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복을 받은 아침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큰 복 받은 아침
연밥들은 꽃잎을 때서 밥 짓느라 애쓰고
벌들은 벌벌 떨면서도 쉬지 않고 꿀을 따고
나비는 이 꽃 저 꽃 한량처럼 팔랑대고
그 꽃과 꽃 사이 그물을 친 거미들은 숨죽이고
벌 사냥에 성공한 사마귀는 한껏 폼을 잡는
아침 연못
그 풍경 속으로 이웃마을 복시인(복효근)이 들어왔다
홍련못에서 한 번, 백련못에서 한번,
그렇게 복시인을 두 번씩이나 만났으니
복에 복을 받은 아침이다
남원에 사는 복시인이 아침잠에서 깨어 문득
구례 연꽃이 보고 싶어 달려올 때
내가 강가로 가다가 문득 연꽃이 보고 싶어
아침 연못으로 달려와 만날 확률은
눈 깜짝할 새의 문득과
눈 깜짝할 새의 문득이 만나야 하니
이 아침은 얼마나 귀한 아침인가
귀한 아침의 큰 복을 나누고 싶어 섬진강 편지에 띄우니
이 복이 그대에게 가 닿기를 바라오
-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