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이야기
Home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실시간뉴스
  • 길마가지나무꽃
    「섬진강 편지」 - 길마가지나무꽃 올해 첫 꽃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해마다 얼음새꽃(복수초), 변산바람꽃을 보고 나서 길마가지나무꽃을 만났었는데 올해는 얼음새꽃이 애를 태우는 사이에 길마가지나무꽃이 먼저 피었습니다. 연기암 가는 산길에 길마가지나무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2023년 1월 7일, 구례들꽃사진반 벗들과 함께 찾아가보니 믿기지 않게 몇 송이가 피었습니다. 먼저 피었던 몇 송이가 시든 걸로 보아 처음 꽃 핀 것은 4~5일 전이었던 것 같네요. 엄동설한에 이리 아름다운 꽃을 피워 우릴 불러주니 좋긴 하지만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이 다시 몰아칠 칼바람을 어찌 견뎌낼지요. 향이 진해 가는 길을 막는다는 꽃인데 채 몇 송이 피지 않아 향은 아직입니다. 길마가지나무는 높이 2~3m까지 자라는 인동과의 낙엽성 관목으로 이름의 어원은 소나 말의 등 위에 얹어 짐을 싣는 안장을 길마라고 하는데 길마가지나무 열매의 모양(사진)이 길마를 만드는 길마가지와 똑같습니다. - 섬진강 / 김인호 -길마가지나무 열매 모양이 길마를 닮았다 (천리포수목원 자료 사진)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01-14
  • 오리 날다
    오리 날다. 1월의 목동반은 남원의 신선자락길로 들었다. 신선자락길은 뱀사골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산내면 원천마을로 이어지는 옛길이다. 이 길은 계곡 가까이 붙어 있어 사람의 흔적이 적은 길로 오소리와 담비 등 야생이 살아있으며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이 길은 나무와 얽히고설킨 덩굴식물이 엄청난 크기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간해서는 만나기 힘든 오리나무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오리나무가 숲에서 보이지 않는다. 숲에는 물오리나무만 있고, 사람의 손때가 묻은 곳에는 사방오리나무만이 자란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들은 오리나무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일 년에 한두 번씩 물에 잠기는 땅을 가장 좋아하는 오리나무는 버드나무, 참느릅나무처럼 물을 떠나서는 살기 힘들다. 만나기 힘든 오리나무, 앞에 두고서도 알아보기 어려운 오리나무가 이번 목동반의 주제이다. 오리나무의 겨울눈. 성냥개비를 닮았다. 오리나무의 어원은 오리마다 심어서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말은 우스개 소리로나 하는 말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오리마다 심었으면 지금도 오리나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리마다 심었다는 것은 국책 사업일진대 이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오리마다 심었다는 말은 나무 이름에 유래를 끼워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 오리나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가 아는 오리는 집에서 기르는 집오리를 말한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와서 물에서 자맥질하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다가 갑자기 날아가버리는 새들, 즉 물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사는 새들을 통칭 오리라고 불렀다. 이들 오리 종류의 새를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원앙 등으로 구분 지어 부르지만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금도 오리라고 간단하게 부른다.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어버린 새가 있다. 딱따구리 종류 중에서 가장 큰 새인 크낙새는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었다.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체수가 늘어나서 아주 흔하게 되면 해제된다. 다른 하나는 멸종이 되면 해제된다. 가슴 아프게도 크낙새는 후자인 경우이다. 크낙새는 크기가 45cm에 달하는 새다. 이 새가 둥지를 틀려면 100년 이상 살아온 서어나무나 오리나무처럼 물을 가까이 있으면서 오래 사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제의 산림수탈, 6.25전쟁, 무절제한 산림훼손을 거치면서 우리의 숲은 오래된 커다란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것은 나무의 크기만 사라진 것이 아니고, 큰 나무가 있어야 살아가는 크낙새의 보금자리가 사라진 결과로 이어졌다. 크낙새가 사라진 지금 크낙새가 둥지를 틀고 난 뒤 그 둥지를 이용하는 오리는 이제는 둥지 틀 고목이 없어서 아파트의 보일러실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오리나무에 둥지를 트는 오리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오리나무와 함께 잊혀 갔다. 하지만 오리나무에는 오리가 새끼를 낳아 길렀었다. 물가 주변에서 살아가는 나무에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을 보고 ‘오리가 사는 나무‘라는 의미의 ’오리나무‘라 이름지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름의 유래는 오리나무의 열매다. 이는 ‘수달아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최상두샘이 해준 말이다. 오리나무는 겨울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열매를 늦은 봄까지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열매가 오리의 똥을 닮아있어 오리나무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한다. 정말 오리의 똥을 보면 오리나무 열매와 많이 닮아있다. 오리마다 심었다는 말보다는 훨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오리나무. 겨울이라 나무를 식별하긴 어렵다. 가지끝에 달린 열매가 보인다. 오리는 솟대 위에도 앉아있다. 물론 진짜 오리는 아니고 나무로 깎아 만든 오리가 솟대 위에 앉아있다. 솟대 위의 오리는 삶이 고단했던 민초들의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와 물에서 살다가 갑자기 날아가버리는 오리를 보면서 옛날 사람들은 오리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 여겼었나 보다. 그래서 하늘을 날 수 있는 오리에 사람들은 작은 소망을 기원하여 그 소망이 하늘에 닿기를 바랐던 것이다. 어느 시대나 삶이 퍽퍽하면 어떤 강한 존재에 의지하게 되듯이 현실의 고단함이 내일에는 미래의 자식들의 삶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놓은 것이 오리이기에 오리가 힘차게 날아 하늘에 닿았으면 하는 바람을 같이 해본다. 오리나무의 특징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물을 좋아한다. 물은 식물도 좋아하지만, 동물도 좋아하고, 사람이 살아가는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은 물을 중심으로 마을을 만들고 밭과 논은 만든다. 그리고 길을 만들고 수로를 만든다. 사람과 같은 공간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커다란 위험이다. 버드나무처럼 어마어마한 번식력과 생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사람과의 경쟁에서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오리나무는 목재가 좋아 목기, 탈(하회탈의 재료), 나막신 등 생활 도구로 사용되었고, 몸에 이롭다는 보신 문화가 더해지면서 점차 사라져갔다. 오리나무의 다른 특징은 뿌리혹박테리아와의 공생이다. 뿌리혹박테리아의 위대함은 질소고정이다. 공기 중에 78%나 존재하는 질소는 모든 생명이 성장에 필요 요소이다. 하지만 과자봉지 외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는 질소를 그 작은 세균이 식물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프리츠 하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질소 이야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가 빠질 수 없다. 하버는 암모니아 합성으로 지금의 80억 인류를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다. ‘공기로 빵을 만든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은 멜서스의 트랩을 멋지게 깨뜨려버렸다. 하지만 그 위대함을 상쇄시킬 만큼의 죄악을 인류에 끼치기도 했다. 나치독일의 홀로코스트를 있게 한 독가스를 제조했다. 자신도 유대인이면서 자신의 사촌을 비롯한 수많은 유대인과 집시들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가스를 제조한 것이다. 그리고 독가스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 농약이 되고 많은 지역의 봄을 침묵시켰다. 20세기의 성배인 질소를 멋지게 만들어냈지만 최악의 과학자로 이름을 남긴 프리츠 하버는 오리나무와 질소 앞에 항상 생각나는 이름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솟대가 떠오른다. 실상사의 돌도 만든 솟대 솟대. 우리 지리산을 지키는 사람들도 솟대이고 솟대 위의 오리가 아닐까 한다. 하늘과 민초들의 삶을 이어주던 오리처럼 사람과 자연, 사람과 지리산 사이에서 솟대와 오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 중심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것. 우리가 소중한 만큼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자연의 고마움을 아는 것. 인간의 볼 권리가 자연의 생명을 우선하지 않는 것. 인간의 편리함에는 항상 자연의 희생이 동반된다는 것 등 무수한 파괴의 현장을 알리고 무심코 뽑아 쓰는 휴지 한 장, 종이컵 하나에도 생명이 들어 있음을 알고 이어주는 오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22년. 오리야 날자. 다시 한번 힘차게!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2-10
  • 한신으로 들다
    한신으로 들다 사람들은 나무를 참 좋아한다. 지리산에서 나무를 만나고 싶다던 누군가가 지난여름에 뜬금없이 ‘목동반’을 만들자고 한다. ‘목요일은 나무 동무’를 줄여서 ‘목동’이란다. 이름이 귀엽다. 매주 목요일마다 숲으로 깃들면 좋으련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만 들기로 했다. 2021년 9월 구례를 시작으로 하동, 산청, 함양, 남원 방향으로 매월 지리산을 돌아보기로 했다. 12월은 함양 한신계곡으로 들었다. 한신은 깊고 넓은 계곡으로 인해 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계곡이라는 뜻이란다. 겨울 숲의 나무는 잎이 없어 여간해서는 알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겨울에 나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뭇잎이 없는 나무는 일단 눈높이에서 보이는 줄기로 시선이 간다(줄기가 벗겨지는지, 갈라지는지, 모양, 색깔, 상처에 흐른 수액의 색깔, 껍질눈의 모양 등을 봐야 한다). 그리고는 시선을 올려 잔가지(나무초리)를 본다. 나무초리가 마주나는지 어긋나는지고 봐야 한다. 그리고 지난가을의 열매가 있는지 찾아본다. 겨울눈도 들여다봐야 한다.(겨울눈과 나무초리에 털이 있는지, 맨눈인지 비늘로 쌓여있는지, 비늘 조각은 몇 쌍인지, 모양과 크기, 색깔도 살펴야 한다.)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나무를 볼 때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은 위아래로 훑어보면 기분 나빠하는데, 나무는 위아래로 훑어봐야 한다”라고 항상 강조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나무마다 찬찬히 훑어보고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다. 고로쇠나무, 고욤나무, 산뽕나무, 느티나무, 느릅나무 등을 읽어본다. 걸음이 느리다. 그러다 보니 한신계곡 입구에서 벌써 간식을 풀었다. 마침 지나가는 등산객이 웃는다. 시작부터 먹고 가는 모습이 재밌어 보이기도 보인듯하다. 느리게 나아가다 보니 해가 들지 않는 계곡은 더욱 춥다. 손과 발이 시리다. 속도를 내어 걸어본다. 재촉하는 걸음에도 계속 나무는 눈에 들어온다. 층층나무와 곰의말채나무를 비교해본다. 가로로 껍질눈을 가진 산벚나무와 개회나무도 비교해본다. 지각변동을 하듯 껍질이 벗겨지는 박달나무, 아주 얇게 그물 모양으로 껍질이 벗겨지는 피나무를 본다. 그리고 한신계곡에서 가장 많은 나무인 서어나무를 만난다. 서어나무의 이름은 유래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자로 서목(西木)이라 하여 ‘서쪽 나무’라는 의미란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다른 유래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나의 시선을 남원시 운봉읍 행정마을의 마을 숲으로 서 있는 서어나무숲에 머문다. 우리나라의 마을숲은 풍수지리학으로 보통 설명이 된다. ‘마을을 보호하는 숲’이란 뜻의 비보림(裨補林)은 마을의 액과 재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물고기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어부림(魚付林), 마을의 기운을 담아주는 역할을 하는 수구막이 등이 있다. 이중 행정마을의 서어나무 마을숲은 마을의 액을 막기 위해 만든 숲이다. 키가 20~30m에 달하는 서어나무는 밝은 색의 껍질을 가지고 있다. 엄청난 위용의 서어나무는 마을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쉬이 막아낼 듯싶다. 서어나무는 우리 문화에서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곳이 없다. 불땀이 없어 장작으로는 매력이 없고 껍질이 얇아서 표고목으로 활용도가 높지 않다. 줄기가 곧지 않아 목재나 가구를 만드는 용도로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행정마을의 마을숲처럼 마을의 중요한 자리에 서 있는 모습으로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냥 서 있으면 된다. ‘서 있으면 되는 나무’라는 뜻에서 ‘서나무’가 되고 지금은 ‘서어나무’라 불리는 듯싶다. 목재나 가구재로도 사용이 안 되는 이유는 울퉁불퉁한 줄기가 한몫을 한다. 그 줄기가 아주 특이해서 사람들은 ‘근육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왜 이런 줄기를 가지고 있을까? 줄기의 굴곡은 양분이 모여서 생긴 것이다. 양분은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은 힘을 준 모양을 말해준다. 커다란 나무의 줄기가 굴곡이 생기려면 어린 나무 시절부터 울퉁불퉁하게 힘을 주던 것이 누적되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서어나무는 숲이 변해가는 천이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에 들어오는 나무이다. 서어나무가 우점한 숲은 안정된 숲이라는 말이다. 서어나무는 숲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00년의 천수를 누린다. 그러나 숲의 주인으로 위풍당당한 서어나무는 사실 겁쟁이 나무였다. 다른 나무에는 별거 아닌 바람에도 어린 서어나무는 두려워서 반응을 했다. 이리저리 불어오는 바람마다 에너지를 쓰면서 줄기의 굴곡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위풍당당한 모습에는 두려움에 떨던 어린 시절이 숨어있었다. 이제 2022년 임인년이 시작되었다. 지난해처럼 우리는 한 해를 보낼 것이다. 2021년이 그랬듯이 어떤 상황은 나를 힘들게 할 것이고, 또 어떤 관계는 나에게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 관계, 상황들이 삶의 근육을 만들어준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날들을 지나왔지만 또 어떤 바람에 흔들릴지도 모르는 시간을 살아갈 터이다. 수 십 년을 버텨 근육이 가득한 서어나무는 이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까? 두렵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가는 내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살아내는 것. 그것이 삶일 것이다. 서어나무와 다르지 않은 나의 삶.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별에도, 서어나무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1-07

실시간 지리산 생태 이야기 기사

  • 남생이 탐사단 - 봉서리 남생이가 다니는 길을 탐구한다
    남생이는 이웃 중에서도 가장 느린 이웃입니다. 느린 이웃을 생각해 보면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생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은 다른 느린 존재들도 안전한 길이 되지 않을까요?
    • 지리산 오늘
    2022-06-13
  • 찔레꽃
    우리집 마당에는 찔레나무가 있다. 물론 저절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같이 사는 옆지기가 찔레꽃과 향기를 좋아하는데 찔레나무를 파는 곳이 없었다. 하긴 온 들에 산에 지천인 찔레를 누가 팔까? 그렇다고 야생에서 멀쩡히 자라는 나무를 캐오는 것은 못할 짓이어서 아무것도 안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5년 이른 봄에 유기된 찔레나무를 만났다. 사연인즉 우리 집 옆에 사과 과수원을 하시는 형님이 텃밭에 흙이 필요한지 트렉터로 흙을 담아가고 있었다.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를 언제나 살갑게 맞아주는 분이라 만나면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건네는 데 그날도 형님이 나를 보자 트렉터를 멈췄다. 흙 퍼가는 이야기를 하는데 언뜻 보니 흙에 작은 찔레나무가 들어있었다. 물어보니 산에 흙을 퍼오는데 그냥 따라온 것이란다. 올커니! 분명 형님 집으로 가면 버려져 죽을 것이 뻔했다. 그래도 혹시나 심어 키우실 건지 물어보고는 얻어 왔다. 요즘 들개 문제가 종종 거론된다. 문제의 시작은 키우다가 여건이 안된다는 이유로 반려견을 내다 버리는 것이다. 유기견이 된 것이다. 유기동물의 문제는 들개가 되어 사람과 가축, 혹은 야생동물에게 위해가 되는 것만이 아니다. 정을 주고, 이름을 불러주며 같이 살던 반려자를 버리는 반인륜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것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교육과 정서의 문제가 더해진다. 정말 심각한 일로 엄격한 규제와 처벌 등의 방안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칙이라도 있어야하고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버려지는 것이 동물만의 일이 아니라고 본다. 식물에게도 일어난다. 화분에서 키우던 식물을 야산에 심어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은 유기이자 생태계 교란이기도 하다. 그러나 식물을 이렇게 유기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내가 유기라고 말하는 것은 길가에서 매번 잘리는 식물이다. 특히 나무는 매년 잘리면 결국 살아갈 수 없다. 같이 살다가 버린 것은 아니지만 깨끗한 길을 위해서, 안전한 길을 위해서 자꾸만 잘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버려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기되는 식물’이라 표현한 것이다. 우리 집 마당에 찔레는 이렇게 심어졌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면 찔레 순을 따먹던 어린 날을 기억하고, 오월이면 찔레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찔레~ 그 곱고도 아련한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찔레의 어원은 두 가지로 보인다. 찔레나무를 손으로 잡아보려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꼭 한번은 찔린다. 찔레나무의 가시가 너무 굳세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가시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가시로 찌르는 나무’인 찔레가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찔레꽃의 향기다. 특히 장사익님의 ‘찔레꽃’ 노래에는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프다고 표현을 한다. 노랫말처럼 슬프게 가슴을 찌르고, 너무 고운 향기가 코를 찌르는 나무라 해서 찔레나무라 불린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이면 우리 집은 찔레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겹으로 꽃잎을 가득 만들고, 꽃의 크기를 키우고, 빨강, 노랑, 파랑 등 현란한 색으로 눈을 사로잡는 탐스러운 장미가 아니다. 홑잎으로 꽃을 피워 장미에 비해 크기가 작고 왜소해 보이며 하얀색으로만 피어나는 찔레꽃을 기다린다. 분명 붉은 꽃잎을 지닌 장미는 탐스럽고 어여쁘다. 피어나는 꽃은 싱그럽기도 하다. 그러나 무언가 어색하다. 그 어색함은 꽃을 가만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들에서 만나는 꽃과는 다르게 장미는 꽃잎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그 꽃잎을 헤치고 벌이 꽃가루나 꿀을 찾아 갈수도 없을 듯싶다. 이렇듯 엄청난 양의 꽃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화려함과 강렬함이 오히려 장미에게 독이 된 것이다. 장미의 원종은 찔레이다. 찔레는 붉은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고 편안하고 순해 보이는 것은 하얀 색의 꽃잎 때문이지 아닐까? 하얀 꽃을 가진 식물은 많다. 그럼에도 유독 찔레나무의 하얀 빛에 정감이 간다. 앞에도 말했듯이 어린 날의 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제주도에서는 찔레를 ‘독꼬리’라 불렀다. 그냥 부모님이 부르고, 형,누나가 부르고, 주변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다. 독꼬리는 새순이 참 맛있었다. 도톰한 새순을 찾아 가시를 똑똑 분지르고는 껍질을 살짝 벗겨서 입에 넣으면 그 육즙에 향과 보드라움이란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독꼬리’는 아마 ‘닭의 꼬리’를 말하는 것인 듯싶다. 그때는 무언지 몰랐었지만 찔레나무에는 붉은빛이 도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마 벌레집일 듯하다. 생김새도 닭을 좀 닮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그것이 닭을 닮아서 ‘독꼬리’라 부르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다.(‘독’은 닭을 제주 사투리로 부르는 말이다. 달걀을 ‘독새기’라고 한다.) 찔레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찔레가 사는 곳이다. 찔레는 숲이 우거진 곳에는 살지 못한다. 가시가 있지만 키 작은 떨기나무이고 햇빛을 좋아해서 다른 나무 밑에서는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숲의 언저리나 교란된 곳에서만 살아간다. 열매는 작고 빨갛다. 숲의 언저리는 작은 동물의 서식처다. 힘없는 작은 새의 서식처다. 얼기설기 얽혀있는 찔레나무와 그 가시는 힘없는 동물이 살아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육즙이 풍부한 붉은 먹이도 제공한다. 나에게는 찔레와 된장과 얽힌 이야기가 있는 또 다른 찔레가 있다. 지리산자락으로 귀농하고 처음으로 된장을 담아보았다. 계란을 띄워 소금물 농도를 맞추고, 메주를 넣은 항아리에 붓는다. 빨간 고추 몇 개와 숯을 넣고 대나무를 위에 대주고 깨끗한 돌로 누른다. 시간이 지나서 어찌 되나 한번 항아리 뚜껑을 열었는데 뭔가 하얀 곰팡이가 가득하다. 놀라서 장모님께 전화 드렸더니 장모님께서 ‘응 찔레가 피었어? 괜찮아.’하신다. 저 하얀 곰팡이를 찔레가 피었다고 표현하신다. 다시 옛 어른들의 표현력에 감탄을 한다. 숲의 가장자리에 잘 자라는 찔레는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배부르지는 않아도 먹을 수 있는 하얀 꽃과 새순이 있어 기억 속에 늘 같이 있는 찔레는 하얀색과 연결이 되는 바로 미터였던 것이다. 고향의 그리움이 물씬 나는 찔레가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된장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숲의 언저리에서 찔레나무는 숲을 지킨다. 날카로운 가시로 중무장을 하고, 드러누운 줄기로 아무에게나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작은 짐승과 새들에게는 안전한 찔레성벽이 되었다. 5월이면 어린 기억의 추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떠오르게 하고, 이곳에서는 작은 동물과 숲을 하얗게 지키는 찔레꽃이 기다려진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5-18
  • 새우난초
    새우난초 Common Calanthe 분류난초과 > 새우난초속 꽃색자주색, 백색 학명Calanthe discolor Lindl. 개화기4월, 5월 처음 지리산 숲에 새우난초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다 주로 제주도를 비롯해 남해안 서해안 등 해안가를 중심으로 사는 녀석이 지리산에 있다니.. 산 중 깊숙이 피난을 온 이유가 궁금하기만 합니다. 올 해는 세 번(4월 12일, 5월 2일, 5월 11일)에 걸친 동정 끝에 지리산 새우난초를 마무리 했습니다. 새우난초 옆 계곡폭포가 있는데 가물어 물이 없어 아쉬워서 후일을 기약해봅니다.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5-14
  • 남생이탐사단을 모집합니다
    봉서리 남생이가 다니는 길을 탐구하는, <남생이탐사단>을 모집합니다. 신청 : http://forms.gle/gFs9pUoYXqNkEq6N8 문의 : 061-783-6547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5-10
  • 숙은처녀치마
    숙은처녀치마 [ Tubular-flower swamppink ]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식물 > 속씨식물 > 외떡잎식물 > 백합목 처녀치마는 숙근성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이 시들지 않고 겨울을 견뎌내어 잔설이 녹아내릴 때쯤 꽃방석처럼 방사상으로 펼쳐진 잎 가운데에서 새로운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노고단에서는 4월 말경에 꽃대가 올라와 홍자색의 꽃이 줄기 끝에서 3~10개 정도가 뭉쳐 달린다. 꽃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홍자색에서 짙은 자주색으로 변한다. 처녀치마는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특산식물 2종으로 처녀치마(Heloniopsis koreana Fuse, N.S.Lee & M.N.Tamura)와 숙은처녀치마(Heloniopsis tubiflora Fuse, N.S.Lee & M.N.Tamura)가 있다. 처녀치마는 경기도 이북지방에서 보았으나 지리산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숙은처녀치마는 꽃이 지면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핀다하여 숙은처녀치마라고 하는데 처녀치마보다 잎의 폭이 좁아 ‘좁은잎처녀치마’라고 불리기도 했다. - 노고단 / 2022년 5월 4일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5-08
  • 은방울꽃
    은방울꽃 학명Convallaria keiskei Miq. 분류백합목 > 백합과 > 은방울꽃속 꽃색백색 개화기5월, 4월 분포지역 • 한국, 일본, 중국, 동시베리아에 분포한다. • 전국 각처의 산지에 분포한다. 형태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엽, 관화식물이다 크기 꽃대는 높이 20-35cm정도로 자란다. 꽃 꽃은 백색이며 길이 6-8mm로서 종같고 끝이 6개로 갈라져서 뒤로 젖혀진다. 꽃대는 높이 20-35cm로서 잎보다 짧은 초상엽 안쪽에서 나오며 10개 정도의 꽃이 달린 꽃차례는 길이 5-10cm이다. 포는 막질이고 넓은 선형 또는 피침형이며 꽃자루보다 짧거나 같고 꽃자루는 길이 6-12mm로서 굽는다. 수술은 6개이며 꽃부리 밑부분에 붙어 있고 4-5월에 개화한다. 특징 은방울 전체가 유독하다. 아름다운 꽃도 유독하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어린 싹도 위험하다. 잘못 먹으면 심부전증을 일으켜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극독식물이다. -촬영일자 : 2022년 5월 2일 지리산둘레길 주천구간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5-02
  • [5월 24일~ 25일] “제1회 수달의 아우성”
    수달(Lutra lutra)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 멸종위기 근접종(Near Threatened)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달은 천연기념물(제330호, 1982년 지정)이며,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에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습니다. 수달은 과거에는 전국 어느 하천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모피수(毛皮獸)로 남획되고 하천이 오염된 결과,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제수달생존기금(International Otter Survival Fund)은 모피 및 애완동물 거래를 위한 밀렵, 환경오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수달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보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로 지정하였습니다. 지리산자락, 엄천강, 섬진강 등에서 활동하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수달친구들, 지리산생명연대 등은 2022년 ‘세계 수달의 날’을 맞이하여 <제1회 수달의 아우성>을 2022년 5월 24일 ~ 25일 (1박 2일) 개최합니다. <제1회 수달의 아우성>에서는 ‘수달의 생태적 지위와 우리나라 수달 보전운동의 역사’, ‘우리나라 수달 연구의 주요 흐름’을 듣고, 수달 보전활동을 하는 전국의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우리나라 하천의 문제점과 수달과의 공존을 위한 여러 논의들을 조직할 계획입니다. 또한 2022년 세계 수달의 날인 5월 25일(수) 오전 10시에는 ‘산청 금서 소수력발전소 앞’에서 수달 보전 행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목 : ‘세계 수달의 날’ 기념 <제1회 수달의 아우성> 일시 : 2022년 5월 24일 (화) 14시 ~ 25일 (수) 11시 장소 : 함양군 휴천면 엄천강 지리산리조트 주최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수달친구들․ 지리산생명연대 일정 프로그램 내용 24일 14:00~ 인사말 14:10~ 기조강연 수달의 생태적 지위와 우리나라 수달 보전운동의 역사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 대표) 15:30~ 수달보전활동 공유와 토론 거제. 만경강. 섬진강. 엄천강. 오산천 17:30~ 수달관찰 엄천강 수계 수달 동시조사, 개체 수 파악 20:00~ 저녁밥 21:00~ 자유토론, 취침 25일 05:00~ 수달관찰 람천 수계 수달 동시조사, 개체 수 파악 08:00~ 아침밥 10:00~ 수달 보전 행동 산청 금서 소수력발전소 앞 11:30 마무리 마음나누기
    • 우리마을
    • 함양
    2022-05-02
  • 흰목물떼새의 포란은 비에도 멈추지 않는다
    멸종위기종이 많이 사는 엄천강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4-29
  • 꼭꼭 숨어지내는 봉서리 이웃 - 남생이를 찾습니다
    멸종위기 2급 토종민물거북, 남생이를 찾아요! 봉서리의 논둑길, 도로 등 어디서나 남생이를 목격하는 분은 <지리산사람들>에게 신고해주세요. 061-783-6547
    • 우리마을
    • 구례
    2022-04-26
  • 매미꽃
    매미꽃 - korea hylomecon 분류양귀비목 > 양귀비과 > 매미꽃속 꽃색 노란색 학명Coreanomecon hylomeconoides Nakai 꽃말봄나비 매미꽃과 피나물이 혼동하기 쉬운데 구별법 한 가지를 정리 해본다. 매미꽃은 꽃대 줄기와 잎대 줄기가 각각 따로 나오고 꽃이 여러 송이가 피는데 피나물은 꽃대와 잎대가 한 줄기로 올라오고 끝에 꽃을 1~3송이 피운다. 매미꽃은 주로 남부지방에 자라고 피나물은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양귀비과의 매미꽃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그 아래 지역에서 자라며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1935년 일본의 식물학자 ‘나가이’에 의해 분류) 높이 20~40cm이며 줄기를 자르면 붉은색의 즙이 나온다. 꽃은 5~6월에 피고 노란색이며 뿌리에서 올라온 꽃자루 끝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린다. 매미꽃은 봄부터 피기 시작하여 한쪽에서는 열매가 익어가는데도 거의 가을까지 피고지기를 계속한다. * Nakai : 우리나라 꽃초들의 학명을 보면 Nakai라는 이름이 많이 나온다 이 Nakai는 일본식물학자로 일제 강점기에 우리 들꽃들을 조사 분류하였는데 이때 학명에 일본인들 이름붙여 헌정을 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강산에서 자생하는 금강초롱꽃의 학명이다. 일본 공사관 초대 공사 '하나부사'에게 금강초롱꽃을 헌정하며 " Hanabusaya asiatica Nakai "라는 이름을 학명으로 등재해버린다. 우리의 들꽃마저도 빼앗겨버린 슬픈 역사이다. 촬영지 : 지리산 둘레길 주천구간 / 촬영일자 2022년 4월 20일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4-25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