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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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탐조를 하는 월전리 제방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모습

 

20221월 위장막에 들어가 물새를 찍고 있을 때였습니다. 앞에는 물, 등 뒤에는 풀숲이었는데 등 뒤에서 푸드덕 소리가 났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말똥가리 한 마리가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역시 위장을 하니까 가까이 오는구나!’ 하고 서브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하였습니다. 찍을 만큼 찍고 다시 물새를 관찰하였고 관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편집하면서 아까 촬영했던 말똥가리를 편집하는데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맹급류가 가끔 한쪽 눈을 감기도 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모든 사진이 감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같은 장소에서 다른 날에 찍은 말똥가리 사진들을 살펴보았고 모두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쳐서 외눈박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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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처음 관찰되었던 외눈박이 말똥가리

 

그날 이후로는 그 지역을 지날 때면 이 말똥가리가 잘 있는가 살펴보곤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왔습니다. 말똥가리는 번식지로 날아갔고 다시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습니다

2023년 겨울, 외눈박이 말똥가리는 기억 속에서 잊혀졌습니다. 양 눈으로도 살아남기 어려운 야생에서 외눈박이로 살아남기란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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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다시 돌아온 외눈박이 말똥가리, 늘 이 나무에 앉아 있어 '말똥가리 나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섬진강 제방을 지나가는데 작년에 말똥가리가 자주 앉던 나무에 앉아 있는 말똥가리가 보였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촬영하고 초점이 잘 맞았나 당겨보니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다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냉혹한 야생에서 눈이 생명인 맹급류가 외눈박이로 살아남다니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그 지역을 지나갈 때면 외눈박이 말똥가리를 찾았고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매번 같은 나무에 앉는다는 것,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특정 나무,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말똥가리도 같은 나무에서 자주 관찰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또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여름이 왔고 말똥가리는 떠났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 202411월 이제는 여행을 떠난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외눈박이 말똥가리를 기다립니다.

 

11월 겨울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섬진강 제방을 지날 때면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자주 앉아 있던 나무가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 찾아오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기다립니다. 다른 말똥가리들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있고 겨울 철새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와야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 혹 무슨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오늘 섬진강 제방을 지나는데 하늘에서 삐이~’ 말똥가리 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일까요.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돌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작성하던 중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다시 돌아왔고 추가된 내용입니다.]

202411월 말 외눈박이 말똥가리는 다시 섬진강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말똥가리 나무에 앉지는 않고 활동반경을 넓힌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작년에 봤던 장소에 날아오곤 합니다. 1227일 남원에서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섬진강 제방을 지나는데 작년에 늘 앉아 있던 말똥가리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건강해 보입니다. 남은 겨울도 건강하게 보내고 번식지로 떠나 다시 2025년 겨울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떠나보냅니다. 굿 바이 2024! 2025년 새해에는 좋은 소식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복 짓는 한 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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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1월 정지비행을 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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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27일 자주 앉아 있던 나무에 다시 앉았습니다.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이 장소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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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말똥가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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