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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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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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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8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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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8
  • 페미니즘철학
    페미니즘, 페미니즘...언제부턴가 너무나 많이 회자되는 페미니즘. 대충 여성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의심된다. 도대체 '페니니즘'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단 보시라 권하고 싶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망설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p 46 들뢰즈Gilles Deleuze 같은 사람은 철학은 생성하는 사유고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배움의 운동이라고 해요. 그래서 철학은 동일자를 확인하는, 즉 A는 A다‘라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증가시키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제 철학은 새로운 방식의 사유를 모색하는 것을뜻합니다. p 52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p 53 남성에게는 남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지않는데, 여성에게만 여성의 성적인 특징들, 여성의 외모적 특징들을 여성성이나, 여성이라면 지녀야 할 굉장한 덕성인 것처럼이야기하는 게 틀렸다는 거예요. 남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성을두고 말하는데 여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징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는 것들이 부당하다는 거고, 여성도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라는 거죠. 그러니까 스테레오타입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거예요. p64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p 65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페미니즘이 철학이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페미니즘 저서들을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왜 그렇게 시작할까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여자들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문제를 느끼고 바꿀 수가 있는 거죠. 그래야 구체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P135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을 착취의 자리로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게 되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제도 안에서 권력의 차이가 선명하잖아요.” P 206 “그래서 저는 낙태권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파이어스톤이 재생산의 권리를 제기한 이유를 떠올리면서요. 파이어스톤은 재생산이라는 게 지금의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억압이라고 분석했고, 이로부터 저항하면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다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재생산 문제 때문에 성 계급까지 호명했잖아요.” p 296 책소개(알라딘) 기존의 이 세계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발명해온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를 독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적인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할 법한 그들의 핵심 도서와 문장들을 통과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인간인가’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각 부로 구성해 1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소개하고 페미니즘 철학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고유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제1물결 페미니즘과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의 조류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 사상가들의 사유가 동시대의 철학으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엮어 소개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권의 옹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철학 초기의 사상을 다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점을 주창한 열렬한 계몽주의자이자 근대 민주주의자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이 언제나 타자의 지위인 제2의 성에 머물 수밖에 없는 기제를 밝히며 여성이 타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악’이며 여성이 자유를 획득해 주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도덕적 명령이라고 못박아버린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상을 여기에서 다뤘다. 목차 프롤로그: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철학과 보편적 인간에 대하여 여성은 인간이다 2장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메리 울스턴크래프와 여성의 이성 3장 타자로서 여성을 정의하다: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은 다르다: 복수의 여성들 4장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베티 프리단이 발견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5장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대하여 6장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오드리 로드Ⅰ 7장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오드리 로드Ⅱ 에필로그: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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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3
  • 고양이 오스카
    데이비드 도사의 고양이 오스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 초리는 끊임없이 나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그의 존재가 나를 잠시도 쉬게 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나의 주위를 맴돌지만 나에게 안기거나 나의 손길을 달가와 하지는 않는다. 늘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늘 나를 주시하고 있다. 마치 CCTV의 감시하에 있는거와 다르지 않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의 뇌에 저장하는지 알 수 없다. 나 또한 그를 관찰하지만 "그는 정답이 없는 퍼즐이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어느새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집의 영혼이 되어간다.-장꼭또" 나는 그 퍼즐을 풀기 위해 이책 저책을 뒤적여본다. 초리와 같이 평범한 고양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그는 미국에 있는 한 요양원에 기숙하는 고양이다. 이 요양원은 동물을 기르도록 허락되지 않았지만 어느날 오스카는 이곳을 제가 살 자리라 맘을 먹었다. 고양이는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그 장소를 떠나지 않는 영역동물이다. 요양원의 사람들도 포기한채로 그를 인정하다 그를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 요양원이란 곳은 거의가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다수인 곳이다. 이 곳의 환자를 돌보는 노인 전문의 데이비드 도사는 (그의 성이 도사다) 고양이 오스카에 대한 메리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넘겨 듣는다. 그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고양이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고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다. 메리의 이야기는 고양이 오스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임종이 가까운 사람이 누군지를 안다는 것이다. 고양이 오스카는 병원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임종이 다가온 사람이 있으면 그의 침대 곁에 머무르며 임종을 지킨다. 그는 '임종지키미 고양이'인 것이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에 예민한 고양이가 그 냄새를 알아채고 그의 곁을 지키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임종을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복적인 오스카의 행동은 이제 요양원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있다.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오스카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된다.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실화다. 치매가 반드시 누구나 거쳐가는 병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겪는 노인병이다. 데이비드 도사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가족을 만나며 지금 현재를 사는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잃는 것이며 지나온 삶의 괘적을 지우는 일이다. 죽음은 결국 모든 것을 지우는 일인 것을 인정 한다면 치매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 삶의 과정에 고양이 초리가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고통스런 삶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와 음악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목차 독자 여러분께죽음을 감지하는 고양이 오스카오스카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승리루벤스타인 부부스티어하우스와 고양이의 인연치매 환자 치료의 딜레마오스카와 함께한 첫 회진도나 모녀의 마음을 이어 준 오스카사라진 슬리퍼와 죄책감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떠나보낸 자매음악이 전부였던 리노 페레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감당하기 어려운 일치매 환자는 무슨 꿈을 꿀까삶을 완전히 바꿔 놓는 병존엄하게 죽을 권리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빈 병실을 지키는 오스카간병하는 가족의 진실한 친구루벤스타인 부부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이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루스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새 환자, 그리고 오스카마치는 글데이비드 도사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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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9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일본인 마루야마 겐지는 동경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글을 쓰고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25살에 귀농을 하고 집필에 전념하며 그의 농촌 체험기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고재운 옮김)” 펴내며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조언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시골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와삭 부셔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거친 자연과 시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시골에 오니 좋은 것은 많다. 산이 바로 앞 마당이고 눈 앞에 푸른 산이 펼쳐져 있으니 산보가 등산이고 오염이 적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조용하고 한가하며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라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내가 알아온 진리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겐지가 지적한 대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는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겐지가 지적하는 엄청난 위험은 모른척한다 하더라도 시골에 살려면 우선 내 마당 내 집에 드나드는 작은 동물과 곤충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내 집 마당이라고 집안에서 입던 반팔과 반바지로 마당에 나섰다가는 모기, 진드기, 심지어 쯔쯔가무시라는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에 무방비로 희생 될 가능성을 절대로 피 할 수 없다. 집 안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잠자리 풍뎅이 말벌조차 때론 길을 잘못 찾아 나와의 동거를 요구한다. 비 오는 날이면 배로 기어 다니는 것들도 동거에 참여하려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대신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농부치고 하얗고 뽀얀 얼굴은 가진 분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뭔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는 꼬불 꼬불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야하고 공공 시설의 혜택은 대충 포기하는 것이 맘 편하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밭을 가꿔본 사람은 안다. 밥상에 무공해 유기농 채소 한 접시 올리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과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과 그것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갠지가 지적했듯이 농부 흉내라도 내며 조그만 텃밭 가꾸는 것도 허리가 휘어지게 벅찬 일이다. 내 손으로 돌을 고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에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수고를 한 끝에야 비로소 유기농 채소라 불리는 나물 한 접시가 상에 올라 오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갠지는 처음 대하는 거친 자연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경고하지만 처음 만나는 시골의 낯선 이웃들에 대한 경고에 더 한층 수위를 높인다. “깡촌에서 살인사건 벌어지고”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시골에 있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범죄자들이 시골로 이주하고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가능한 큰 개를 기르라고 조언한다. 한술 더 떠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창까지 준비하라고 순진한 도시인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 한 것”이라며 차라리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으라”고 까지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관심 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라며 허를 찌른다. 겐지가 이렇게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나 삶이 그렇듯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으며” “어딜 가도 삶은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또한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으니” 떠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도시와 시골의 중간인 별장지대를 적격이라고 추천한다. 시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멋진 풍경에 취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과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런 날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겐지는 그의 40년 체험한 시골생활의 경험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고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직시 할 수 있도록 충고하고 있다. 그의 조언은 결국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본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으니” “병을 불러 들이는 생활 태도”부터 고치라고 말한다. 그가 건네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시건 시골이건 “홀로서기”에 성공하여 “자신다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이 치유”라며 “불편함”이 심신을 단련시켜주고 뇌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며 당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 돌려 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한번쯤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인다면 의존하고 있는 그것에서 조금 더 “홀로 서기”에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다. 목차 서문 006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016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023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030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031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0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042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0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050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0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054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0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065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072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074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0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078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080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083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0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0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094수제 창을 준비해라 0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1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9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불편함이 치유다 185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7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1968년 소설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며 50년 가까이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파랑새의 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을 썼고,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개와 웃다』, 『세계폭주』, 『산 자에게』, 『취미 있는 인생』,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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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23

실시간 사는이야기/책마을 기사

  • 지구의 미래
    카를로 페트리니 (Carlo Petrini) 전 세계 150개국에 1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제운동단체 ‘슬로푸드’를 설립한 인물이자, ‘테라마드레’, ‘살로네 델 구스토’ 등 슬로푸드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카를로 페트리니는 1980년대 중반 로마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데 앞장선 일로 유명해졌다. 과거에 공산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했으나 현재는 이탈리아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민주당 당원이다. 2004년에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를 뒷받침할 새로운 미식가와 먹거리 혁신자를 양성하기 위해 미식과학대학을 설립했다. 그해에 《타임》은 그를 ‘올해의 영웅’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유엔은 그를 ‘지구의 전사’라고 불렀다. 2016년 5월, 유엔은 그를 ‘FAO 기아퇴치 유럽 특별대사’로 임명했다. 지은 책으로 《슬로푸드Slow Food》, 《슬로푸드 제국Slow Food Nation》(한국에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으로 소개되었다), 《슬로푸드 혁명Slow Food Revolution》 등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Jorge Mario Bergoglio)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어났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했지만 신학교에 들어갔다. 1973년 예수회 최종 서원, 2001년 추기경 서임,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거쳐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로마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자 첫 예수회원 교황이며, 1282년 만의 비유럽 지역 출신 교황이다. 그의 교황명은 성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프란치스코회는 청빈한 삶을 살며 사회적 약자들의 곁에서 복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교황임에도 전용 관저를 쓰지 않고, 일반 사제들이 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며, 복식 또한 화려하지 않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슬람교도와의 평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즉위 이후 해외 방문 가운데 절반 이상을 비가톨릭 지역을 방문하는 데 할애하며 전 지구적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아라비아 반도를 방문한 첫 교황이 되었고, 2021년에는 최초로 이라크를 방문한 교황이 되었다. 이라크 방문에서는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를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아파 지도자와 수니파 지도자를 모두 만난 첫 교황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동물, 자연환경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회칙 <사랑하는 아마존>을 비롯 여러 곳에서 지구와 환경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교황: 내가 아는 훌륭한 철학 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노는 능력을 통해 한 사람을 평가하고 자질을 가늠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아이들과 잘 놀지 못하는 자는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p100 교황: 남자든 여자든 기혼자가 고해성사를 보러 오면 항상 자신의 아이들과잘 놀아주는지를 묻곤 합니다. 부모는 일 때문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 귀찮다는 듯이 떨쳐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과의 놀이는 시와 같습니다. 아버지는 감흥을 담은 시로 자녀들을 잘 교육할 수 있습니다.p100 교황: 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일관성입니다. 일관된 사람이라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일관성이 없었죠!p101 생물의 다양성 -카를로 페틀리니 우리는 1900년 이후 전체 농업에서 생물 다양성의 70%이상을 잃었고, 역사적으로 인간이 식량으로 사용한 전체 동.식물종 가운데 3분의 2이상이 사라졌다. 그 이외의 생물종도 똑같이 놀라운 속도로 소멸이 진행되고 있어 유전적 빈곤이 인류 존재의 특징이 되는 세상을 예고한다. 이런 역사적 시기에 보통 과거 지질시대를 겨냥한 '대멸종'이라는 표현이 거론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p108 교황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광범위하게 다룬 '통합 생태론'의 개념이 대두되었다. 이 개념은 " 사회 운동 없이 환경 운동도 없다"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요컨데 중대한 사안인 환경 보호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문제화 밀접하게 연결시키지 않으면 단호하게 맞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근원, 즉 문화적 다양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수용하면서 인본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치 요소도 포함된다. p110 범아마존 지역을 구성하는 9개국에는 390개 민족, 국가를 대표하는 300만 명가량의 원주민이 살고 있다. 여기에 민족 중심적인 '문명'을 지키며 외부 세계와 접촉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 즉 자발적 고림 상태의 토착 부족이 110-130개 추가된다.p110 토착민의 우주론, 즉 지구와 자연의 일부로서 인류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관이다. 이는 균형과 순환, 절제와 나눔, 지구의 끊임없는 진동 가운데서 신성을 볼 수 있는 영성에 기초한 접근 방식이다. p112 한편 영성은 인간의 근본적 요소이고 성, 의지, 욕망, 삶의 충동, 이성과 마찬가지로 본질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나는 새로운 인본주의를 재건하고 지구에서 형제로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길은 열정적인 영성의 함양과 분리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나는 특히 이 점을 진보주의와 좌파 진영에 호소한다. 오늘날 그들은 수 세기 동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세계관을 대표한 가톨릭교회를 통해 이따금 '좌파를 초월하는' 위치에 있다. 지금 시대에 활동가가 되는 것은 영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인과 세상을 깊이 있게 연결하고 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회와 인간 혁명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데 영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13 다음은 많은 사람이 과학적 사고의 상징으로 여기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신비에 눈뜨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 세계의 가장 큰 신비는 인류의 다원성과 심오함이다. p114 사랑하는 아마존: 프란치스코 교황 중요한 것은 아마존 지역의 발전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마존 지역을 문화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스스로 자신의 최상 것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것이 바로 교육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곧 뿌리 뽑지 않으면서 함양하고, 정체성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성장을 촉진하며, 침해하지 않으면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자연이 그 잠재력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는 것과 같이, 아직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있는 문화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문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p115-116 우루과이의 전 농민대통령 호세 페페 무히카는 어느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있기에 가난하지 않습니다.가난하다는 것은 가진게 없다는게 아니라 공동체 밖에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와 거난의 차이에 대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고독 속에서는 번영도 복지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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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30
  • 달의 궁전
    450쪽 정도 되는 책을 읽자마자 몰입했다. 중간에 몰입도가 좀 낮아지긴 했으나 끝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재밌어서.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제3자 되어 누군가를 관찰하는데 몰입한다. 아니면 내가 바로 그 주인공이 되어 내가 아닌 다른 방식의 삶에 이입된다. 무엇엔가 몰입하고 나면 기분이 빵빵해진다. 무엇이란 독서, 음악, 노동, 걷기...같은 것이다. 우연과 필연이라는 단어가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났다. 과연 서로 얽혀있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사는 방법, 같은 것들이 어떤 우연이나 필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달이 차고 기우는)같은 것으로 연결된 작용일까?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나고야 마는 것일까? 다른 말로 신의 섭리일까? 아니면 그저 바람속의 먼지 일 뿐인걸 인간이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시도일까? 나는 반드시 만나야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이것도 운명? 내가 어찌 알리? 곧 이 모든 것을 다 잊게 될 것을...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떨어져 죽기 직전에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떨어져 내리는 두려움이 줄어들지는 않았더라도 그 두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조망을 얻은 것이었다.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가에 뭔가가 팔을 뻗쳐 나를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가지 것이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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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25
  • 노비와 쇠고기
    700페이지의 두껍고 무거운 책이다. 무려 150여 쪽이 '주' 다. 노골적인 제목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다. 눈이 안 좋아 책을 눈에 붙이고 봐야 하고 엉덩이도 안 좋아 책을 들고 읽어야 하는데 무거워 힘들다. 다 읽었다기 보다는 훑었다고 봐야 맞다. 그래도 성균관을 둘러싼 반촌의 반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조선에서 쇠고기 식음의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농경사회 조선에서 소는 없어서는 안 될 큰 일꾼이었다. 소를 먹으면 그만큼 일손이 줄고 쌀이 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번 고기 맛을 본 사람은 또 다시 먹게 된다. 법으로 엄연히 금해져 있음에도 공공연히 쇠고기를 찾는 인구는 늘어갔다. 성균관을 위해 일하는 노비가 반인이다. 반인이 사는 곳이 반촌이다. 소를 도륙했던 사람들이 바로 반인이다. 배우지 못한 노비가 스스로의 역사를 기록하지 못했기에 이들의 역사를 찾아내는 저자의 노력에 감탄한다. 노비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절반 가량이었음에도 오랜 세월 이 시스템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결국 개혁이나 혁명이 아니고서는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노비들의 신분이 바뀐 것은 갑오개혁으로1894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나는 2008년 소고기 파동 이후 소고기를 먹지 않았다. 어쩌다 먹을 기회가 있어도 갈비살같이 뼈 주위나 사골 같은 뼈는 기피했다. 물론 소머리 국밥을 평소에도 먹지 않았지만 혐오했다. 드라마를 보면 특별한 일에 반드시 소고기집으로 몰려간다. 나와 지구를 위해 그리고 인간보다 더 몸집이 크고 머리도 크고 눈도 큰 소를 위해 고기는 멀리하고 싶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23
  •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표지 사진 제목: '어린 사제들 Pretini '= 나에게는 얼굴을 쓰다듬을 손이 없다' 마리오 자코멜리 작 이 책에는 내가 공감하고 좋아하는 말들이 많이 있다. 모든 인간은 "길 위에 있는 존재이자 순례자이며 나그네"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위안을 준다. 또한 "인간의 삶이 우연성에 좌우된다"는 것에 공감한다. 내가 들으려고만 그분은 이렇게 사제를 통해서 작가를 통해서 내 이웃을 통해서 나에게 말씀하신다. 우리는 모든 방랑하는 이들의 삶에 진심으로 축복을 기원해야 합니다. 고향을 떠난 세상의 모든 사람이 외롭고 위태로운 떠돌이가 아니라 온전히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길 위에 있는 존재'이자 '순례자'이며 '나그네'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 시대가 구원받을 수 있는 희망의 시간은 그러한 연대가 존재할 때 비로서 도래할 것입니다.p237 진실이 아프고 버거워도, 구태와 위선 속에서 사회가 병들어 가거나 내면에서부터 도덕적으로 무너지지 않으려면, 그리고 가장 약한 이들이 가장 무참한 피해자가 되지 않게 하려면, '진실의 시간'이 유예되지 않아야 합니다. 로마시대의 문인 겔리우스 이래 '진실은 시간의 딸'이라는 말은 서양에서 하나의 격언이 되었습니다. 시간과 함께 진실이 드러난다는 옛사람의 지혜는 결국 '진실의 시간'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은폐하고자 하는 유혹과 위협 속에서도 진실을 시간 속에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치유이자 해방인 시간, 속죄이자 용서인 시간은 오직 '진실의 시간'으로서만 다가옵니다. 진실의 시간은 누구도 홀로 가져올 수 없습니다. 진실의 시간을 위해서는 모두가 각자의 처지에서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p251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은 쓸쓸한 일이지만 좋은 약이 됩니다. 우리에게 인생을 정면으로 대면하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고, 참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p255 다윗은 우리에게 인간이 겪는 가장 큰 비참함을 보여줍니다. 욕망과 오만함이 낳은 죄가 위대하고 고결했던 인물을 죄인의 자리라는 나락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구약성서가 증언하는 다윗의 삶은 마치 그리스 비극을 비롯한 인류의 위대한 문학 작품들이 반복해 증언하고 있는 '인간조건'의 생생한 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인간조건, 즉 인간의 제약성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인간이 필멸의 존재라는 것, 인간의 삶이 우연성에 좌우된다는 것, 인간이 세상사와 인간관계의 관계망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등입니다. 그러나 다윗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인간의 불완전성이 바로 죄를 짓는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평생 쌓아온 덕망, 겨우 누리게 된 행복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죄로 한 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전율하게 합니다. 내가 내 삶을 망치는 원수였다는 것을 깨닫는 진실의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더구나 성서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과 달리 다윗의 죄에 일체의 변명거리가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가장 큰 위대함이 인간의 죄가 초래한 비참함의 심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윗을 보며 알게 됩니다. 다윗은 끊임없이 낮아져서 찢어지는 마음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그의 무거운 죄가 그를 절망과 죽음으로 이끌지 않은 이유는 다윗이 죄를 회피하지도 또 영웅적 오만함으로 죄의 결과를 혼자 짊어지려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직 본인이 가난한 죄인임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여기에서 인간의 가장 큰 위대함이 시작됩니다.p265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하느님께서 솔로몬을 왕으로 세워 이스라엘에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게 하셨다(1열왕기10,9)'라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이 구절을 곰곰이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혜를 구한다고 할 때 사실 내 한 몸 건강히 세상의 풍파를 피하고, 시대의 조류를 잘 타서 가족의 안녕과 직업적 성공 그리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 기술을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여왕은 솔로몬이 가진 지혜의 본 모습은 바로 주님의 뜻인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게 하는 길임을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역시 지혜를 귀하게 여긴다고 말하기에 앞서 그 지혜란 바로 정의와 공정의 실천을 의미함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p277 우리가 스스로에게만 의지하고 하느님께 길을 묻는 것을 게을리할 때, 우리의 장점과 수완은 더 이상 온전한 삶을 돕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를 오만함과 자기도취로 이끌어 지혜의 길을 버리게 한다는 사실을 한 때는 화려했으나 불행해진 노년기 솔로몬의 삶에서 다시 한번 배우게 됩니다. p279 세계가 갈기갈기 찢기고 심연을 드러낸 황폐한 시대에 사람들이 겪는 불안과 내적 분열 그리고 소리 없는 날카로운 비명을 그린 <절규>는 그려진 지 이미 100년이 훨씬 넘었지만, 마치 오늘날을 예언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우리가 이 그림에 전율하면서도 공감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계 곳곳에 불안과 절망과 날카로운 절규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기 대문입니다. 참으로 세상에는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뭉크가 직감한 그러한 불안의 세계상은 많은 현대인이 공유하는 것으로, 이러한 정서와 사유를 수렴하는 실존철학 역시 사람들을 충분히 사로잡을 만 했던 것이지요, 뭉크의 작품을 보며 '나는 실존주의자입니다'라는 명제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실존주의자는 어둠과 불안의 심연을 대면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고뇌와 고통의 한복판에서 비로소 체험하는 진정성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또한 깊고 멀리 나아가기를 감히 소망하는 이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자신의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보다 더 간절하게 빛을 간구하는 이여야겠지요. p288 시시각각 절망과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 세상의 사람들에게 빛은 생명을 줍니다. 사람이 되신 말씀에 대한 믿음이 산산 조각난 우리의 삶을 치유하게 합니다. 그러하기에 실존주의자의 삶은 인간의 자유가 하느님의 빛을 만나 치유되고 완성되는 여정입니다. p289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22
  • [방구일기] 골프장 잔디를 먹고 살지 않는 존재들
    괜히 이름을 ‘칩코’로 지었다. 칩코로 불린지 어언 5년차인데, 사실 1년차부터 후회를 반복해왔다. 정확히는 내 이름의 뜻을 물어볼 적마다 후회했다. 인도의 에코페미니즘 운동인 ‘칩코운동’이 있다. 숲에 댐이 건설되려 하자, 숲에 의존하며 살던 마을의 여성들이 나무를 끌어안고 지켜낸 운동이다. 칩코는 ‘끌어안는다’는 뜻의 힌두어라고 한다. 인터넷에 ‘칩코운동’을 검색하면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 나온다. 당산나무에 정성껏 금줄을 매단 양, 여성들이 손을 잡고 나이든 나무를 둘러싼 사진들. 이 장면에 반해 분수를 모르고 이름을 덜컥 정해버렸다. 아무래도 이름이 너무 크다 싶다. 내 생각에 난 크게 될 인물은 아닌 것 같다. 하도 운동을 하러다니니, 한때 엄마는 내가 정치판에 뛰어들까 걱정하셨다. 그때 큰언니는 “쟤는 멘탈이 약해서 안돼”라고 툭 뱉었다. 순간 욱해서 반박하고 싶었으나, 속으로는 나와 그다지 대화도 많지 않은 큰언니의 예리한 통찰력에 눈이 휘둥그레 했다. 맞는 말이었다. ‘존경받는 큰 인물이 되기’란 줘도 마다할 만큼 싫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차라리 산에 사는 꾀죄죄한 은둔자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회의가 늦어진 저녁, 사포마을 주민 두 분이 사무실을 찾아오셨다. 사포마을은 지리산 골프장 예정지 바로 앞에 놓인, 고작 60여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골프장 이슈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근래 구례 곳곳엔 수상한 현수막이 우후죽순 걸렸다. ‘온천골프장 협약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문구도 디자인도 똑같지만, 어디 마을 발전협의회, 어디 골프장협회, 어디 마을청년회 등등 현수막을 설치한 단체만 달랐다. 무려 400개의 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쌍수를 들고 골프장을 환영한 기이한 일이었다. 군에서 현수막은 이미 만들어놓고, 각 단체에서 돈 내고 찾아가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민 두 분은 서로 모르는 분이라고 하셨다. 환경운동을 하던 분들도 아니셨다. 주민께서는 눈물을 지으시며 마을 뒤편의 나무들이 너무도 비참하게 잘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께서는 그곳이 매일 자신의 반려견과 다니던 산책길이었는데, 원시림과 같다고 느낄 정도로 자연스러운 숲이었다고 했다. 공사하시는 인부에게 나무를 왜 이렇게 베느냐고 여쭈니 ‘재선충 방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병에 걸렸다는 소나무만 베는 게 아니라 모든 풀과 나무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주민을 찾다가 서로를 알게 되셨다고 했다. 회의를 마친 그 주말에 나도 벌목지를 방문했다. 벌목지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만 벤 것이 아니고, 풀도 밀어버렸는데 완전히 운동장처럼 흙만 남은 꼴이었다. 벌목된 구간은 한 장소에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허허벌판이 된 벌목지는 아찔하게 깎아지른 절벽을 지나 산 능선 반대쪽까지, 그리고 그 반대쪽의 반대쪽까지 이어졌다. 풀뿌리가 없어 밟으면 발이 푹푹 꺼지는 벌목지를, 너무 넓어서 다 걸어서 갈 수도 없는 땅을 허우적대다보니 속이 메스꺼웠다. 벌목지와 벌목을 겨우 면한 숲의 경계에 서면, 그 경계를 따라 새소리의 침묵과 소란이 교차했다. 그 경계의 나무들은 포크레인에 스쳤는지 팔이 하나씩 부러졌고, 풀잎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심장이 몹시 빨리 뛰었다. 발표하기 직전처럼 불안하기도 하고, 계곡에서 발이 닿지 않을 때처럼 몸이 경직되기도 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심장이 쪼그라들어서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느낌이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엉엉 울었다. 방금 보고 온 걸 잘 돌아보고 싶었는데 어려웠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죄책감이 밀려왔다. 내가 현장에 갔을 때도 여전히 인부들은 일을 하고 계셨다. 나도 인도의 그 여성들처럼 그 앞을 가로막고 나무를 지켜야하지 않았을까? 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메스꺼운 배만 주무르다 왔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없었다. ‘뭐라도 했어야 했는데...’하던 마음과 달리 그날 이후 이틀 동안 집안에만 처박혔다. 집밖이 무서웠다. 사실 구례는 골프장만 문제는 아니었다. 지초봉엔 짚라인과 모노레일이 들어섰고, 산동 골프장 예정지는 지리산 케이블카 마지막 정거장이라고도 했다. 섬진강과 모든 지천엔 수해를 막겠다고 제방 공사를 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목격된 지천이나 수해피해가 심하지 않던 지천도 어김없이 제방공사를 피하지 못했다. 봉덕정의 활 쏘는 사로를 넓히겠다고 불법으로 산을 도려냈던 봉성산은, 사로 확장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중이었다. ‘지리산사람들’에서는 ‘난장판 구례답사’를 열어 이 현장들을 방문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보를 만들고 홍보도 했지만,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이 아닌 참여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정말 400개 단체만큼의 주민들이 골프장을 환영하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난장판 구례답사’ 당일에 한 번 더 벌목지를 방문했다. 처음 방문 때보단 넋이 덜 빠진 채로 숲을 돌아봤다. 죽은 나무들은 값이 나가는 굵은 것들과 돈이 안 되는 가느다란 것들로 분류된 상태였다. 소나무, 편백나무, 덜꿩나무, 때죽나무, 회나무... 아는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애도해보았지만, 죽은 나무들은 포크레인에 잎과 수피가 모두 벗겨져 누구신지 식별하기 어렵기도 했다. 이날도 벌목지에선 인부들이 한창 일을 하고 계셨다. 등산객인 척하며 여기 길이 모두 사라졌느냐고 물었는데, 한 인부께 돌아온 답이 기억에 남았다. “산 좋아하는 분들한테 저 같은 놈들 하는 일이 참 면목이 없어요.” 면목이 없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그 인부께서는 내가 전에 살던 옆마을에 사신다고 했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곧 누가 찬성이고 누가 반대이냐에 따라 편가르기를 하게 될 터였다. 20년 전 똑같은 골프장 사업이 발표된 후 숲을 지키겠다고 나선 주민들에겐 업주 측의 폭행과 민형사 손해배상, 재산 가압류가 돌아왔다고 했다. 벌목지 인근의 계곡엔 원인 모를 흰 거품이 일었다. 인부들이 먹은 배달음식 스티로폼 용기가 바람에 날려 숲 곳곳에 흩어졌다. 박새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포크레인 소음보다 더 크게 목이 터져라 지저귀고 있었다. 숲에서 땔감과 풀과 열매를 얻던, 그래서 숲이 사라진다는 말에 기꺼이 달려가서 숲을 끌어안았던 그 옛날의 인도 여인들이 느꼈던 숲과의 연결감을 이제 우린 느낄 수 없게 된 걸까? 골프장이 지어지면 푸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제초제를 뿌린다던데. 그럼 골프장 아래 사는, 산의 계곡물과 지하수를 먹고사는 주민들은 어떻게 되려나? 멸종을 앞둔 담비와 수달의 똥이 인근 숲에서 발견됐다던데 이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하지만 찬성하는 이든, 반대하는 이든, 인간들 결정에 관심 없지만 함께 불행해질 다른 존재이든, 골프장 잔디를 먹고 살지 않기는 그 옛날과 달라진 게 없었다. 골프장 예정지 벌목지 사진들 난장판 구례답사 중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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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18
  • 보이지 않는 도시
    오래전 이미 고인이 되신 한겨레 구본준 건축기자의 블러그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는 출장 중 이태리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이승을 떠났다. 너무 황당해 한동안 그의 블러그를 들락거려 보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가 건축 전공도 아닌데 건축물을 보며 쓴 여러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오래된 골목길 이라던지 어느 곳에 있는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 같은 것을 세심히 관찰한 글이었다. 당시 우리 아들이 건축을 전공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고 건축에 관심도 없었지만 그의 글은 나를 최초로 건물을 둘러싼 공간으로 초대했다. 나는 공간 개념이 없어 방향을 헤매고 길도 못 찾는데, 나와는 달리 아들이 건축 디자이너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나는 구기자 덕분에 건물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고 건물이 가끔은 눈에 들어오지만 전문성이 없으니 그저 한눈에 멋있다!고 느끼는 정도다. 우연히 접한 이 책은 건물에 대한 관심을 나에게 조금 더 보태어주었다. 도시에서 늘상 보는 건물에는 인간의 심리가 숨겨져 있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다는데 외국에서 살다 보면 자연히 한국과 다른 점이 눈에 띄게 된다. 왜 그렇게 다른지에 대한 고찰은 파면 팔수록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다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는 그 이유를 알고야 만다.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저자도 밝혔듯이 무엇이 더 좋고 나쁘고의 단순 비교를 떠나 그 이유를 촘촘이 들여다 보고 비교하며 설명한다. 사진으로 보여주니 더욱 이해가 간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 건물이 아닌 사람이 보인다. 건물이 사람을 어떻게 행동하게 하고 변화 시키는지 알고 보면 참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군가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라고 말했던가? 당연한 말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더욱 그렇게 느낀다. 10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 하나를 골라 쓰려해도 어렵다. 나에겐 모든 장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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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18
  • 누가 하늘다람쥐를 죽였나?
    이 소설의 배경은 강원도 대미산인데 내가 지리산 속에 들어와 경험한 것들과 비슷하다. 소설 속 강원도 대미산에는 풍력발전소가 들어온다고하여 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풍력은 친환경에너지이기 때문에 주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형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멋진 장면 만을 상상한다. 에너지도 만들고 관광자원이 되니 일석이조라 여긴다. 그러나 그 설치를 위해서는 많은 땅이 필요하며 주변에 살던 사람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그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아 가는 소음으로 일단 사람들은 근처에 살지 못한다. 산속 마을인 우리 동네에도 산을 깍아 태양광을 설치하겠다고 해서 주민들 간에 갈등이 생겼었다. 결국 일부 태양광이 설치됐다. 그리고 주변 곳곳 산자락이 나무가 아니라 태양광 판넬로 번쩍인다. 한번 틀어진 주민 사이의 골은 아마도 영원히 메워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하동 옆 구례는 산을 깍아 골프장을 만든다고 난장판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산은 어디나 수난을 당하고 있다. 한국은 산이 국토면적의 64프로라고 하는데 아마도 5프로 정도는 이미 평지로 바뀐 모양이다. 내가 십여년전 글을 쓸 때는 산지가 70프로라고 했었다. 십년이 또 지나면 아마 산지는 또 십프로 가량 줄었을지 모른다. 모든 산을 깍아 골프장도 만들고 태양광도 설치하고 아파트도 세우면 돈을 많이 벌테니 말이다. 돈이 많고 시간도 많고 골프는 쳐야 하는데 골프장이 없으니 쓰잘데기 없어 보이는 산을 날려버리면 된다. 에너지가 모자라니 산을 깍아 풍력발전소도 세우고 태양광 발전소도 세우면 된다. 그리고 즐거운 인생 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맘껏 즐기다 가면 그 뿐이다. 몸으로 하는 노동은 돈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시키고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물이 오염되고 공기가 척박해졌다고해도 돈으로 물도 사고 공기도 사면된다. 돈은 몸하나 안 놀리고도 부동산 팔고 사면되고 돈을 넣다뺐다 금융투자하면 되니 말이다. 몸을 안쓰면 고장나니 돈내고 에어콘 나오는 시원한 짐에 가서 땀 빼면 된다. 모든 오염의 근원은 에너지다. 휘발류차가 오염되니 전기차로 바꾸면 된다. 화석에너지는 오염되니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면 된다. 과연 그럴까? 전기차의 전기는 어디서 나오며 친환경 에너지는 과연 얼마나 친환경일까? 전기는 무엇으로 만들며 무한정 만들어지고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일까? 단하나의 진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걷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편한 만큼 에너지는 소비되고 있다. 에너지 소비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지구에 쓰레기를 쌓아 놓은 일이다.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만들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해결 방법은 단하나, 안 쓰는 것이다. 이미 모든 것이 남아 돌아간다. 너무 많이 버려지고 있다. 안쓰고 안 만들고 안 파헤치고 안 편하면 된다. 나 먹고 쓸 만큼만 내 손으로 준비하고 남는 것은 서로 바꾸면 된다. 너무 지나치게 앞으로 갔으니 그만 스톱하고 한발짝 씩 뒤로 물러서야 한다. 소설 얘기를 하다 에너지 이야기로 빠졌다. 결국 이 소설도 같은 맥락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새봄이라는 아이가 경험한 숲을 통해 하고 있다.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숲 속의 많은 나무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숲의 모든 것이 다 나같은 생명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풀 하나도 그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전력을 다 한다는 것을 약간의 관심으로도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고 만물의 영장도 아니며 그저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간은 서로 더불어 살아야 하지만 자연과도 더불어 살아야 역사는 이어진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자식을 죽이는 일이다. 하늘다람쥐는 그저 한같 작은 짐승이 아니라 내 자신이며 내 자식이라고 이 소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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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16
  • 지리산 둘레길 그림 편지
    지리산 둘레길 21구간을 두사람이 걸으며 한분은 그리고 한분은 썼다. 구간마다 그림이 있어 한분의 수묵화를 이렇게 많이 감상한 것은 처음이다. 나는 21구간을 대부분 걸었지만 아직 걷지 못한 곳도 있고 여러번 걸은 곳도 있다. 내가 걸었던 낯익은 곳의 그림은 더욱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된다. 수묵화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많이 감상하지도 않았지만 수묵화는 흑백에 익숙하다. 이책에 수록된 수묵화는 대부분 채색 수묵화이다. 산의 둘레이니 만큼 나무색인 초록과 땅색인 흑색이 대부분이다. 그런 비슷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자연 속에 마치 떡국위에 혹은 냉면 위에 얹힌 고명처럼 사람이 있다. 자연 속의 사람은 원래 그렇게 작은 존재임을 새삼 실감한다. 마을마다 있는 당산나무의 위용이나 산봉우리의 위엄에 비하면 실로 하찮게도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거기에 있어 그림이 더욱 빛난다. 아주 작은 사람의 모습이지만 그 몸짓의 섬세함에 감탄한다. 화가가 그린 실상사의 탱화에 이르러서는 다른 그림과 너무 달라 한분의 작품인가 의구심이 들며 입이 딱 벌어진다. 한폭의 그림으로 모든 것을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화가 이호신님 인가 싶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자기의 감상을 적은 책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글을 쓰신 이상윤 님은 지리산 자락에 살며 지리산 둘레를 걸으며 직접 길을 내신 분이다. 길마다 마을마다 구간마다 감상은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존재는 사연을 가진다"고 그가 말했듯 구간마다 길마다 많은 이야기가 있다. 또 자신의 추억도 그 걸음만큼이나 많을 것 같다. 순례자의 따뜻한 시선과 깊은 사색이 있는 그의 편지는 말한다. "지친 우리가 안길 곳은 지리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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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14
  • 질문 빈곤 사회
     저자 강남순은 현재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Texas Christian University Brite, Divinity School) 교수이다. 미국 드루대학교(Drew University)에서 철학 석·박사(Ph.D) 학위를 받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신학부에서 가르쳤다. 2006년부터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에서 자크 데리다 사상,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 등 현대 철학적·종교적 담론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이마누엘 칸트,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의 사상과 연계해서 코즈모폴리턴 권리, 정의, 환대 등의 문제들에 대해 학문적·실천적 관심을 두고 쓰고 가르치고 강연하며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한다. 지은 책으로는 《질문 빈곤 사회》,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2020 세종도서), 《매니큐어 하는 남자》, 《배움에 관하여》, 《용서에 대하여》(2017 세종도서), 《정의를 위하여》,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2019 세종도서), 그리고 《안녕, 내 친구는 페미니즘이야》 등이 있으며, 페미니즘과 종교 3부작으로 《페미니즘과 기독교》(개정판), 《젠더와 종교》(개정판), 《21세기 페미니스트 신학》(개정판) 등이 있다.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시사인》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2017년 《경향신문》에서 ‘올해의 저자’로 선정되었다.(출판사 글에서 발췌) 강남순은 미국은 몰라도 한국에서 더 인지도가 높을지 모른다(내생각, 난 한국에서의 그녀의 활동 밖에 모르니까). 그녀는 방학마다(아마도) 한국에 와서 강의도 하고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진다.(내가 아는 바로는) 나도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그녀는 철학자지만 크리스챤이라 그녀의 글을 읽으면 쉽게 공감이 간다. 우파나 좌파가 뭔지 나도 잘 모르지만 난 예수님을 좌파의 두목이라 생각하고 있다.(내 마음대로) 예수님은 언제나 가난하고 사회에서 힘없고 병든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사셨다. 나는 내가 좌파인지 뭔파인지 모르지만서도 굳이 줄을 서라면 좌파일 수 밖에 없다. 청년 예수! 그가 내 애인이니까!. 그런데 강남순의 글은 마치 내가 더 공부를 많이하고 사회에 대놓고 글을 쓴다면 강남순 같은 글을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 그래봤자, 그녀의 칼럼과 한권을 읽었을 뿐인데 이렇게 설래발이라니...옇든 그녀를 존경한다. 시간나는대로 그녀의 책 모두 읽어볼 것이다.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쓴 "아이히만 보고서"에서 아렌트는 '악(evil)'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와 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아렌트에 의하면 "악이란 비판적 사유의 부재"다. 아렌트의 이러한 악의 개념 규정은 한국 사회에 이미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잇다. 그렇지만 정작 그 의미가 나 개인의 삶이나 우리가 몸담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인식은 대중화되지 않았다. 소위 '선량한 사람'이 비판과 사유를 하지 않을 때, 왜곡된 정치적 이데올로기 또는 왜곡된 조욕적 가치에 의해 '선동'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인류에 대한 범죄'에 가담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늘 상기해야 하는 중요한 점이다.p6 변화란 마치 뜨개질을 하는 것과 같아서 완성을 위해서는 꾸준하게 지치지 말고 일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한 번에 한 걸음씩(one step at a time)'의 입장을 지켜내며, 인내심을 가지고 개혁의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변화의 의미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험법에 근거하여 설득했다. p154 그렇다고 해서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환경결정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처한 조건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 삶의 많은 것이 '필연성'이라기보다, '우연성'에 기반하여 벌어지곤 한다. 인간의 삶에서 많은 것이 의도나 능력 또는 노력과 상관없이 벌어지곤 한다. 물론 한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통제 너머에 잇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예를 들어서 절대적 빈곤이 지배하는 나라에 태어나는 것에, 그 어떤 필연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능력이 있어서 부유한 선진국 또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고 또는 능력이 없어서 가난한 나라나 가난한 집안에 탱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오로지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만으로 좌지 우지되는 일은 지극히 제한되어 잇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잇는 것은, 보이지 않는 여러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다. 이런 인식을 하게 되면 고학력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고 높은 연봉으로 보상받는 이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보는 태도가 달라진다. 의사, 판사, 검사, 교수, 국회의원 등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도 달라진다.p162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곳곳에서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불공평이 숨 쉬는 공기처럼 많은 이의 삶을 파괴하고 ㄲ지게 하고 잇다 .따라서 지금 눈에 보이는 차별과 배제의 현실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어떻게 변화가 가능하가, 라는 근원적 뿌리 물음을 통한 탈자연화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잇는 이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모든 사람의 평등, 다양한 형태의 정의를 확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잇는가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p184 미디어가 씨름해야 할 세가지 질문 첫째, 현장이란 무엇인가 둘째, '누구의 진실'인가 샛째, '중앙에 두다'란 어떤 의미인가 p53-54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임신.출산.육아는 길고 힘든 과정이다. 그 과정에 개인적인 기쁨과 희열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고통과 좌절도 있다. 임신.출산의 과정은 단지 여성 개인에게만 한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임신하는 순간부터 그것은 이미 다양한 의미에서 사회정치적 과정이다. 한 인간을 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드는 과정은 결코 개인의 사적인 사건이 아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존재하게 된다. 임신. 출산. 육아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 남성의 일이며, 개인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한 이유다. 이 당연한 상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구체적으로 제도화될 때, 한국 사회는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한 발자국 나아가게 될 것이다. "작은 병회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 인류 역사가 주는 소중한 교훈이다.P145 이성애난 동성애 등과 같은 인간의 성적 지향은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한 인간의 '존재방식'인 것이다. p216 그렇다. 행복의 추구는 인간으로서 필요한 보편적 차원의 조건들이 마련되는 것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인 함께 삶을 나누는 '사람과의 관계'에 수렴된다. 삶을 동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나눔의 기쁨이 있는 삶이, 궁극적으로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다.p290 선진국을 구성하는 가치, 다섯 가지 첫째, 존중의 가치다. 둘째, 인내의 가치다. 셋째, 정직의 가치다. 넷째, 친절의 가치다. 다섯째, 연민의 가치다. p295-298 포장, 전시하는 삶을 던져버리고, "나는 잘 지내고 있지 못해(아이 엠 낫 파인/I am NOT fine)"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구상하는 용기를 작동시키기 시작할 때, 그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p305 외로움은 세상이나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는 것이다. 반면 고독이란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음'의 상태이다. 동시에 이 세계와 타자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모든 사유는 바로 고독의 공간에서만이 가능하다. 고독은 '나와 나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그 대화가 바로 사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독의 공간에서의 사유란 왜 중요한가. p337 고독의 시간에 자신과 만나는 것은 타자와 '함께-살아감'의 중요한 토대가 되기에, 함께-살아감의 소중한 예식이기도 하다. '고독 연습'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다.p339 오히려 '어떠한'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나의 삶을 살 것인가, 라는 근원적 물음들을 용감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어떠한 문제들과 씨름하며 살 것이가, 이 근원적 물음과 매일 대면하는 것은, 우리의 살아있음의 과제이다.p346 삶, 무수한 '작심3일'의 축제 그 '작심 3일의 축제' 는 그대 자신 속의 새로운 탄생을 꿈꾸는 자유 희망 그리고 사랑의 몸짓이므로,인간의 삶은 무수한 '작심 3일'들이 만나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여정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므로.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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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4-10
  • 동물권력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는 개는 개의 언어 고양이는 고양이의 언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몰랐을 때는 개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이라는 한 단어 만이 그들의 언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개의 소리만 들어도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수 있다. 또 조용한 고양이도 다양한 야옹의 변형으로 의사를 표현하다. 소리외에 몸동작도 그들의 의사 표현의 한방식임은 물론이다. 다른 모든 동물도 그들 나름의 언어가 있고 가족이 있고 사회가 있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동물들이 인간과 가지고 있는 연대를 통해 어떻게 소통하고 소통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 알지 못했던, 때론 들어본 적이 있던, 동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수 있었던 많은 동물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다. 미국에 간지 얼마 안돼 가 본적이 있는 샌디애고 시월드의 고래 이야기는 내가 만났을 고래 일 거라는 생각에 더욱 흥미롭다. 당시는 그저 한마리의 고래가 인간의 훈련아래 물고기 하나 더 먹겠다고 재주 부린다고 별로 특별하지도 재밌지도 않았었다. 고래가 인간의 손동작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뭐가 그리 흥미로울까?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고래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불쌍한 고래는 내가 보기에는 '반란', 이 저자의 언어로는 '권력'을 휘둘러 자기의 조련사에게 더 이상 복종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를 죽였다. 이미 책을 통해 읽어 본 적이 있는 임종을 지키는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도 있다. 옛 어른들이 고양이를 '영물'이라 칭했는데 바로 오스카 같은 고양이 경우를 두고 한 얘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인간과 함께 살다 더 이상 같이 살지 못하게 되자 인간도 동물도 아닌 비인간으로 처참하게 죽은 침팬지와 오라무탕의 이야기는 인간으로서 죄의식과 미안한 감정이 든다. 인간이 뭐라고... 그들의 삶을 지키지 위해 우리 동네 지리산 사람들이 연대한 지리산 반달 가슴곰 오삼이의 이야기도 있다. 무리와 같은 길이 아닌 '나 만의'길을 가는 인간이 있듯이 끊임없이 지리산을 벗어나 수도산으로 간 오삼이를 인간이 이해 할 수는 없지만 강제로 그를 다시 데려올 권한이 인간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여러곳을 헤매다 지리산에 자리를 잡았듯 오삼이도 수도산에 살 권리가 있다. 우리가 모든 이의 사정과 형편과 그 복잡한 머리 속을 알 수 없듯 오삼이의 마음도 알 수 없다. 인간 동물이 인간으로 살듯 비인간 동물도 그들의 뜻대로 살 권리를 인정하면 된다. 점점 동물을 먹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살상을 저지르고도 뭔짓을 했는지 모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책을 잘 대변해 주는 영화 "혹성탈출 3부작'이 떠오른다. 인간 이기심의 끝판이 어떤가를 낯 뜨겁게 보여주는 영화! 때로 우리집 개와 고양이가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인간인 나보다 월등한 능력을 그들에게서 볼 때다. 어쩌다 우리집에 와서 개고생, 냥고생을 하는지... 미안하다.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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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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