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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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의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그녀의 노래 소리는 단단하고 힘차고 직선적이고 너무 여성적이지 않아서 좋다. 나는 노래 부를 기회도 없고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 아는 노래가 별로 없지만 양희은의 노래는 좀 알고 있다. 그녀의 노래는 데모가가 되었고 금지곡이 되었었다. 양희은은 나보다 한살 많다. 그러니까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녀 왠지 모를 친근감이 있고 저절로 그녀의 노래는 귓가에 들려왔다. 대학시절 벌써 그녀의 데뷰곡 '아침이슬'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녀는 가수가 되자 바로 스타가 된 것이다. 계속 히트곡을 냈고 그녀의 히트곡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상록수), '한계령'은 우리들의 18번이 되었다. 그녀는 가장 노릇하느라 힘든 청춘을 보냈지만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고 큰병도 얻어 시한부로 살았었고 외국에 살며 노래도 중단했었다. 유명한 가수로 성공했지만 사생활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어느날 티비에서 그녀가 노래하는걸 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머리는 너무 짧고 안경을 썼고 입은 좀 삐뚤어졌고 뚱뚱했다. 오랫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던 나는 그 시절 70년대의 그녀의 모습만 머리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목소리 만은 여전했다. 흠, 누군가 나를 보면 아마도 내가 그녀를 보고 놀랐듯 나를 보고 놀랄 것이다. 오랫만에 만난 후배는 나에게 이렇게도 말했다. "요한형은 알겠는데 누나는 전혀 모르겠어!" 

겉모습이 변한 것 만큼 그녀는 책에 줄줄이 쓸 말이 많다. 이 책을 보면 현재는 '여성시대'라는 라디오 방송을 24년째 하고 있고 노래도 다시 불러 젊은 가수와 콜라보도 많이 하고 신곡도 많이 발표했고 공연도 많이 한다. 이 에세이가 첫번째 책이 아니고 여기저기 글도 기고 한다. 시한부였으나 지금은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남편과 엄마의 건강까지 책임지며 누구보다 씩씩하게 사는 것 같다. 이렇게만 나열하여도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고 얼마나 할 말이 많을지 짐작이 간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바람도 피웠고 요절했다. 그녀가 부른 '군인의 노래'를 나는 노래방에 가면 가끔 불렀었다. 한번도 불러보지 않아도 쉽게 부를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도 금지곡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글을 쓰며 자신의 금기 사항을 모두 드러내고 아펐던 상처를 치유했을 것 같다. 그녀는 목에 결절이 있지만 수술을 할 수 없기에 관리를 잘 하며 산다고 한다. 또 여러가지 역할이 있지만 가수로서 사는게 가장 힘든 것 처럼 얘기하며 정기적으로 혼자 여행도 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노상 즐겁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힘들기에 그 만큼 보람이 있고 그러기에 즐겁고, 즐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아직 즐겁지 않다면 덜 힘들기 때문이다. 70이 넘으면 이제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럴수 있어"라고 말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철이 덜 들었거나 너무 편히 살았거나 지독한 이기주의자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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