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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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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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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8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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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8
  • 페미니즘철학
    페미니즘, 페미니즘...언제부턴가 너무나 많이 회자되는 페미니즘. 대충 여성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의심된다. 도대체 '페니니즘'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단 보시라 권하고 싶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망설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p 46 들뢰즈Gilles Deleuze 같은 사람은 철학은 생성하는 사유고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배움의 운동이라고 해요. 그래서 철학은 동일자를 확인하는, 즉 A는 A다‘라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증가시키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제 철학은 새로운 방식의 사유를 모색하는 것을뜻합니다. p 52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p 53 남성에게는 남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지않는데, 여성에게만 여성의 성적인 특징들, 여성의 외모적 특징들을 여성성이나, 여성이라면 지녀야 할 굉장한 덕성인 것처럼이야기하는 게 틀렸다는 거예요. 남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성을두고 말하는데 여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징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는 것들이 부당하다는 거고, 여성도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라는 거죠. 그러니까 스테레오타입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거예요. p64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p 65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페미니즘이 철학이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페미니즘 저서들을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왜 그렇게 시작할까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여자들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문제를 느끼고 바꿀 수가 있는 거죠. 그래야 구체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P135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을 착취의 자리로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게 되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제도 안에서 권력의 차이가 선명하잖아요.” P 206 “그래서 저는 낙태권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파이어스톤이 재생산의 권리를 제기한 이유를 떠올리면서요. 파이어스톤은 재생산이라는 게 지금의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억압이라고 분석했고, 이로부터 저항하면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다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재생산 문제 때문에 성 계급까지 호명했잖아요.” p 296 책소개(알라딘) 기존의 이 세계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발명해온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를 독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적인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할 법한 그들의 핵심 도서와 문장들을 통과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인간인가’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각 부로 구성해 1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소개하고 페미니즘 철학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고유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제1물결 페미니즘과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의 조류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 사상가들의 사유가 동시대의 철학으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엮어 소개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권의 옹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철학 초기의 사상을 다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점을 주창한 열렬한 계몽주의자이자 근대 민주주의자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이 언제나 타자의 지위인 제2의 성에 머물 수밖에 없는 기제를 밝히며 여성이 타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악’이며 여성이 자유를 획득해 주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도덕적 명령이라고 못박아버린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상을 여기에서 다뤘다. 목차 프롤로그: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철학과 보편적 인간에 대하여 여성은 인간이다 2장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메리 울스턴크래프와 여성의 이성 3장 타자로서 여성을 정의하다: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은 다르다: 복수의 여성들 4장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베티 프리단이 발견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5장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대하여 6장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오드리 로드Ⅰ 7장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오드리 로드Ⅱ 에필로그: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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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3
  • 고양이 오스카
    데이비드 도사의 고양이 오스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 초리는 끊임없이 나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그의 존재가 나를 잠시도 쉬게 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나의 주위를 맴돌지만 나에게 안기거나 나의 손길을 달가와 하지는 않는다. 늘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늘 나를 주시하고 있다. 마치 CCTV의 감시하에 있는거와 다르지 않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의 뇌에 저장하는지 알 수 없다. 나 또한 그를 관찰하지만 "그는 정답이 없는 퍼즐이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어느새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집의 영혼이 되어간다.-장꼭또" 나는 그 퍼즐을 풀기 위해 이책 저책을 뒤적여본다. 초리와 같이 평범한 고양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그는 미국에 있는 한 요양원에 기숙하는 고양이다. 이 요양원은 동물을 기르도록 허락되지 않았지만 어느날 오스카는 이곳을 제가 살 자리라 맘을 먹었다. 고양이는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그 장소를 떠나지 않는 영역동물이다. 요양원의 사람들도 포기한채로 그를 인정하다 그를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 요양원이란 곳은 거의가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다수인 곳이다. 이 곳의 환자를 돌보는 노인 전문의 데이비드 도사는 (그의 성이 도사다) 고양이 오스카에 대한 메리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넘겨 듣는다. 그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고양이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고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다. 메리의 이야기는 고양이 오스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임종이 가까운 사람이 누군지를 안다는 것이다. 고양이 오스카는 병원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임종이 다가온 사람이 있으면 그의 침대 곁에 머무르며 임종을 지킨다. 그는 '임종지키미 고양이'인 것이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에 예민한 고양이가 그 냄새를 알아채고 그의 곁을 지키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임종을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복적인 오스카의 행동은 이제 요양원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있다.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오스카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된다.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실화다. 치매가 반드시 누구나 거쳐가는 병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겪는 노인병이다. 데이비드 도사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가족을 만나며 지금 현재를 사는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잃는 것이며 지나온 삶의 괘적을 지우는 일이다. 죽음은 결국 모든 것을 지우는 일인 것을 인정 한다면 치매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 삶의 과정에 고양이 초리가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고통스런 삶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와 음악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목차 독자 여러분께죽음을 감지하는 고양이 오스카오스카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승리루벤스타인 부부스티어하우스와 고양이의 인연치매 환자 치료의 딜레마오스카와 함께한 첫 회진도나 모녀의 마음을 이어 준 오스카사라진 슬리퍼와 죄책감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떠나보낸 자매음악이 전부였던 리노 페레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감당하기 어려운 일치매 환자는 무슨 꿈을 꿀까삶을 완전히 바꿔 놓는 병존엄하게 죽을 권리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빈 병실을 지키는 오스카간병하는 가족의 진실한 친구루벤스타인 부부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이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루스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새 환자, 그리고 오스카마치는 글데이비드 도사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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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29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일본인 마루야마 겐지는 동경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글을 쓰고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25살에 귀농을 하고 집필에 전념하며 그의 농촌 체험기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고재운 옮김)” 펴내며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조언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시골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와삭 부셔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거친 자연과 시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시골에 오니 좋은 것은 많다. 산이 바로 앞 마당이고 눈 앞에 푸른 산이 펼쳐져 있으니 산보가 등산이고 오염이 적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조용하고 한가하며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라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내가 알아온 진리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겐지가 지적한 대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는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겐지가 지적하는 엄청난 위험은 모른척한다 하더라도 시골에 살려면 우선 내 마당 내 집에 드나드는 작은 동물과 곤충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내 집 마당이라고 집안에서 입던 반팔과 반바지로 마당에 나섰다가는 모기, 진드기, 심지어 쯔쯔가무시라는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에 무방비로 희생 될 가능성을 절대로 피 할 수 없다. 집 안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잠자리 풍뎅이 말벌조차 때론 길을 잘못 찾아 나와의 동거를 요구한다. 비 오는 날이면 배로 기어 다니는 것들도 동거에 참여하려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대신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농부치고 하얗고 뽀얀 얼굴은 가진 분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뭔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는 꼬불 꼬불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야하고 공공 시설의 혜택은 대충 포기하는 것이 맘 편하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밭을 가꿔본 사람은 안다. 밥상에 무공해 유기농 채소 한 접시 올리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과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과 그것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갠지가 지적했듯이 농부 흉내라도 내며 조그만 텃밭 가꾸는 것도 허리가 휘어지게 벅찬 일이다. 내 손으로 돌을 고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에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수고를 한 끝에야 비로소 유기농 채소라 불리는 나물 한 접시가 상에 올라 오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갠지는 처음 대하는 거친 자연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경고하지만 처음 만나는 시골의 낯선 이웃들에 대한 경고에 더 한층 수위를 높인다. “깡촌에서 살인사건 벌어지고”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시골에 있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범죄자들이 시골로 이주하고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가능한 큰 개를 기르라고 조언한다. 한술 더 떠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창까지 준비하라고 순진한 도시인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 한 것”이라며 차라리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으라”고 까지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관심 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라며 허를 찌른다. 겐지가 이렇게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나 삶이 그렇듯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으며” “어딜 가도 삶은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또한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으니” 떠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도시와 시골의 중간인 별장지대를 적격이라고 추천한다. 시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멋진 풍경에 취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과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런 날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겐지는 그의 40년 체험한 시골생활의 경험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고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직시 할 수 있도록 충고하고 있다. 그의 조언은 결국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본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으니” “병을 불러 들이는 생활 태도”부터 고치라고 말한다. 그가 건네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시건 시골이건 “홀로서기”에 성공하여 “자신다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이 치유”라며 “불편함”이 심신을 단련시켜주고 뇌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며 당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 돌려 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한번쯤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인다면 의존하고 있는 그것에서 조금 더 “홀로 서기”에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다. 목차 서문 006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016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023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030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031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0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042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0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050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0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054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0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065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072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074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0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078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080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083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0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0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094수제 창을 준비해라 0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1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9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불편함이 치유다 185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7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1968년 소설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며 50년 가까이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파랑새의 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을 썼고,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개와 웃다』, 『세계폭주』, 『산 자에게』, 『취미 있는 인생』,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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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23

실시간 사는이야기/책마을 기사

  • [방구일기]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
    * [방구일기]는 지리산방랑단이 구례에서 하는 일을 기록합니다. 방랑단 활동 외에 구례에서 참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해드리려해요. 참 의미있고 재미난 활동이 많이 벌어져서 알려드리고 싶어요. 가까이 계신다면 함께하셔도 좋고, 멀리서 응원을 보내주셔도 좋고, 소개드리는 단체들에 후원하셔도 좋습니다!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 글.칩코 조만간 버스타기는 글렀다. 내가 사는 마을엔 하루에 버스가 고작 여섯 번 오는데, 지금 시기가 되면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구례는 바야흐로 벚꽃의 세상이다. 상춘객들로 도로는 주차장과 다름없는 형국이니, 나 같은 뚜벅이가 아니더라도 사정은 같을 것이다.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마음은 설렌다. 들뜬 관광객들에 덩달아 신이 나고, 꼭 내 앞마당에 사람들이 구경오는 듯이 흐뭇하기도 한다. 지난 겨울부터 나무 공부를 시작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진 것도 딱 지난 겨울부터다. 정류장 옆에는 나무가 많다. 숲이 아닌 마을이나 읍내에서도 나무는 적지 않다. 나무의 수피와 겨울눈과 수영을 이리저리 노려보다보면 오히려 버스를 놓칠 뻔도 한다. 겨울이 지나고서는 그 빨갛던 겨울눈이 연두빛으로 차오르더니 마침내 피워낸 꽃을 구경하는 참이다. 버스 안에서 눈부신 벚나무 행렬을 지나치며, ‘사람들은 나무를 참 좋아하는구나…’하고 생각한다. 그리곤 문득 이상했다. 보통이라면 ‘사람들은 꽃을 참 좋아하는구나…’하고 생각했을 텐데. 나무공부한지 고작 몇개월이라고 이제 꽃이 아니라 나무가 보인다. 사람들은 나무를 좋아한다. 봄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내는 나무를. 터질듯이 부푼 꽃망울을, 바람에 흩어지는 꽃비를, 그 보드랍고 가볍고 연약한 아름다움을. 꽃이 마사지를 해준 것도 아닌데 목욕탕에서 나온 사람들처럼 말갛고 해사한 얼굴들이다. 물론 꽃이 지고 나면 그게 벚나무인지도 모를 사람이 태반일 테다. 나무공부를 하기 전의 나처럼. 나무공부는 ‘지리산사람들’ 단체에서 하는 ‘겨울나무 특강’을 들으며 시작했다. 나무 전문가 못난이쌤과 나무 학도들 열 몇 명이 구례의 숲을 쏘다니며 나무를 보는 수업이다. 교재는 딱히 없다. 그저 못난이쌤은 죽은 나무를 정성스레 깎아서 만든 삼나무 지팡이만 지휘봉처럼 들고는, “쩌어기 누리끼리 뽕나무 보이시죠?”, “초리 끝이 라면처럼 꼬부라진 나무는 뭐라고 했죠?”하며 질문과 정답을 쏟아낼 뿐이셨다. 처음엔 다소 충격이었다. 내 눈은 일단 뽕나무를 식별할 줄 몰랐고, ‘쩌어기’있는 나무를 자세히 보려한 적도 없었다. 누리끼리한 건 뽕나무고, 푸르딩딩한 건 팽나무라는데 내 눈엔 그냥 다 갈색 나무기둥이었다. 초리 끝이 라면처럼 꼬부라지면 자귀나무인데, 자귀나무는 대체로 키가 나를 8명쯤 세워둔 정도의 높이다. 그렇게 높은 곳에 달린 가지 끝을 가리키는 못난이 쌤을 보자면, 마치 하루살이보다 작게 보이는 시력검사용 숫자들을 읽어보라는 안경사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 초리는 가느다란 가지를 뜻한다. 이 말을 못알아들은 것도 당신만은 아니다. 겨울에 나무공부는 쉽지 않았다. 못난이쌤이야 교재도 없이 머릿속에 든 것을 읊으면 되지만 난 우수수 쏟아지는 나무 지식들을 머리에 넣으려면 손가락이 꽁꽁 얼도록 필기해야했다. 또 점점 몸이 데워지는 등산이 아니고, 한두 시간에 고작 1키로를 걷는 정도로 천천히 나무를 보며 숲을 걷다보니 몸도 오들오들 떨렸다. 그런데도 겨울에 나무공부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겨울에도 나무만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숲엔 동물도 풀도 곤충도 숨어버리지만 나무만은 그 자리 그대로 있다. 나무는 겨울이면 나 같은 초보학도에게 더욱 매정해진다. 잎과 꽃이 사라져 누가 누구신지 알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반대로 겨울에 나무를 동정할 줄 알게되면, 다른 계절에 나무보기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겨울나무는 수피를 보고 주로 식별한다. 수피는 모든 계절 모습이 같다. 모든 계절 ‘수피가 누리끼리한 건 뽕이고 푸르딩딩한 건 팽’이라는 게다. 또 겨울눈도 좋은 힌트가 된다. 겨울눈은 가지마다 쌀알보다 작은 크기로 붙어있는데, 이 쌀알 안에 나무의 꽃과 잎과 씨앗이 모두 들어있다. 그 겨울눈이 움이 터서 봄에 새순이나 꽃이 된다. 나무는 혹독한 추위동안 그 조그만 겨울눈 주머니에 소중한 것들을 보관해둔다. 우리는 겨울 동안 같은 숲을 세 차례나 걸었다. 계속 반복학습을 해야 ‘그 나무가 그 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역시, 같은 나무가 틀림없어 보이는 세 명의 나무를 보고 못난이쌤이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고 말씀하실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계속 같은 숲을 반복해서 걷다보면, 똑같이 하얗지만 쭉뻗은 느티나무와 구불구불 자라는 사람주나무의 차이를, 똑같이 누리끼리하지만 절대 같은 노란색이 아닌 노린재나무와 개암나무의 빛깔 차이를 구분하게 된다. 그리곤 나무수업을 처음 들은 한 친구가 “윤노리나무랑 대팻집나무랑 똑같이 생겼어”할 때, 나도 모르게 “엥! 전혀 달라!”라고 외치는 건방도 떨게 되었다. 겨울특강이 끝이 아니다. 나무 학도와 못난이쌤은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의 나무까지, 나무의 한 해 모습을 다달이 본다. 수피보단 겨울눈으로 나무를 알아보기가 조금 더 쉬운 편인데, 겨우 외웠던 겨울눈의 모습은 새순이 트면서 다 달라져버렸다. “그래서 수피로 외우라고 한 거예요”라고 못난이쌤은 말씀하시지만, 수피로 동정하는 건 내 수준에선 거의 석사과정이라 어쩔 수 없다. 나무의 봄새순, 여름잎, 가을열매를 몽땅 외워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느냐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수피로 식별할만큼 나무를 들여다보면 결국 사계절 얼굴들을 안 외울래야 안 외울수가 없을 테다. 나무공부는 나무를 보는 내 시선을 완전히 뒤바꿨다. 나무는 결코 다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다. 어떤 나무는 수피가 나비날개 같기도, 다 까진 발뒤꿈치 같기도, 또 단단히 바느질한 모직코트나 바짝 마른 말의 허벅지 같기도 하다. 어떤 나무는 열매자국이 항아리 같기도, 반바지 같기도, 쥐똥이나 빗자루 같기도 하다. 별 볼일 없는 생선가시 같던 겨울의 골담초나무가 샛노랗고 통통한 꽃을 피운 것을 봤을 때는, 꼭 오랜만에 만나 몰라보게 변한 동창에게 반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 겨울눈이 꼭 머리 위로 합장한 손 같은 작살나무는 봄에 새순이 나도 그 합장한 손이 그대로 남아있어, 꼭 조카에게 “예전 애기 때 얼굴 그대로네”하는 이모 같은 말을 뱉게 만든다. 난 나무공부가 아니었다면, 나무가 이리 다정한 줄도 몰랐을 게다. 나무가 벌레에게 집을 지어준다는 사실을 아셨는지? 나무는 벌레 때문에 죽기도 하는데,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셈이다. 심지어 꽃눈이랑 구별이 안 갈만큼 근사하고 우아하게 지어준다. 나무 딴에는 집을 지어줄 테니, 더 퍼지지 말고 그 안에만 있으란 의미라고 한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지혜롭고 다정한 방식으로 벌레와 공존하다니! 나무에 벌레집만 있는게 아니다. 나무는 거의 다가구 주택이다. 소쩍새는 나무 속에 집을 짓고, 지빠귀는 가지에 집을 짓고, 버섯과 이끼도 수피에 집을 짓고, 곰은 나무 뿌리 쪽에 커다란 굴을 파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나무 껍질 속에 벌레를 파먹은 자리 안에 거미가 집을 쳐놓은 것도 봤다. 나무는 겁이 많기도 하다. 정원사가 마구 가지치기를 해서 자신이 많이 먹혀버렸다고 생각이 들 때는 몸통에서 마구잡이로 가지를 뽑아내는데 이런 걸 ‘맹아’라고 한다. 그러나 맹아를 키우기엔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결국 그 맹아는 스스로 다시 죽일 수 밖에 없는데, 그 맹아를 치료한 자리는 두툼한 딱지가 지거나 사람 눈동자 같은 흔적이 남는다. 나무는 어쩔 때는 과감해지기도 한다. 자신을 옥죄는 덩굴과 싸울 때는 그 쪽으로 모든 병력을 쏟아부어 풍선같은 혹부리를 만들기도 하고, 키 큰 주변 나무와 햇빛 경쟁을 할 때는 냅다 드러눕기도 한다. 못난이쌤의 나무수업은 나무 외형과 이름을 달달 외우는 암기 테스트가 아니다. 나는 나무와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나무가 아프다는 신호는 어떤 모양인지, 나무가 누구랑 싸우다 다쳤는지, 나무가 매연과 소음 가득한 도시가 아니라 건강한 숲에서는 어떤 표정으로 웃는지를 배웠다. 나무껍질의 헤진 자국만 보고도, 고양이가 발톱을 정리하고 갔는지, 다람쥐가 집을 지으려고 껍질을 긁어갔는지, 멧돼지가 가려운 몸을 비비고 갔는지를 살피면서, 나무의 하루를 상상해보는 수업이었다. 못난이쌤의 수업에 기필코 등장하지 않는 내용은 나무의 ‘효능’이었다. 이 나무는 암치료에 좋고, 이 나무는 집 지을 때 좋고… 못난이쌤은 나무의 효능을 읊는 건, ‘꼭 돼지를 세워놓고 이 돼지는 앞다리랑 뱃살이 맛있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셨다. 나무를 친구처럼 알아가고 싶다던 못난이쌤의 꿈 속에는 정말로 나무들이 찾아가기도 한다. 못난이 쌤처럼 꿈조차도 나무꿈을 꿀 정도로 나무에 미치려면 나무를 얼마나 들여다 보아야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를 참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벚나무는 꽃으로 인간을 황홀하게 만들지만, 꽃이 벚나무의 전부는 아니다. 그 벚나무의 전부가 없다면 오히려 봄에 우린 꽃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못난이쌤은 “꽃은 져야만 한다”고 하신다. 꽃은 벌과 새를 초대하기 위해, 나무가 그들이 좋아하는 향과 색으로 꾸며놓은 사랑스러운 방이다. 벌과 새와 바람 덕분에 씨앗이 만들어졌다면, 이제 나무는 씨앗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진다. 꽃을 피워 계속 손님을 받다간 기껏 만든 씨앗까지 홀랑 먹힐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무는 필시 꽃을 지게 한다. 손님치레를 멈추고, 아기를 돌보는 방을 고요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요즘은 꽃이 더 오래 필 수 있게 나무를 개량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꽃을 오래보고 싶은 인간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나무는 자신의 할 일을 해야한다. 나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많고도 건강한 열매를 만들어서, 동물과 새와 벌레를 배불리고도 남아, 다람쥐가 씨앗마저 먹어버리고도 남아, 새싹을 틔웠지만 사람 발길에 밟혀서 몇은 죽고도 남아, 다시 당신만한 아름드리 나무로 씩씩하게 성장할 자식을 키워내야 한다. 그래서 나무는 저를 도와달라고 이웃들에게 친절을 먼저 베푸는 지도 모른다. 벌레에게 집을 내주고, 새와 벌에게 꽃과 열매를, 지렁이에게 낙엽을, 사람에게 그늘을 선물하면서. 나 역시 이 아름다운 벚꽃이 질 때면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꽃은 져야만 한다는 못난이쌤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젠 나무를 축하해주고 싶다. ‘네 할 일을 한 차례 해냈구나. 이제 열매를 살찌우는 일을 응원할게. 꽃이 진 후의 너는 어떤 얼굴로 변할지 또 보러올게.’하는 마음이다. 이 많은 상춘객들이 모두 나무를 축하하는 마음도 한 움큼씩 남기고 간다면 어떨까? 꽃이 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발길을 싹둑 끊어버릴 게 아니라, ‘아무렴, 꽃은 져야지’하는 마음으로 나무의 다음 모습을 기대한다면. 다람쥐는 겨우내 먹기 위해 나무씨앗을 열심히 땅에 묻어 저장한다. 그리곤 땅 위에 떨어진 씨앗을 다 먹고나면 전에 묻어둔 곳을 기억했다가 꺼내먹는다. 그런데 다람쥐는 기억력이 썩 좋지 않아서 저장해놓은 걸 까먹기 일쑤라고 한다. 결국 다람쥐는 씨앗을 심는 나무의 일을 도와주는 셈이다. 나무가 겨울눈과 씨앗을 홀랑 먹히고도 다람쥐를 자꾸 초대하는 이유를 알겠다. 나도 다람쥐 같은 이웃이 되고 싶다. 어린 나무를 밟아 부러뜨리고, 잎과 열매를 왕창 뺏어먹는 무겁고 덩치 큰 동물이지만, 나무 곁에 계속 있고 싶으니까. 내 나름대로 나무에게 필요한 이웃이 되고 싶다. 다람쥐처럼 큰 포부없이도 담백하게 나무에게 필요한 이웃이 되는 건 어딘가 쿨해보이긴 하지만, 난 아무래도 좀 더 질척여야겠다. 나무수업 필기노트의 손때가 벌써 자글자글하다. *’목요일은 나무동무‘ 줄여서 ‘목동반’이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마다 여러 숲을 다니며 나무공부를 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지리산사람들’에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나무에 제대로 미치신 못난이쌤이 환영해주실 겁니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31
  •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
     이책은 많은 사람들의 짧은 에세이와 시로 구성되어 있고 8장으로 나뉘어있다. 6장은 '느끼기'이며 그중 첫번째 '에쉬 샌더스'가 쓴 '아프다는 것'이 읽은 것 중 가장 동감이 간다.' 아마도 개인적 느낌이 들어간 것이라 느낌적 느낌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운동에 열심인 사람 중에는 이글을 쓴 애쉬나 그의 친구 크리스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좀 있겠지만. 환경을 살리기 위해 극한과 극기의 삶을 사는 사람, 그리고 마침내 몸과 마음이 다 아픈사람 말이다. 일거수 일투족 환경을 생각하고 지구가 아픈만큼 내 몸까지 아파오는 사람! 나 같은 사람은 실천을 잘못하니 죄의식에 휩싸일 때도 많다. 다행히 건망증과 망각 증세가 심하다 보니 그럭저럭 대충 살지만... "우리의 감정은 지식에 도달하는 가장 진실한 길이다. -오드리 로드p386 세대와 인종을 망라한 여성 60명-현 시대 기후위기 대응 운동의 최전선에 있는 과학자, 언론인, 법조인, 활동가, 농부, 예술가 등의 주장과 분석, 에세이와 시를 담았다. 여성들은 이 책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기후위기의 양상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 기후위기에 맞서 사회를 신속하고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다양한 아이디어와 해법을 서술했다.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일 실질적인 방법부터 생태계 보호와 복원,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 시스템까지 광범위한 동시에 구체적이다.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 저자는 연구와 정책 개입은 물론 직접 행동 등으로 얻은 성과를 공유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준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기후운동 또한 활발해지고 있지만 저자들은 변화를 위한 논의와 주체 구성에서 여성이 과소 대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것이 차별을 넘어 인류 전체와 지구에 위협이 될 것이므로 연대와 창의성에 기반한 여성주의 기후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사회를 바꾸고 위기에서 벗어나 생명을 지키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 동시에 집단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도 다진다. 그리고 진실, 용기, 해결책을 갖추고 위기에서 벗어나 공존의 가능성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명의 기후운동 리더가 엮은 이 책은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향해 우리를 이끌어준다. (알라딘 책소개) 지금 많은 사람이 청년들이 기후운동의 주역이라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청년들은 우리가 먼저 기후운동을 시작한 게 아님을 알고있다. 또 우리는 환경 의식이 레이첼카슨의 "침묵의 봄"이 나온 1962년이나 지구의 날이 시작된 1970년에 시작된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우리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걸 깨달았기에 긴급한 부분을 제기하는 것이다. 2018년 IPCC는 우리에게 최종시한을 주엇다.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C이하로 유지하려면, 10년 안에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p32 내 선조인 오토미-톨텍족은 이 중대한 시기에 요구되는 지침과 원칙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지구가 우리를 보살피기에 우리가 지구를 보살핀다는 선조들의 철학과 더불어 자라났다. 선주민들은 수천 년간 그렇게 해왔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이자 생활방식이다. 지구의 재생을 위해 일하는 기후정의 활동가나 활경운동가가 되려면 끊임없는 헌신이 필요하다. 그것은 취미가 될 수 없으며, 문화와 사고방식의 변화여야 한다. p33 그 수천명의 선조 가운데는 우리를 이 세상으로 인도하기 위해 아낌없이 생명을 바친 물푸레나무가 있다. 최초의 인간이 만들어질 때 우리를 사랑스럽게 품어준 대지의 훍, 이기심을 버리고 자신을 희생하여 우리를 이 땅에서 살아가게 해준 겸손한 사향뒤쥐도 있다. 이 친척들을 친족 네트워크 안에서 정당한 위치로 복원하면, 모든 생명의 계보가 우리를 만나기 위해 솟아오르고, 우리는 우주의 흐름에 균형을 맞추며 지구를 새로이 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프실드든들나바먹(미국 원주민 부족이 기도 말미에 '아멘'과 같이 쓰는 표현이다), 내 모든 친지를 위하여. p68 영혼과 땅은 분리되지 않는다. 바람과 영혼도, 물과 눈물도 마찬가지다. 내 앞에 펼쳐진 붉은 바위 풍경처럼 깍여나가는 동시에 진화하고 잇다. 우리의 슬픔은 우리의 사랑이다. 공격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하는 가부장 정신의 집단적 광기에서 조용히 벗어날 때 우리의 사랑은 복원될 것이다.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p69 기후변화는 공정한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우리 중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 즉 기후변화에 가장 적게 기여한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디들 중에는 애드섬이 지원하는 핼리팩스의 여성과 어린이, 동아프리카에서 농작물을 기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농부, 해수면 상승과 침식으로 땅을 잃은 방글라데시인, 해수면 상승과 영구 동토층 해빙으로 전통을 위협받고 집을 잃은 북극인이 포함된다. 이들의 탄소발자국은 미미하다. 그들은 기후변화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지만, 변화된 기우희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후취약포럼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85개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40%, 사람의 80%를 부담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불공평하다. p186-187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탄소 배출에 대한 과금뿐 아니라, 법률 및 규제, 대상이 분명한 잇네티브, 기술 발전, 화석연료의 투자 철회와 해법을 위한 재투자, 각성한 주주들의 반란,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한 승소, 기후에 전념하는 정치인의 선거 승리 등 모든 수준에서의 다양한 행동이 필요하다. 더러운 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 예산을 전환하고, 토양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농업 관행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건강과 생태계를 해치고, 생물다양성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화석연료 기반의 비료와 살충제, 플라스틱과 기타 합성화학물질을 단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필요하며, 모두가 그것을 요구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p351 화석연료를 태우면 대기가 미세먼지로 가득차 폐와 심장 문제를 일으킨다. 온난해지고 습해지는 온도는 지카 바이러스, 웨스트 나일, 뎅기열 같은 모기 매개 질병과 라임 같은 진드기 매개 질병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 조기 사망의 16%가 대기오염 노출로 인한 것이다. 그 수는 매년 약 900만 명에 달하며, 결핵, 말라리아, 에이즈에 의한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는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며, 우리 모두가 행동에 나서는 동기가 되어야 한다. p353 바로 이거야, 이렇게 끝날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행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다시 날을 세우게 될까 봐 두려웠다. 사람들 손에서 비닐봉지를 낚아채고, 여자친구에게 집안 온도를 낮추라고 강요하고, 동물 멸종을 일상적인 대화에 끌어올까 봐 두려웠다. 극단적인 순교자가 되어 온갖 슬픔과 고통을 짊어지려 할까 봐 두려웠다. 나라는 작은 존재와 거대한 문제를 달리 어떻게 조화시킬지 몰랐기 때문이다. p365 기후변화는 흔히 "온실효과"와 "지구온난화"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후 누군가가 석유 회사와 정치인들에게 이런 단어들 대신에 적당히 모호하고 자연스럽게 들리는 "기후변화"라고 바꿔 부르자고 권유했다. p392 고래와 돌고래는 석유회사와 해군이 사용하는 음파탐지기 소음 때문에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 살리시해에서는 바닷물이 너무 빠르게 산성화되어 굴이 껍질을 만드는 것도 힘겹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1950년 이후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반일 뿐 아니라, 지구 산소의 절반가량을 생산한다. 이 마지막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자연께에 교차하는 위기를 즉시 다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p400 지구상에 일어난 다섯 번의 멸종을 살펴보면, 그 위험은 너무나 자명하다. 특히 폐름기 말에 있었던 대멸종의 경우 대부분 생명체가 전멸했다. 이때의 대멸종은 시베리아 트랩(시베리아와 러시아 전역에 걸친 화산암 지대)에서 나온 온실가스로 촉발되어 기온상승과 기후 불안정으로 이어졌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순식간에 벌어졌지만, 기온과 온실가스 농도는 지금 우리가 일으키는 것보다 훨씬 더 느리게 상승하고 있었다. p401 그저 선하고 자연친화적 인간이 되는 것만으로, 심지어 죽어 없어지는 것만으로 그동안 우리가 저지른 일을 되돌릴 수 없다. 우리가 치유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고, 우리가 가는 길 또한 바꿔야 한다. 우리에겐 죽기 전에 해야 할 아름다운 일이 있다. p407 가나의 오두마세 크로보 지역의 대모들은 이렇게 충고한다. "당신네 미국인들은 땅에 씨앗을 뿌리면서 기도도, 노래도, 춤도, 헌주도 하지 않죠. 그러면서 어떻게 땅이 여러분을 먹여 살리기를 기대합니까 땅은 상품이 아닌 친척입니다. 그래서 당신들 모두가 병든 거예요!" 심지어 서양 과학조차 우리 질병의 일부가 토양으로ㅂ터 멀러진 것과 관련 있으며, 건강한 토양의 미생물군집에 노출되는 것이 항우울제에 비견될 정도로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한다. 이론운 토양 박테리아인 미코박테리아를 쥐에게 투여하자, 그들의 뇌는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더 많이 분비햇다. 일부 과학자는 정신건강을 돌보려면 흙에서 놀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캌 선주민의 토양 재생 방법을 배우러온 청소년과 성인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농장의 흙이 어떤 이득을 주는지 알 수 있다. 교육 과정은 지렁이 수와 토양 유기물 사이의 상관관계와 같은 지루한 세부 내용을 주로 다루지만, 참가자들은 흙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치유"이며, 집착, 중독, 나쁜 식습관, 고된 노동 환경에서 벗어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치유 과정을 돕는 것이 단지 토양 박테리아만은 아니라고 가르친다. 아프리카 우주론의 일부는 선조들의 영혼이 지구에 남아 흙과의 접촉을 통해 우리에게 격려와 안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우리느 지구가 지혜를 전달하는 살아 있고 의식있는 영혼이라고 믿는다 . 하 중의 숲속 토양에도 나무 사이에 당분과 케시지를 전달하는 균사체가 풍부하다는 걸 생각하며, 산림 초개체의 내부 세계와 공유하고 상호의존하는 그 세계의 비밀을 알 수 있다. 땅과의 관계를 치유하며서 우리는 기후와 우리 자신을 치유한다.p474-475 브라질의 과학자 안토니오 도나토 노브레에 따르면 아마존 열대우림 위의 "하늘로 흐르는 강"에 있는 물의 양은 아마존강에 흐르는 것보다 많다. 심지어 가장 건조한 지역에서도 수증기가 넘친다. (생략) 그들은 안개에서 물방울을 포집해 섭취하는 나미브 사막 딱정벌레에세도 영감을 얻엇다. 이 영리한 생물은 다리로 서서 물이 배를 타고 입으로 흘러들게 해 갈증을 해소했다. 레이첼 카슨이 "구름"이라는 에세이에 썼듯이 "저 위에는 또 다른 바다가 있다." p479 우리가 인식하는 물 부족 문제란 땅속에 물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데, 이는 토양이 탄소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은 토양의 탄소가 고갈된 탓이다. 한 동료가 말햇듯이, "자연은 자신의 탄소를 되찾기를 원한다." 우리 모두가 서 잇는 심리적인 경계도 있다. 세상이 화예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힘으로 충만하다. 우리는 파괴 행위에 연루됐음을 알면서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로 결심하는 경계에 살고 있다. 지금 일어나는 현실을 생각하기엔 너무 고통스러워서 행동과 무관심 사이를 스치듯 지나간다. 그리고 슬픔과 두려움에 따른 마비 상태와 행동 사이를 오간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든 파괴하는 것이든, 우리가 내려야 하는 모든 결정은 경계에 잇다. 우리의 마음은 도피와 합류, 원칙을 버리는 것과 반격하는 것 사이의 경계에 있다. 한 명도 빠짐없이. 그 경계는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며, 귻에서는 혼자가 아님을 아는 것이 중ㅇ하다. 그 경계는 지적인 힘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생태적, 문화적 힘을 담지한다.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치 우리가 미래를 믿는 것처럼, 마치 우리작자가 씨앗인 것처럼, 당신이 알다시피 그것은 신성하다. 나의 가장 허황된 꿈에서 모든 종의 씨앗이 내게 소리치며 말한다. 땅 위의 모든 헐벗은 자리에 우리를 심고 자라게 하세요. 모든 경계에 씨앗을 심으세요.p490-491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게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이해하는 프레임을 다시 짜야 합니다. 기후변화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변화는ㄴ 우리의 천연자원부터 인간 노동의 결실까지, 지구와 인간으로부터 모든 귀중한 가치를 소수의 사람이 추출하도록 만들어진 경제 시스탬의 가장 끔찍한 증상입니다. 이 시스템이 이 위기를 만든 것죠. 우리가 너무 많이 가져갔음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p506 따라서 우리가 문제를 더 진실한 방식으로 재설정하고 사회 시스템을 더 정의롭게 재구성하면, 남은 일은 자신의 역량을 일깨우고 가장 오래된 종류의 힘을 불러내는 것뿐입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우리가 특정 지역의 리더십과 전통 지식을 따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가 나아가야 할 근본적인 출발점으로 생태적 형평성, 기후정의, 인권을 기본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뜻합니다.p508 급격히 변화하고 요동치는 시대, 우리는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문턱, 현관 또는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 다리는 우리 아래에서 부너지거나, 한 문명이 다른 문명에 자리를 내주는 긴 여명의 시간 동안 우리가 함께 걷도록 해줄 수도 있다. -제닌 마리 호겐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생명을 구하는 기반은 서로의 기술에 대한 지식, 서로에 대한 믿음, 이웃을 용서하는 마음, 이웃과 함께 일하고 동원하는 능력이다. 현급 지급기, 물, 식량, 석유, 통신수단 등 모든 것이 무너지면, 신뢰, 존엄, 상호주의라는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을 할용해야 한다. 재난이 닥쳤을 때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당신을 살아남게 할 최선의 기회다. 그때 우리는 이를 깨달았다. 우리가 마주하게 될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동체임을 깨닫는 것이다. p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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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9
  • 알튀세르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가끔 읽을 책이 없으면 오래된 책장을 기웃거린다. '한남자'가 읽던 책(내 책은 모두 버린지 오래고 그도 그렇지만, 그래도 그는 오래된 책을 더러 가지고있고 새책을 사들인다.)을 기웃거린다. 이 책도 그런책 중 하나다. 나와는 관계없는 전혀 뜬금없는 책이지만 읽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암튼 미치광이건 바람둥이건 뭐든 그들은 쓰는데 열심이었다. 그것이 다른 점이다. 안쓴 사람과. 책소개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어느새 먼 과거의 전설처럼 잊힌 알튀세르의 삶과 철학, 독특한 정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신분석적 자서전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형과 원치 않은 결혼을 한 어머니와 우울증에 걸린 여동생 등 복잡한 가정사와 인간적 고뇌, 징집과 함께 시작된 5년에 걸친 기나긴 포로 생활과 우울증 발병, 철학 연구의 시간만큼 긴 정신분석과 심리치료의 시간, 아내를 죽인 미치광이 철학자의 내면, 면소 판결이 내려진 뒤 고립감 속에서 돌아보는 자아, 현존하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애정과 비판, 위선과 가식이 넘쳐나는 지성계의 이면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비록 자신이 40여 년 동안 조울증으로 고생했지만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우발적인 살인 때문에 자기를 미치광이라고 몰아서 죽음보다 못한 고독과 침묵(이 또한 미궁이 아니겠는가!)속에 무려 10년씩이나 가둬 둔 우리 모두에게 알튀세르가 이처럼 어지러운 자서전으로 복수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다. 어쨌든 가족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라는 그의 절규는 누구나 되새기고 되새겨야 할 것이다. p15 한번은 브르타뉴 지방에서 한 달 내내 한 특이한 스포츠를 계획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리고 매번 나는 자랑스럽게 그녀에게 점점 늘어가는 다양한 장물들을 보여주었으며 한치의 실수도 없는 내 방법을 상세히 늘어놓기도 햇다. 사실이지 내 방법들은 완벽했다. p177 "내가 당신에게서 좋아하지 않는 것, 그것은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당신의 욕망이에요." 이 말은 내 눈을 열어 주었고 그 힘든 시절에 대한 모든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사실 나는 모든 것을, 내 책들과 내가 결국 죽인 엘렌느, 나의 정신분석가 등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했는데, 그것은 내가 내 자살 계획 속에서 환각적으로 꿈꾸엇듯이 나 자신을 확실히 파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토록 끈덕진 자아 파괴의 욕망은 무엇 때문인가? 내 존재 깊숙이, 무의식적으로 (그런데 이 무의식은 끝없는 추론 속에서 현물화되었었다)내가 나를 파괴하고자, 왜냐하면 나는 처음주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파괴하고자 원했기 때문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가장 가까운 모든 사람들, 내 모든 지주들과 내 모든 수단들을 다 파괴한 다음, 자신을 파괴하는 것보다 더 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p309 따라서 삶이란 그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나는 지금 예순일곱 살이다. 그러나 나는 마침내 지금, 나 자신으로서 사랑받지 못했지 때문에 청춘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곧 인생이 끝나게 되겠지만, 젊게 느껴진다. 그렇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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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6
  • 우리 안의 파시즘
    파시즘(이탈리아어: fascismo, 영어: fascism, 독일어: Faschismus)은 이탈리아에서 생겨난 사상으로 민족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수주의, 반공주의적인 정치 이념이자 조합주의 경제 사상이다. -위키백과 자유보다 규율과 복종을 훨씬 더 선호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의 위협'이라는 무서운 카드가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병역 분야까지 비판과 토론에 개방시키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와 전두환의 파시스트적인 정권이 지탱해 오는 데 크게 기여한 군대가 과거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다면, 시민 사회가 전체주의적 국가를 완전히 개혁하였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땅에서 한 사람이라도 내무반에서 발로 차이고 주멱 세례를 당한다면, 이 나라가 자유주의 국가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개인 인간성의 황폐화, 전체 사회의 폭력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때리고 맞는' 의무 군대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p102 박노자 전두환의 기대대로 대통령이 된 김대중은 감옥을 열고 귻에 들어가지 전의 모습 그대로 그를 석방해 주었다. '국민의 정부'는 그에 대해 국민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과연 누가 승리한 것일까? 이성인가, 아니면 야만인가? 우리의 이성은 이 때부터 커다란 혼란에 부딪혔다. 전두환은 잘못을 뉘우친 일이 없는데 우리는 그를 용서한 것이 되어야 했다. 광주의 진실은 여전히 은폐되어 잇고, 그 비극의 현장에서 상처받은 이들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했는데 5.18은 축제가 되어야 했다. 야만은? 면죄부를 받은 야만은 이제 당당하게 자유 경쟁의 정치 질서 속으로 진입하였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던 것일까? 국민 대화합과 지역주의의 극복? 아니면 '공동 정권'의 유지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사전 포석? 화해의 사도 김대중은 자신을 죽이려 햇던 박정희를 용서하고, 죽은 독재자의 기념관을 세우는 일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겟다고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묻는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니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박정히 개발 독재 시대의 그 숱한 역사의 희생자들의 고통과 피눈물과 분노를 모두 자신이 대신 할 수 있다고 믿는 이 가당찮은 오만! '파시스트=진리를 독점하려는자.' '전체주의=국민의 정치적 행위 능력 몰수를 통한 국민 소외의 정치 질서.' 그렇다면 김대중의 박정희화? 새로운 전체주의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 그 많은 억울한 죽음과 영혼의 상처를 그대로 둔채 20년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결국 퇴행의 길을 걸어 1980년 5월 그 이전으로 되돌아왔는가? p250 문부식 그러나 파시즘은 극단적 형태의 정치 체제로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의 본질은 어떤 특정 정치 체제에 있다기보다는 인간이 다른 생명과 자연을 포함한 이 세계를 자신의 기술적 통제하에 두고자 하는 근대적 인간 중심주의와, 경제적 가치를 인간적 가치의 우위에 두는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욕망 구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조금만 사려 깊게 둘러본다면, 이러한 파시즘의 유산은 우리 안에 넒게 그리고 깊숙이 남아 있다. 권력자만이 아니라 그에 저항하는 자들까지도 매료시키고 사로잡는 권력의 위력, 모든 것을 가격으로 환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물신주의, 살아 남기 위한 나날의 각박한 생존 경쟁, 승리자가 되지 않고는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초조함과, 승리하면 모든 것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긋지긋한 권위주의, 이 모든 것 속에 파시즘은 오늘도 살아 있다. 오늘 이 순간에도 여전히 두개의 세계관이 서로 투쟁하고 대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 알다시피 사람은 저마다의 가격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그 가격이 매우 낮다는 걸 알면 놀랄 것이다.(히틀러) "모든 사람과 사물이 저 나름의 귀중한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파시스트가 될 수 없다."(어느 생태주의자) 그 혹독한 광기의 시대에도 살아 남은 우리들은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가?p255 문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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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1
  • [강좌] 글쓰기로 마음에 돌봄의 씨앗을 심다
    <글쓰기로 마음에 돌봄의 씨앗을 심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둘러싼 경험을 돌아보고 재해석하여 ‘쓰는 행위’를 통해 내면과의 접촉,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 - 진행자: 달리(살롱드마고 책방지기,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저자, 페미니스트저널‘일다’ 서평코너 <책방에서 밑줄 긋기> 연재) - 교재: 에세이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다른길, 2021) 14,000원 - 매회차 읽고 쓰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1강 프롤로그 “지금, 여기의 나와 우리” 프로그램 첫 시간을 맞아 활동내용과 서로를 소개하고, 공동의 약속을 만든다. 타로카드를 통해 현재 나의 욕구와 에너지를 알아보고 참여자간 유대감을 쌓는다. 2강 글쓰기의 의미 “나는 왜, 무엇을 쓰고 싶을까” 자신이 생각하는 글쓰기의 목적과 의미, 쓰고 싶은 글의 주제, 글쓰기 작업에 느끼는 어려움과 고민 등을 나눈다. 3강 투사의 드라마 “가족/부모 떠나보내기” 가족이나 부모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과 그 관계가 나의 삶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본다. 투사가 아닌 투명한 시선으로 가족/부모를 다시 사유하고, 나의 정서적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본다. 4강 몸과의 대화 “몸을 보는 시선들 사이에서” 여성으로서, 한 인격체로서 살아오며 몸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가? 몸을 둘러싼 경험을 재해석하고 몸에 대해 가진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더듬어본다. 5강 감정 돌보기 “우울을 껴안고 살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취약함을 느끼는 감정, 나에게 반복되는 부정적 패턴의 핵심감정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런 감정을 나는 어떻게 해소하거나 치유할 수 있을까? 6강 계속, 살고 쓰기 위해 “멈출 수 없는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삶의 이유와 의미를 찾아야만 한다. 나를 살리는 것, 사람, 장면들을 떠올리고 회복할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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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16
  •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3명 중 한 분인 노경희 교수에게서 선물 받은 책이다. 노경희 교수는 먼저 그의 남편 김하진 교수를 통해 알았다. 노교수는 일본에서 공부한 한학자이고 김교수는 물리학자이다. 김교수는 내가 미국에 있던 시절 클래식 기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오합지졸이 모여있는 우리 클래식 동아리에 들어와 기꺼이 선생을 맡아주었다. 그의 기타 실력은 대학교 때부터 쉬지 않고 갈고 닦은 터라 우리 모두의 혼이 빠지게 만들었다. 나는 이미 기타와 이별했지만 그의 기타 열정은 변함없고 일년에 한번씩 연주회를 갖는다. 그의 부인 노교수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는데 그 서글서글한 인상과 친화력에 끌렸다. 이렇게 한국에서 페친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페북의 여러 기능 중 선기능의 하나는 사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 옛친구를 찾을 일은 요원하다. 하지만 SNS 세대는 맘만 먹으면 친구를 잃을 일이 없다. 나는 아마도 페북 일세대쯤 되겠지만 옛친구를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고 젊은 친구들의 사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일이 즐겁다. 노교수도 페북에서 가까와졌다. 그녀는 자기 전문분야의 글을 포함 자주 글을 올린다. 그녀가 올리는 고서 관련글이나 고그림 같은 것이 문외한인 내게도 흥미를 끌만큼 그녀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재밌게 쓴다. 그녀 포함 3명이 저자인 책 "알고 보면 반할 꽃시"는 제본부터 다르다. 꽃그림은 맘에 드는 것을 뜯어내 액자로 만들고 싶다. 한장 뜯어내도 모를 제본이다. 52가지 이 책에 나온 꽃들은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야생화가 아니라 뜰안에서 쉽게 만나는 익숙한 꽃들이다. 꽃의 자태나 향기는 시를 짓고 술을 부르게 만든다는 걸 알 수 있다. 마당에 철 따라 피는 꽃을 가진 나는 얼마나 풍요로운 인생인지 새삼 실삼한다. 매일 시 한수 짓고 술 한잔 해야 할 판이다. 많은 이들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는데 플로렌스 크레인이라는 외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그린 "머나먼 한국의 야생화와 이야기"라는 책에 그린 꽃 그림을 오래 보게 된다. 허난설헌의 '작약도'의 작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의 시는 입가에 미소를 불러낸다. 금동이 저녁 이슬 봉선화에 맺히고 예쁜 아씨 열 손가락 곱고도 길다네. 절구로 꽃잎 찧어 배춧잎으로 싸매고 등불 앞에서 쌍귀고리 울리며 조심스레 살펴보네. 새벽에 잠을 깨어 발을 걷어 올리니 거울에 비치는 화성의 빛 보이는구나. 풀잎 뽑을 때면 붉은 범나비 나는 듯하고 아쟁 탈 때면 복사꽃 놀라 떨어지는 듯하네. 분화장 곱게 하고 비단결 머리 손질하면 소상강 대나무에 피눈물이 얼룩진 듯하네. 때때로 붓을 잡고 지는 달을 그리노라면 붉은 꽃비가 봄산을 지나는 듯하구나. (염지봉선화가, 난설헌시집) 꽃같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우며 향기로운 책! 이 봄에 곷 선물로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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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14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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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8
  •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김호연의 "망원동 브라더스"와 비슷한 느낌의 책이다. 남청 3명과 퇴직한 꼰대남 1명이 주인공이다. 등장인물은 모두 남자지만 소설가는 여자 이경란이다. 내가 서울 토박이지만 가본 적이 없는 동네 노량진의 이야기는 글로 가끔 들어본다. 강남 대치동이 대입 학원가라면 취준생의 학원가는 노량진이다. 대치동도 노량진도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지만(원래 유명한 곳은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 노량진의 이야기는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취준생하면 또 연결되는 곳이 고시원이다. 이곳 역시 나하고는 낯선 단어! 낯선 곳이지만 그 이야기만은 역시 글로 적잖게 들어 딱 상상이 된다. 박민규의 소설 "갑을고시원 체류기" 하나만 읽어도 잘 알 수 있다. 결국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는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게 생활화되었고, 코를 푸는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당겨,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갑을고시원 체류기 중에서) 암튼 이 소설은 노량진과 고시원, 그리고 강남은 강남이지만(다 같은 강남은 아니란 말) 곧 재개발을 눈 앞에 둔 낡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2013년에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은 2022년에 발간됐다. 9년 사이에 청년들은 더 암울한 미래에 직면한 것 같다.(이건 소설로만 판단한 내 생각)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소설보다 더 하지 않은가! '오로라 상회'가 있는 '오로라 아파트'는 영원히 사라지지만 한가닥 희망을 바라고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청년들에게 극지방에 나타나는 극광 '오로라'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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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3-02
  • 두더지 잡기
    세상은 넓고 이상한 직업도 많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16살에 반 강제적으로 집을 나와 2년 동안 홈리스 생활을 하였다. 이때 경험한 자연에서의 삶이 두더지 잡기 보다 더 이 책의 중심 축이다. 두더지는 어른 손만큼 작지만 엄청 힘이 쎄다. 두더지의 목과 어깨에 붙은 두툼한 근육은 조약돌만큼이나 단단하다. 두더지 몸의 다른 부분은 연약하다. 두더지는 유연해서 자신의 몸통보다 넓지 않은 굴 안에서도 방향을 바꿀 수가 있다.(고양이 생각이 난다) 뒤로든 앞으로든 옆으로든 빠르게 지나갈 수 있다. 굴 안에서도 얼마든지 후진이 가능하다. 털은 짙은 남색의 최상의 부드러운 벨벳과 같다. 가끔 밭이나 마당에 흙이 불툭 튀어나온 것을 본다. 그게 두더지 짓이라는 걸 시골에 오지 않고서는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웨일스에만 두더지가 많은 건 아닐 것이다. 한국에는 두더지잡기 직업이 없지만 아마도 집집마다 정원이 잔디로 깔린 서구에는 이 직업이 있을 지 모르겠다. 잘 가꿔논 정원 잔디밭을 헤집고 다니며 잔디밭을 망친다면 화가 날지도 모른다. 영국은 모르지만 미국 사람들의 잔디 가꾸기는 도를 넘는다. 알고보면 땅 밑 두더지가 다니는 길은 원래 그들 두더지의 것인데 왜 죽이냐고? 얼마나 죽였으면 보호종이 됐겠냐고? 난 진드기에 물려 몇년 동안 물린 자리가 가렵다. 긁다보니 피부병이 생길 지경이다. 아니 생겼다. 두더지를 죽이는 이들의 심정이 내가 진드기 죽이는 심정과 같은건가? 살아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완벽한 대칭을 이룰 수 없으며, 불완전함이야말로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터전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가지의 수를 헤아리고는 나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몇 개를 잘라냈다. 그의 눈에는 보고 싶은 게 보이지 않고 오직 보기 싫은 것만 보일 뿐이었다. p38 나는 초원에서, 운동 경기장에서, 자그마한 도심 정원과 광대하고 구릉진 시골 사유지에서 두더지를 잡아왔다. 아무리 그 땅이 인간에 의해 사용되는 땅이라 할지라도 그곳은 두더지의 영토이고, 녀석들을 잡는 일에도 변함은 없다. p49 두더지의 꼬리를 장식 술로 단 지갑을 들고 다니면 그 지갑은 늘 꽉 차 있을 거라는 말이 있다. 두더지와 마술적 의식은 서로 잘 어울려 보인다. 말린 두더지 양손을 들고 다니면 류머티즘을 예방하고 악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설은 두더지 사냥꾼들 사이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러한 미신은 유럽 전역에 걸쳐 발견된다. 마녀는 두더지를 자신의 심부름 마귀로 애용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두더지가 어둡고 비밀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두더지의 피와 내장, 특히 아직 뛰고 있는 신선한 심장을 삼키면 예지력을 갖게 된다고 하고(대프리니우스의 저서((박물지))에 따르면 그러하다),두더지가 죽을 때까지 양손으로 쥐고 있으면 치유력을 얻게 된다는 말도 있다. 또 두더지의 다양한 신체 부위는 간질을 치료하고, 치통과 학질을 예방하며, 발작을 제어하고, 쥐젖을 제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도 한다. 과거의 두더지 사냥꾼들은 이 같은 '자연치료제'를 취급하면서 꽤나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었고, 때로는 두더지들이 나타나면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면서 녀석들의 비밀스러운 지식을 앗아 가는 '교활한 자들', 떠돌이 남자 마녀로 여겨지기도 했다.p58 북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혹은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에 머무르나요?"라고 묻는다. 마치 어딘가에 산다는 것이 여행 도중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는 듯이, 마치 우리 모두가 여행자라는 듯이. 이곳 웨일스는 내가 머물기로 결심한 곳이다. 이곳은 내가 피곤할 때 기어 들어가는 침대의 푹 파인 곳이고, 내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찾으려 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곳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모두 여행자다.p91 나는 자연 속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과 '교감'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이었다. 하루 종일, 날마다 내 안의 진정한 자연에 최대한 가까워졌다.p113 나는 야생 동물들이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편안히 늙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p132 나는 올가미와 고리와 스프링과 방아쇠 장치가 달린 잿빛의 금속 덫을 숨겨두었고, 그것이 해를 입힐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덫은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찰칵하며 닫힐 것이고, 그러면 한 생명이 끝날 것이며, 그 생명체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지고 짓이겨질 것이다. 그것을 온전한 형태로 다시 되돌려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냥 내던져질 것이고 까마귀들이 그것을 먹을 것이다. 나는 먹이 사슬의 일부가 되었다.p221 두더지는 죽일 필요가 없다. 유럽두더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곳의 정원사들은 녀석들을 참고 견딘다.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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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6
  • 나무의 어둠에 대하여
    작가 이난영은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20대의 대부분은 평화운동을 하는 사회단체에서 보냈다. 그 후 활동가, 작가, 행위예술가 등의 이름으로 살았다. 최근 10여 년은 전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 작업, 행위예술 등의 미술활동을 했다. 그 중에는 지나가는 여성들의 머리를 빗겨주는 행위예술 ‘머리를 빗겨주는 사람’이 있다. 전태일50주기 노동미술제, 노량진 수산시장의 쫓겨난 상인들에 대한 작업 등에도 참가했다. 아현동 등 재개발 지역에 살면서 이웃들과 작은 생명에 대한 기록, 그림 작업을 해왔다. 이 책의 그림은 모두 손그림이다. (저자소개글 펌) 에세이 그림책이다. 나무 그림을 자세히 보게 된다. 모두 너무 이쁘다. 내 아디는 나무다. 처음 pc가 보급되고 처음 이멜이라는 것을 사용하던 몇십년전. 이멜의 아디를 나무naamoo로 정한 것을 여지껏 쓰고 있다. 나무를 보면 참 훌륭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무를 보면 배울 것이 많다. 나무를 보고 나무라는 내 아디를 볼 때마다 나무에 대해 생각한다. 나무에 대한 책이 무지무지 많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들은 모두 나같이 나무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어떤 사람은 글로써 책으로 낸다. 나는 그냥 나무와 함께 산다. 오늘도 나무를 바라보며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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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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