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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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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개 유감
    「섬진강 편지」 -안개 유감 2023년 10월 22일 안개, 10월 23일 안개, 10월 24일 안개, 10월 25일 안개, 10월 26일 안개, 내리 닷새 아침 안개가 점령군처럼 구례를 장악했습니다. 안개가 옅은 날은 9시쯤이면 걷히지만 독한 날은 11시가 되어서야 해를 볼 수 있습니다. 섬진강과 서시천, 그리고 지리산 골짜기 아래마다 하나씩 있는 저수지들이 봄가을이면 구례를 안개의 마을로 만듭니다. 구례로 이사를 와서 8년이 지나고 나서야 안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구례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안개의 피해를 모르고 아침마다 안개 예찬론을 펼쳤으니 얼마나 철부지로 보였을까요! 봄, 가을이면 일조량이 현저히 부족하고 습도가 높아 농작물들은 병에 취약하고 강마을 노인들은 기관지, 천식 등으로 고통을 받는답니다. 오죽하면 안개를 피해 산동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겠느냐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최근에 지자체가 유치 신청한 양수발전소가 건설되게 된다면 구례는 그야말로 안개공화국이 되고 말겠지요. 섬진강댐보다 큰 규모의 댐이 2개나 들어선다면 1년 내내 안개에 시달리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거기다가 양수발전에 부족한 물은 섬진강에서 끌어 쓰게 된다니 그렇지 않아도 바닥으로 겨우 기어가는 섬진강물은 더 마를 것이고 가둬둔 물을 흘려보내게 되면 섬진강 하류의 오염은 뻔하지요.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들어 내는 때 묻지 않은 풍광들이 있어 귀촌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귀촌 인구가 감소 추세인 최근에도 705명(2022년, 구례군 자료)이 귀촌했을 정도로 구례는 3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구례지역 귀촌자들의 특성은 주로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사람들로 최근 우리 마을에 7명의 젊은이가 이사를 왔는데 다들 구례의 천연 풍광에 매료되어 온 친구들입니다. 진정 애향 애민의 위정자들이라면 국비 1조 원이란 곶감으로 지역민들을 현혹하지 말고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의 본심을 잊지 않도록 고심해야 할 것입니다. 댐이 들어서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어 30여 년 전에 댐이 건설된 순천 주암댐 주민들의 호소를 들어보시라! "자욱한 안개에 폐암까지"‥주암댐 주민 피해 호소 https://ysmbc.co.kr/article/d4H__7afKF797L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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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편지
    2023-10-27
  • 지리산 법화종주
    「섬진강 편지」 -지리산 법화종주 천왕봉,제석봉,연하봉,촛대봉,영신봉,칠선봉, 덕평봉,형제봉,삼각봉,명선봉,토끼봉,삼도봉 2박 3일, 지리산 품으로 출가를 했습니다 40km 지리능선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린 수행길 절뚝이며 휘청이며 30시간을 걸으며 우리네 삶도, 사랑도 이렇게 숱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깊어지는 것임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폐절제 수술 3년이 지나고 망설이던 지리산 종주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니 폐가 잘려 나간 자리에 새로운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넘어지면 손잡아 주고 가파르면 끌어주고 카메라 짐을 나누어지어 준 지리산사람들 길동무님들이 있어 힘들다는 겨울 지리산 종주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섬진강 /김인호 *지리산 법화종주 ; 법계사에서 화엄사까지 오는 종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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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편지
    2023-01-26
  • 다퍼강
    「섬진강 편지」 - 다퍼강 진안 데미샘에서 광양 망덕포구까지 550리 맑은물길 곱디고운 모래로 유명하여 섬진강 옛 이름은 다사강(多沙江)이었다. 반짝 반짝 은빛모래를 바지게나 소달구지로 퍼내던 옛적은 그야말로 소꿉장난이었다. 요새는 *일각수가 덤프트럭을 거느리고 들어와 며칠만 퍼내도 거대한 모래산을 쌓는다. 이 고운 모래를 안 퍼가는 놈만 병신이라 앞 다투어 이 놈 퍼가고 저 놈 퍼가고 경상도 것이 퍼가고 뒤질세라 전라도 것이 퍼갔다 그래도 양심이라는게 쬐끔 남았던지 2004년에는 섬진강길 11개 시군 대표들이 ‘섬진강 환경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섬진강 모래를 더 퍼냈다가는 큰일 나것다 인자 더 이상 섬진강 모래 퍼내지 말자고 도장을 찍었다 옛 모습은 되찾을 수는 없지만 흰모래가 조끔씩 쌓여 가는가 싶었는데 어느 손모가지가 근질거려 참을 수 없었던지 협약이고 나발이고 또 퍼내기 시작한다. 수해침수 복구 명분으로 이 놈이 먼저 퍼내기 시작하니 저놈도 달라든다. 여름에는 아랫동네서 퍼내더니 가을에는 가운데 동네서 퍼낸다. 윗동네는 가마니라서 가만히 있을까 모래가 많아 이름이 다사강이었으나 이 놈 퍼가고 저놈 퍼가서 모래 씨가 말라가는 다퍼강, 훗날 섬진강의 이름은 다사강이 아니라 다퍼강이라 불리겠구나 *일각수 : 뿔이 하나 달린 괴물이라 뜻으로 법정스님이 포크레인을 지칭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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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편지
    2022-11-20
  • 늦반딧불이와 놀다
    「섬진강 편지」 - 늦반딧불이와 놀다 저녁 후에 강아지와 마을 앞 들판길 산책을 하곤 하는데 요 며칠은 반디불이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작년까지는 몇 마리 보이지 않던 반딧불이가 많이 늘어나 길을 멈추고 하나, 둘, 셋 ~~ 헤다가 저만치 날아가는 반딧불이를 쫓아 엉뚱한 길로 가기도 한다 이제껏 반딧불이는 암수가 함께 날며 혼인비행을 하는 줄만 알았는데 암컷들은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고 풀섶에서만 빛을 낸다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반딧불이 암수 구분도 못하는 내가 참 우습기도 하지만 이 반딧불이 빛을 보여주고 싶은 외손주녀석이 멀리 사는 게 아쉽기만 한 밤이다. 저 아름다운 반딧불이들이 어디서 왔을까 하고 하늘을 보니 반딧불이 숫자만큼 별의 숫자 모자라는 것도 같다. 반딧불이가 없어지면 또 하늘 별의 숫자가 늘어나겠지. 여기 또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들이 있다. 남원시청 앞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반대 남원대책위 사람들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꼭 지켜야 할 국립공원을 깎아내고 쇳덩어리 기찻길을 놓겠다는 정신 나간 사람들을 향해 그 길로 가면 안 된다고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시청 앞에 나와 깜박깜박 빛을 밝히고 있다. 심심하면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산악열차를 놓겠다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지리산의 구상나무가 말라죽고, 반달곰이 떠나고, 아흔아홉 골짜기가 마르고 새들이 떠나가면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무슨 소용일까?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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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편지
    2022-09-16
  • 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섬진강 편지」 - 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어제 만난 정령치 숲 토끼에게 물었더니 그럽디다 용왕님한테 토끼 간을 갔다 바치고 존자리 하나 얻고 싶나보다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새벽 노고단 지리터리풀에게 물었더니 그럽디다 지 혼자 오늘 한판 걸게 쳐 먹고 끝내 버리려보다 내일, 우리 아이들, 그런 거는 나몰랑 허는 종자들이라서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반야봉 구름에게 물었더니 시 한수 들려줍디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에서 .............................................................................................................. 하동군은 2018년부터 공공과 민자사업을 포함해 총사업비 규모가 1650억 원인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리산 자락인 화개·악양·청암면 산 정상부 일원에 케이블카, 모노레일, 전기열차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기획재정부의 원점 재검토 결정과 민간사업자의 포기로 사업은 중단된 상태이다. 구례군은 지난 해 11월에 신청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변경’이 지난 6월 3일 환경부로부터 반려 되었다. 환경부는 케이블카 도착지가 반달가슴곰보호구역과 가깝다는 점 등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지역이나 이에 영향을 받는 지역의 동식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구례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케이블카의 '순기능' 중 하나가 도보로 산을 오르는 등산객을 줄인다는 점인데 구례군이 계획한 노선은 지리산 노고단 정상 바로 밑까지여서 노고단에 오르는 사람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원시다 지난 6월 26일 철도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산악용 친환경운송시스템 시법사업’공모에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이하 ‘지리산산악열차’)이 최종 선정되었다고 남원시가 발표하였다. 앞으로 남원시와 철도기술연구원은 산악용친환경 운송시스템 연구개발 검증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연구개발비 27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고기삼거리에서 고기댐까지 시범노선을 구축하게 된다. 남원시의 일방적 발표에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지리산 산악열차의 꼼수를 한번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http://worlganjb.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277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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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편지
    2022-07-07
  • 노고단 첫눈 맞이
    「섬진강 편지」 -노고단 첫눈 맞이 어제 오후 노고단 대피소에 확인을 해보니 2cm 정도 눈이 내렸다길래 '나는 구례다' 친구들에게 카톡을 날렸다 아이젠에 스패치까지 겨울등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새벽 4시 반, 비 내리는 화엄사 주차장에서 출발 눈으로 바뀐 시암재를 지나 성삼재를 오르는데 차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한다 차를 돌려 시암재에 주차를 하고 눈길을 뽀드득 걸어 노고단으로 향했다. 앞서간 발자국이 없다 7명 일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첫눈을 밟으며 진눈깨비를 맞으며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6시 24분이다 대피소부터는 앞서간 발자국이 하나 있다. 새벽 근무를 나간 국립공원 직원의 발자국이다. 앞이 안보 일정도로 날이 흐려 일출을 볼 수 없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다. 우회도로를 걸으며 눈길을 즐겼다 대피소부터 오르는 길에는 나무마다 눈꽃(상고대)이 피었다 단풍나무 잎들은 떨어지기 전에 눈꽃으로 다시 피어났다 노고단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드세다 얼어붙은 바위들은 낯선 얼굴로 드센바람 속에서 명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무장을 하고도 채 30분을 못 버티고 내려오는 길에 바위와 나무와 풀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저들은 이제부터 봄까지 칼바람 속에서 저를 단련시키고 새봄을 맞을 것이다 노고단 첫눈을 잘 모셨으니 오는 겨울은 내내 눈부시리라 내려가는 길에는 첫눈을 맞으러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눈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그들의 얼굴에도 첫눈 미소가 환하다 산을 다 내려와 돌아보니 상선암 부근의 붉은 단풍과 차일봉 산정 흰 눈의 대비가 무상한 세월의 오감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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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편지
    2021-11-10

실시간 섬진강 편지 기사

  • 천은사와 카메라 삼각대
    「섬진강 편지」 -천은사와 카메라 삼각대 매미 소리가 모기 소리만 한다 장마 통에 불어난 계곡 물소리가 매미를 모기로 만들어 버렸구나 음이온 가득한 천은사 소나무 숲길 두꺼비도 느릿느릿 산책 중이시네 천은사 저수지 둘레길에는 노랑망태버섯이 등불처럼 내걸렸네 천은사 산책길 이름은 '상생의 길'이다 실은 이 길이 나를 살린 길이다. 3년 전 폐암 수술을 받고 내려와 한발 한발 걷던 걸음마 길이다. 이 길을 거쳐 연기암길, 그리고 3년 만에 지리산 겨울종주를 했다. 아픈 이들에게 이 길 산책을 권한다. 가파르지 않아 느릿느릿 걷기 좋은 길이다. *천은사 데크길에서 카메라 삼각대를 습득해서 보관하고 있으니 분실하신 분은 천은사 종무소(061-781-4800)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노랑망태버섯 촬영을 오셨다가 두고 가신 것 같아 해시테그를 천은사, 노랑망태, 카메라삼각대로 걸어둡니다. #천은사 #노랑망태버섯 #카메라삼각대 -섬진강 /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7-29
  • 어머니
    「섬진강 편지」 - 어머니 강물이 얼마나 불어났나 보려 섬진강 문척다리를 건너 가는데 반대 차선에서 할머니가 위험하게 보행기를 밀고 온다. 서둘러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달려가 할머니의 보행기를 인도 쪽으로 옮겨 놓고 할머니에게 이쪽으로 가야한다하니 그쪽은 좁아서 그냥 차도로 가고 싶단다. 그냥 가시라고 하면 다시 차도 쪽으로 가실 것 같아 보행기를 밀며 한참을 할머니와 함께 걸었다. 98세 나이에 십리 너머 읍내에 사는 막내딸 주려고 장맛비 잠시 그친 틈으로 수박 두 덩이와 참외 다섯 개를 싣고 가시는 길이다. 십리 길이지만 할머니 걸음으로는 두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장대비가 비가 쏟아지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었다. 딸에게 전화해서 가져가라 하지 그랬냐니까 딸은 먹고 사느라 바빠서 갔다 줘야 쓴단다. 아, 그랬지. 그랬었지요 우리는 늘 우리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어머니 전화도 서둘러 끊었지요 고맙소 고맙소 들릴 듯 말 듯 인사를 몇 번이나 건네며 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보다 돌아왔는데 마을방송에서 누구 누구 어머니의 부음이 들려온다. 장마 틈사이 능청스럽게 푸른 하늘을 올려본다. 어머니! -섬진강/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7-18
  • 왕우렁이
     「섬진강 편지」 -왕우렁이 이제 뿌리를 내리고 제법 자리를 잡은 벼 줄기에 포도송이 모양의 섬뜩한 분홍빛 벌레알들이 여기저기 매달려있다. 논두렁의 풀밭에도 겁나게 매달려 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왕우렁이 알들이다. 지난 1992년 남아메리카에서 도입한 왕우렁이가 논의 잡초를 먹어 치우는 우렁이농법은 친환경 벼농사법으로 각광받아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왕우렁이는 한 번에 평균 320개 가량의 알들을 산란한다. 평균 수명 2~6년을 사는 동안 여러 번 산란한다. 게다가 부화 후 3개월 만에 성체가 될 만큼 성장력도 빠르다. 더 큰 문제는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동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주로 남부지역에서 월동란(卵)이 발견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왕우렁이가 식성이 대단해 논의 잡초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벼의 뿌리까지 먹어 치운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피해가 심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생태계 교란위해종으로 분류했다. 잡초제거용으로 보급한 왕우렁이 퇴치를 위해 각 나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왕우렁이 방제에 소요된 금액만도 100억 달러에 이르고 일본은 지난 1994년 규슈지방 논의 16%가 벼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인간들의 얄팍한 욕심에 의해 강제적으로 변화시킨 자연의 이변이 어디 한둘인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도 그렇다. 지금 당장 처리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강제로 바다에 흘려보내겠단다. 그래도 과학적?으로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떠들어대지만 100년도 못사는 사람들의 얄팍함으로 수천만 년 대자연의 질책을 어찌 감당하려는가 기왕지사 마을 앞 논에 우렁이가 많으니 우렁이를 숙주로 하는 늦반딧불이라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토종 우렁이와는 달라 왕우렁이가 오히려 반딧불이 유충까지도 먹어 치워 버릴 것이라니 참, 허참이다. -섬진강 /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7-12
  • 가장 아름다운 춤, 멈춤
    「섬진강 편지」 - 가장 아름다운 춤, 멈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이 멈춤이라는 말을 창문 너머로 산안개 춤추는 지리산중에서 들었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라는 욕망의 막춤을 끝내고 돌아봐야 할, 멈춤이라는 춤을 추어야 할 시간이란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십 만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날마다 뜨거워지고 있다. 밤이면 폭우주의보 낮이면 폭염주의보에 시달리고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 핵오염수 방류문제로 불안해야 하는 날들이다. 지역에서도 양수발전 건설로 찬반 의견이 분분하지만 명확한 것은 전기사용량이 늘어나고 거기에 대처하기 위해 또 산을 깎아내고 바다를 메워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 춤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춤, 그 멈춤의 주인공은 네가 아닌 나다. 내가 쓰는 전기사용량은 줄이지 않으면서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것도 이상기후를 걱정하는 것도 모순이다. 전기사용을 줄이는 실천이 그 멈춤의 첫걸음이다. 당장 내가 실천 할 수 있는 방법들은 그리 어렵지 않다 △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 뽑기 △ TV시청시간 외에는 셋톱박스 전원 끄기 △ TV볼륨 줄이기 △ 자연해동 후 전자렌지 사용하기 △ 비데 온열 기능 끄기 △ 세탁물은 적정량 모아서 세탁하기 △ 에너지소비효율1등급 제품 사용하기 △ 외출 시 유무선 공유기 전원 끄기 △ 진공청소기 흡입강도 한 단계 낮춰 사용하기 △ 냉장고의 냉장실은 여유 있게 사용하기 이런 사소한 방법들로 하루 1kWh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다니 당장 가장 아름다운 춤인 멈춤을 한번 춰보자 - 섬진강 /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7-11
  • 산내 가는 길
    「섬진강 편지」 -산내 가는 길 지구 평균 기온이 17도를 넘어서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 폭염경보 아니면 폭우경보 두두두두 난사되는 경보 문자의 나날들 내일은 또 무슨 문자가 발사될지 비가 쏟아지는 정령치를 넘어 산내 실상사에 갔다가 구름 가득한 정령치를 넘어 돌아왔다 폭염의 날도 폭우의 날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지리산 아무래도 우리의 미래는 이 푸른 산에 달려있다 - 섬진강 /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7-07
  • 무우루無憂樓
    「섬진강 편지」 -섬진강마을 무우루 천둥벼락 요란했던 밤 지새운 아침 큰 물난리가 났었던 2020년 그 아침과 흡사했다. 그날처럼 구례장날이었고 밤 내 비가 오다 아침에 말끔하게 개었다. 서둘러 강길로 나가본다. 섬진강 곳곳이 공사 중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길 나선 김에 문척 죽연마을 무우루 능소화를 보러 갔다. 진즉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큰비가 지나간 다음이라 꽃들이 많이 졌다. 무우루無憂樓, 근심을 없애주는 집답게 벌겋게 녹슨 무우루 간판과 판자로 뚝딱 만든 표지판이 편안하다 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나 누추하지 아니하고 화려하나 사치롭지 아니하다> 김부식 선생이 백제의 새 대궐을 미학적으로 평하며 남겼다는 문장이 떠오르는 무우루! 주인장과는 안면은 있지만 집안이 너무 조용하여 그냥 대문간에서 빼꼼 들여다 보고만 왔다. -섬진강 /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6-29
  • 후투티 첫나래짓
    「섬진강 편지」 -후투티 첫나래짓 이원규시인과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후투티 새끼새의 처녀비행을 지켜봤습니다. 구례 화엄사 부근의 반야원 카페에서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무려 7시간을 나무 아래 앉아 후투티 식구들을 지켜봤습니다. 모처럼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지요. 물어온 먹이를 주지 않고 새끼를 불러내는 어미새의 응원을 받고 둥지를 나와 한 번, 두 번, 세 번, 가까운 나뭇가지로 짧은 비행을 하더니 마침내 힘찬 나래짓으로 지리산을 향해 날아오르는 어린 후투티를 지켜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대지의 만물들이 첫 나래짓에 힘찬 응원을 보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섬진강 / 김인호 *후투티는 코뿔새목 후투티과의 조류로 한국 중부 이북에서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여름 철새인데 요즈음은 거의 텃새화되어가는 추세이다. 외래어인 줄 알았던 이름이 순우리말이란다. 기존에는 뽕나무숲에서 잘 보인다고 오디새라고 불렀으나, '훗 훗'하면서 우니까 '후투티'라는 명칭을 1950년 발간된 한국조류명휘에서 제시한 뒤로 그대로 정착한 듯하다. (두산백과 참조) *후투티 첫나래짓을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와 준 안준철, 이민숙시인도 만나 반가웠습니다. *반야원 플라타나스 카페 주소 : 전남 구례군 광의면 수월리 41-2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6-05
  • 오월, 지리산의 꽃들
    「섬진강 편지」 -오월, 지리산의 꽃들 노고단 일출을 보려 새벽길 나섰지만 어제부터 지독했던 황사끼가 심원계곡을 따라 산정까지 밀고 올라오고 구름이 가득하다. 틈이 없는 촘촘한 구름이라 여명도 없었고 먼바다 태풍소식에 노고단은 추웠고 바람도 심했다. 산철쭉은 딱 제 때였다. 노고단 삼거리에서 주능선길을 따라 가며 꽃들과 인사를 나눈다. 처녀치마는 씨방을 맺었고 오리 주둥이를 닮아 오리난초란 별칭을 얻은 '나도제비란', 주근깨가 매력인 '금강애기나리' 씩씩한 '큰앵초' 올 해 찾아낸 몇 송이 '백작약' 몇년 째 잘 살아내고 있는 외로운 '복주머니란' 노루가 좋아한다는 '노루삼' 뿌리가 감자를 닮았다는 '감자난초' 이제 꽃봉오리를 맺은 함박꽃은 다음 주쯤이면 자태를 보여줄 것 같다. -노고단 가는길 -제 때인 산철쭉 -지독한 황사가 주능선까지 올라온다 -노고단 길 -반야봉 -복주머니란 -금강애기나리 -나도제비란 -덩굴개별꽃 -금강애기나리 -큰앵초 -나도제비란(오리난초) -금강애기나리 -복주머니란 -노루삼 -백작약 -감자난초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5-25
  • 구례 사람들의 자부심, 지리산
    「섬진강 편지」 - 구례 사람들의 자부심, 지리산 구례사람들은 보릿고개 시절이었던 1963년, 집집마다 좀도리쌀을 모아 경비를 마련하고 전 군민이 5년 여 온 힘을 모아 1967년 12월 마침내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만들었다 '어리석은 자도 지혜로워지는 신령스러운 큰산' 지리산이 625 동란과 빨치산 토벌작전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는데 거기다가 전후의 사회적 혼란을 틈탄 탐욕적인 산림남벌과 불법적 도벌로 황폐화 되고 있었다. 눈만 뜨면 지리산을 바라보며 사는 구례사람들은 더 이상 지리산의 아픔을 방관할 수 없어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운동으로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만들어 지리산 원시생태계를 보호하게 된 것이다 '자연으로가는길, 구례' 구례의 이 슬로건에 큰산 아래 큰 사람들, 구례사람들의 자부심이 묻어 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절, 쌀을 아껴 지리산을 살려낸 구례사람들의 지리산 사랑 정신은 닥쳐오는 기후위기 시대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섬진강 / 김인호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5-20
  • 꽃지는 마을에서
    오래된 시 한편 들고 지는 꽃을 보러 강으로 갑니다. 「섬진강 편지」 -꽃 지는 마을에서 꽃 피면 달려가마 약속한 사람 소식조차 없는데 섬진 마을 매화 지고 쌍계사 십리 길 벚꽃 지고 산에도 강에도 하얗게 새하얗게 온통 꽃이 지네 하지만, 그대 꽃 다 져버렸느냐 물어오신다면 아니, 아니요. 아직 한창이라고 답하렵니다 이 가슴에 피어난 꽃 아직 지지 않았으니 아니, 아직 피워내야 할 生 의 수많은 꽃 남아있으니 -김인호 시집 <섬진강 편지> 중에서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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