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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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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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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8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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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8
  • 페미니즘철학
    페미니즘, 페미니즘...언제부턴가 너무나 많이 회자되는 페미니즘. 대충 여성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의심된다. 도대체 '페니니즘'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단 보시라 권하고 싶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망설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p 46 들뢰즈Gilles Deleuze 같은 사람은 철학은 생성하는 사유고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배움의 운동이라고 해요. 그래서 철학은 동일자를 확인하는, 즉 A는 A다‘라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증가시키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제 철학은 새로운 방식의 사유를 모색하는 것을뜻합니다. p 52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p 53 남성에게는 남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지않는데, 여성에게만 여성의 성적인 특징들, 여성의 외모적 특징들을 여성성이나, 여성이라면 지녀야 할 굉장한 덕성인 것처럼이야기하는 게 틀렸다는 거예요. 남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성을두고 말하는데 여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징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는 것들이 부당하다는 거고, 여성도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라는 거죠. 그러니까 스테레오타입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거예요. p64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p 65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페미니즘이 철학이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페미니즘 저서들을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왜 그렇게 시작할까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여자들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문제를 느끼고 바꿀 수가 있는 거죠. 그래야 구체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P135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을 착취의 자리로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게 되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제도 안에서 권력의 차이가 선명하잖아요.” P 206 “그래서 저는 낙태권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파이어스톤이 재생산의 권리를 제기한 이유를 떠올리면서요. 파이어스톤은 재생산이라는 게 지금의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억압이라고 분석했고, 이로부터 저항하면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다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재생산 문제 때문에 성 계급까지 호명했잖아요.” p 296 책소개(알라딘) 기존의 이 세계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발명해온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를 독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적인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할 법한 그들의 핵심 도서와 문장들을 통과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인간인가’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각 부로 구성해 1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소개하고 페미니즘 철학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고유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제1물결 페미니즘과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의 조류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 사상가들의 사유가 동시대의 철학으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엮어 소개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권의 옹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철학 초기의 사상을 다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점을 주창한 열렬한 계몽주의자이자 근대 민주주의자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이 언제나 타자의 지위인 제2의 성에 머물 수밖에 없는 기제를 밝히며 여성이 타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악’이며 여성이 자유를 획득해 주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도덕적 명령이라고 못박아버린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상을 여기에서 다뤘다. 목차 프롤로그: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철학과 보편적 인간에 대하여 여성은 인간이다 2장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메리 울스턴크래프와 여성의 이성 3장 타자로서 여성을 정의하다: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은 다르다: 복수의 여성들 4장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베티 프리단이 발견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5장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대하여 6장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오드리 로드Ⅰ 7장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오드리 로드Ⅱ 에필로그: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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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3
  • 고양이 오스카
    데이비드 도사의 고양이 오스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 초리는 끊임없이 나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그의 존재가 나를 잠시도 쉬게 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나의 주위를 맴돌지만 나에게 안기거나 나의 손길을 달가와 하지는 않는다. 늘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늘 나를 주시하고 있다. 마치 CCTV의 감시하에 있는거와 다르지 않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의 뇌에 저장하는지 알 수 없다. 나 또한 그를 관찰하지만 "그는 정답이 없는 퍼즐이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어느새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집의 영혼이 되어간다.-장꼭또" 나는 그 퍼즐을 풀기 위해 이책 저책을 뒤적여본다. 초리와 같이 평범한 고양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그는 미국에 있는 한 요양원에 기숙하는 고양이다. 이 요양원은 동물을 기르도록 허락되지 않았지만 어느날 오스카는 이곳을 제가 살 자리라 맘을 먹었다. 고양이는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그 장소를 떠나지 않는 영역동물이다. 요양원의 사람들도 포기한채로 그를 인정하다 그를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 요양원이란 곳은 거의가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다수인 곳이다. 이 곳의 환자를 돌보는 노인 전문의 데이비드 도사는 (그의 성이 도사다) 고양이 오스카에 대한 메리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넘겨 듣는다. 그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고양이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고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다. 메리의 이야기는 고양이 오스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임종이 가까운 사람이 누군지를 안다는 것이다. 고양이 오스카는 병원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임종이 다가온 사람이 있으면 그의 침대 곁에 머무르며 임종을 지킨다. 그는 '임종지키미 고양이'인 것이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에 예민한 고양이가 그 냄새를 알아채고 그의 곁을 지키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임종을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복적인 오스카의 행동은 이제 요양원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있다.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오스카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된다.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실화다. 치매가 반드시 누구나 거쳐가는 병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겪는 노인병이다. 데이비드 도사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가족을 만나며 지금 현재를 사는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잃는 것이며 지나온 삶의 괘적을 지우는 일이다. 죽음은 결국 모든 것을 지우는 일인 것을 인정 한다면 치매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 삶의 과정에 고양이 초리가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고통스런 삶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와 음악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목차 독자 여러분께죽음을 감지하는 고양이 오스카오스카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승리루벤스타인 부부스티어하우스와 고양이의 인연치매 환자 치료의 딜레마오스카와 함께한 첫 회진도나 모녀의 마음을 이어 준 오스카사라진 슬리퍼와 죄책감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떠나보낸 자매음악이 전부였던 리노 페레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감당하기 어려운 일치매 환자는 무슨 꿈을 꿀까삶을 완전히 바꿔 놓는 병존엄하게 죽을 권리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빈 병실을 지키는 오스카간병하는 가족의 진실한 친구루벤스타인 부부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이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루스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새 환자, 그리고 오스카마치는 글데이비드 도사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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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9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일본인 마루야마 겐지는 동경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글을 쓰고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25살에 귀농을 하고 집필에 전념하며 그의 농촌 체험기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고재운 옮김)” 펴내며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조언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시골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와삭 부셔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거친 자연과 시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시골에 오니 좋은 것은 많다. 산이 바로 앞 마당이고 눈 앞에 푸른 산이 펼쳐져 있으니 산보가 등산이고 오염이 적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조용하고 한가하며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라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내가 알아온 진리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겐지가 지적한 대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는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겐지가 지적하는 엄청난 위험은 모른척한다 하더라도 시골에 살려면 우선 내 마당 내 집에 드나드는 작은 동물과 곤충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내 집 마당이라고 집안에서 입던 반팔과 반바지로 마당에 나섰다가는 모기, 진드기, 심지어 쯔쯔가무시라는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에 무방비로 희생 될 가능성을 절대로 피 할 수 없다. 집 안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잠자리 풍뎅이 말벌조차 때론 길을 잘못 찾아 나와의 동거를 요구한다. 비 오는 날이면 배로 기어 다니는 것들도 동거에 참여하려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대신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농부치고 하얗고 뽀얀 얼굴은 가진 분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뭔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는 꼬불 꼬불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야하고 공공 시설의 혜택은 대충 포기하는 것이 맘 편하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밭을 가꿔본 사람은 안다. 밥상에 무공해 유기농 채소 한 접시 올리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과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과 그것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갠지가 지적했듯이 농부 흉내라도 내며 조그만 텃밭 가꾸는 것도 허리가 휘어지게 벅찬 일이다. 내 손으로 돌을 고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에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수고를 한 끝에야 비로소 유기농 채소라 불리는 나물 한 접시가 상에 올라 오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갠지는 처음 대하는 거친 자연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경고하지만 처음 만나는 시골의 낯선 이웃들에 대한 경고에 더 한층 수위를 높인다. “깡촌에서 살인사건 벌어지고”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시골에 있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범죄자들이 시골로 이주하고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가능한 큰 개를 기르라고 조언한다. 한술 더 떠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창까지 준비하라고 순진한 도시인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 한 것”이라며 차라리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으라”고 까지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관심 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라며 허를 찌른다. 겐지가 이렇게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나 삶이 그렇듯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으며” “어딜 가도 삶은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또한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으니” 떠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도시와 시골의 중간인 별장지대를 적격이라고 추천한다. 시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멋진 풍경에 취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과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런 날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겐지는 그의 40년 체험한 시골생활의 경험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고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직시 할 수 있도록 충고하고 있다. 그의 조언은 결국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본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으니” “병을 불러 들이는 생활 태도”부터 고치라고 말한다. 그가 건네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시건 시골이건 “홀로서기”에 성공하여 “자신다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이 치유”라며 “불편함”이 심신을 단련시켜주고 뇌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며 당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 돌려 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한번쯤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인다면 의존하고 있는 그것에서 조금 더 “홀로 서기”에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다. 목차 서문 006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016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023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030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031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0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042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0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050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0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054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0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065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072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074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0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078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080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083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0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0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094수제 창을 준비해라 0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1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9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불편함이 치유다 185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7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1968년 소설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며 50년 가까이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파랑새의 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을 썼고,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개와 웃다』, 『세계폭주』, 『산 자에게』, 『취미 있는 인생』,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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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23

실시간 사는이야기/책마을 기사

  •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빨강머리 앤 인문학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엄마 없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엄마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봤고, 엄마 노릇을 해본 입장에서 든 생각이다. 엄마의 사랑은 '무조건'이다. 조건이 없을 뿐더러 자기의 모든 것을 다 준다. 아버지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지만, 아버지가 되어보지 못해 확실히 말할 수 없다. 만약,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남자로 태어나 남편과 아버지가 되어보고 싶다. 애인도. 여자에게 엄청 잘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몇년동안 소년원에 일주일에 한번씩 봉사를 간 적이 있다. 그냥가서 애들하고 놀며 대화하는 것이다. 그곳에 온 아이들의 다수가 한쪽 부모만 있거나 아버지만 있다. 엄마만 있는 애들은 그곳에 오지 않고, 아버지만 있는 애들이 더 많이 온다는 야그다. 아버지는 돈벌고 애들 돌보는 것 외에 할 일이 많다. 엄마는 돈벌고 애들 돌보는 것만 한다. 이런 경우를 많이 봤기에 내가 스스로 결론 지은 것이지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우리 엄마도 같은 경우였다. 암튼 고아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는 나의 결론의 이유다. 앤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이라 세상 온갖 불쌍한 모습을 해야 하는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 당당하고 활발하고 명량하다. 여기서 나의 결론 또 한가지. 성격은 타고 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최고의 환경과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어도 몸 속에 뿌리박혀 있는 우울은 소리없이 자라 어느날 거대한 나무가 되어있기도 하다. 빨강머리 앤에게도 왜 우울과 슬픔의 뿌리가 없을까마는 어쨌든 우리가 아는 앤은 그런 것쯤 싹이 날때 댕강 잘라버리는 성격을 가진 애다. 빨강머리앤이 책 뿐아니라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로 드라마로도 상연됐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리즈 별로 책하고는 좀 다른 부분도 있는 모양이다. 볼까 말까... 어쨌든 저자는 박홍규는 책 속의 앤과 드라마의 앤을 분석하며 자기 딸 미령에게 편지를 쓴다. 박홍규는 딸 미령에게 대화하며 딸과 함께 앤을 분석하며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의 딸 미령은 지금 출가해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부모는 장성한 자식을 보면서도 그의 어렷을 적 모습을 같이 기억한다. 자식이 그의 자식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너는 그 나이 때 이랬는데...라고. 내가 그렇다는 야그. 그래서 80이 되어도 자식은 아직 어리다. 엊그제 가수 시네이드 오커너가 저세상 사람이 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아직 젊은 그녀가 왜? 뉴스를 듣고 처음 드는 생각이다. 정확히는 모르나 최근 17세 아들을 잃었고 정신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자식의 상실만큼 큰 상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 박홍규가 딸 미령에게 부탁하는 말의 일부로 독후감을 대신한다. " 이 새벽에 문득 앤 그림을 그리다가 네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 한 자 적어본다. 네게 뭘 하지 마라, 고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평생 노력했지만 오늘만큼은 참고 들어주었으면 좋겠구나. 무엇보다 아이를 앤처럼 자유롭게 자라게 해주렴.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키우지 마라. 부모 찬스니 스펙 조작이니 하는 더러운 짓은 제발 상상도 하지 마. 가난한 집 아이라고 함께 놀지 못하게 하는 비인간적인 부모가 되지 말아라. 마릴라나 매슈처럼 딸도 아닌, 그냥 가족으로 입양한 아이인데도 지극한 사람으로 키우는 그런 어른이 되어주렴. 그들이 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당당하게 자라도록 도와준 것처럼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내가 기억하는 너는 나의 앤이지. 앤과 비교할 것도 없지. 모든 부모에게 그렇듯이 세상에 둘도 없는 딸이고 아들이지. 그 유일성을 지켜주는 게 바로 부모란다. 세상이 요구하는 틀에 집어넣어 인형처럼 만들지 마라. 앤이 인형처럼 변하는 모습은 섬찟하잖아? 그래서 나는 [빨강머리 앤]만 좋아하고 그 뒷이야기는 싫어했어. 너는 운이 좋은 아내이자 엄마이고 딸이란다. 그러나 앤처럼 언제나 네 유일성을 잊지말고 살아가길 바라. 이렇게 긴 편지를 쓴 이유도 바로 그거야. 나도 편지를 쓰는 동안 '이제 여생을 나의 유일성을 찾는 시간으로 살아볼까' 생각해보았단다. 그래, 우리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지겠지? 사랑한다. 딸아. 우리, 앤처럼 살자. 자기만의 삶을 살자. 기성의 속물이 되지 말자. 나를 세우되 남을 돕자. 야만에 맞서 바르게 살자. 그래서 다시 '앤'처럼 살아보자. 앤은 못생기고 충동적이고 때로 거만해. 한마디로 문제아일지도 몰라. 그런데 앤은 계속 문제를 일으키기에 펄펄 살아있어. 앤이 만약 바른생활 어린이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겠지. 앤은 어린 반항아이자 그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어린 아나키스트야. 그래, 뭔가 새로운 게 나오려며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p23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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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31
  • 카뮈와 함께 프란츠 파농 읽기
    카뮈는 노벨 문학상도 받았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도 많아 여러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나 파농은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카뮈와 파농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특히 그들의 식민지관에 대해. 저자는 식민지로서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 알제리와 조선을 비교한다. 일본식민지 정책이 프랑스, 영국, 스페인등의 서방을 모방한 것이며. 특히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 정책에서 언어교육을 통한 '동화정책'을 실시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한 130년 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 카뮈의 문학이 식민주의를 문학에 반영하지 못한 것을 지적한다. 35년 동안 일제의 식민지였던 한국이 해방되고도 일제를 청산하지 못해 지금까지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무려 100년이상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 카뮈가 알제리해방을 찬성하지 않고 동화정책에 찬성한 것은 그의 평생 그가 프랑스인으로 착각하고 살아오게 한 주변 환경과 정책, 역사에도 책임이 있지만, 그럼에도 비슷하게 같은 환경에서 살았지만 다른 입장을 취했던 파농같은 인물이 있다. 유대인은 쓴나물과 누룩없는 빵을 먹으며 선조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통을 통해 자기의 언어와 풍습을 지켜왔다. 카뮈의 정치적 성향은 아나키스트였기에 취한 태도였다고 변명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람은 자기가 살고 있는 역사적, 정치적, 환경적 상황을 직시하지 않으면 자기가 어떻게 사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수 없는 것이다. 지금 나는 역사의 물결 속에서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이책을 읽고 드는 생각이며 위대하다고 하는 사람일수록 언젠가는 역사의 심판을 받고야 만다는 생각이 든다. 카뮈와 파농은 모두 알제리 출신이다. "프랑스인이나 유럽인은 카뮈를 결코 알제리인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알제리를 설명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뮈는 알제리를 빼고서 절대 제대로 이해될 수 없다."고 작가 박홍규는 말한다. 그러면 알제리가 어떤 나라인지 잠시 알아본다. 알제리의 현재 정식 국명은 '알제리 민주인민공화국'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20배가 넘고 남한보다 40배 이상이나 인구는 2천만 명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내륙은 대부분 사하라 사막이어서 사람들은 북쪽 해안가에 모여 산다. 수도 알제는 지중해에 면한 바닷가에 있고, 인구는 2백만명 정도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대단히 크고 현대적인 도시 중의 하나다. 1954년부터 시작된 알제리 해방투쟁은 쿠바, 베트남과 더불어 20세기 후반 민족해방투쟁의 거대한 발자취였다. 알제리의 선주민인 베르베르족은 기원전 2세기에 침입자인 카르타고를 격퇴하여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웠다. 그러나 곧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7세기에는 아랍인의 지배를 받았으며, 16세기 이래 다시 터키인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1830년 프랑스가 침략했다. 터키는 곧 프랑스에 항복하여 알제리는 1834년 프랑스 영토로 선언됐으나, 선주민은 1871년까지 프랑스와 싸웠다. 1850년 11만 헥타르 정도였던 식민자 소유지는 1세기후 그 100배로 늘었다. 반면 알제리 농민이 소유한 국토의 1/3은 대부분 황무지였다. 1940년 반이상의 농가가 토지를 갖지 못했고, 농민의 칼로리 섭취량은 유럽인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야말로 빈곤의 극치였다. 식민지화는 문화 강제의 역사였다. 1850년경 프랑스 교육제도가 강제된 이래 1세기동안 아랍어 교육은 금지했다. 1938년 아랍어는 외국어로 인정되었는데, 그것이 프랑스어와 함게 공용어로 인정 받은 것은 1947년 이후다. 초. 중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두시간만 가르칠 수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취학률이 15퍼센트 가량이었다. 알제리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약간의 반란이 이어지다가 1945년 4만명이 죽은 대학살을 계기로 민족운동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1954년 민족해방전쟁이 터져 1962년에 끝났다. 카뮈는 1960년에 죽었다. 알제리 민족해방 2년 전에 죽은 것이다. 그의 생애는 제국주의 식민지와 떼려야 뗄 수 없으나, 1940년부터 알제리를 떠나 있었다. 반면 파농은 전쟁이 터지기 1년 전인 1953년에 알제리에 와서 전쟁이 끝나기 1년 전인 1961년에 죽었다. 전쟁동안 카뮈는 프랑스에 있었고 파농은 알제리에 있었다. 두사람이 살아 생전 알고 지내지는 않았다. 저자는 거의 모든 카뮈의 작품에서 낱낱이 그의 식민지관을 짚고, 파농의 작품과 일생을 깊이 있게 적고 있다. 이렇게 재밌고 깊이 있는 글을 쓰는 박홍규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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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30
  • 두레, 농민의 역사 " 양극화 시대에 생각해 보는 '두레의 꿈
    지금 시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양극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양극화는 말 그대로 양쪽 삶의 모습이 극한으로 다른 것이다. 어떤 이는 몇 억짜리 집이 작아서 이사를 가지만 어떤 사람은 천만 원짜리 전셋집을 날려 자살을 하기도 하는 시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양극화 시대의 모습이다. 빈부의 격차로 이뤄지는 양극화 말고 또 다른 양극화가 있다. 그것은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다. 도시는 세련된 이미지와 편리한 생활 그리고 더 낳은 교육과 취업을 보장하고, 많은 자본의 투자로 인해 기회의 땅이 된 반면 농촌은 오래된 이미지와 불편한 생활 그리고 적은 직장과 낮은 교육 여건, 적은 투자로 인해 기회라는 새가 떠나 버린 낡은 곳이 된지 오래다. 우리 사회에서 농촌에 대해 관심을 갖는 때는 농민들이 농토에 있을 때가 아닌 아스팔트 거리를 매울 때다. 또 농촌은 고향의 향수를 팔고, 도시에 살고 있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의 관심을 충족해줄 방송프로그램에서나 찾아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두레, 농민의 역사>라는 책 한 권이 전해진 것은 한 달 전이었다.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농민의 역사라는 낯설지만 결코 싫지 않은 주제가 나를 흥분하게 했다. 그래 언제 농민의 역사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기록되어 본 적이 있던가? 어디 한 번 읽어 보자. "지구상에서 농민만큼 보편적인 존재가 없는 반면 그만큼 조명을 받지 못하는 존재도 드물 것이다" - <두레, 농민의 역사> P.32 삼국사기를 썼던 김부식이 살던 시대나 지금이나 밥 먹고 살기는 매한가지인데 농민의 역사가 우리에게 조명 받은 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없었다. 농민이 생산한 밥 먹는 사람들이 그 밥을 생산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이 그 동안 우리 역사였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강현의 책 <두레, 농민의 역사>는 의미 있는 책이다. 저자인 주강현은 책을 통해 농민의 역사가 기록된 것이 없어 그나마 농민들의 조직이었던 두레를 통해 농민의 역사를 적어 보는 것이라고 했다. 20여 년간 답사와 채록한 구술 자료, 수백 장의 사진을 직접 찍어 가며, 말 그대로 발로 쓴 책이다. 하지만 두레라는 책은 존재하지만 더 이상 한국 농촌에 두레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레가 농민들의 삶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였다. 19세기 이후 상품화폐의 발전으로 품팔이 노동과 채무고용노동형태인 고지(雇只)가 급속하게 불어났다. 또 일제 식민지 정책에 의해 조선 사람의 힘을 결집 시키는 집단 놀이나 의례, 공동체적 관형을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졌으므로 두레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결국 두레는 1960년을 기점으로 농민의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두레의 전통은 아직도 농촌에 남아있다. 상부상조와 이웃간의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그것이다. 두레의 사전적 의미는 상부상조하는 농민의 공동체다. 누구나 아는 사전적인 의미다. 하지만 더 나아가면 두레 안에는 음악과 춤 그리고 공동체적 삶의 지향이 그대로 담겨 있다. 더불어함께 일하고 춤추면 지내는 공동체의 꿈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 시대에는 모든 것이 개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타인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 아닌 그들만의 고통이 되고 함께 사는 이웃에 고통이 있다 한들 내가 재미있고 행복하면 그만인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언제까지 행복하거나 재미있을 수만은 없다. 내가 행복했던 그 순간에도 항상 고통 받는 누군가와 이웃이 존재했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하루하루를 힘들게 한다. 공동체 사회에서 이웃의 아픔과 고통은 곧 우리의 고통과 아픔이 되었다. 그래서 그 고통은 개인의 고통이 아닌 공동체의 고통이 되어 공동체 안에서 치유 받고 위로 받으면 상처는 아물어갔다. 인간이 유토피아를 꿈꾼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밥 먹고 살만 하면 유토피아인 줄 알았던 시대도 있었고,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으면 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은 경제발전과 함께 오지는 않았고, 우리의 유토피아는 요원하기만 하다.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 모델의 모습은 우리 선조들이 행했던 '두레'에서 찾을 수 있다. 한 마을 한 사회를 이루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하나가 되어 풍물굿을 치고, 함께 노동요를 부르며 일하는 사회, 계급적 차별과 돈의 차별이 아닌 하나가 되는 대동사회의 모습이 오래된 우리의 과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꿈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인 농촌이 붕괴되고 있다. 그와 함께 더불어 일하는 즐거운 삶도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놓아버리긴 이르다. 다시 귀농을 꿈꾸고 두레를 꿈꾸며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극화 시대의 해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두레 있었다. 그 해법을 찾고 싶다면 <두레 농민이 역사>를 읽기 바란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26
  • 파란하늘 빨간지구
    이책을 환경과학 교과서로 채택하면 좋겠다. 지구인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발 딛고 사는 이 지구가 어떤 상황인지 알면 좋겠다. 더이상 개발은 멈추고 자연 보존과 복구에 힘써야 할 때다. 138억 년 전 빅뱅 그 순간 인간이 탄생할 확률은 거의 0 이었다. 그동안 우주와 태양계에 변화가 일어났고, 특히 지구는 다른 행성에 비해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이 변화 과정에서 인류 생존에 필요한 우연들이 일어났다. 이 우연 가운데 하나라도 없었더라면 인로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생명체의 최정점에 오른 위대한 존재가 아니다. 우연히 적합한 기후가 출현했고, 생명의 나무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우연히 우리가 자연선택을 받았을 뿐이다. 적합한 기후의 출현은 우연이었지만, 우리 생존에는 필연이다. 이제 인간이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이 우연이 지구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인간의 신통함은 이 우연을 안다는 데 있고, 인간의 위대함은 이 우연을 다루는 데 비로소 발휘도될 수 있을 것이다. p22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지구에 상처를 냈지만, 지구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무위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인류는 지구에 가한 흔적을 모든 곳에 남기고 있다. 우리 주변만이 아니라 깊은 바다의 퇴적물에도, 심지어 인공위성 궤도에도 인간의 흔적이 있다. 그리고 대기 안에는 온실가스와 오염먼지를 채우고 있다. 이는 인류의 삶을 안정과 지속에서 혼란과 변화로 바꾼다.p53 고대 그리스인은 지점이 다르면 때에 따라 햇빛이 지구에 비치는 시간과 경사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서양에서 기후climate는 그리스어에서 경사를 의미하는 'klineinslope'에서 유래했다. 동양에서는 1년을 24절기로 구분하고 15일로 이루어진 기를 다시 3등분 한 5일을 1후라고 했다. 그래서 1년이 72후로 이루어지며 이 5일이 자연 변화의 치소 단위이자 삶의 리듬이기도 햇다. 이런 연유로 닷새 만에는 곳곳의 산물을 교환하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오일장이 열리게 되었다.p60-61 기상학자는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분은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성품은 정체성이기에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그 어떤 상활에서도 기분이 같다면 정상이 아닐 것이다.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된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만 비옥한 땅이 된다"라는 스페인 속담처럼 날씨도 기분처럼 바뀌어야 정상이다.p62 인간의 몸은 같은 충격을 받아도 급소를 맞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구도 온실가스라는 급소를 가지고 있다.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매우 적은 양만 존재하므로 여기에 조금만 더해져도 그 변화가 커진다. 그런데 이 변화 때문에 지구가 휘험해지고 있다. p63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 양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약 74페센트에 기여한다. 그러나 전체 공기 중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1만 개의 공기 분자 중에서 이산화탄소 분자의 수는 약 네 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능력은 덩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100개의 공기 분자 중에 1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 기온이 100도에 도달할 정도로 강펵한 오실효과를 품고 있다. p66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 적외선 ㅇ너지는 모두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그러면 전 지구 평균 지상 기온은 영하 18도로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여 생명이 생존할 수 없다. 실제 온실가스 덕분에 평균 기온이 15도를 유지해 우리가 지구에서 살 수 있다. 이처럼 자연에 의한 온실효과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인간이 초래한 온실효과는 극한 날씨 현상을 발생시키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온실가스는 지구환경에서 소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소금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이 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p71 기록이 한 번 깨지면 우연이다. 다시 깨지면 우연의 반복이다. 세 번째 깨지면 추세가 된다. 매번 깨지면 변화가 된다. p72 이 모든 영향을 함께 고려하면, 기후계의 반응 시간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양에서 표층 열이 바람으로 섞이는 층까지 퍼지는 시간으로 결정된다. 이 반응 시간 때문에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아직 기온 상승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를 '이미 저질러진commitment온난화'라고 일컫는다. 다시 말해 지금 나타난 지구온나화는 수십년 전 온실가스 농도에 대한 반응이다. p75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이유 없는 것은 없다. 태풍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태양열이 극지방보다 적도에 더 많이 니리쪼크ㅗ 나북 간 어네지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적도 지방은 점점 뜨거워지고 극지방은 점점 추워져 생명이 살 수 없게 된다. 극단적인 빈부 격차가 일어나면 공동체가 붕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p83 우리는 아무 대사를 치르지 않고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엔 공짜는 없다. 탄소 배출은 태풍을 강하게 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와 결국 비용을 치러야 하는 행위가 된다. p87 지구위험한계를 관리하는 것은 우리가 아플 때 체온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 체온이 442도 정도 되면 우리 몸은 고위험 상태에 도달한다. 그 경계를 넘어서면 생존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산 상태와 죽은 상태 간의 한계인 42도에 도달하기 전에 조처해야 한다. 우리는 체온보다 열이 올라가서 머리가 아프면, 일하지 않고 쉬거나 약을 먹는 등 안전한 체온을 유지하려 한다. 지구 위험한계도 고위험 영역에 진입하기 직전인 불확실 영역에서 사전예방을 해야만 한다. p116 현재 지구온나화가 일어나 1도 정도 상승했는데도 곳에 따라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발생해 기후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1.5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언제나 세계 모든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현재 10년마다 거의 0.2도씩 데워지므로 탄소 배출향을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경에 기온 상승이 1,55도에 달할 것이다. 1.5도에서 2도까지 상승하면, 그 영향이 같은 비율로 단순히 커지지 않는다. 그 대신 작은 변화가 다시 원인을 키워 큰 변화를 일으키는 '양의 되먹임'이 시작돼 지구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 때 지구는 자체 변동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잇는 탄성력을 잃게 된다. 스프링은 조금 늘렷다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너무 많이 당기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특성과 같다. 2도를 넘게 되면, 지구는 오늘날 문명을 건설할 수 잇는 기후 조건을 제공했던 지난 1만 2,000년 동안의 홀로세 기후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p127 1,5도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2010년 수준에서 44퍼셑트로 줄여야 하면, 200년에는 순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순 제로는 특정한 기간에 이산화탄소의 인위적 배출량이 인위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힌다. 이를 위해 200년까지 석탄 발전을 거의 중단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1차 에너지 공금의 50-60퍼셑느, 전기 사용량의 70-85퍼센트를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계의 온실 가스 배출량은 2050년에 2010년 수준의 75-90페센트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이것은 석기시대가 돌이 모자라서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화석연료가 있어도 쓰지 않는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함을 의미한다. p128 지구온난화를 2도가 아닌 1.5도로 유지하면 세기말까지 20조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잇으며,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햇다. 하지만 기온 상승 2도를 넘어서면 세계 경제의 샹산량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엿다. p130 이제는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다. 인류 문명과 자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문턱값이 기온 상슴 1.5도다. 안정된 시기에는 상실한 거산으로충분하지만, 변화의 시기에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그 감각의 중심에 1.5도라는 목펴가 놓여 있다. p131 식량 위기는 도시화를 통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 지구에는 모든 인구가 60일 이상 먹을 만큼 충분한 양의 식량이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두 달분의 식량 비축을 권고하고 있으나, 도시에는 평균적으로 1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의 음식만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90퍼센트는 도시에 거주한다. 식량 위기 상황이 닥치는 경우를 대비해 낮은 식량 자급률과 함께 과도한 도시화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안정적인 식량 확보와 함께 도시로 원활하게 식량을 전달하는 체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영국 광부들은 카나리아와 함께 광산에 들어갔다. 호흡기가 민감한 카나리아는 인간보다 유독카스에 빠르게 반응하므로 카나리아를 보고 닥쳐올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었다. P139 우리나라 토양은 대부문 산성화되어 있다. 특히 도시 토양은 산성도가 더 심하다. 산성 토양에서는 각종 유기물을 썩게 하는 미생물의 수가 줄어들어 영양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황사는 대부분 알칼리 성분이므로 산성 토향을 중화ㅏ시키는 고마운 역할을 한다. 황사도 휩쓸고 지나가면, 우리나라 바다와 북태평양에 철과 미네랄을 뿌려 해양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이후 황사는 하와이까지 날아간다. 풍화된 화산석 위에 이루어진 하와이 숲에 필요한 인 성분을 공급하기도 한다.p163 시민들은 선진국 수준의 깨끗한 공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먼지가 쉬운 문제였다면 시민들의 엄청난 관심에 힘입어 이미 해결되었을 것이다.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가 오염먼지 문제에 시달린다는 것은 재원의 문제도 아니고 기술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와 집행 의지의 문제댜. p180 시민은 맑은 공기를 요구하면서 오염먼지 배출로 누리는 편익을 함께 요구 할 수 없다. 오염먼지는 정부 관료와 전문가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성찰해야 하는 문제다. p180 작디 작은 오염먼지 안에 무시하지 못할 위험과 갈등을 감추고 있다. 오염먼지는 산업 문명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에서 발생했다. 화려한 문명 안에서 축적되는 오염먼지로 우리는 병들고 서로 갈등한다. 작은 먼지가 거대 산업 문명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먹고 쓰고 버리고 사는 게 맞느냐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p181 기후변화는 오랜 기간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원인이 축적되어 임곗값을 넘으면 갑작스펍게 새로운 환경으로 진입한다. 급변하는 환경의 잠재적 위험을 대비하지 못하면, 사회적인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결과적으로 국가 운명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환경을 감당할 능력이 없을 때 싸움을 하며, 굶주림과 침략의 갈림길에 서 잇을 때마다 침략을 선택해왔다.이를 피학자 세계적인 기구들과 미국 정보기관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물, 식량, 에너지 수급의 차질이 국가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이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p214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이익은 부국과 상류층에 축적되는 반면, 위험은 빈국과 하류층에 축적된다. 기후변화는 부자와 빈자, 중심과 변두리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p219 화가 클로드 모네는 루앙 성당을 여러 번 그렸다. 가장 뛰어난 그림을 고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햇빛에 따라 다르제 보이는 성당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루앙 성당의 참모습은 하나의 뛰어난 그림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여러 그림의 차이에서 비로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엇다. p253 이처럼 과학은 확실한 만큼 불확실하고, 기존 난제를 해결한 만큼 새로운 문제를 만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어는 것도 확실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p254 이는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통계학자가 이미 1907년에 확인한 사실이다. 당시 영국 시골 장터에서 소 한마리를 무대에 올려놓고 몸무게를 맞히는 대회가 열렸다. 골턴이 지켜보던 날은 800여 명이 이 행사에 참여햇는데, 정확하게 소 무게를 맞힌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적어낸 소 무게의 평균을 내보니 거의 정확했다. 단 한 사람도 맞히지 못했지만, 여러 사람의 판단이 모이자 정확한 무게를 맞힐 수 잇는 '집단지성'이 작동한 것이다. 집단지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집단이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 독립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야 정확한 어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도 각자의 선거권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서로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독립적인 관계여야 하는 것과 마찬가디다. p256 날씨 에축에서도 모두 비슷하게 우수한 100개 결과를 내는 경우보다, 성능이 좀 떨어진다 해도 다양한 100개의 앙상블 결과를 산출할 때 더 효과적이다. 이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우수한 100명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평범한 100명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는 사기꾼의 주사위에 비유할 수 있다. 시나리오가 '특정 숫자 쪽에 무게가 더해지' 주사위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각 지관의 지구시스켐모형은 어느 한쪽에 편향된 결과를 산출한다. 다시 말해 모형의 결과는 외부 강제력에 따라 끌개에 정착한다. 이는 나한 주민과 북한 주민의 평균 사망 연령이 각각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과 같다. 이 경우 '사회젹에적 조건'이 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이고 '주민'이 '개별 모형의 결과'다. 각 기관 모형에서 산출한 결과들을 모아 평균을 내서 미래를 전망하고, 분산을 확인해 전망의 신뢰성을 평가한다. 이렇게 기후 전망은 확실한 것만이 아니라 불확실 한 것도 함께 말할 수 있다. 256-266 날씨는 폭풍우나 눈사태같이 짧은 시간 규모의 대기 현상을 예측하지만, 기후는 해양, 빙하, 지표 변화등 긴 시간 규모의 현상을 다룬다. 또한 기후는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변화와 같이 천천히 일어나는 요서에 영향을 받는다. 날씨 현상은 카오스 특장 때문에 2주 이상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2주 이내의 특정한 날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초기조건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기후는 계절에서 수십 년에 걸친 평군 추세이므로 초기조건에 민감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몇 살에 사망할지 예축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 평군 사람연령이 약 80세라는 것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날씨와 기후가 다르듯 날씨 예보와 기후 전망도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날씨 예보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기후 전망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 기후 전망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나고 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건 아니다. p266 자연재해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동시에 미리 대비하고 위기에 더욱 신중하게 만들어 그만큼 위험을 감소시킨다. 결국 우리의 실력은 확실한 상황에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드러난다. p273 특히 자연재해와 기후환경 분야의 업무 역량은 기술개발 수준에서 결판납니다. 그러므로 과학기술은 국가 과제를 해결할 수단을 넘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깊이가 깊을수록 창으적이고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여 새롭고 다양한 정책을 펼칠 수 있엇습니다. 과학기술이 핵심이 아니라면, 정책은 구호를 내걸었으되 그것을 추진할 수단도 역량도 가질 수 없습니다. 기술기발 없이는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제 구형 로켓에 태극기를 그려놓고 쏘아 올리는 모습을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보여줍니다. 이때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기립해야 합니다 . 이 어처구니없는 모습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가합니다. 러시아제 로켓을 쏘아 올린 게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제 로켓 앞에 우리를 기립하게 만드는 국가과학기술 성과의 수준이 문제인 것입니다. p284 성과는 우리가 일할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이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성과가 국가 연구개뱔의 목적이라면, 우린 이유도 모른체 결과를 만드는 조직폭력배와 다를 게 없습니다. 책임운영기관의 성과 평가는 실질적 가치 창출과는 상관없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과 세금을 투입해야만 하는 제도입니다. 제대로 바꿀 수 없다면 당장 없애야 할 제도입니다. p285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26
  • 지혜의 숲으로
    저자 한길사 대표 김언호가 세계를 다니며 도서관, 책방, 책이 있는 곳을 찍은 무겁고 두꺼운 사진집이다. "한 도시에는고층 건물도 있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술관과 박물관, 극장과 도서관과 서점입니다. 따뜻한 등불 아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 이것이 한 도시의 문화와 정신을 상징합니다. 시민들이 일상을 드나드는 서점이 없다면 그 도시는 품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먹고삽니다.사람들은 이야기하면서 성장합니다.책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 책입니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24
  • 난세일기
    김용옥 도올은 워낙 유명해서 도올이란 그의 호를 못들어 본 사람은 아주 드물거라 생각한다. 나도 그의 이름은 들어보고 그의 강의도 들어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그의 목소리다.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를 조금만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왠지 모를 울화같은게 가슴에서 치민다. 그가 목소리까지 좋았다면 아마도 더 많은 팬이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혼자한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노래를 잘 한다고 말하니 말하는 목청과 노래하는 목청이 다르긴 한가보다. 그의 저서는 100권이 넘는다. 그가 아는 것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책은 한번 낸 사람이 자꾸 내기 마련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말이다. 그가 다닌 대학은 7개 대학이고 전공한 학과는 생물학, 철학, 중국철학, 동아시아언어문명학, 한의학이다. 그러니 할 말도 많을게 당연하다. 이 책은 한달 동안의 일기 형식이라 다른 전공책과는 달리 쉽고 읽을거리가 많다. 4월 24일 부터 한달간의 기록이다. 물론 매일은 아니다. 바로 엊그제 일어난 따끈따끈한 사건에 대해 말하며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저서와 자신의 일생에 대해 말한다. 그는 윤정권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같은 당면한 문제, 그리고 일본과의 외교같은 이슈에 대해 제대로 소리를 낸다. 또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해 비교 설명하니 설득력과 재미가 함께다. 더불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린 시절부터 더듬으며 여지없이 그 잘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유명세로 그는 각계에 걸쳐 많은 소위 유명인사들을 만났는데 그 실명이 여럿 나오고 그들에 대해 대충이 아니라 깊이 있게 적고 있다. 첫날인 4월 24일은 성균관대학교교수의 시국선언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놀라웁게도 명료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돈많은 사람들이 마음놓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사회, 국민의 공적인 복리에 기여하는 조직을 될 수 있는 대로 사유화 시켜 경쟁구조 속으로 집어넣어 효율을 높여햐 한다는 것, 남북의 관계는 북한이 정신차릴 대까지 계속 압박해야 한다는 것,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일본이 과거 침략만행을 더 이상 들추지 말고 용서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한.미, 일경제, 군사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안전한 보금자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p12)(여기서 그는 윤석열이다: 나의 설명) 이러니 지금이 난세라는 것이다. 구례 사람들은 아마도 그의 이름과 더욱 친근하지 않을까 싶다. 구례 문화원 앞에 '구례찬가'비를 그가 썼다고 하며 구례와는 인연이 깊다. 그는 지금 75세 인데 피아노를 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팔순 잔치에는 자신의 음악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야 마는 사람인 것 같다. 그가 하고 싶었는데 못해 본 것이 아마도 음악인 것 같다. 5년 후의 계획을 말하는 노인의 팔팔함은 가히 존경스럽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21
  • 참된 문명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다나카 쇼조는 제1회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내리 6선을 하며 ‘선거의 신’으로 불린 정치가였다. 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최초의 공해 사건인 ‘아시오 광독 사건’과 뒤이은 ‘야나카 마을 수몰 반대 운동’에 자신을 던진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참된 문명’의 길을 깨우친 사상가였다. 그의 시대는 불의했고, 문명을 가장한 야만이 드리운 그늘로 선뜩했다. 다나카 쇼조는 하루하루,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쉼 없이 불의를 헤치며 문명이 드리운 어둠을 밝히고자 힘썼다. 그는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 민중의 삶을 마음 아파했고, 참된 문명의 길을 거스르며 오로지 부국강병의 길로 내달리는 일본제국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했다. 그러나 ‘오늘은 오늘’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것. 차별과 억압에 시달리는 눈앞의 이웃을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구하고자 애쓰는 것.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말과 사상에 비추어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이 걸었다. 그의 생애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날이 조금씩, 그러나 쓰러져 그칠 때까지 시대의 불의와 문명의 야만성을 걷기 위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21세기를 위한 사상가, “헌법 9조(평화헌법)의 선각자” 다나카 쇼조 다나카 쇼조는 동료 의원들이 “지방의 자잘한 일”이라며 내팽개친 아시오 광독을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았다. 의회에서 그 매듭을 풀기 위해 온 힘을 다했고, 그것이 여의치 않자 6선 국회의원 자리를 던지고는 목숨을 걸고 메이지 덴노에게 직소했다. 그리고 광독 피해 지역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마을로 들어가 남은 마을 사람들에게 배우고 함께 싸우며 서슴없이 끝까지 나아갔다. 사사로움을 버리고 공공의 가치를 지키고자 애쓰는 삶. 가장 약한 것들로 가장 강한 것과 맞서는 삶. 어중간한 사람의 법이 아니라 온전한 자연의 이치를 따라 걷는 삶. 나날이 의로움을 더해 가는 삶. 그리하여 하루하루 더 완전해지는 삶. 그래서 다나카 쇼조는 아시오 광독 사건이라는 싸움터에서 끝내 패배했지만, 그의 싸움과 사상은 지금껏 살아남았다. 끝까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던 그의 싸움은 일본의 근대적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쇼조가 그 전장에서 갈무리한 통찰은 근대 문명의 본질을 단숨에 꿰뚫었다. 그의 발걸음과 사유, 성찰은 사후 100년을 훌쩍 넘어 여전히 불의와 문명의 야만성과 싸우는 이들을, 우리 삶을, 우리가 꾸리고 살아가는 국가 공동체를, 위기의 동아시아를,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거침없이 뻗기에 급급한 근대 문명을 돌아보도록 이끈다. 분에 맞는 소국이라면 족하다 _ 새로운 일본을 위한 제언 이 책은 평생에 걸쳐 다나카 쇼조의 삶과 사상에 천착해 온 한 연구자가, 근대 문명이 낳은 대재앙이라 할 수 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마주한 뒤, 크나큰 충격 속에서 서둘러 써 내려간 글이다. 다나카 쇼조가 돌아간 지 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왜, 어째서, 일본 사회는 그간 쇼조가 남긴 교훈을 새기지 못했는가. 깊은 분노와 참담함이 밴 고마쓰 히로시의 문장은 쇼조의 글을 거울삼아 동시대 우리 문명의 어그러진 단면을 서늘하게 베어 낸다. 우리는 이제 대국을 우러르며, 대국을 좇는 일을 단호히 포기하자. 분에 맞는 소국이라면 족하다. 올림픽 메달 수를 다투지 않아도 좋다. 세계 정치의 주도권을 거머쥐지 않아도 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따위를 노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경제 대국이라고 찬사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다른 나라를 방해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폐를 끼치지 않는, 그런 깊고 그윽한 몸가짐의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132쪽~133쪽, 고마쓰 히로시 다나카 쇼조는 풀뿌리 민중의 삶을, 자치의 뿌리인 마을을, 가없이 베풀어 주시는 자연의 은혜로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곧 국익이고 문명이다,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 자연과 하나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꿈꾼 것은 부국강병이 아니라, 대국 일본이 아니라, 민중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의 은혜로움 아래에서 사람다움을 온전히 지켜 가는 삶이었다. 저자 고마쓰 히로시는 다나카 쇼조의 말과 삶을 찬찬히 더듬으며, 바른 정치와 삶, 문명의 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그려 보인다. 다나카 쇼조의 문장과 고마쓰 히로시의 글이 교차할 때, 일본이라는 나라가 일구어 온 근대국가의 어제와 오늘이, 산과 강, 마을과 사람쯤이야 대수로이 여기지 않은 채 오로지 ‘성장’이라는 한길로만 부지런히 달려온 근대 문명의 민낯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후쿠시마는 어쩌면 그 당연한 결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뿐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에서 다나카 쇼조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이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 시민운동의 아버지, 다나카 쇼조와 함께 “그때 역사가 움직였다” NHK for School은 2014년 총 41화로 일본 역사를 정리하면서 39화 [히라쓰카 라이초·다나카 쇼조, 시민 운동이 무르익다]에서 다나카 쇼조를 비중 있게 다룬다. 일본 최초의 공해 문제, 아시오 구리 광산 광독 사건과 그 해결을 위해 힘쓴 다나카 쇼조의 저항은 일본의 역사를 분명하게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 가운데 하나다. NHK가 2002년 다나카 쇼조와 아시오 광독 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다나카 쇼조가 아시오 광독 피해 주민들의 고통을 마주한 “그때 역사가 움직였다.”고 평가했듯이, 일본의 시민 불복종 운동과 환경 운동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시오 구리 광산은 1880년대부터 일본 최고를 넘어 아시아 최고 생산량을 기록하며, 근대 일본의 산업과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제련 과정에서 엄청난 유독물질 연기가 쏟아졌고, 가까운 마을들이 곧 쑥대밭이 되기 시작했다. 피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아시오 구리 광산에서 유출된 광독은 와타라세 강으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물난리가 날 때마다 광독을 머금은 물은 강과 잇닿은 논밭으로 흘러넘쳐 땅을 오염시켰다. 피해 지역은 도치기·군마·사이타마·이바라키 네 개 현, 1억 평에 이르렀다. 광독은 강에 사는 물고기와 조개를, 강가에 무성히 자라난 조릿대와 갈대를, 강과 이웃한 기름진 땅에서 나는 풍성한 곡식과 채소들을, 굶주린 어미 뱃속에서 자라던 아기와 젖먹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와타라세 강이 베푸는 은혜로움에 기대어 살아가던 수많은 이들의 삶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마을 자치도 그와 같이 부서져 갔다. 일부 광독 피해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던 중의원의 국회의원 다나카 쇼조는 이들의 어려움과 마주했다. 하지만 수많은 피해 주민들과 쇼조의 노력에도 정부 관료들은 무거운 허리를 들지 않았다. 대국의 꿈을 향해 부국강병으로 바삐 치닫던 일본 정부는, 이들의 고통과 눈물을 되도록 조용히 역사에서 지우고자 했다. 의회에서 아시오 광독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6선 의원 다나카 쇼조는 결국 스스로 국회의원직을 내던진다. 그리고 아시오 광독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상소문을 메이지 덴노에게 직접 건네고자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는 일본 근현대사에서 유일무이한 ‘직소 사건’으로 남았다. 목숨을 건 쇼조의 직소는 그날 도쿄 일대에 호외가 발행될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일본 전역이 아시오 광독 피해에 대한 분노와 동정으로 들끓었다. 피해 주민들과 쇼조의 외침을 성가셔 하던 정부는, 목숨을 건 쇼조의 직소 사건으로 여론이 달아오르자, 더는 뭉갤 수만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마침내 정부가 내어놓은 해결책이란 어이없는 것이었다. 자꾸만 물난리가 나는 통에 와타라세 강과 그 주변 산과 들에 기대어 사는 주민들이 광독 피해를 입으니, 하류 일대를 유수지로 만들어 광독 물난리를 막아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나카 쇼조는 ‘신이 만들어 내려 주신 더없이 넓고 큰 권리’인 마을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마을 자치를 파괴하는 것은 곧 나라를 망치는 일과 같다며 강하게 맞섰다. 산을 황폐하게 만들고, 강을 더럽히고, 마을을 부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문명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정부 역시 완강했다. 결국 예순넷의 다나카 쇼조는 노구를 이끌고 수몰 예정지 가운데 하나인 야나카 마을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을을 지키고자 남은 열아홉 가구 주민들과 함께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싸웠다.(야나카 마을은 메이지 중반까지 2700여 명이 살던 곳으로, 유수지 건설 계획이 발표된 뒤 땅을 팔고 떠난 주민들은 대부분 먼 홋카이도로 이주했다.) 다나카 쇼조와 야나카에 남은 주민들은 마을이 물에 잠기는 것을, “법률로 사람이 본래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던 터전을 빼앗아, 주린 배를 쥐고 떠돌게” 만든 국가의 폭력을, 끝내 막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맞선 덕분에, 피해자들이, 그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두 죽기를 기다리던 일본 정부의 바람과 달리 아시오 광독 사건은 역사에서 끝까지 지워지지 않고 남았다. 의로운 패배는 힘이 있다. 역사는 거기, 그 시공간에서 멈춰 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후 1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 커다란 울림으로 돌아온 다나카 쇼조의 삶과 사상은 참다운 문명, 사람다움, 생명과 같은 보편 가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의로운 분투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시대적 격류 속에서 그의 저항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나, 그 패배의 기록은 오히려 백년도 더 지난 오늘날, 과연 참된 문명이란 무엇인지를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될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값진 정신적 유산이 되고 있다.” -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아시오 광독이라는 출발점에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위기를 생각한다 아시오 구리 광산에서 뿜어져 나온 광독은 수많은 민중의 생존을 위협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시작부터 끝까지 광산 운영자의 편에 섰다. 피해 주민들이 내는 세금 총액이 아시오 광산이 내던 세금보다 더 많았음에도 그러했다. 아시오 광산에서 캐내는 구리는 대외 무역과, 무기 생산에 큰 보탬이 되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근대적 경제 성장이란 대개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국가는 성장을 이끄는 거대 기업의 이해를 감싸고 돌며 민중의 삶을 모른 척 짓밟았다. 수많은 이들의 피해와 고통, 절규와 눈물은 “돈다발로 뺨을 후려치”며 덮었다. ‘커 나가는 일본’을 위해 필요하다면 누군가는 희생되어도 하는 수 없다, 하는 자세로 가차 없이 목숨붙이에 서열을 매겨 줄을 세워 온 역사였다. 그러고 보면 아베 정부는 느닷없이 나타난 ‘이상한’ 정부가 아니다. 근대국가 일본은 시작부터 꼬였다. 아시오 광독을 덮은 자들이 2차 대전의 책임과 전쟁 범죄를, 미나마타를, 후쿠시마의 실상을 덮었다. 근대국가 일본이 걸어온 역사 속 굵직한 어그러짐은 예외 없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 출발점에 바로 아시오 광독 사건이 있다. 길가에 구르는 작은 돌멩이들에게서도 눈길을 거두지 못한 사람, 다나카 쇼조에게 매혹된 지성들 다나카 쇼조는 가장 낮은 자리, 민중의 삶 그 한복판으로 들어가, 이들과 함께 싸우고 깨치면서, 근대 문명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 잠재된 비인간성·반생태성·반문명성을 날카롭게 짚어낸 사상가였다. 그러한 문명관으로 동시대 일본 지식인들과 달리 동학농민운동의 가치를 알아보고 전봉준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물질이 모자람을 애태우거나 마다하지 않”으며 “온몸으로 공공에 이바지하는 삶”을 살았다. 끝내, 우물도 담도 남기지 않은 무소유의 삶이었다. 다나카 쇼조는 일흔을 넘긴 나이로 와타라세 강 강줄기를 걸어서 훑으며, 저항운동에 필요한 돈을 모으려 벗들의 집을 차례로 돌아 야나카 마을로 돌아오던 길에, 낯모르는 이의 집 툇마루에서 쓰러졌다. 그가 마지막까지 메고 다니던 바랑에는 [신약성서], ‘일본제국헌법’과 ‘마태복음’을 한데 묶은 책, 일기장 세 권, [와타라세 강 조사 보고서] 초고, 휴지 몇 장과 강 김, 그리고 돌멩이 세 개가 들어 있었다. 다나카 쇼조다운 마무리였다. 탈핵 운동에 헌신해 온 과학자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의 연구실에는 다나카 쇼조의 사진이 놓여 있다. 세계적 음악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류이치 사카모토는 2018년 한국에서 자신의 특별전을 열며 “참된 문명은 산을 황폐하게 하지 않고, 강을 더럽히지 않고, 마을을 부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아니한다.”라고 하는 다나카 쇼조의 말을 벽면 하나에 새겼다. 이 말은 오래전 일본 유학길에 오른 방정환 선생이 아끼는 후배 정순철 선생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들뜬 목소리로 들려준 문장이기도 했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에서 한국 기독교계의 양심 박경미, 그리고 동학 연구의 권위자 박맹수에 이르는 걸출한 지성들의 다나카 쇼조론論에서 보듯, 다나카 쇼조의 삶과 사상은 1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 곳곳에서 수많은 동아시아의 양심과 마주 울리고 있다. 출판사 리뷰 1904년 7월말, 쇼조는 야나카 마을이 수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홓로 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토지 매입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며 야나카 마을의 자치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p16 "정직한 이에게 신이 깃든다. 철저히 정직한 이에게는 철두철미한 신이 깃들고 어물어물 정직한 이에게는 신도 어물어물 깃듭니다." 이처럼 쇼조는 에도시대 이후의 통속 도덕 속에 서 있으면서도, 정직이라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보편적인 가치가 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p46 만일 그런 광경을 그저 지켜보고 불쌍하다 여기고, 듣기만 하며 가엾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피상일 뿐이다.1908년 6월 15일 p53 그래서 자본주의를 없애겠다는 큰 목적 앞에서 아무리 사고한 일로 여겨질지라도, 기노시타와 헨미가 야나카 마을 주민들을 '신의 백성'으로 삼아 '진정한 사람의 천국'을 야나카에 만들고자한 종교적 메시아주의의 숭고함을 잘 알면서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측은한 마음을 참을 수 없다."며, 쇼조는 현재를 구하는 쪽으로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쇼조의 '오늘은 오늘 주의'였다. 그리고 이러한 쇼조의 '오늘은 오늘 주의'가 한국의 기독교인 함석헌에게서도 공통점으로 발견된다는 것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p61 조금이라도 사람 목숨에 해가 된다면 조금쯤은 괜찮다고 말하지 말라.p62 물을 맑게 하는 데도, 먼저 자연의 정화 작용을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다. 가령, 바지락 한마리가 한 시간에 물 1리터를 정화한다고 한다. 강가의 갈대도 물을 맑게 한다. 바다라면 거머리말도 그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연의 정화 작용을 넘어서는 지경까지 물을 더럽히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성물질이 엄청나게 든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폭거'를 감히 실행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미나마타병을 일으킨 것과 똑같은 원리가 작용해서, 먹이사슬에 따라 해양 생물들에게 쌓인 다음, 끝내는 인간이나 큰 물고기가 해를 입지 않는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벌써, 후쿠시마 현이나 미야기 현의 바다 밑바닥이나 바닥고기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방사성물질이 확인되고 있다. 수질 오염의 영향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된다. p83-84 표결 결과, 국회의원 세비 증액안은 134대 125로 9표 차로 통과되었다. 하지만 쇼조는 반대 연설을 한 뜻을 지키려고 한 것일까, 의원 세비 전액을 스스로 되돌렸다. 이리하여 쇼조는 의원직을 사퇴하기까지 남은 임기 (1899년 4월부터 1901년 10월까지)중에 세비를 1엔도 받지 않았다. 다나카 쇼조가 '대단한 가난뱅이'라는 것은 온 국민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것을 쇼조는 "때에 즈음한 덕의"라고 표현했댜. 지금이 어떤 대인지를 똑똑히 판별하고 시의적절한 덕의심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p95 내려다 보시는 하늘을 우러르지 않으면 보통 사람은 타락하고 국민이 감시를 게을리하면 정치인은 도둑질을 한다. 1902년 8월 .p96 우리는 이제 대국을 우러르며, 대국을 좇는 일을 단호히 포기하자. 분에 맞는 소국이라면 족하다. 올림픽 메달 수를 다투지 않아도 좋다. 세계 정치의 주도권을 거머쥐지 않아도 된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따위를 노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경제 대국이라고 찬사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다른 나라를 방해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폐를 끼치지 않는, 그런 깊고 그윽한 몸가짐의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p132 아아, 인민은 어리석어도 정직하고, 항상 앞뒤를 따지며 백년대계를 세운다. 그런데 이에 반하여 오늘날 관리들은, 특히 상급 관리들은 백년대계커녕 일 년 계획도 없이 그저 짧은 한때에 몰두하는 욕심보들뿐이다. 그날그날 자리의 안전을 꾀할 뿐이다. 그러므로 늘 임시변통이다. 인민은 인민의 경험을 믿고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말라. p134 쇼조는 예수의 가르침을 '버리는'일과 '용서를 구하는'일 두가지로 요약하고, 나날이 그 실천에 힘썼다. p143 내가 항상 말하는데, 전 세계 사람들은 물론이고, 날 짐승, 길짐승, 벌레, 물고기, 조개, 산, 강, 풀, 나무에 이르기까지 무릇 이 세상 동식물은 무엇하나 나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없어, 이 모두가 나의 좋은 스승이다.p157 '듣는다'와 '들려준다'의 차이. 이것은 그저 교육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 원리다. 쇼조의 야나카학은 그러한 인간 사회의 진리를 발견하기에 이른 것이다. p161 쇼조는 올해 예순일곱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가, 그저 남의 것을 훔지치 않고, 남의 집에 불을 지르지 않고, 감히 사람을 죽이지 않고, 새를 죽이지 않고, 벌레를 죽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있을 뿐, 이루지 못할지언정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됨됨이가 있을 뿐입니다.p162 이 저수 공사가 쇼조가 외친 치수론의 특징 가운데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수계일관의 사상'이다. 산에서 바다까지, 강상류에서 하류까지 모두 서로 밀접하게 하나로 얽힌 것으로 보고, 물길을 돌보는 일 뿐만 아니라 산을 돌보는 일까지 중시하는 것이다.'치산치수'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다. 쇼조는 "숲을 마구 베어 없애는 것은 나라를 스스로 죽이는 행위이다."라고 할 정도로,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을 돌보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p166 치수는 하늘이 다스리는 것이다. 우리가 능히 잘 다룰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오로지 삼가며 다른 존재(남)을 해치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흐르는 물길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할 뿐. 적어도 흐르는 물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할 뿐, 깨끗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할 뿐, 마을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서로 이 마음으로 물을 따르면, 물은 기꺼이 바다로 갈 뿐, 우리는 그저 산을 사랑하고, 강르 사랑할 뿐이다.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이것이 치수의 크나큰 핵심이다. 1909년 9월 24일 p170 산이나 강의 수명은 만억 년에 이른다. 30년이나 50년 전은 산과 강의 한순간이다. 사람의 짧은 수명이나 모자란 지식으로 생각하니 30년이나 50년을 옛날처럼 느끼는 것이다. 산은 천지와 함께 나이를 먹어 왔다. 또한 귀중한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의 간섭 따위는 허락하지 않습니다.p183 일본을 보라. 천연을 계발한 것은 없고 되레 천연을 망치는 일에만 급급하다. 그 동안 간신히 물질의 힘을 빌려 조그만 이익을 얻은 자가 많다. 천연이 큰 것을 모른 채, 유한한 물질에 잠시 깃든 힘을 빌려 자질구레한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그 조그만 이익조차 사사로운 것, 자연이 공공에 베푸는 크나큰 이로움을 모른다. 이것이 지금 현재의 모습.p194 '공공하며 서로 돕고 아끼는 생활'을 통해 지역 자치와 '여럿이 어울려' '두루 행복한' 사회를 이루고자 한다. '자연과 공생'하고 '자연이 모두에게 베푸는 크나큰 이로움'을 최대한 살리는 생활을 실천해 나간다. 이것이야말로 다나카 쇼조의 공공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p224 금요일(14) 하승철 하동 군수와 인터뷰가 있었다. 군수에게 이책을 선물로 드렸다. 재미있을거라 말한다. 같은 길을 가던 가지 않던 같은 정치가로서 이름을 남긴 사람의 족적을 읽는 것은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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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15
  • 구례 몸살림운동을 시작합니다
    구례 몸살림운동을 시작합니다 몸살림운동은 내 몸을 바로잡아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한 몸으로 이웃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운동입니다. 사단법인 몸살림운동본부 만세협동조합(함양) 선생님들이 함께 합니다. - 언제 :집중운동(자세잡기, 교정) 8월 17일(목), 18일(금), 24일(목), 25일(금) 저녁7시 ~ 8시 30분 평시운동8월 31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7시 ~ 8시 30분 - 어디서 : 그루터기 2층 (구례군 구례읍 봉동길 14) - 모집인원 : 10명 (선착순) - 회비 : 8월 10만원, 9월부터 3만원 * 물어보기 : 010-4686-6547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7-13
  •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책표지를 보면 놀라움과 의구심이 든다. 과연 이런 차림으로? 이런 차림으로! 그녀는 11명의 자녀와 34명의 손자, 그리고 2명의 증손자가 있었다. 남편과는 35년 살고 이혼했다. 그녀의 남편은 이혼 할 때까지 그녀를 학대하고 구타했다. 우리 가족도 아팔레치안 트레일의 일부인 스모키 마운틴에 간 적이 있다. 차에 트레일을 끌고 트레일에서 며칠을 지내고 트레일을 걸었었다. 1955년 5월 2일 봄날 엠마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트레일에 올랐다. 봄은 사람들의 마음을 부풀게 하는 바람이 부는 계절임에 틀림없다. 엠마는 조지아주 오글로트 산에서 출발해 13개 주를 통과했다. 9월 7켤레의 신발을 갈아신고 14키로가 빠진 몸으로 도착점 메인주 캐너린 산 정상에 올랐다. 엠마는 손수 만든 저 보따리에 최소한의 옷과 반창고정도의 비상약, 그리고 음식을 넣었다. 당시 아팔레치안 트레일을 완주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정비도 불량했고 쉼터도 별로 없었다. 가다 뱀에 물린 뻔도 하고 고슴도치와 잠도 자고, 큰 짐승과 곰과도 맞닥뜨렸지만 무사히 넘겼다. 어느날 무엇엔가 물려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끼고 있던 안경은 떨어지고 부서져 반창고로 간신히 붙여 사용했지만 나중에 안경마저 버렸다. 146일동안 폭우는 물론 그곳을 강타한 태풍도 만났다. 태풍에 계곡에 물이 불어나 목까지 잠길 정도로 위험했지만 다행히 두 청년과 양쪽으로 몸을 묶고 간신히 건너기도 했다. 중간에 먹을 것이 없어 야생 딸기로만 배를 채우고, 트레일에 잘 곳이 마땅치 않을 때는 낙엽을 깔고 맨바닥에서 잔 적도 있다. 음식이 떨어지고 잘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인근 마을로 내려가 도움을 청했다. 거렁뱅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트레일 시작하는 곳에 다시 데려다 준 사람도 많지만 냉정하게 대한 사람도 있다. 엠마는 초등학교만 나왔지만 가는 곳마다 일기를 썼고 나중에는 애들에게 편지도 보냈다. 종종 시도 썼고 그녀의 고향 갈리폴리스의 한신문에 기고도 했다. 집은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 책과 종이롸 작은 실타래들 머리를 다듬는 빗과 솔 반짇고리 바구니와 안락의자 시계와 음악, 성경책 부엌의 화덕과 먹을 거리들 작은 발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들고 나는 소리 마루 위에 널려 있는 자잘한 물건들 장난감 기차와 자동차, 그리고 예쁜 인형들 아이들의 옷과 잠자리 새끼 고양이는 밥을 어서 먹어야지 누군가 어두운 밤 우리를 괴롭히면 강아지는 멍멍거리며 우리를 지켜주지 엄마는 친절하고 다정해 참을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지 그렇지만 가정의 중심은 역시 아빠 가족의 생활을 해결해주고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마음 어떤 시련이 있어도 밝은 가정이 있다면 언제나 친절함과 따뜻함도 함께 있으리 이 시를 읽으면 그렇게 맞으면서도 남편이 아빠라는 이유로 많이 참았던 것 같다. 다른 많은 여자들처럼. 내가 청소하고 단장한 나의 집 내 기운이 다할 때까지 비록 돈은 부족하더라도 모두 다 나 홀로 해내리 그녀의 강한 책임감과 가정에 대한 사랑이 읽힌다. 엠마가 어느날 사라졌지만 가족 중 아무도 그녀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자기가 할 일을 잘 알아서 하는 사람이고 자식들에게도 늘 그렇게 말했다"고 자식들은 덤덤이 말한다. 그녀가 트레일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지만 차츰 차츰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나중에는 그녀가 어디쯤 걷고 있다는 것이 신문에도 보도되었다. 마지막에는 아팔레치안 트레일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으로 유명인이 되었다. 더구나 그녀의 옷차림이나 장비 나이등이 밝혀지며 점점 화재거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왜? 걷느냐는 질문에 자기는 자연을 사랑하고 트레일을 걸으면 아주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언덕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또 그 너며에는 뭐가 있는지도요." 엠마는 어떤 기자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완벽한 고독"을 찾았다고 말했다. 어디 구간이 제일 좋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야 내려오는 길이지"라고 대답했다. 엠마는 이후 2번이나 더 아팔레치안 트레일을 완주했다. 펜실베니아 베이커트레일에서 80을 보냈고 여려곳에서 장기 야영도 여러번 했다. 일흔살이 된 엠마는 애디론덱 산맥의 여석 개 봉우리에 올랐다. 71살에는 오리건주 탄생 100주년에 맞춰 95일 동안 올드오리건 트레일을 걸었다. 그녀는 이후에도 계속 계속 걸었고 캐나다에서도 걸었고....걸어 지구 둘레 절반에 해당하는 2만 2500킬로를 걸었다. 어느 숲에서 만난 인디언은 그녀에게 "숲속에서 별의별 것을 다 보며 살았는데 그중에서 할머니가 가장 이상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텃밭에서 일하고 다음날 몸이 안좋다고 아들 넬슨에게 전화했다. 평생 딱 한 번 병을 앓았던 엄마의 이런 말에 넬슨은 구급차를 불렀다. 다음날 아침 엠마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85세로 세상과 하직했다. 그녀의 묘비명은 엠마 R. 게이트우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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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10
  • 재밌는 책이다. 시작하면 단숨에 끝까지 읽게 하는 저력이 있다. 저자 레티샤 콜롱바니는 프랑스인으로 3권의 책을 썼는데 모두 어려운 여건에 있는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특히 인도의 불가촉천민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첫번째 책 '세갈래길'에도 불가촉천민이 나온다. 인도에 관련된 영화나 이야기는 가끔 보고 듣는데 그 삶이 극과 극이다. 'Lion'이란 영화에 나오는 인도의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사람도 아름답다. 영화 'vanaja'에서 듣는 인도 음악은 우리나라 창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Born into Brothels(꿈꾸는 카메라)은 사창가에 사는 아이들 이야기인데 화면은 비현실적인데도 아름답고 내용은 너무 슬프다. 촬영 년도가 2006년이니 20년 동안 얼마나 바뀌기는 했을까? 이 영화의 음악을 엘런(당시 자원봉사로 일했던 곳의 대장)의 아들이 작곡했다. 다큐 '인도의 딸'(2015)을 보면 '여자'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어떤지 짐작한다. 인도의 23살 의대생 조티 싱(1989-2012)이 시험이 끝난 후 남자 친구와 저녁에 영화를 관람했다. 이후 버스에 탑승했으나 남자 친구는 구타당하고 여자는 6명에게 강간 당했다. 조티는 창자까지 꺼내진 채로 버스 밖으로 던져졌다. 성폭행범의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밤에 남자 친구하고 외출한 게 잘못이다. 인도 문화를 무시한거다. 여자를 음식처럼 길바닥에 놔두면 안된다. 여자는 보석보다 소중하고 다이몬드보다 소중하다. 길에 내놓으면 개가 물어간다. 남자하고 여자가 친구가 되는건 불가능하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남자와 여자에 교훈을 주려고-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성폭행 당하는건 죽는 것보다 나쁜일이고 살아도 시체나 같다." 나 어렸을 적에는 아이들이 연을 많이 날렸다. 몇번 날려 본 것 같은데 쉽지 않았다. 바람이 잘 부는 벌판이나 언덕에 올라가야 한다. 이 영화에서는 바닷가다.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사람은 아직도 존재할까? 그들의 삶은 실제로 이 소설과 비슷할까? 아마도... 알고보면 어느나라나 아직도 불가촉천민의 삶을 사는 이들은 존재한다. 주인공 레나는 학교 선생이었고 가르치는 일에 열정적이었다. 배우지 않으면 우물안 개구리가 된다. 엄마 생각이 난다. 최고의 선생님이셨으며 내 생애 최고의 스승 나의 엄마!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엄마에게 바치겠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나 혼자 잘먹고 잘 살 궁리보다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는지 배우고 보고 겪고 나서야 한다. 궁리를 안하니 그렇지 발벗고 나설 곳이 많을텐데... 변명은 100가지나 되고 행동 할 이유는 101가지나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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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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