당시 지리산 빨치산토벌대장이었던 차일혁 총경(1920~1958년)의 말이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 1951년 5월, 지리산전투경찰대는 화엄사 소각 명령을 받았다. 숲이 우거지는 녹음기에 빨치산들이 근거지가 될 만한 사찰 및 암자를 소각하라는 것이었다. 명령을 받은 차일혁 총경은 아무리 전쟁 중이지만 소중한 문화재를 함부로 불태울 수 없다고 명령을 거부하고 기지를 발휘하였다. 문짝만 뜯어내도 빨치산들의 은신처를 없앨 수 있다고 대웅전 등의 문짝만 떼어 불태움으로서 천년 고찰 화엄사를 살렸다. 그렇지만 그는 명령 불이행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 싸움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후에 세월이 가면 다 밝혀질 것이다.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벌어진 부질없는 동족상잔이었다고..(중략)" 이후에도 신문에 기고한 625전쟁에 대한 글과 빨치산 남부군사령관 이현상을 화장해줬다는 이유로 그는 상부로부터 질책을 받았고, 결국 혁혁한 전공에도 불구하고 총경 자리에서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하고 38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요절했다. 사후(2008년)에 문화재청에서는 빨치산의 근거지인 화엄사 등의 사찰을 불태우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절하여 명찰들을 보존한 공적이 있는 차일혁 경무관에게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문화훈장을 서훈하고 화엄사에 이 추모비를 세웠다 그날 그 명령을 내가, 당신이 받았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빗물에 얼룩진 차일혁 총경의 글을 다시 읽는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천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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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송다
- 「섬진강 편지」 - 태풍 송다 송다는 베트남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으로 베트남 북서부 지방을 흐르는 강인 다강(Sông Đà)에서 따왔단다 태풍경보 문자가 계속 들어오지만 바람도 강수량도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만큼이면 숲도 들판도 텃밭도,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들도 살만해졌겠다 수술을 했던 삼성병원에 가서 6개월마다 받아야 하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어제 내려왔는데 검사 받기 전 걱정보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답답하다 지난 여섯 달 동안의 생활태도를 반성하며 의사 검진일을 기다려야 한다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면서 쏟아지는 비 틈으로 이른 아침 산문에 들었다 태풍 영향인지 휴일인데도 관광객들은 많지 않고 기념품 가게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금강문 앞 배롱나무 꽃은 절정인데 천왕문 옆 배롱나무는 한쪽으로만 꽃을 피웠다 꽃아, 너도 어디가 아픈 것이냐 대웅전 각황전 지나 108계단 적멸보궁에 오른다 부처님 진신사리 73과가 봉안된 3층사사자석탑을 지키는 노송들이 모진 비바람이 부니 그 위용을 드러낸다 노송의 껍질들이 큰 비를 만나 하늘로 오를 듯 꿈틀꿈틀 용트림이다 구름에 묻힌 노고단을 올려보며 탑돌이를 한다. 나의 기도가 모든 아픔들에게 가 닿아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소원하며,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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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은사에서 발견한 보물
- 섬진강 편지」 -천은사에서 발견한 보물 가뭄으로 볼 수가 없었던 망태버섯이 피었다는 소식을 받고 이른 아침 구례야생화사진모임 회원들과 천은사를 찾았습니다. 천은제를 한 바퀴 돌면서 찾아보니 3군데 망태버섯 군락지가 있군요. 망태버섯은 버섯종류의 하나로 7월에서 10월까지 숲의 땅에서 자생하며 높이가 약 10~20cm이며 펼쳐진 모습이 드레스 같다고 하여 서양에서는 드레스버섯으로 불립니다. 문헌에는 식용이 가능하여 볶음 등의 요리로 먹고 항암작용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버섯전골을 자주 먹는 이 지역에서도 식용으로 먹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천은사에는 보물 제2024호(극락보전), 보물 제924호( 극락전 아미타 후불탱화), 보물 제 1889호(목조관세음 보살좌상,목조대세지보살좌상), 보물 제1888호(삼장보살도), 보물 제1546호(천은사 금동불감), 보물 제1340호(천은사 괘불탱)같은 6개의 귀한 보물이 있지만 오늘 저에게 천은사의 가장 멋진 보물은 저 망태버섯들입니다. 내친김에 섬진강대숲으로 달려가 흰망태버섯도 만났습니다. 마침 이 망태버섯이 보물이라는 증거 기사가 있어 링크를 붙입니다. 당뇨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망태버섯! 만세!! https://www.yna.co.kr/view/AKR20211206029000063?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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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마을 초복날
- 「섬진강 편지」 - 초복날 '아! 아!' '알려드리것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이장님 마을방송 바쁘더니 당산나무 그늘에 빨강 파랑 노랑 전동스쿠터들이 다 모여서 정겹습니다. 마을 회관 댓돌 위에 흰고무신 남색고무신 샌들 슬리퍼 동네 신발들도 모처럼 만나서 왁자지껄합니다. 스쿠터도 신발들도 동네사람들도 코로나 때문에 거의 2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새로 이사 온 젊은 댁들도 이참에 어르신들께 신고 인사를 올립니다. 어르신들 이 더위 잘 이기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자네들도 이 더위 잘 사귀어 삼복 내내 건강들 하소. 주고받는 인사는 넉넉하고 엊저녁부터 푹 고은 소머리국밥은 입안에 착 달라붙는 초복날입니다. 푹푹 찌는 복날이지만 하늘은 또 저리 맑고 푸르네요.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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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복을 받은 아침
- 「섬진강 편지」 -큰 복 받은 아침 연밥들은 꽃잎을 때서 밥 짓느라 애쓰고 벌들은 벌벌 떨면서도 쉬지 않고 꿀을 따고 나비는 이 꽃 저 꽃 한량처럼 팔랑대고 그 꽃과 꽃 사이 그물을 친 거미들은 숨죽이고 벌 사냥에 성공한 사마귀는 한껏 폼을 잡는 아침 연못 그 풍경 속으로 이웃마을 복시인(복효근)이 들어왔다 홍련못에서 한 번, 백련못에서 한번, 그렇게 복시인을 두 번씩이나 만났으니 복에 복을 받은 아침이다 남원에 사는 복시인이 아침잠에서 깨어 문득 구례 연꽃이 보고 싶어 달려올 때 내가 강가로 가다가 문득 연꽃이 보고 싶어 아침 연못으로 달려와 만날 확률은 눈 깜짝할 새의 문득과 눈 깜짝할 새의 문득이 만나야 하니 이 아침은 얼마나 귀한 아침인가 귀한 아침의 큰 복을 나누고 싶어 섬진강 편지에 띄우니 이 복이 그대에게 가 닿기를 바라오 -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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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 「섬진강 편지」 - 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어제 만난 정령치 숲 토끼에게 물었더니 그럽디다 용왕님한테 토끼 간을 갔다 바치고 존자리 하나 얻고 싶나보다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새벽 노고단 지리터리풀에게 물었더니 그럽디다 지 혼자 오늘 한판 걸게 쳐 먹고 끝내 버리려보다 내일, 우리 아이들, 그런 거는 나몰랑 허는 종자들이라서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반야봉 구름에게 물었더니 시 한수 들려줍디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에서 .............................................................................................................. 하동군은 2018년부터 공공과 민자사업을 포함해 총사업비 규모가 1650억 원인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리산 자락인 화개·악양·청암면 산 정상부 일원에 케이블카, 모노레일, 전기열차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기획재정부의 원점 재검토 결정과 민간사업자의 포기로 사업은 중단된 상태이다. 구례군은 지난 해 11월에 신청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변경’이 지난 6월 3일 환경부로부터 반려 되었다. 환경부는 케이블카 도착지가 반달가슴곰보호구역과 가깝다는 점 등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지역이나 이에 영향을 받는 지역의 동식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구례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케이블카의 '순기능' 중 하나가 도보로 산을 오르는 등산객을 줄인다는 점인데 구례군이 계획한 노선은 지리산 노고단 정상 바로 밑까지여서 노고단에 오르는 사람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원시다 지난 6월 26일 철도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산악용 친환경운송시스템 시법사업’공모에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이하 ‘지리산산악열차’)이 최종 선정되었다고 남원시가 발표하였다. 앞으로 남원시와 철도기술연구원은 산악용친환경 운송시스템 연구개발 검증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연구개발비 27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고기삼거리에서 고기댐까지 시범노선을 구축하게 된다. 남원시의 일방적 발표에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지리산 산악열차의 꼼수를 한번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http://worlganjb.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277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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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하지 다례
- 「섬진강 편지」 -2022, 하지 다례 일 년 중 낮 시간이 14시간 35분으로 가장 긴 날이며 태양 높이가 가장 높은 하지 지리산사람들, 구례야생화사진 회원들 함께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구재봉(龜在峰)에 올랐다 지리산사람들 윤주옥대표가 구례 느긋한쌀빵집 빵과 며칠 전 먼 길 떠나신 연관스님이 주셨다는 차를 준비해와 정성껏 차도 올렸다. 적량에서 오신 초면의 벗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차를 따르며 산과 강, 마을 풍경을 받아 모신다. 날이 흐렸지만 지리산 백운산 산그리메는 아슴하여 정겨웠고 가뭄에 여위었지만 섬진강 물은 여전히 맑다 세상은 후덥지근해지고 긴 가뭄에 들판은 말라가지만 지리산 초록은 맘껏 짙고 섬진강 강물은 반짝 반짝인다 내다보는 무욕의 산빛, 진정의 강물 반짝임이 번져와 욕망에 찌든 우리를 적시고 우리를 다시 꿈꾸게 한다 지리산에 올라 섬진강을 바라보며 모든 생명들이 한껏 어울리는 세상을 생각해본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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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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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안돼, 평화 원해, 통일이 답이다.
- 「섬진강 편지」 -전쟁 안돼, 평화 원해, 통일이 답이다. 통일을 바라는 마음들이 구례 용방면 들녘에 모여 한마음으로 외쳤다. "전쟁 안돼, 평화 원해, 통일이 답이다."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2007년부터 16년째 이어오고 있는 구례통일쌀경작단이 주최하는 2022 통일쌀 모내기 행사다. 민간차원 남북교류와 화합을 목적으로 구례군 농민회, 구례군 여성농민회, 화엄사, 기아자동차노조 광주지회가 주축이 된 구례통일쌀경작단은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는 수확한 쌀을 북한을 방문해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 날이 어서 다시 오기를 바라며 경작한 통일쌀은 통일기금으로 바꿔 북한 교류사업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 모내기는 여느 해보다 특별했다 문척초등학교 5, 6학년 어린이들이 함께 모내기를 하며 발끝으로 전해지는 대지의 부드러움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5학년 (오)시현이와 (강)효빈이는 모내기 손놀림이 제법이어서 물어봤더니 1학년 때 모내기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씨익 웃는다. 벼들이 여름더위 속에서도 무럭무럭 자라 가을에 풍성한 추수를 하게 되듯이 통일을 바라는 아이들의 꿈도 잘 여물었으면 좋겠다. 다같이 한번 더 외쳐본다 "전쟁 안돼, 평화 원해, 통일이 답이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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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아리 눈물
- 「섬진강 편지」 -병아리 눈물 병아리 눈물을 보셨나요? 사진 전시장에 온 후배에게 '병아리 눈물'이라는 작은 화분을 선물 받았다. 이름이 귀여워 자꾸 들여다보게 하는 병아리 눈물, 참 이름도 잘 지었다. 가뭄 이야기를 하려고 '병아리 눈물'을 들고 왔다. 노고단에 가서 기우제도 지내고 했는데 우리 정성이 부족함인지 봄 가뭄이 심하다. 비가 몇 번 찔끔 오긴 왔는데 그야말로 병아리 눈물만큼 왔다. 그 너른 구만저수지가 바닥을 보이고 섬진강 대숲의 죽순은 어찌어찌 새순을 밀어 올렸지만 가뭄과 병해로 말라버린 죽순들이 많이 보인다 연못의 연꽃들도 시원찮다 참 지독한 가뭄이다 마을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마을 뒷산으로 농업용수를 퍼올리는 양수장이 있는데 마산천 둑을 높이는 공사를 하면서 양수장으로 오는 물길을 끊어 마을 뒷 논에 물을 댈 수가 없게 만들어버렸다. 살수차를 동원하고 어찌어찌 임시조치는 취했지만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마을 상수도가 터졌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파이프를 묻은 도면을 찾을 수가 없다 도면이 없으니 짐작으로 온 사방을 파헤쳐야 한다 땅 속에 묻는다면 작은 파이프 하나라도 기록을 남겨야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날이 또 꾸물댄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은 없지만 보고 계신다면 제발 비 좀 보내주시라 -섬진강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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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의사
- 「섬진강 편지」 -단비 의사 의사가 뛰어온다 왕진가방을 흔들며 저만치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온다 애태우고 애태우며 늦게 오셨지만 단방에 목숨을 살리는 단비의사 오늘 오신 이 단비님은 그 어떤 의사보다도 뛰어난 의술의 명의다 메말라가는 목숨을 하나 하나 살려내는 단비의사의 손길을 보고 있자니 알겠다 서울 가서 폐 절제 수술을 하고 구례로 돌아왔을 때 걱정마라 넌 괜찮아질 것이다 가만 내 등을 두드려주던 지리산과 섬진강 바리바리 봉다리 약보다 더 푸른 믿음을 준 지리산이 섬진강이 나를 살린 명의였구나 큰산 지리산과 맑은 모래 섬진강이 품어 주는 구례는 뛰어난 두 명의 명의가 근무하는 일류 종합병원이구나 ㆍᆢᆢᆢᆢᆢ ᆢ ᆢ ᆢᆢᆢᆢ 새벽부터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날이 밝으면서는 제법 빗방울이 굵어졌습니다 반가운 비를 맞으며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만든 꽃밭에 그래구례협동조합에서 사온 제주산수국 몇 그루를 옮겨 심었습니다 단비를 맞으며 심었으니 잘 자라겠지요 애태우며 늦게 오셨지만 고마운 단비님 거듭 감사합니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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