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달빛 놀이터를 하는 금요일이 너무 기대되요"

“게임은 시작하기 전부터 긴장이 되는데 놀이는 승부가 없어 맘이 편해요”

 

우리는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놀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

지리산산골 토지면 토지초등학교에는 달빛 놀이터라는 전래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노는 마을학교가 있다.


"놀이도 배워야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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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래놀이를 하는 아이들 어른 아이들이 함께 놀이를 즐기고 있다. ⓒ 마을학교

 

지난주 일요일 전래놀이를 보급하는 아자 학교 대표 고갑준선생님과 함께

놀이를 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날 아이들과 학부모는 이랑타기, 진놀이, 두부놀이, 안경놀이, 술래잡기, 짝꿍 술래잡기를 배우고 함께 놀았다.

 

학부모들도 땀을 듬뿍 흘렸고 아이들은 녹초가 되었다.

반나절 동안 놀이에 빠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신이 나서 놀이에 몰입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린 시절 놀이는 마을형과 누나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배웠다.

배웠 다기 보다는 그냥 알게 되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되었다.

하루 종일 이 놀이 저 놀이가 끝이지 않았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때에는

고산댁 담벼락 양지에 모여 소꿉놀이를 했다.

반짝이는 사금파리를 모으고 분유통을 가져다 솥단지를 만들어

밥도 하고 국도 끓여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하며 놀다가 지겨워지면

밤톨 같은 돌을 주어 다가 공기놀이를 했다.

 

공기놀이처럼 기술이 필요한 놀이는 동네 선수들이 다 파악이 되어 있기 마련이어서 승부의 재미를 위해 적당히 편을 만들어 놀았다.

그것도 지치면 다른 놀이를 하면 된다. 시간이 없지 놀이가 부족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놀다 보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굴뚝에 연기가 난다.

 

" 종구야! 너네 집 연기 난다" 밥먹으로 가야겠다.

"왜 우리 엄마는 밥을 빨리하지"

불평이 따라오기 일수였지만 어쩔 수 없다.

해가 지고 여기저기 동무들 집에 연기가 모락모락 퍼지면 누가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쉬워할 것도 없다.

내일도 놀며 되니까?


우리는 모두 시간 부자였다.

 

우리의 놀이는 끝이 없었지만 어제 함께 놀던 형과 누나들이

고학년이 되면 우리와 함께 놀아주지 않는 것이 그저 섭섭할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나도 어른이 되었고 놀이는 점점 잊혀 갔다.

 

그러다가 마을하교를 하게 하면서

옛 놀이를 하나 둘 다시 하게 되었다.

좀 덜 잘 놀기 위해서 잊힌 놀이를 기억하고 있는 선생님을 초대해서 놀이를 배우고 전래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전하는 일이 토지 마을학교가 달빛 놀이터가 1년 동한 한 사업의 전부다.

 

놀이와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승부에 있다고 한다.

게임에는 반드시 승부가 있다.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

 

놀이에도 승부가 있는 놀이도 있고 없는 놀이도 있지만

승부가 있다고 하더라도 누가 이겨도 그만인 것이 놀이다.

술래도 승자가 아니고 숨는 아이도 승자가 아니다.

승자는 없고 재미만 있다.


더구나 놀이는 함께 해야 하고 맨날 나만 이기면 그 친구가 더 이상 놀아주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져주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맨날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도 아니면 다음판에는 이긴 사람 진사람을 섞어 버리면 어느새 승부는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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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놀려면 놀이도 배워야 한다. 놀이를 배우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 토지달빛놀이터

 

전래 놀이는 어른도 아이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축구를 아이와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야구도 아이와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물다.

왜냐면 체격과 능력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이는 아니다.

 

달빛 놀이터에서 매번 하는 그물 술래잡기나 대문 술래잡기는

학부모와 유치원생이 함께 뛰어 놀면서 할 수 있다. 특별한 능력도 필요 없다.

아이들이 더 유리한 놀이도 있고 어른들이 배려해야 하는 놀이도 있지만

나이와 성별로 능력으로 인해 차별당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다는 점이

게임과는 다르다.

 

승부도 없고 오직 재미만 있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어떤 것을 배우게 될까요?

 

"PC게임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놀이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놀이를 하려면 혼자서 할 수 없지만 배려하지 않으면 놀이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내가 힘이 쌔고 강하다고 해서 매번 이기면 친구가 더이상 놀아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힘 빼고 배려하면서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놀이입니다.

다음번에 놀아주지 않기 때문에 매번 승리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놀이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 놀이선생님-

 

우리의 고전 놀이는 두 가지로 보면 된다.

민속놀이는 특정한 날에 하는 대규모 놀이 예 줄다리리 강강수월래 차전놀이 같은 놀이다. 전래놀이는 매일매일 할 수 있는 일성적인 놀이다. 예를 소꿉놀이, 재기차기,비석치기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토지 아이들이 게임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아이들도 매번 달빛놀이터에 나가서 신나게 놀지만 집에 오면 다시 게임을 한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들도 게임 시간을 포기하고 달빛놀이터에 나가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전래놀이는 맘이 편해요. 놀기만 하면 되니까요”

“게임은 시작하기 전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해요 이기면 좋지만 지면 기분 나쁘고 매번 이기는 아이만 이겨서 기분이 별로 에요”


내 아이에게 물어보면 항상 이렇게 말한다.

 

게임은 혼자 또는 팀이 상대방과 경쟁을 통해서 승부를 결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항상 승부가 있고 패자가 있다. 승자는 즐겁고 패자는 유쾌하지 않다.


전래 놀이는 하다 보면 승부도 없고 패자도 없다.

즐겁게 땀 흘리고 놀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렇다고 PC 게임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만한 시간도 없고 공간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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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에 관한 토론을 하는 놀이 선생님과 학부모들 놀이와 게임의 차이 그리고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 토지달빛놀이터

 


우리가 하는 것은 한 달에 한 두번이라도 아이들에게 놀시간과 공간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아이들과 더불어 전래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지리산 산골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놀이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오래전엔 놀이가 일의 연장선에 있었다.

놀이를 통해 힘을 키우고 놀이를 통해 협동과 협력을 배웠다.

이를 통해 서로 돕는 품앗이와 두레를 했던 민족이 바로 우리의 민족문화였다.

 

"전래놀이는 인공적인 것이 필요하지 않다” 자본이 필요 없다. 고가의 PC가 없어도 되고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가능하다" 놀이는 평등하다.


청소년 자살율 1위인 우울한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래 놀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마을 공동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과 관계의 미학이 필요한 시기다.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우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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