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송다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 태풍 송다
송다는 베트남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으로
베트남 북서부 지방을 흐르는 강인 다강(Sông Đà)에서 따왔단다
태풍경보 문자가 계속 들어오지만 바람도 강수량도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만큼이면 숲도 들판도 텃밭도,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들도 살만해졌겠다
수술을 했던 삼성병원에 가서 6개월마다 받아야 하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어제 내려왔는데
검사 받기 전 걱정보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답답하다
지난 여섯 달 동안의 생활태도를 반성하며 의사 검진일을 기다려야 한다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면서 쏟아지는 비 틈으로
이른 아침 산문에 들었다
태풍 영향인지 휴일인데도 관광객들은 많지 않고
기념품 가게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금강문 앞 배롱나무 꽃은 절정인데
천왕문 옆 배롱나무는 한쪽으로만 꽃을 피웠다
꽃아, 너도 어디가 아픈 것이냐
대웅전 각황전 지나 108계단 적멸보궁에 오른다
부처님 진신사리 73과가 봉안된 3층사사자석탑을 지키는
노송들이 모진 비바람이 부니 그 위용을 드러낸다
노송의 껍질들이 큰 비를 만나 하늘로 오를 듯
꿈틀꿈틀 용트림이다
구름에 묻힌 노고단을 올려보며
탑돌이를 한다.
나의 기도가 모든 아픔들에게 가 닿아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소원하며,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