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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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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앵초군락지를 살려주세요!!
    「섬진강 편지」 -지리산 앵초군락지를 살려주세요!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 나는 이 슬로건이 좋았다 이 얼마나 멋진 슬로건이냐 아침이면 휘돌아 가는 섬진강에 슬며시 내려와 얼굴을 씻는 큰산 지리산이 있는 구례, 군민들이 쌀 두어 됫박씩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지리산을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으로 만들어낸 구례사람들, 이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을 잘 보전하여 후세에 물려주리라는 구례의 정신이 참 좋았다. 나는 기꺼이 구례의 홍보기자가 되어 '자연으로 가는 길-구례' 에 어울리는 자연으로 가는 길의 풍경과 자연으로 가는 길의 구례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섬진강으로 지리산으로 구례장터로 신나게 달렸었다. 그 자랑스러운 구례가 2020년 섬진강 수해복구사업을 기회?로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강둑은 물론 마을 앞 도랑까지 파헤쳐지고 동글동글 매끄러운 돌들이 사라졌다. 3년 내내 중장비들이 구례를 점령했고 길목마다 버티고 선 공사 중 간판들과 소문만 흉흉한 날들이 이어졌고 새들은 떠나갔다. 전남 구례군은 ㈜피아웰니스, ㈜삼미건설과 '구례온천CC 조성사업(가칭)'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구례 산동 온천지구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사업비 1,000억원을 들여 산동면 관산리 일대 150만㎡ 부지에 27홀 규모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피아웰니스는 사업시행자로 기획, 설계, 각종 인·허가, 자금 조달 및 집행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삼미건설은 시공회사로 시공 및 책임 준공 업무를 수행한다. 구례군은 사업 인·허가 등 행정절차 이행을 적극 지원한다. <20203년3월 25일자 뉴스> 그 흉흉했던 소문의 실체였던가! 2023년 3월 25일 '지리산골프장 건설을 위한 협약'이 체결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읍내는 물론 면단위 마을 앞까지 골프장 건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으로 넘쳐났고 노고단으로 가는 길에 세운 자연으로 가는 길, 지리산관문 옆에도 현수막이 붙었다. 기습적으로 내걸린 400여 개의 현수막으로 시작된 사이렌 없는 공습경보였다 느닷없는 광경에 이게 뭔가?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산동사포마을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45만 평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가운데 이미 13만 평 이상이 파헤쳐지고 있었다 재선충 방제를 핑계로 구례군의 허가를 받아 나무를 베어낸다는데 소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나무를 남김없이 베어내 벌거숭이산을 만들어 놨다 골프장 건설 허가도 받기 전에 사전작업을 하고 있는 의혹이 짙은 산림벌채와 도로 개설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그 현장을 둘러보다 몇 해 동안 찾아헤매던 지리산 앵초꽃 군락지를 발견했다 수십만 포기의 앵초꽃이 계곡을 따라 피어 있는데 벌목작업장에서 100 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아 언제 중장비에 짓밟힐지 불안하다 지리산반달곰이 보고 갔을 담비와 수달이 놀고 갔을, 이 여리고 아름다운 앵초꽃들을 어찌 지켜내야 할지 지리산-인들이여! 전국의 야생화 동호인들이여! 여기 앵초꽃밭으로 달려와서 보시고 한 말씀 보태 주시라 지리산앵초군락지 전남 구례군 관산리 19번지 https://goo.gl/maps/Y5GnDj3yoPyz2o5D8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3-04-13
  • 산악열차와 공공선
    지리산, 설악산 등 우리나라 주요 산들은 개발하려는 움직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가 사는 남원 지리산에도 그 바람은 거세다. 산과 강처럼 자연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건만 정치인들은 표에 이득이 될 것 같으면 배설하듯 개발 공약을 내뱉는다. 지난 10월 24일은 세계 소아마비 날이다. 10월 28일은 전 세계 소아마비 퇴치를 가능하게 한 '조너스 소크'가 태어난 날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광복을 이야기해 보자. 1945년 8월 15일 광복은 민족의 독립투사에서부터 조선의 민중들까지 한마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결과가 쌓이고 쌓여 서서히 무르익어갈 무렵에 엄청난 한 방이 터진 결과로 이룩하게 된다. 그 어마 무시한 한방은 바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각각 ‘리틀보이’와 ‘팻맨’이라는 코드명이 있다. [난쟁이와 뚱뚱보]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코드명은 당시 미국 대통령인 루즈벨트와 영국 수상인 처칠의 별명이다. 영국 수상은 몸이 뚱뚱해서 별명이 그렇다 치자. 하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은 키가 188cm이다. 그런데 난쟁이라니 이상한 별명이다. 이 이상한 별명에는 사연이 있다. 루즈벨트가 정치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9세 나이에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에 앉아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난쟁이라 놀린 것이다. 개인의 안타까운 질환을 놀리는 행위는 우리 정서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표현이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리 불렀다고 한다. 특히 핵무기를 개발하는 맨하튼 프로젝트는 국가 주도로 진행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안타까운 질병에 관한 별명을 코드명으로 사용한 것은 다시 생각해도 대단해 보인다. 우리는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예술, 창작, 표현을 자유롭게 풀어내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미국의 또 다른 힘인 듯싶어 부럽기도 하다. 소아마비는 5살 미만의 어린아이들에게 주로 걸리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한번 발병하면 사망하거나 장애를 안게 될 확률이 아주 높은 무서운 병이다. 실례로 미국에서 1952년 한 해 동안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들이 58,000명이라는 보고가 있다. 이 중 3,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사망하고, 20,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장애를 가졌다. 루즈벨트는 자신을 괴롭혔고 많은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는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예방과 치료를 위한 노력을 쏟게 된다. 1955년, 드디어 '조너스 소크'에 의해 백신이 개발되었다. 제약회사들은 돈다발을 들고 그를 찾아갔다. 특허를 내고 백신을 생산하기만 하면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크는 어떤 제약회사에도 백신을 팔지 않았다. 대신 모든 제약회사에 백신 만드는 법을 알려주어 누구라도 돈이 없어 백신을 맞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방송 인터뷰가 쇄도했다. 사회자가 “왜 백신에 특허를 내지 않았나요?”하고 물었다. 이때 소크는 아주 유명한 말을 남긴다. “태양에 특허가 있나요?” 사람들 누구나 공짜로 태양 빛을 이용하듯이 자신이 개발한 백신도 누구든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선의 실천이다. 누구나 말은 쉽게 하지만 자신에게 엄청난 부을 안겨줄 이익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알지도 못하는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실천한 것이다.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국가를 상대로 수익을 올리면 안된다. 그리고 사유화해서도 안된다. 마찬가지로 국립공원도 국립공원에 사는 뭇 생명이 주인이다. 몇몇 정치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약을 남발하고, 개발하고, 이용하는 대상이 되면 안 되는 곳이다. 국립공원은 인간 활동 때문에 무기력하게 파괴되는 자연이 이대로 가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에 사람들이 이곳만은 지키고자 만든 곳이다. 우리 국민 모두의 약속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곳은 한 줌도 안 되는 정치인과 공감력이 없는 무서운 과학자들이 재능을 시험하는 곳이 아니다. 제발 산악열차가 놓이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지리산이 그대로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2-11-17

실시간 지리산 위기 기사

  • 지리산산악열차를 바라보는 아이들 아빠의 시선
    조정수 (악양에 사는 세 아이 아빠. 10년째 초보 농사꾼) 7살 아이의 꿈이 공룡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맨날 공룡책을 본 끝에 그 어려운 이름을 척척 - 사실 그게 맞는지 전 모릅니다 - 말하게 되었으니 꿈이 공룡학자라고 해서 말도 안되는 것이라 생각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얼마전부터는 동물책을 파듯이 보고나서 그냥 독수리 하면 될 것을 흰머리수리니 검독수리니 뭔가 세부적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꼭 동물학자를 꿈꾸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온갖 곤충이름을 외우고 식물이름을 오물거리니 저는 아, 생태학자가 꿈이구나 하고 생각해 버립니다. 아이가 이렇게 된 것은 자기 누나들이 비슷해서 맨날 무슨 꽃이름, 풀이름을 외우고 나가서 그 풀을 꺾어오고 무언갈 조물조물 만들어 머리에 꼽고, 유리컵에 담아 오던 것에서 배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만 자기는 식물로는 누나들을 이길 수 없으니까 여자애들은 보통 관심 밖인 공룡쪽에서 우위를 점해 보겠단 심산이었던 것입니다. 뭐 어쨌든 저는 그 노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는 편입니다. 집안에 풀씨를 흩뿌려 놓아도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이 뒹굴러도 그냥 웃고 맙니다. 아이들이 유식한 말로 자연놀이를 하게 된 건 사는 데가 그런데라 그렇습니다. 하동, 악양. 눈을 들면 산이고 눈을 깔면 들입니다. 밖으로 통하는 길은 섬진강 19번 도로밖에 없습니다. 그런 곳입니다. 골짝골짝 시골은 아니지만 앞 산이 천 미터 뒷 산이 구백 미터니 자연 속에 푹 파묻히기론 골짝골짝골짝입니다. 섬진강에서 피어난 구름안개가 넘실넘실 산허리를 감다가 형제봉 위로 사르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자연이 참 멋지고 아름답다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낮에 넘실대는 구름에 감탄했다면 밤엔 그저 깜깜한 공간감에 감탄합니다. 밤은 이래야 맛이지. 하늘인지 산인지 경계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무경계 안에서 곰도 살고, 노루도 살고, 삵도 살고, 날다람쥐도 살거라 생각하니 여기가 참 자비로운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수원을 일군다고 산중턱까지 올라갔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발치입니다. 위쪽에 남아있는 평화로운 공간 덕에 악양이 여백있어 보이고 복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여백이 모두에게 복스럽게 보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군수는 그 여백을 개발의 여지로 본 듯 합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산악관광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 전경련 보고서가 그에게 바이블로 다가간 것이 아닐까. 마치 카피라도 한 듯, 전경련식 산악관광 모델을 실현시키기 위해 국립공원 구역을 한 발짝 비낀 바깥을 도려내어 개발하는 것을 ‘하동알프스 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이고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산 정상부근에 민간자본의 힘을 빌어 15만평을 밀어내어 열차길을 내고, 호텔과 미술관과 정거장을 만들어 하동의 100년 먹거리로 삼겠다는 게 그 줄거리입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속으로 노하고 겉으로 비웃었습니다. 헐. 100년 미래를 꿈꾸다니 세상이 어찌 되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살 수 있는 그 무심함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자연은 뒷전이 되고, 돈과 오락이 남는 형제봉이 될 테지요. 결국 인간이 자연과 분리된 척 제 멋대로 지구를 망쳐왔던 과거의 잘못을 다시 이곳에서 반복하는 셈이 됩니다. 지리산은 보루라 이곳이 무너지면 다른 산도 삽시간 돈과 오락만 남는 곳이 될 것이란 불안에 휩싸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되도록 두어선 안되겠다 다짐합니다. 아이들에게 남겨져야 할 것은 돈과 오락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생명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자연이 100년 미래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길 바라며 2020년 9월 9일. 기도합니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1-06-30
  • 지리산 형제봉, 반달가슴곰이 좋아합니다
    윤주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이사) 기획재정부의 ‘지리산 산악열차 계획’(기획재정부와 하동군은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라 부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지리산 형제봉(악양)과 반달가슴곰. 반달가슴곰들은 언제부터 이곳(지리산 형제봉)을 좋아했을까요? 1996년에서 1997년까지 야생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찾아 지리산 곳곳을 다닌 우두성 이사장(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마이타 소장(일본 반달가슴곰연구소)은 형제봉 일대, 특히 산악열차가 통과하는 것으로 계획된 ‘원강재’에서 야생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다수 발견하였습니다.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대상지입니다. 붉은 선은 산악열차, 파란 선은 케이블카, 초록 선은 모노레일이며, 세 개의 선이 만나는 곳이 정류장(현재 형제봉 활공장)이고, 검은 색 원이 그려진 곳이 원강재입니다. (정태준 도면작업) 우두성 이사장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1997년 9월 30일, 원강재에서 2~3일 전에 나무를 할퀸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발견하였다고 되어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형제봉 일대는 반달가슴곰의 삶터입니다. 1997년 9월 30일 원강재에서 발견한 반달가슴곰 흔적 (우두성 이사장 제공) 1996년, 1997년 당시, 화개, 악양, 청암지역 탐문 후 작성한 현장노트 (우두성 이사장 제공)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1-06-30
  • 형제봉 반달곰 프로젝트를 위하여
    최지한 (지리산산악열차대책위 집행위원장) 1. 글을 요청받고, ‘지리산人’에 지리산 연대기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잠시 고민을 했다. 고민이란 것은 이렇다. 하나는 국립공원 50주년을 맞이하여 발간한 책에 이미 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이다. 소식지에 실리게 될 이 글이 인쇄와 배포에 소비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습관적으로 ‘기후문제’를 입에 올리면서 대량의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이 일에 동참한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평소 지역 곳곳에 수십 부씩 배포되지만 제대로 읽혀지지도 않고 버려지던 모습을 보며 ‘과연 저렇게 계속 찍어대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더욱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 ‘무릇 진보란 그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J.Nestroy, 피보호자 중에서 마을회관에 가면 ‘행복마을 콘테스트’ 우승 깃발과 상장이 걸려 있다. 그리고 상장의 하단부에는 다음과 같은 직책과 이름이 적혀져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 지난 2017년 겨울,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긴 공방 끝에 들려온 헌법재판관의 판결 선고와 함께 봄은 찾아왔고, 세상이 바뀔 거라는 기대감에 들뜬 사람들도 많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지지하던 대통령의 탄핵 소식에 절망했을런지도 모른다. 항상 오는 봄이지만 특별하고 새로운 것만 같은 봄이 찾아왔고, 대통령 선거를 거쳐 ‘통합과 공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을 국정운영의 기치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노후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지, 남북정상회담,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격적인 정책으로 추위와 맞서가며 촛불을 들었던 우리들의 바램이 실현되고 많은 문제들의 실마리가 풀려가는 듯 하였다. 국민들은 뜨거운 지지로 화답하였고, 정부와 여당은 압도적인 지지율을 등에 업고 기나긴 세월 동안 적체되어 있던 폐단들을 하나 둘 해결해 나가는 듯 보였다. 비로소 우리 사회가 ‘진보’하는 듯한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체불명의 불청객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불리는 병원체는 우리 사회와 전세계가 바로 직전까지 믿고 따르던 시스템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국경은 폐쇄되었고 경제는 마비되고 전염의 가능성을 근거로 사람들 사이에는 벽이 놓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투명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극단적인 감염 사태가 지나자 우리에게는 경제 문제가 닥쳐왔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규제혁파를 통한 경제 활성화였고 그중에 하나가 관광산업 분야의 산지규제 특례 마련을 통한 ‘산림휴양관광진흥’이었다. 지난 봄 나에게 다가온 ‘진보’는 무엇이었을까? 3. 4대강 사업과 산림휴양관광진흥구역법 그리고 하동알프스 프로젝트 산림휴양관광진흥구역법 제정을 통한 산악관광활성화 대책을 접하고 난 뒤 불현듯 떠오른 4대강 사업의 모습들. 강을 정비하고 일자리 창출로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나라 곳곳의 하천에 가해졌던 그 폭력의 손길들. 습지와 모래톱을 끊임없이 뭉개고 파내던 수많은 굴삭기들이 이제 산으로 오른다. 산림보호법와 산지관리법으로 겨우 지켜지던 그 숲들이 이제 곧 사라진다. 더군다나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것이 무엇인가 하면 ‘하동알프스 프로젝트’. 심지어 지금 사는 마을 근처에 정류장이 들어선다. 그리고 해발 1100m 형제봉 정상을 향해 일직선으로 기찻길이 놓인다. 형제봉이 자리한 지리산 남부능선을 경계로 마주하는 화개 쌍계사에는 화개 쪽 정류장이 들어선다. 그 둘은 형제봉 정상에서 만나고 그곳에는 관광객이 머물 호텔이 들어선다. 누구의 상상일까, 상상미술관도 들어선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격적인데 여기서 삼성궁을 향해 기찻길이 놓인다. 국립공원 구역을 피해서 7부능선을 훑고 구불구불 삼성궁을 향하여... 산악열차 15km, 모노레일 5.8km. 이게 제정신인가. 더 무시무시한 것은 이곳 하동에서 벌어질 일은 시범사업이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산에도 얼마든지 열차가 오르고 호텔이 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니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이 글이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까지 누군가에게 읽혀질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글을 쓰고 있다. 사진. 하동군수가 설치한 형제봉활공장 비행안내판에는 이곳이 반달가슴곰 서식지라 적혀있다 4. 형제봉 반달곰 프로젝트 2015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대관령 일대의 대대적인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던 산악관광진흥 정책이 산림휴양관광진흥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특별법을 제정하여 각종 규제를 풀어준다고 한다. 시범사업의 이름으로 시험대에 오른 하동알프스 프로젝트.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발상이 아직도 이어지는 것을 보면 분명 진보는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것 같다. 지금 하동에서는 산악열차로 대표되는 하동알프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데서 나아가 지역 사회와 자연 그리고 이러한 사업을 처음 제안한 하동군까지도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 중이다. 우리는 지금 발표된 하동알프스 프로젝트에는 반대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 이름하여 형제봉 반달곰 프로젝트를 꿈꾼다. 봄이면 정상 아래 북사면 평전을 가득 채우는 박새군락, 능선부 탐방로 주변에 가득 피어나는 철쭉과 노랑제비꽃 그리고 군데군데 군락을 지어 소담한 꽃을 피워내는 산작약 군락지가 숨어 있는 곳. 여름 정상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볼 수 있고, 발아래 짙게 우거진 푸른 숲엔 하늘다람쥐, 담비, 삵, 노루가 뛰어다니는 곳. 가을이면 숲 곳곳에 쓰러진 신갈나무에서 피어나는 온갖 버섯들과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 그리고 옛 원강사지 한구석에서 하얗게 빛나는 주춧돌과 일주문의 초석이 있는 곳.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반달가슴곰이 찾아오는 곳. 그리고 그 형제봉에 기대 마실 물과 각종 산나물을 얻고, 위안을 받는 산아래 사람들. 많은 사람들과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꿈꾸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것들이 새로운 시범사업으로 거듭나길, 그리고 새로 제정될 특별법에 반영되어 사람도 자연도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산림휴양관광진흥법’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선택했던 ‘통합과 공존’의 원칙 그리고 그 다짐을 이젠 정부나 기관이 아닌 우리가 실현해야 할 때이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1-06-30
  • “성삼재․정령치도로 전환연대” 출범선언문
    오늘 우리는 지리산과 성삼재․정령치도로를 이야기하려 한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며 최대면적의 육상공원으로, 우리나라 산악의 대표성과 상징성, 역사성을 고루 갖춘 민족의 영산이다. 그런 지리산국립공원을, 성삼재․정령치도로는 쉽게 올라와서 놀다가는 관광지로 전락시켰다. 1988년 성삼재․정령치도로가 건설된 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은 2배, 노고단 탐방객은 7배가 증가했다지만, 1,100m 고지까지 차량을 이용하여 쉽게 올라온 탐방객은 놀이공원에 갈 때와 똑같은 복장과 마음으로 1,507m 노고단을 한번 휙 둘러보고 가는 것이다. 그 대가로 야생동물의 서식처와 이동통로가 잘라져 수십년 동안 로드킬이 끊이지 않게 되었으며 도로를 통과하는 연간 45만 대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소음, 냄새 등으로 지리산의 동식물들은 몸살을 앓아야 했다. 올림픽 관광객을 유치, 돈 좀 벌어보자는 단견에, 지리산을 뚫어 아스팔트 도로를 깔았던 1988년의 황폐한 시대정신이 가져온 결과이다. 친환경, 탈탄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인식하기에 이른 오늘날에까지 이 낡은 유산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진작부터, 국립공원 지정의 취지, 생태환경 보호를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성삼재․정령치도로의 아스콘 포장을 뜯어내어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금 당장 그럴 수 없다면 도로의 이용 방식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성삼재, 노고단 등에서 캠페인을 하였고 마을주민, 사찰을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국회, 관련 기관 등과 공동으로 간담회, 대화마당,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어떠한 변화도 없다. 하여 오늘 우리는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성삼재․정령치도로전환연대”(이하 전환연대)를 출범한다. ‘전환연대’는 기후위기시대, 탈탄소사회로 가는 길에 성삼재․정령치도로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모색함과 함께, 당장의 과제로서, 일반도로인 성삼재․정령치도로를 국립공원도로화하여, 일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구례와 남원의 주민들이 공동운영하는 친환경 전기버스만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전환연대’는 이를 위해 모든 개인과 단체, 기관을 만나 이야기하고 협력할 것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을 사랑하고, 지리산자락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원한다면,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동식물과의 공존을 꿈꾼다면,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탈탄소 사회로 가야한다는 절박함에 동의한다면, 모든 이들이 우리와 함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21. 4. 29 성삼재․정령치도로 전환연대 공공운수노조광전지부구례자연드리파크지회. 구례군농민회. 구례군여성농민회. 구례여성포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남원시농민회.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실상사. 자연놀이터 그래. 전북녹색연합. 지구를위한작은발걸음.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종교연대. 진주환경운동연합. 화엄사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1-06-01
  • 지리산국립공원 훼손하고 주민 동의 없는 서울~성삼재 고속버스 노선 폐지해야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 요즘 나는, 여러 일들로 마음과 몸이 힘겹다. 코로나가 우리를 묶어놓는 사이, 기획재정부와 하동군은 악양 형제봉에 산악열차를 건설하겠다고 하고, 6월말부터 계속된 비에 텃밭의 작물들은 녹아내렸고, 8월 8일에는 섬진강댐 대량방류 등으로 구례읍, 구례 마산, 남원 금지, 하동 화개 등이 수장되어 수천억 원의 피해와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여기에 하나 더,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굵직한 사안들 틈을 비집고 ‘서울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까지 고속버스 정기노선(이하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을 인가하였다.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지리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 중 내가 관심이 가는 부류는 이왕에 있는 도로, 서울 사람들 입장에서는 편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하는 분들이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우리가 성삼재도로를 통해 지리산에 간 게 몇 년부터일까, 성삼재도로는 편한 거 말고 무슨 이익이 있는 걸까를 생각하게 된다. 몸과 마음으로 성삼재도로를 바라본다. 성삼재도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지리산의 목재를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던 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삼재길은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 토벌 명목의 군사작전도로가 되었고, 1985년에 IBRD 차관 등 68억 원 예산으로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거쳐 반선을 잇는 너비 8m 포장도로로 재정비되었다. 성삼재도로 확포장 이유를 당시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지리산을 편하게 관광할 수 있게 할 목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방도 861호라고 이름 붙였다. 성삼재도로가 포장되자 사람들은 버스, 승용차를 이용하여 성삼재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게 되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중산리, 백무동, 뱀사골, 화엄사 등을 지리산 산행의 시작점으로 택하지 않았다. 성삼재도로 개통 이후 지리산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50% 정도가 성삼재를 통해 지리산에 올랐고, 연간 50만대 이상의 차량이 성삼재도로를 이용하였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삼재도로가 포장된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2배 이상 늘어났고, 노고단을 오르는 사람도 7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1년 성삼재엔 11,670㎡ 규모의 주차장이 만들어졌다. 5월, 7~8월, 10월에 성삼재도로를 이용해 지리산국립공원을 가본 사람이라면, 성삼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밀려 그 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1100m를 오르는 차량들의 곡예 운전, 잦은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한 타이어 타는 냄새 등은 성삼재 주차장으로 이르는 길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그러면 그 도로로 인해 차량과 사람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지리산 인근 지역사회는 경제적으로 덕을 보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곧바로 지리산 위로 올라가게 되면서 인근 지역사회는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 되어버려 지역사회에 경제적으로 손실을 주었을 뿐이다. 성삼재도로는 지리산국립공원에도, 지리산자락 주민에게도 아픈 도로가 된 지 이미 오래이다. 나를 포함하여 지리산을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과 단체들은 성삼재도로의 역사와 이 도로가 지리산국립공원과 그곳에 사는 동식물에게 미치는 영향,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성삼재도로 이용 전환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하였다. 1년에 하루만이라도 성삼재도로를 차 없는 도로로 만들자고 성삼재 걷기를 하였고, 지역주민들과 만나 성삼재도로 이용 전환을 위한 대화마당을 열고, 성삼재도로 주변의 외래식물을 조사하고,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와 포럼을 개최하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성삼재도로가 바뀌어야 지리산이 건강해지고, 진정한 의미의 국립공원, 국립공원의 가치와 존엄성을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있는 도로인데.. 그런다고 현실적으로 어떤 변화가 가능하겠어?’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를 인가하면서 성삼재도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서울 성삼재 고속버스 인가 소식을 접한 구례군민들은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한 구례군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구례 땅인 성삼재까지 올라오는 정기노선 버스를 인가한 것에 분노하면서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례군민들은 말로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버스가 도착하는 토요일, 일요일 새벽 2시 30분에는 도계쉼터에서 버스를 막고, 승객들에게 구례군민의 분노와 협조를 전달하였다. 이러한 구례군민들의 반응을 바라보는 다른 지역사람들의 시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구례군 버스는 성삼재까지 올라오면서, 정기버스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케이블카 추진이 어려워지니 그런 것 아니냐고들 한다. 구례군이 진정으로 지리산 환경을 생각한다면, 구례 성삼재 버스 폐지, 지리산 케이블카 포기 등을 선언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상태에서 당국이나 지역주민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한 대안은 지리산을 관통하는 지방도 861호를 국립공원도로로 전환하는 것이다. 성삼재도로가 국립공원도로로 전환되면, ‘구례~성삼재 군내버스’를 포함한 일반 차량의 통행은 막고 친환경차량만 다닐 수 있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지리산 방문자들에 의거해 살아가는 지리산 인근의 주민들의 경제적 삶에도 보탬이 될 수 있고, 지리산국립공원의 생태적 보전에도 도움이 되며, 지리산 방문자들에게도 별다른 불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필요 없어질 성삼재주차장을 자연상태로 복원하면, 백두대간 마루금을 연결하는 한반도 생태축 연결의 큰 꿈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리산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짐은 물론이다. 이것이 지리산국립공원과 지리산자락 주민이 함께 선택할 수 있는 상생과 공존의 가장 간결한 방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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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01
  • 지리산 산악열차는 안 된다고 호소하는 반달가슴곰 한 쌍
    지리산 산악열차는 안 된다고 호소하는 반달가슴곰 한 쌍 나는 반달가슴곰의 눈을 보고 그만 반해버렸다. 깊고 맑고 투명한, 자연의 신비를 담은 그 눈. 단군신화의 주인공인 반달가슴곰,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329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 부속서Ⅰ등급, IUCN 적색목록(Red List) 취약종 등으로 불리는 그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몸속에 값비싼 웅담을 지닌 보신용’ 동물이었을 뿐이다.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 이전, 위험한 야생동물이라고 하여 한반도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은 1300여 마리에 달한다. 1950년 이후에도 한국전쟁, 산업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웅담 채취 등으로 사라진 반달가슴곰이 1970년 현재 지리산에서만 약 200마리이다. 다시 세월이 흘러 1982년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반달가슴곰은 여전히 돈 되는 불법밀렵의 대상이었다. 반달가슴곰을 원하는 사람들, 그들은 40~60g 나가는 ‘곰의 간’을 탐한다. 단지 어떤 동물의 간이 보신에 이유로, 총, 함정, 올무, 덫 등 온갖 살상용 도구를 이용하여 죽여서 그 간을 꺼내는 존재, 이 지구상에 ‘인간’ 말고 또 있을까? 한반도 남쪽에서 그렇게 사라지던 반달가슴곰을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한 건, 지리산에 설치한 한 방송국의 ‘무인센터 카메라’(이하 카메라)에 야생 반달가슴곰이 찍히면서였다. 2000년도의 일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되었다. 혹자는 말한다. ‘여기에 살지도 않던 동물을 왜 다른 나라에서 데려다가 풀어놓느냐’고.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여기 살던 반달가슴곰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10마리도 아니고, 100마리도 아니고, 적어도 1,000 이상을 우리가 죽였고, 그래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반달가슴곰을 입으로는 ‘민족의 어머니’라 말하면서도 그 웅담을 얻기 위해 살상해온 우리의 역사, 그 역사에 대한 반성이고, 추악하고 잔인해진 인간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복원사업을 통해 간신히 명맥을 이어준 반달곰들을 위협하는 불법밀렵, 서식지 부근 난개발 등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 때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또한 우리의 힘이 미약함에 절망하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가 절망하는 순간마다 신기하게도 반달가슴곰이 나타나 우리 대신 사회에 경종을 울려 주었다. 2018년 ‘반달가슴곰 KM-55’(이하 반달가슴곰 개별 개체를 표현할 때는, KM-55 방식으로 표현)는 올무, 덫 등 잔인한 수렵도구 금지와 수거에 미온적이던 인간 사회를 향해 외쳤다. 불법 수렵도구를 없애달다고, KM-55는 백운산 골짜기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참혹한 모습을 통해 그렇게 절규했다. 환경부는 그 사건을 계기로 법을 개정하여 모든 올무와 덫을 불법화했다. 2018년 지리산에서 100km나 떨어진 수도산으로 KM-53이 발견되었을 때, 야생동물 전문가라는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 곰은 일반적인 곰과는 다른 완전 ’또라이‘ 곰이라고, 잡아들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아니면 계속 사고만 칠 것이라고. 논란과 논쟁의 그 순간,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에서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이 찍혔다. 이 곰은 나중에 KM-86으로 이름 붙여졌다. KM_86은, 우리 반달가슴곰들은 또라이가 아니다. 단지 배우자를 찾아, 먹이를 찾아, 다른 삶의 터전을 향해 떠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12월 16일),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투쟁에 지쳐 있던 우리에게 또다시 흥분되는 소식이 날아왔다.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최단거리로 413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이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찍힌 것이다. 영상분석결과에 의하면, 반달가슴곰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KM-61로 복원사업을 통해 지리산에서 출생한 수컷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에서는 발신기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리산에 원래 살던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지리산 형제봉에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사람들은 이곳은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가 아니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니 사진 속에 등장한 이 한 쌍의 반달가슴곰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거짓말 하지 마라. 지리산 형제봉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고, 그곳에서 우리는 짝짓기를 하고, 겨울잠을 나고, 새끼를 낳아 기른다고, 그러니 제발 이곳은 빼앗지 말아달라고. 이제 우리는 반달가슴곰의 메시지를 받아 관계당국에 다시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리산 형제봉 개발을 추진한다면, 그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국립공원, 천연기념물, 멸종위기동식물, 보호지역 등과 관련된 법과 제도, 정책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라고. 현재 단계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핵심이 되는 것은, 반달가슴곰들이 살 수 있도록 서식지를 보호하고 넓혀 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스스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정부는, 대기업들의 이해와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반달가슴곰이 자리 잡고 살아갈 땅을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파괴해도 괜찮다는 그러한 행태에서, 인간의 보신에 좋다는 이유로 반달가슴곰을 살상하여 웅담을 끄집어내던 그 추악한 탐욕의 행위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나는 우리 인간이 풀과 나무, 동물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길러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양심이 있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일 수 있도록,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땅은 그대로 놔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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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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