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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농 양파 재배와 양파 크게 키우는 비법
    남원에서 유기농 양파를 재배하는 농가를 만났습니다. 지난번 수해로 인해 집을 잃고 지금은 하우스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에는 하우스에 불까지 나서 힘든 농가입니다. 그래도 양파는 쑥쑥 자라서 수확할 때가 되었네요. 유기농 양파를 재배할 때 어려운 점과 양파를 크게 키우기 위한 비법을 들어 봤습니다. 올해는 작년 저장 양파 때문에 양파 가격이 낮다고 합니다. 양파는 위에도 좋고 모든 요리에 꼭 필요한 채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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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04-13
  •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길거리에 걷다 보면 흔하게 보이는 가게 중 하나가 찐빵가게다. 구례 같은 시골에도 스타벅스나 롯데리아는 없어도 찐빵가게는 1-2개가 있다.그만큼 흔하고 흔한 것이 찐빵이다. <찐빵은 흔하다. 하지만 제대로 만든 찐빵은 결코 흔하지 않다.> 찐빵이 흔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그만큼 먹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찐빵을 먹는 이유는 뭔가? 그것은 추억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막걸리에 발효시켜 만들어진 찐빵의 맛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찐빵이 겨울에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순전히 찐빵 만드는 기업의 광고 때문이고기억 속에 찐빵은 대부분은 여름에 만들어 먹었다. 딱 이때 장마철 말이다. 콩과 벼도 심고 아직 고추는 익지 않아서 따지 않아도 되는 딱 이맘때 어머니는 모처럼 농사일을 쉴 수 있었다. 그 동안 바쁜 농사일에 챙겨주지 못한 자식들을 위해 찐빵을 만드셨던 것이다. 처마에 떨어지는 낙숫물을 받던 커다란 고무 다라이에 물이 차고 넘치는 날 막걸리를 넣어 발효된 밀가루에 팥을 넣어 만들어 주던 그 찐빵 맛의 추억은 삭막한 도로를 지나다가도 찐빵만 보면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얼굴과 함께 겹쳐지곤 했다. 2005년 가을 유독 하늘이 파란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하동에서 찐빵을 만든다는 두 분을 만났다. 박중욱씨와 양대화씨였다. 딸이 하나 있다. 박중옥씨는 천식을 앓고 있다. 그의 천식은 모든 것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 울산에서 만나 결혼했다. 중매였다.> 울산에서 만나 결혼했고 거기서 살다가 천식 때문에 더 이상 일이 하기 힘들어 고향인 하동에 내려왔다.누나가 찐빵을 만들고 있어 거기서 빵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천식이 있었고 수입밀가루로 만든 빵은 그의 몸이 먼저 거부했다. 그래서 그의 우리밀로 찐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먹어도 문제가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찐빵에 관심이 갔다. 우리밀로 만들과 팥도 국산 팥을 쓴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동 터미널에 주차를 하고 찾아가보니 시장통 골목에 작은 가게가 있었다. 그들의 작업장이장 판매장이었다. 맛짱이라는 가게였다. 여느 시골읍내 장터골목의 찐빵집이었다. 밖에는 찐빵을 찌는 찜 솥이 있고 만두도 있었다. 부부가 빵을 찌고 만두를 만들어 파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찐빵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다른 것이 외부가 아니라 재료에 있었다. "우린 마가린을 쓰지 않아요. 마가린을 쓰면 모든 참가제를 쓴 것과 같아요.이미 마가린 속에 참가제가 다 들어 있거든요. 통밀 만을 이용합니다.통밀이 거칠기는 하지만 밀 본연의 맛의 충실합니다. " 우리팥을 이용해요. 비싸지만 그것만 사용합니다. 우유 계란을 사용하지 않아요. 손으로만 만들어요. 만들기 어렵지만 손으로 만든 것이 훨씬 부드럽고 맛이 좋아요" 부부가 하루 종일 만들 수 있는 빵의 양의 약 600개라고 한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만들 수는 없다. 보통 하루에 300개 정도의 빵을 만든다. 1년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이미 정해져 있다. 109,500개다. 5개씩 포장되어 있으니 21,900봉이다. 하루에 60봉이다. 이것이 이들이 매일 팔 수 있는 찐빵의 전부다. 더는 없다. < 양대화님> 그렇다고 이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찐빵을 만든 것은 아니다.박중옥대표는 " 우리 빵의 레시피는 올해 만들어 졌어요" 매일매일 연구하고실험해서 겨우 완성했죠. 결국 8년이 걸려 완성된 레시피다. < 박중옥님> 그의 말대로 그의 빵은 처음보다 부드럽고 맛있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찾지 않으니까요. 설탕을 조금 사용하고 단맛을 올렸고 통밀의 거친 맛을 빼고 부드러워졌어요.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부드럽게 만들기는 쉽지 않거든요.” < 찐빵이 무겁다. 꼼수 없이 그냥 팥이 많아서다. > 하동녹차찐빵을 손에 잡으면 무게부터가 다르다.다른 찐빵들이 비싼 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지만 이들은류현진의 돌직구처럼 그냥 팥을 많이 넣어 만든다. 다른 꼼수는 없다. 우리밀빵이라고 해서 구입했더니 알고 보니 팥은 수입 팥이고국산 팥을 사용했다고 구입했더니 마가린이 들어 있는 등의 이런 저런 꼼수가 없다. 안심하시고 드셔도 됩니다. 그렇다 그냥 믿고 드시면 된다. 그저 정직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들어있는 꼼수가 있을까 봐 항상 신경 쓴다. 재료를 확인하고 꼼꼼히 살펴서 혹시라도 나쁜 것이 있을 까봐 먼전 살핀다.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 아이들이 좋아한다. 맛있으니까> 현재 그들은 하동 악약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꽤 큰 공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이 전부다. “공장이 넓어져서 작업하기 편해서 좋아요. 깨끗하고요.” 공장개소식에 참가했을 때 어느 개업 장에 방문했을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 요즘은 체험행사도 한다. 찐방도 만들어 놓고 지리산 여행을 하고 오면 발효된 빵을 쪄서 가져간다.> 보통은 크게 시작하지만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두 분의 노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든 것은 정직하고 더 많은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세상이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 부드럽고 좋은 재료를 썼는데 맛도 좋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다른 것과 비교 할 수 없다. 좀 작게 만들어도 되지 않냐고 하지만 양심이 또 그렇지 않다. <뜨거워도 먹고 싶어한다. 왜 맛있으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길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이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변한다. 그들이 그들의 길을 가기 때문이고 그것은 곧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들의 손은 바쁘고 그 손에서 새로운 빵들이 만들어진다. 어느때 먹어도 좋다. 그들이 만든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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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03-17

실시간 지리산자락 사람들 기사

  • 양수발전소 댐 생기고 아름다운 골짜기 잃었다
    지리산 이야기 (2) 편리함 위해 파헤쳐진 계곡(산청양수발전소) 양수발전소 댐 생기고 아름다운 골짜기 잃었다 배혜원 시민기자(지리산필름 대표) (webmaster@idomin.com) 2021년 04월 13일 화요일 정부 친환경에너지 홍보와 달리 삼림·생태계 파괴에 수질악화 편리함·발전 명목 개발만 몰두…회복·치유 등 새로운 대안을 "산청에 양수발전소가 생길 때는 왜 반대운동을 안 했습니까?" 2019년 2월 하동군 화개면 양수발전소 반대 대책위가 활동할 당시 연대를 요청하러 다니는 중에 들었던 이야기다. 산청군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선 것은 2001년이었다. 그 당시 나는 양수발전소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산청에 양수발전소가 생긴다는 것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초등학생이었다. 청소년들도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현재는 기후변화로 인간 문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때부터 반대운동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양수발전소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화개 사람들은 반대집회 당시 산청양수발전소에 다녀와서 화개면 양수발전소 반대집회 때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산청양수발전소는 고운동 계곡에 상부댐, 거림계곡에 하부댐이 위치한다. 상부댐 일부 지역은 하동군 청암면을 접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전력은 가동하는 동안 잉여전력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이용해 양수펌프로 하부댐에 있는 물을 상부댐으로 퍼올려 담아뒀다가 하부댐으로 흘려보내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다. 말하자면 원자력발전소의 잉여전력을 위한 배터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부댐에 있는 물을 하부댐으로 내려 한번 발전을 하는 데 6~8시간, 반대로 상부댐으로 물을 퍼올릴 때 8~10시간이 소요돼 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한다고 해도 최대 가동률은 25% 내외라고 한다. 1조 원이라는 건설비용을 생각했을 때 전기를 생산하는 양수발전소의 발전단가는 매우 높은 편이다. ▲ 산청군 고운동 계곡에 건설한 양수발전소 상부댐. /배혜원 시민기자 산청에 사는 친구의 소개로 지역주민을 만났다. 하부댐 인근 곡점마을에 터를 잡은 지 19년째라고 소개한 ㄱ 씨는 산청양수발전소에서 산청군과 시천면에 발전기금을 제공하고 있고, 수몰된 예치마을은 인근지역으로 이주해 펜션단지를 조성했으며 상부댐이 있는 고운동까지 도로를 건설해 교통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수질은 확실히 나빠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양수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과정에서 삼림 훼손, 수계통제로 하천 생태계 파괴와 수질 오염 등을 간과한 이야기다. 시천면에서 나고 자란 ㄴ 씨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고 이야기했지만 계곡에 이끼가 많아져 눈으로 봐도 물이 오염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청양수발전소 입구에는 수질 현황판을 붙여놓고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부댐이 위치한 고운동에 40년째 사는 ㄷ 씨는 반천동과 고운동에서 각각 길을 막는 등 반대운동을 했으나 끝내 막지 못했다고 했다. 반천동에서 고운동으로 이어지는 길도 막혀버렸다고 이야기했다. 최치원 선생의 호 '고운'에서 유래한 고운동은 깊은 산속에 물이 풍부하고 비옥한 분지 지형으로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자리다. 여름철 부채도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했던 이곳은 양수발전소 건설 이후 2~3도가량 평균기온이 올라갔고, 전기 없이도 소박하고 고요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아름다운 고운동 계곡이 사라졌다고 한다. 집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던 내가 환경운동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자기 집이 수몰된다는데 반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ㄴ 씨는 양수발전소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시천면 일대에 4군데가 넘는 생수공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머지않아 지하수 자원이 고갈될 것이고, 오가는 대형 화물트럭들로 소음과 사고위험이 있고 지역에 딱히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나다니는 트럭들을 보며 양수발전소 송전탑들을 보며 지리산의 산수를 파헤치고 생산한 전기와 물이 다른 지역으로 팔려나가는 현실을 체감했다. 지역주민들이 혜택을 보는 점도 있고, 생활도 이전보다는 많이 편리해졌겠지만 우리는 고운동과 거림계곡의 이전 모습을 다시는 볼 수가 없다. 나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주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하동에서는 응모를 포기했지만 홍천은 당시 신규 양수발전소 후보지 중 한 곳이다. 농성장을 강제 철거당한 뒤로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알지도 못하고 쪽수가 없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며 산청양수발전소가 건설될 당시 반대운동의 기억을 떠올렸던 ㄷ 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우리는 언제까지 편리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소중한 것들을 놓쳐야 할까.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기후위기에 대처하면서도 이런 문제들을 불러왔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는 없을까.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개발과 편리함 속에 고통받고 폭력을 당해야 했던 사람과 동물들, 뭇 생명들은 잊히고 우리는 그들과 단절된 채로 살아간다.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결감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의 첫 번째 단계는 아닐지 생각해본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연재 되었던 기사의 재수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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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05-08
  • 빠른 길은 무너지고 있다(중산리∼천왕봉)
    지리산 이야기 (1) 빠른 길은 무너지고 있다(중산리∼천왕봉) 잘리고 파헤쳐진 지리산에 희망의 씨앗을 배혜원 시민기자(지리산 필름 대표) (webmaster@idomin.com) 행정, 지역발전 미명하 자연파괴 도로 넓히고 산악열차 사업 추진 토건 개발이 지역 미래 보장할까 지속가능한 삶 이룰 방법 찾아야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선배들의 안내에 따라 서울에 갔던 나는 그곳에 내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향에 돌아와 살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지리산에 와서 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의 터전이 수몰된다는 소식에 억울한 마음에 환경운동을 하게 된 것도, 지금처럼 살면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는 데 10년 남짓 남았고 그 후에는 돌이킬 방법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3년 동안 고향인 하동에서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첫째로 도시처럼 많이 벌고 많이 소비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점, 우리가 조금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되는 일들은 어떤 곳에 사는 사람들과 동식물들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것, 우리가 우리 사회와 자연환경 안에서 연결감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변해 갈 것이라는 것.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현실은 말하자면 앞으로 우리가 기후위기를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7.5년 남짓 남은 것이다. 3월 17일, 오랜만에 천왕봉 등반을 위해 중산리로 향했다. 관광객들과 물동량을 늘리려고 4차로 확장공사가 한창인 19번 국도 화개∼악양 구간에서는 많은 벚나무가 잘려나갔다. 남은 벚나무들에서 예년보다 2주나 빠르게 벚꽃이 터지고 있었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 샴푸는 왜 쓰고 디젤차는 왜 타냐'는 질문은 이제 환경운동하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비판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동에서 서울까지 4시간이면 갈 수 있고, 2시간이면 지리산을 둘러볼 수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를 놓겠다는 계획마저 등장했다. 교통이 빨라진 탓에 코로나19도 빠르게 번졌다. 농산물가격은 폭등하고 돈이 있어도 마트에 식료품이 없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 못하는 장면이 세계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갑작스런 한파에 미국의 텍사스 지역에서는 전기공급이 끊기기에 이르렀다. 민영화된 전기공급회사가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난방설비를 폐기한 까닭이었다.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이 암에 걸려 죽어나가고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유출되어도 전기 공급은 멈출 수가 없다. 수십 년 된 벚나무가 잘려나가고 이름 모를 생명이 죽어나가도 도로 확장은 계속 되어야 하고,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비롯한 산악 개발은 계속 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먹고살기 위해서다.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는 숭고하기 때문이다. ▲ 천왕봉에서 바라 본 산청군 중산리 쪽 지리산줄기. /배혜원 "산악열차는 이념이다, 인민군과 국방군의 차이와 같다." 지리산권 전북 남원 모 시의원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는 매우 불편하지만 성찰의 지점이 있다. 국내에서 추진한 모노레일 사업은 수익성이 알려진 바 없고, 케이블카 사업 역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바는 미미하다. 알프스하동프로젝트의 시공업체로 선정된 대림건설이 '사업성 저하로 사업추진이 불가하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이념논쟁이라면 국내 산악관광 개발사업 추진은 환경문제와 경제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과 합리성이 배제된 가치관과 믿음에 대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념에 따라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겁탈할 수 있다는 논리가 지배했던 해방공간의 지리산이 떠오른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세계 대유행(팬데믹)이 덮친 지구에 인민군과 국방군, 인간과 동물, 환경론자와 개발론자로 나뉜 것들은 서로 화해하지 못한 채 함께하고 있다. 어쩌면 기후위기와 팬데믹조차도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로 나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까지가 이념논쟁일까. 알프스하동프로젝트 추진위원회와 하동군수는 산악열차를 비롯한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만이 지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고, 지금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리산권뿐 아니라 전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지역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 하동군청 앞에서 '산악열차 반대'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시민. /배혜원 지역의 청년들이 사라지고 인구가 소멸하는 이유는 지역에 산업단지와 대규모 관광 랜드마크가 없어서가 아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자연,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무시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무리하게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벚나무들을 베고 도로를 확장하고, 강을 파헤쳐 돈으로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무시하고 돈으로만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돈으로 계산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토목건축사업만이 우리의 꿈과 희망이라고 우기고 있다. 지난 23일 지리산산악열차의 시공사로 선정됐던 대림건설은 지역갈등과 환경민원이 해소되지 않고, 사업성 저하로 산악열차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기업이 사업성 저하와 지역갈등을 문제로 철수할 정도라면, 공공개발로 산악열차를 추진하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일이 아닐까. 지역에 공항과 고속철도 같은 교통시설을 건설하는 일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지역에 관광개발을 한다고 해서 지역이 발전할 수 없다. 관광객이 빠르게 지리산에 오갈 수 있다면 그 지역 안에서의 숙식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청년들이 일용직,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시골에 살 이유가 없다. 빈집이 넘쳐나지만 도시 사람들의 세컨드하우스 개발사업으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한다. 시골에서마저 살 만한 집을 구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공공병원과 보육시설도 부족하다. 겉으로 청년들이 희망이라고 하지만 첫째는 얼마, 둘째는 얼마, 셋째는 얼마라는 식으로 신생아마저 가격표를 붙여 돈을 지급하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책임하고 쓸모없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 하동군 한 게시대에 걸려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 /배혜원 10여 년 만에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서니 감회가 새로웠다. 천왕봉에는 덱도 많이 생기고, 지난 수해로 강돌도 많이 들여 놨다. 무엇보다 법계사 입구까지 버스도 다닌다. 지리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더 빨라졌다. 설악산 정상에 케이블카가 놓인다면, 지리산 정상에 케이블카가 놓여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이 지구에 발붙이고 살 수 없는 시기도 더 빨라질지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지역은 이미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이고,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구의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성장이나 개발이라는 상상이 가능할까? '발전적 해체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땅을 일군다. 자립을 꿈꾼다. 한 줌의 씨앗이라도 남기기 위해서다. 역부족이나마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콘크리트 바닥 갈라진 틈 사이로 싹이라도 틔우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7개월간 지리산 이야기로 글을 쓰게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11편을 연재하는 제목인 '지리산 이야기'는 나를 비롯한 지리산 사람들이 지리산의 자연환경을 바라보고, 우리 공동체가 이곳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나가는 방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면을 할애해 주신 경남도민일보에 감사드린다. 배혜원 시민기자(지리산 필름 대표) *이 기사는 '지리산사람들' 회원들이 경남도민일보에 연재 하였던 "지리산 이야기 기획시리즈"를 재수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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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04-27
  • 유기농 양파 재배와 양파 크게 키우는 비법
    남원에서 유기농 양파를 재배하는 농가를 만났습니다. 지난번 수해로 인해 집을 잃고 지금은 하우스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에는 하우스에 불까지 나서 힘든 농가입니다. 그래도 양파는 쑥쑥 자라서 수확할 때가 되었네요. 유기농 양파를 재배할 때 어려운 점과 양파를 크게 키우기 위한 비법을 들어 봤습니다. 올해는 작년 저장 양파 때문에 양파 가격이 낮다고 합니다. 양파는 위에도 좋고 모든 요리에 꼭 필요한 채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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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13
  •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길거리에 걷다 보면 흔하게 보이는 가게 중 하나가 찐빵가게다. 구례 같은 시골에도 스타벅스나 롯데리아는 없어도 찐빵가게는 1-2개가 있다.그만큼 흔하고 흔한 것이 찐빵이다. <찐빵은 흔하다. 하지만 제대로 만든 찐빵은 결코 흔하지 않다.> 찐빵이 흔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그만큼 먹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찐빵을 먹는 이유는 뭔가? 그것은 추억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막걸리에 발효시켜 만들어진 찐빵의 맛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찐빵이 겨울에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순전히 찐빵 만드는 기업의 광고 때문이고기억 속에 찐빵은 대부분은 여름에 만들어 먹었다. 딱 이때 장마철 말이다. 콩과 벼도 심고 아직 고추는 익지 않아서 따지 않아도 되는 딱 이맘때 어머니는 모처럼 농사일을 쉴 수 있었다. 그 동안 바쁜 농사일에 챙겨주지 못한 자식들을 위해 찐빵을 만드셨던 것이다. 처마에 떨어지는 낙숫물을 받던 커다란 고무 다라이에 물이 차고 넘치는 날 막걸리를 넣어 발효된 밀가루에 팥을 넣어 만들어 주던 그 찐빵 맛의 추억은 삭막한 도로를 지나다가도 찐빵만 보면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얼굴과 함께 겹쳐지곤 했다. 2005년 가을 유독 하늘이 파란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하동에서 찐빵을 만든다는 두 분을 만났다. 박중욱씨와 양대화씨였다. 딸이 하나 있다. 박중옥씨는 천식을 앓고 있다. 그의 천식은 모든 것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 울산에서 만나 결혼했다. 중매였다.> 울산에서 만나 결혼했고 거기서 살다가 천식 때문에 더 이상 일이 하기 힘들어 고향인 하동에 내려왔다.누나가 찐빵을 만들고 있어 거기서 빵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천식이 있었고 수입밀가루로 만든 빵은 그의 몸이 먼저 거부했다. 그래서 그의 우리밀로 찐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먹어도 문제가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찐빵에 관심이 갔다. 우리밀로 만들과 팥도 국산 팥을 쓴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동 터미널에 주차를 하고 찾아가보니 시장통 골목에 작은 가게가 있었다. 그들의 작업장이장 판매장이었다. 맛짱이라는 가게였다. 여느 시골읍내 장터골목의 찐빵집이었다. 밖에는 찐빵을 찌는 찜 솥이 있고 만두도 있었다. 부부가 빵을 찌고 만두를 만들어 파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찐빵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다른 것이 외부가 아니라 재료에 있었다. "우린 마가린을 쓰지 않아요. 마가린을 쓰면 모든 참가제를 쓴 것과 같아요.이미 마가린 속에 참가제가 다 들어 있거든요. 통밀 만을 이용합니다.통밀이 거칠기는 하지만 밀 본연의 맛의 충실합니다. " 우리팥을 이용해요. 비싸지만 그것만 사용합니다. 우유 계란을 사용하지 않아요. 손으로만 만들어요. 만들기 어렵지만 손으로 만든 것이 훨씬 부드럽고 맛이 좋아요" 부부가 하루 종일 만들 수 있는 빵의 양의 약 600개라고 한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만들 수는 없다. 보통 하루에 300개 정도의 빵을 만든다. 1년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이미 정해져 있다. 109,500개다. 5개씩 포장되어 있으니 21,900봉이다. 하루에 60봉이다. 이것이 이들이 매일 팔 수 있는 찐빵의 전부다. 더는 없다. < 양대화님> 그렇다고 이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찐빵을 만든 것은 아니다.박중옥대표는 " 우리 빵의 레시피는 올해 만들어 졌어요" 매일매일 연구하고실험해서 겨우 완성했죠. 결국 8년이 걸려 완성된 레시피다. < 박중옥님> 그의 말대로 그의 빵은 처음보다 부드럽고 맛있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찾지 않으니까요. 설탕을 조금 사용하고 단맛을 올렸고 통밀의 거친 맛을 빼고 부드러워졌어요.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부드럽게 만들기는 쉽지 않거든요.” < 찐빵이 무겁다. 꼼수 없이 그냥 팥이 많아서다. > 하동녹차찐빵을 손에 잡으면 무게부터가 다르다.다른 찐빵들이 비싼 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지만 이들은류현진의 돌직구처럼 그냥 팥을 많이 넣어 만든다. 다른 꼼수는 없다. 우리밀빵이라고 해서 구입했더니 알고 보니 팥은 수입 팥이고국산 팥을 사용했다고 구입했더니 마가린이 들어 있는 등의 이런 저런 꼼수가 없다. 안심하시고 드셔도 됩니다. 그렇다 그냥 믿고 드시면 된다. 그저 정직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들어있는 꼼수가 있을까 봐 항상 신경 쓴다. 재료를 확인하고 꼼꼼히 살펴서 혹시라도 나쁜 것이 있을 까봐 먼전 살핀다.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 아이들이 좋아한다. 맛있으니까> 현재 그들은 하동 악약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꽤 큰 공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이 전부다. “공장이 넓어져서 작업하기 편해서 좋아요. 깨끗하고요.” 공장개소식에 참가했을 때 어느 개업 장에 방문했을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 요즘은 체험행사도 한다. 찐방도 만들어 놓고 지리산 여행을 하고 오면 발효된 빵을 쪄서 가져간다.> 보통은 크게 시작하지만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두 분의 노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든 것은 정직하고 더 많은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세상이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 부드럽고 좋은 재료를 썼는데 맛도 좋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다른 것과 비교 할 수 없다. 좀 작게 만들어도 되지 않냐고 하지만 양심이 또 그렇지 않다. <뜨거워도 먹고 싶어한다. 왜 맛있으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길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이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변한다. 그들이 그들의 길을 가기 때문이고 그것은 곧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들의 손은 바쁘고 그 손에서 새로운 빵들이 만들어진다. 어느때 먹어도 좋다. 그들이 만든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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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03-17
  • 딸기 가격이 비싼 이유
    올해 딸기 가격이 평년 보다 70% 급등했습니다. 그 이유를 남원의 딸기 농가를 만나 확인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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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02-23
  • 귀농농부에게 추천하는 아피오스
    초보 농부에게 추천하는 작물 "아피오스" 귀농해서 어떤 농사를 지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피오스는 농약이나 특별하게 관리가 필요가 없는작물입니다. 단 판매가 힘들 수도 있으니 지인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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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01-11
  • 노후 대책으로 심은 블랙 사파이어 포도
    구례 현근종 농부는 노후 대책으로 블랙 사파이어 포도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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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1-11-03
  • 남원 운봉에서 비트 농사를 짓는 농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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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1-09-28
  • 꿈을찾는농부들 침수된 땅에 서다.
    <수해로 인해 망친 옥수수 > 8월8일 아침 멀리 섬진강이 넘실넘실 둑을 넘는 것이 보였다. 마을 앞 정자 넘어 까막정이뜰이 잠기기 시작했다. 이 곳은 비가 많이 오면 자주 잠기는 곳이었기에 별일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19번 국도가 잠기기 시작했다. 논 옆에 있던 저온저장고가 잠기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배처럼 떠 오르기 시작했다. 마을 앞을 나가 보기 그 사이 마을 앞 모든 논이 물에 잠겼다. 불과 두 세 달 전에 새로 만들었던 하우스 하나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섬진강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 마을 사는 현근종씨 하우스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안에 고추와 옥수수 그리고 아피오스가 심어져 있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섬진강에서 넘친 물들이 점령군처럼 마을과 논 그리고 축사를 물속으로 집어넣고 있었고 갈 곳 없는 소들은 섬진강 둑에서 잠긴 축사를 그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뉴스 속보로 남원 금지면의 제방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렸다. 남원에서 농사를 짓는 김동일 농부에게 전화를 했다. 집과 하우스가 모두 물에 잠겼다고 했다. 섬진강 하류지역인 남원 금지면 하도마을의 하우스 지붕까지 물이 찼다고 했다. 하도는 감자농사를 많이 짓고 맛도 좋은 곳이다. 김동일 농부도 하도에 비닐 하우스가 6동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일이 힘들어 그만 두려고 했다면서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물에 찬 하우스는 고물상에 이야기해서 전부 철거를 해가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가보기도 싫고 치우기도 힘들고 해서 안 가보려고요." 그게 15일 전인데 며칠 전 전화를 했더니 잠긴 하우스를 정리해서 토마토를 심었다고 했다. 겨울에 나올 딸기 모종도 다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물에 잠겼던 하우스에는 10월이 되면 다시 붉은 토마토가 열릴 것이다. 땅은 사라지지 않았고 농부도 그대로 남았다. 구례 심문희 농부 하우스도 물에 잠겼다. 대부분 살아 남지 못했지만 다행이 몇몇 농산물은 그래도 멀쩡했다. 줄을 타고 오르는 여주나 수세미가 살았다. 죽은 것도 있지만 살아남은 것들도 있었다. 죽은 것이 더 많지만 하우스가 멀쩡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홍수는 갑자기 농부들을 터전을 덥 쳤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우스가 물에 잠기고 물은 침수당 했다. 소들은 죽어 나갔다. 죽은 소들 옆에서 농부들은 절망했다. 아직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 크다. 하지만 땅은 그대로 남았고 농부도 여전하다. 다시 시작해야 지… 별 방법이 없잖아. 전화기 넘어 한숨과 함께 말하던 그 목소리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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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1-07-14
  • 툇마루 수다
    한승명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처장) 저는 지리산(산내면)에 깃들어 어머니를 모시고 두 아이를 키워내고 이제는 <지리산생명연대>에서 함께 지리산이 되자고 총총 걸음을 걷고 있는 아낙입니다. 봄볕 따사로운 툇마루에서 봄나물 다듬듯 잘 아시는 이야기 하나 풀어놓을게요. 한 농부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어느 날 더 많은 황금알을 갖으려고 거위배를 갈라보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거위는 죽고 뱃속에는 창자와 똥뿐이였습니다. 농부는 울상이 되었습니다. '지리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우리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황금(돈)인줄 알던 때도 있었고 성공인줄 알던 때도 있었고 사랑인줄 알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리산에 깃들면서 진정 내게 소중한 것은 '생명'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리산을 우러러 어머니의 산, 여신(마고)의 산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모든 것을 내어주고 살려주고 품어준 '생명의 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리산을 나의 이기와 편리로 파헤치고 자르고 베어 거위 죽이듯 지리산을 죽이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곳에 태어나 지리산 덕분에 잘 살아왔고,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어려움과 직면하거나 어지러운 세상, 환란을 맞아 살아보고자 깃들은 지리산이건만 그 고마움을 망각한 채 그 지리산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듯 침묵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이 땅을 지키고자 자신의 생명을 내어 놓았으며,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야한다고 거리에서 외치고, 어린 자식들을 잃고 슬피 우는 어미들을 안아 주었고, 병든 세상에 맞서 서로를 살리기를 기꺼이 해낸 지리산 같은 이들 덕분입니다. 나는 그들을 주저 없이 '지리산'이라고 부릅니다. 지리산은 제일 높이 솟은 천왕봉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높으니 낮으니 어깨를 걸고 있는 모든 봉우리가 모두 '지리산'입니다. 자신을 내어놓고 서로 돌보고 살리면 내 자신의 생명도 건강하고 풍성하게 살수 있다는 지혜를 지리산은 가르쳐주었습니다. 오늘도 멍청이 잠을 자는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들이 있습니다. 기지개켜는 흙, 개구리 울음에 흔들리는 바람, 소녀의 숨소리처럼 달뜬 냇물, 온갖 생명들이 저마다 부르는 노래... 지리산이 이 봄에 내 귀를, 내 눈을, 내 온 몸을 흔들어 깨웁니다. 쑥개떡이나 빚어 이웃과 나눠 먹어야겠네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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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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