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호반새가 돌아왔다. 누구는 100년만이라 하고 누구는 75년 만이라 한다. 무엇이 맞건 간에 오랜만에 돌아온 것은 사실이다. 뿔호반새는 IUCN(멸종위기 적색목록) LC로 관심 대상 종이다. 미얀마, 베트남 중국 일본 등에서 번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의 월동 기록이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아마도 난기류에 의한 불시착으로 보여진다. 이런 경우는 길잃은새로 불리며 연구자들의 가슴 뛰게 하지만 탐조인들 에게도 ‘대박’ 사건임으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전국에서 해당 지역으로 구름처럼 몰려들게 된다.
뿔호반새가 지리산을 찾은 시기에 또 다른 손님이 지리산을 찾아왔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지리적 멸종이 되었던 따오기다. 따오기는 원래는 흔한 겨울철새였으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논 생태계 파괴로 논이나 습지에서 먹이(미꾸라지나 드렁허리 등)를 찾던 따오기도 서식지를 잃어버리며 멸종되어 1979년 경기도 문산, 판문점 부근에서 발견된 것이 마지막으로 더 이상 소식이 없다가 2008년 중국에서 사육 중인 개체를 도입해 우포늪에서 복원 사업을 시작해 현재 120마리 정도가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귀한 손님이 지리산을 찾은 것은 반가운 일이나 따오기에게는 큰 실수였나보다. 매일 찾아오는 사람들에 치여서 잠시도 편안하게 먹이를 섭취하지 못하는 따오기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같은 시간대에 많은 사람들이 해당 종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에 몰려들면 교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더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 새들은 위협을 느끼고 날아가게 되는데 이런 잦은 비행은 새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한번 비행할 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비행을 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아주 위협이 되면 날아오르게 된다. 이 행동이 지속되면 탈진으로 죽을 수도 있다.
▲ 비행에는 목숨도 걸어야 한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호사비오리 암컷)
▲ 사람과의 거리를 서서히 벌리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장소의 새는 바로 날아가지 않고 지켜보다가 거리가 가까워지거나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날아오른다. 사진 속 쇠오리는 다리 위에서 촬영했는데 날아오르지 않고 거리만 벌려서 천천히 멀어져갔다. 만약 사람이 다리 아래로 내려가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면 바로 날아오른다.
▲ 귀한 뿔호반새를 보기 위해 몰려든 탐조인들, 거리를 유지하고 먼 거리에서 관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꼭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더 좋은 사진을 위해서 더 가까이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도를 지키는 탐조인들 까지 욕을 먹게 된다.
그래서 탐조에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새들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 나는 새를 좋아 하지만 새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 새들은 촬영하려면 은폐 엄폐가 중요하다. 차량은 비교적 경계를 덜 하므로 차량에서 내리지 말고 창문만 내 리고 촬영한다. 그러나 이도 만능이 아니므로 너무 가까이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3, 너무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한다. 군인이 위장복을 입는 이유는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나를 적 으로 보는 새들에게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
4, 둥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고 어미새가 포란, 육추를 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자. 내 사진이 그 들의 마지막사진 이 될 수 있다. 제발 조심하자!
5,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것은 지양,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면 괜찮겠지만 둥지 주변에선 이런 행동은 지양해야한다.
▲ 좋은 사진을 찍고 싶고 귀한 새를 촬영해서 보관하고 싶은 기분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나의 행동이 해당 생명에게 큰 피해를 준다면 과연 괜찮은 탐조 문화일까?
뿔호반새가 난기류에 의해 불시착했다면 지금 힘이 많이 빠져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안정적으로 먹이활동을 해야 하고 체력을 축적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가다가는 바람에 날려버린다면, 이 행동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된다면 과연 안정적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힘을 키우기가 힘들어진다.
따오기도 마찬가지다. 지리산을 찾은 이 귀한 손님이 여기에 살아보려 오왔다가 이곳의 인심을 보고 여기는 안전하지 않다며 떠나버린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까?
지리산을 찾은 손님들, 하지만 우리는 그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생명들의 존재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배려하고 사랑하며 관찰, 기록, 취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내 사진에 담긴 그 새의 모습이 마지막 삶의 사진이 되지 않기 위해선 우리의 탐조 문화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