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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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영화보고 울고 오늘은 책보며 운다. 여인숙 달방에 사는 사람도 불쌍하지만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에게 마음 쓰는 작가 이강산 때문에 눈물난다. 이 사람은 아마도 천사의 변신 아니면 분신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명의 가치는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인가.

모두가 한순간만이라도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나는 이틀 내내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내게 던지면서 그 답변을 궁구하는데 몰입했다." p116

"마른 수세미처럼 생이 고갈된 자신을 살리는 이유는 죽이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p123


겨울 방에 물이 어는 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이사람에게 눈물이 난다. 그이 다큐 사진 여인숙 펀딩에 참여해 책을 받았지만 사실 보지 않았다. 보나마나 음울하고 우울한 인간의 삶이 흑백으로 찍혀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책을 읽다보니 그 사진책이 궁금해 펼쳐본다.

 

" 행복, 희망, 자유, 평화, 인권.인간의 근원적 특성을 포괄하는 추상어들. 생명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 삶의 가치가 담긴 낱말이다. 이것을 달방 가족들이 여인숙에서 살아가는 동안 입에 담을 기회가 올까. 그것은 언제일까.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전 내내 이 화두에 집착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일이 좀더 명확해지는 듯해서 마음이 고무되었다.p102 

"나는 휴먼다큐 기획 의도를 소리내어 읽었다. 사회적 소외와 외면의 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삶의 기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환기하고 공존과 상생, 인권과 평화를 도모함"p195

이런 사람의 마누라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또 자기 마누라의 심정을 헤아리는 그를 보며 그러기에 부부로 살아가 것이라 생각도 해본다. 

한때 존경했던 분은 고 제정구씨였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나의 생활 터전을 버리고 그들의 열악한 환경 속으로 들어가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아닐까. 제정구가 그런 사람이었다. 역시 이강산이 그런 사람이다.

 

"몇번을 생각해 보았으나 휴먼다큐 여인숙 촬영이 먼저가 아니었다. 나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사람을 우선 살리고, 그들이 단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이 먼저였다. 그들은 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나 아니라 내가 그들의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는게 옳다는 판단이었다."p159

내가 한때 같이 놀아줬던 소년원의 아이들과 공주치료감호소의 환자들과 카토릭워커하우스에 밥 먹으러 오던 미국인들 생각이 난다. 이들도 국가에서 주는 생활비를 받아 살아갔지만 와서 먹는 점심은 풍성했다. 또 저녁까지 가져 갈 수 있었다. 나라가 부자니 가난도 질이 다르다. 그곳이나 이곳이나 술과 담배가 문제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국 최악으로 치닫는다.

"인철 아우는 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채 휘청거리며 역전 쪽으로 난 여인숙 골목을 빠져나갔다. 우두커니 지켜보는 인철 아우의 뒷모습에 언뜻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보았던 짐승이 오보랩되엇다. 푹설로 양식과 길을 잃은 숲속의 짐승. 가슴속 어딘가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이 겨울, 나는 지금 어는 숲에 서 있는지, 나는 짐승인지, 인간인지,"p155

 "승기 형은 운동을 핑계 삼아 여인숙 골목을 걸을 때 외에는 종일 방에 누워 지낸다. 어쩌다 맥주를 마시는 일도 잇으나 대개는 매월 생계급여 받는 날, 하루뿐이다. 맥주를 두 번 마시는 순간, 그 금액만큼의 밥을 굶어야 한다. 형이 자신을 유폐시킨것처럼 방에 누워 지내는 까닭을 나는 여실히 안다. 허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형을 비롯해 많은 달방 가족들이 외출이나 실내 운동 따위의 움직임을 최소로 줄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p238

"형이 다리가 불편한 탓에 주차장 바닥에 앉혀두고 내가 바가지에 물을 떠서 흘려주는 식으로 한 시간 남짓 닦앗다. 발톱은 싯누런 무좀 기운이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손톱깍기로 해결이 되지 않아서 다음주에 철사를 자르는 니퍼를 준비해주겠다고 했다. 발등부터 발바닥까지 덕지덕지 쌓인 때를 벗기는 일은 하루로 부족했다. 당장은 냄새를 지우는 정도로 끝냈으나 며칠 더 닦기로 약속했다. "p303

 

"진실한 인간관계는 시간과 정성을 먹고 자라는 나무다."p264

"진실이야말로 최고의 사진이며 최대의 프로파간다."p269

 

 

사람은 다 인간이라 불리지만 그 시간은 다 다르게 흘러간다.

인간다운 시간이란 어떤 시간인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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