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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초 인류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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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5-24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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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18
  • 다섯번째 산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3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다, 1986년 돌연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출판사) 세상 모든 사람은 피하라 수 없는 일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극복했고 어떤 이들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비극의 날개가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파울로 코엘료p12 "인간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천사가 대답했다. "결정을 내리는 힘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p192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의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 자는 아직 숨을 쉬고 길을 걷고 있다 하더라도 신의 눈에는 죽은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 영원함은 모든 영혼에게 열려 있고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것이다. 태양 아래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p193 하느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고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하신다. "왜 너는 그토록 짧고 고통으로 가득한 존재에 그토록 매달리느나? 너의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냐?"p279 아이들은 항상 어른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주죠. 별 이유 없이도 행복해하기, 무언가에 항상 몰두하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 힘으로 매달리기. 제가 아크바르로 돌아온 것도 저 아이 때문입니다. p276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 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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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8
  • 페미니즘철학
    페미니즘, 페미니즘...언제부턴가 너무나 많이 회자되는 페미니즘. 대충 여성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의심된다. 도대체 '페니니즘'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단 보시라 권하고 싶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망설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p 46 들뢰즈Gilles Deleuze 같은 사람은 철학은 생성하는 사유고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배움의 운동이라고 해요. 그래서 철학은 동일자를 확인하는, 즉 A는 A다‘라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증가시키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제 철학은 새로운 방식의 사유를 모색하는 것을뜻합니다. p 52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p 53 남성에게는 남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지않는데, 여성에게만 여성의 성적인 특징들, 여성의 외모적 특징들을 여성성이나, 여성이라면 지녀야 할 굉장한 덕성인 것처럼이야기하는 게 틀렸다는 거예요. 남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성을두고 말하는데 여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징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는 것들이 부당하다는 거고, 여성도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라는 거죠. 그러니까 스테레오타입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거예요. p64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p 65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페미니즘이 철학이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페미니즘 저서들을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왜 그렇게 시작할까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여자들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문제를 느끼고 바꿀 수가 있는 거죠. 그래야 구체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P135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을 착취의 자리로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게 되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제도 안에서 권력의 차이가 선명하잖아요.” P 206 “그래서 저는 낙태권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파이어스톤이 재생산의 권리를 제기한 이유를 떠올리면서요. 파이어스톤은 재생산이라는 게 지금의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억압이라고 분석했고, 이로부터 저항하면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다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재생산 문제 때문에 성 계급까지 호명했잖아요.” p 296 책소개(알라딘) 기존의 이 세계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발명해온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를 독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적인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할 법한 그들의 핵심 도서와 문장들을 통과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인간인가’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각 부로 구성해 1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소개하고 페미니즘 철학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고유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제1물결 페미니즘과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의 조류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 사상가들의 사유가 동시대의 철학으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엮어 소개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권의 옹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철학 초기의 사상을 다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점을 주창한 열렬한 계몽주의자이자 근대 민주주의자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이 언제나 타자의 지위인 제2의 성에 머물 수밖에 없는 기제를 밝히며 여성이 타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악’이며 여성이 자유를 획득해 주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도덕적 명령이라고 못박아버린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상을 여기에서 다뤘다. 목차 프롤로그: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철학과 보편적 인간에 대하여 여성은 인간이다 2장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메리 울스턴크래프와 여성의 이성 3장 타자로서 여성을 정의하다: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은 다르다: 복수의 여성들 4장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베티 프리단이 발견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5장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대하여 6장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오드리 로드Ⅰ 7장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오드리 로드Ⅱ 에필로그: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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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3
  • 고양이 오스카
    데이비드 도사의 고양이 오스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 초리는 끊임없이 나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그의 존재가 나를 잠시도 쉬게 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나의 주위를 맴돌지만 나에게 안기거나 나의 손길을 달가와 하지는 않는다. 늘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늘 나를 주시하고 있다. 마치 CCTV의 감시하에 있는거와 다르지 않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의 뇌에 저장하는지 알 수 없다. 나 또한 그를 관찰하지만 "그는 정답이 없는 퍼즐이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어느새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집의 영혼이 되어간다.-장꼭또" 나는 그 퍼즐을 풀기 위해 이책 저책을 뒤적여본다. 초리와 같이 평범한 고양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그는 미국에 있는 한 요양원에 기숙하는 고양이다. 이 요양원은 동물을 기르도록 허락되지 않았지만 어느날 오스카는 이곳을 제가 살 자리라 맘을 먹었다. 고양이는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그 장소를 떠나지 않는 영역동물이다. 요양원의 사람들도 포기한채로 그를 인정하다 그를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 요양원이란 곳은 거의가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다수인 곳이다. 이 곳의 환자를 돌보는 노인 전문의 데이비드 도사는 (그의 성이 도사다) 고양이 오스카에 대한 메리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넘겨 듣는다. 그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고양이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고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다. 메리의 이야기는 고양이 오스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임종이 가까운 사람이 누군지를 안다는 것이다. 고양이 오스카는 병원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임종이 다가온 사람이 있으면 그의 침대 곁에 머무르며 임종을 지킨다. 그는 '임종지키미 고양이'인 것이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에 예민한 고양이가 그 냄새를 알아채고 그의 곁을 지키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임종을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복적인 오스카의 행동은 이제 요양원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있다.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오스카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된다.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실화다. 치매가 반드시 누구나 거쳐가는 병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겪는 노인병이다. 데이비드 도사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가족을 만나며 지금 현재를 사는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잃는 것이며 지나온 삶의 괘적을 지우는 일이다. 죽음은 결국 모든 것을 지우는 일인 것을 인정 한다면 치매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 삶의 과정에 고양이 초리가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고통스런 삶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와 음악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목차 독자 여러분께죽음을 감지하는 고양이 오스카오스카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승리루벤스타인 부부스티어하우스와 고양이의 인연치매 환자 치료의 딜레마오스카와 함께한 첫 회진도나 모녀의 마음을 이어 준 오스카사라진 슬리퍼와 죄책감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떠나보낸 자매음악이 전부였던 리노 페레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감당하기 어려운 일치매 환자는 무슨 꿈을 꿀까삶을 완전히 바꿔 놓는 병존엄하게 죽을 권리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빈 병실을 지키는 오스카간병하는 가족의 진실한 친구루벤스타인 부부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이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루스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새 환자, 그리고 오스카마치는 글데이비드 도사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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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9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일본인 마루야마 겐지는 동경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글을 쓰고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25살에 귀농을 하고 집필에 전념하며 그의 농촌 체험기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고재운 옮김)” 펴내며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조언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시골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와삭 부셔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거친 자연과 시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시골에 오니 좋은 것은 많다. 산이 바로 앞 마당이고 눈 앞에 푸른 산이 펼쳐져 있으니 산보가 등산이고 오염이 적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조용하고 한가하며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라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내가 알아온 진리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겐지가 지적한 대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는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겐지가 지적하는 엄청난 위험은 모른척한다 하더라도 시골에 살려면 우선 내 마당 내 집에 드나드는 작은 동물과 곤충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내 집 마당이라고 집안에서 입던 반팔과 반바지로 마당에 나섰다가는 모기, 진드기, 심지어 쯔쯔가무시라는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에 무방비로 희생 될 가능성을 절대로 피 할 수 없다. 집 안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잠자리 풍뎅이 말벌조차 때론 길을 잘못 찾아 나와의 동거를 요구한다. 비 오는 날이면 배로 기어 다니는 것들도 동거에 참여하려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대신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농부치고 하얗고 뽀얀 얼굴은 가진 분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뭔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는 꼬불 꼬불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야하고 공공 시설의 혜택은 대충 포기하는 것이 맘 편하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밭을 가꿔본 사람은 안다. 밥상에 무공해 유기농 채소 한 접시 올리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과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과 그것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갠지가 지적했듯이 농부 흉내라도 내며 조그만 텃밭 가꾸는 것도 허리가 휘어지게 벅찬 일이다. 내 손으로 돌을 고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에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수고를 한 끝에야 비로소 유기농 채소라 불리는 나물 한 접시가 상에 올라 오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갠지는 처음 대하는 거친 자연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경고하지만 처음 만나는 시골의 낯선 이웃들에 대한 경고에 더 한층 수위를 높인다. “깡촌에서 살인사건 벌어지고”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시골에 있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범죄자들이 시골로 이주하고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가능한 큰 개를 기르라고 조언한다. 한술 더 떠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창까지 준비하라고 순진한 도시인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 한 것”이라며 차라리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으라”고 까지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관심 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라며 허를 찌른다. 겐지가 이렇게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나 삶이 그렇듯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으며” “어딜 가도 삶은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또한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으니” 떠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도시와 시골의 중간인 별장지대를 적격이라고 추천한다. 시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멋진 풍경에 취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과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런 날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겐지는 그의 40년 체험한 시골생활의 경험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고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직시 할 수 있도록 충고하고 있다. 그의 조언은 결국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본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으니” “병을 불러 들이는 생활 태도”부터 고치라고 말한다. 그가 건네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시건 시골이건 “홀로서기”에 성공하여 “자신다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이 치유”라며 “불편함”이 심신을 단련시켜주고 뇌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며 당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 돌려 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한번쯤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인다면 의존하고 있는 그것에서 조금 더 “홀로 서기”에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다. 목차 서문 006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016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023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030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031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0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042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0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050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0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054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0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065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072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074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0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078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080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083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0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0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094수제 창을 준비해라 0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1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9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불편함이 치유다 185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7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1968년 소설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며 50년 가까이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파랑새의 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을 썼고,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개와 웃다』, 『세계폭주』, 『산 자에게』, 『취미 있는 인생』,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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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23

실시간 사는이야기/책마을 기사

  •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대를 위하여"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 "근육통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대를 위하여" 오래전 전에 읽은 책인데 정형외과 의사가 쓴 책이다. 의사의 책이라고 해서 모두 정답은 아니겠지만 이 의사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정형외과 질환의 많은 부분이 근육의 뭉침에서 온 다는 것이고 정형외과의 처방전 대부분이 근육 이완제와 진통제라는 것이다. 이 의사가 하는 말이 자기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처방을 할 때 이것 이외에는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같은 약을 처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오십견과는 다른 병으로 알려져 있고, 대부분 어깨 통증의 제일 흔한 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파열 여부를 확인하는 비싼 검사나 적극적인 수술 치료도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파열이라니?’ 하고 깜짝 놀라게 마련입니다. 뭔지는 몰라도 파열되어서 수술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으면, 겁부터 먹고 당장에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의사의 말을 믿을 수밖 에 없기 때문입니다. 무릎 반월상연골판의 경우도 그렇지만, ‘파열’이라는 표현은 환자들을 우선 긴장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뭔가가 파열되어 있다는 설명을 듣고 침착하게 “아, 그래요.” 하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환자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회전근개 이상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멀쩡하게 있던 것이 한순간에 폭발하듯 파열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퇴행성 변화처럼 부드러움이 없어지는 변화가 오랫동안 진행되는 노화현상이 어깨 관절 속 회전근개에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결과 회전근개가 파열된다기보다는 조금씩 탄력을 잃으면서 싱싱하게 매끈했던 회전근개의 부분들이 너덜너덜해져가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p.256" 독자 여러분은 허리 디스크가 어떤 병이라고 알고 계신가요? ‘허리 척추 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추간판)가 탈출해서 척추신경을 눌러 허리, 엉덩이, 다리 뒤쪽이 당기는 통증을 유발하는 것.’ 이것이 맞습니까? 그렇다면 해부학적, 신경학적 견지에서 봤을 때,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자, 보십시다. 만약 척추신경이 무언가에 심각하게 눌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어떤 증세를 일으킨다면, 신경이 하는 여러 기능 중에서 유독 ‘통증’이라는 증세만 생겨나게 하기란 기술적으로 매우 힘든 일로 보입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척추신경 같은 ‘중추신경’은 말초신경들보다는 더 복합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중추신경이 심각하게 눌려서 어떤 증세를 만들어낸다면, 이는 근육 마비, 이상감각, 무감각 같은 특징적인 증세를 동반해야 마땅하다는 말입니다. ---p.167 나 역시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니 다양한 근육통에 시달렸고 다치기도 해서 정형외과에 많이 가봤는데 약은 모두 같았다. 근육 이완제 소화제 진통제 물론 아주 아플 때는 약이 도움이 된다. 나이 오십이 오기 전에 찾아온 오십 견과 테니스엘보 그리고 골프엘보 등등 아주 오래가는 통증을 벗어나기 위해 방편으로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저 책도 구매한 것 같다. 저 책에서 하는 대로 해서 좋아졌나? 라고 묻는 다면 "글쎄"라고 하겠지만 저 책을 읽고 나서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고 오래 걸렸지만 일단 수술을 하지 않고 현재는 모두 좋아졌다. 그 책의 내용은 핵심은 이 것이다. 근육이 아프다면 근육이 오래 사용되면서 딱딱 해지고 뭉치 것이므로 마른 명태를 두들겨서 연하게 만들듯 돌이나 막대기를 이용해서 딱딱 해지고 뭉친 근육을 두들겨 말랑말랑하게 만들면 좋아진다는 것이다. 실재로 대부분의 통증은 마사지로도 해결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도 상당수는 귀 주변의 근육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귀 주변의 근육을 이완시켜 주면 줄어 든다고 하는데 이 것 정말 나의 경우 가끔 귀에서 소리가 날 때 귀 주변을 주물러 주면 소리가 줄거나 사라졌다. 요즘 아이들 어른이든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때가 있다. 두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의 경험을 보면 눈이 피로에서 오는 두통이 많았다. 눈 주변의 근육과 눈동자를 살살 주물러서 풀어주면 거짓말처럼 두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그 책에는 없다. 눈 마사지는 고등학교 다닐 때 책에서 본 것인데 그 후로도 자주 해주고 있다. 내 눈이 아직도 2.0인 이유가 이것 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어디든 한 곳은 근육이 불편한 점이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구입해서 한 번 읽어 보면 도움일 될 것 같다. 지금도 가끔 허리가 아픈 경우가 있는데 마사지 볼로 마사지를 해주면 바로 좋아진다. 병원에 가기 전에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뭉치기 전에 풀어주는 것이 좋고 뭉치면 적극적으로 뭉친 곳과 주변의 근육을 풀어주면 좋다는 것이다. 읽은 지 몇 년 지났기에 기억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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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0-05
  • 말없는 지리산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
    말없는 지리산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 환갑이 넘도록 지리산 천왕봉은 딱 한 번밖에 오르지 못했다. 팔팔한 20대 중반, 1980년대 중반이었으니 벌써 약 40년 전이었다. 처음 출발한 우리 일행은 완전 초보 4명이었는데, 중간에 또 다른 초보들 2명씩 두 팀이 합류, 모두 8명이 같이 움직였다. 과연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지만, 여럿이 같이 가니 두려움도 확실히 줄었다. 당시 우리는 반선으로 들어가 뱀사골 초입 와운마을에서 꿀벌을 키우는 부부 댁에서 민박을 하고 뱀사골을 따라 올랐다. 반야봉이나 노고단, 피아골 쪽에서 오르는 이들에 비하면 ‘거저먹는’ 길이라 했다. 그러나 난생 처음 오르는 지리산, 내겐 정말 ‘지리한’ 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2박 3일 코스로 가느냐고 물었지만, 막상 내겐 4박 5일도 짧고 급했다. 알고 보니, 나는 1915미터 지리산을 마치 ‘동네 뒷산 가는’ 기분으로 올랐던 것! 이틀째인가 사흘째 되던 날, 정말 힘들다며 능선을 투덜투덜 걷는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몇 지나며 “이 더운데 뭐 할라꼬 사서 고생일꼬? 그냥 집에서 세숫대야에 발이나 담글 걸.”하는 푸념을 했다. 마치 내게 들으라며 한 말처럼! 그런데 지금까지 그 말이 내 기억에 있는 걸 보면 정말 와 닿았던가 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뱀사골을 따라 남쪽 화개재까지 올라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동북으로 토끼봉, 명선봉, 연하천대피소(삼각고지)까지, 다시 동쪽으로 형제봉, 벽소령을 거쳐 또 세석산장까지, 또 동북으로 연하봉, 장터목을 지나 천왕봉으로 가는 코스였다. 내려오는 길은 중산리 가파른 길을 택했는데, 사람들은 가장 ‘빠른 길’이라 했지만 내게는 아무리 빠르다 해도 역시 ‘지루한’ 길이었다. 지금까지 또렷이 가진 또 다른 기억은, 중산리 가파른 길을 내려오고 또 내려와도 마을이 보이지 않다가 (망바위인지 칼바위인지 그 인근일 텐데) 마침내 저 멀리 아득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야호~, 다 내려왔다!”라며 탄성을 질러댔다. 바로 그 때, 중산리 초입에서부터 그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올라오던 사람들이 “뭐라꼬예? 이 정도면 거의 다 올라온 줄 알았는데, 이게 다 내려온 거라꼬예?”라며 한숨을 짓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숨차게 올라오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르고 나는 내 생각만 하며 “다 내려왔다!”며 크게 환호했던 것! -지리산 천왕봉 @ 지리산-인 등산과 입산 여하간 그렇게 4박 5일 동안 ‘사서 고생한’ 덕분인지 나는 그 뒤로 지리산 천왕봉 등반이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로 그 마음을 아는 듯, 어느 스님이 ‘등산’과 ‘입산’을 구별하는 걸 보고 무릎을 쳤다. 등산(climbing)이란 개념은 산을 타고 오르는 것이니, 정복의 이미지가 있다는 얘기다. 대체로 등산을 하면 최고봉에 올라 두 손을 들고 만세를 부르거나 반드시 ‘깃발’을 꼽고 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친한 친구 중에도 등산 중독자가 있어, 가능한 한 주말마다 ‘묻지 마, 등산’을 하는데, 자기 목표는 1년 52주 중 최소한 50개 주말마다 산 정상에 올라 1년에 50개의 산을 정복하는 것이라 했다. 반면, 입산(entering)이란 산의 품속으로 살며시 깃드는 것인데, 자연스레 어머니 이미지가 떠오른다. 등산 개념에서는 온갖 장빗발이 중요하지만, 입산 개념에서는 마치 ‘동네 뒷산 가듯’ 편한 차림이다. 정복자 이미지와 달리 꼬맹이들처럼 엄마 품에 포근하게 안기는 기분으로 산에 가는 것! 나는 그 스님의 구분법에 맞장구를 쳤다. 결국 나와 일행은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등산길을 입산길로 착각했다! 그런 내가 엉터리 종주라도 하고 살아 오다니! 등산 아닌 입산! 바로 이거였다. 따지고 보면 나 역시 고향 마산의 무학산에서부터 창원의 천주산, 관악산 연주대, 설악산 대청봉, 속리산 문장대, 계룡산 천황봉, 한라산 백록담 등으로 제법 많은 등산을 했고, 정상까지 올라 사진도 꽤 찍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비록 엉터리였지만) 지리산 첫 종주 경험은 내가 ‘등산 개념과 거리두기’를 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설사 그 뒤로 등산을 하더라도 나는 ‘입산’ 개념으로 느긋하게 즐기며 산의 품에 깃들었다. 그러던 중 반갑고도 반가운 올레길(2007년 제주)과 둘레길(2008년 지리산)이 생겼다. -지리산 중봉 @ 지리산-인 입산으로서의 지리산 둘레길 유럽엔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가는 약 800킬로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어 많은 세계인이 몰린다. 그 길을 다녀온 당시 언론인 서명숙 씨가 제주에도 그런 길을 만들자고 제안, 2007년부터 올레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리산에서도 둘레길이 2008년부터 열렸다. 수직적인 등산 문화를 수평적인 입산 문화로 바꾸는 계기였다. 나 역시 간디학교 동기 학부모들(2004년 입학생 자녀 기준)과 함께 2008년 가을에 지리산 둘레길을 알차게 걸었다. 2008년 4월 처음 열린 지리산 둘레길(순례길)은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에서 시작,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을 거쳐 휴천면 세동마을로 간다. 산세가 매화처럼 예쁜 매동마을 전 이장님과 당시 부녀회장님은 “아침밥 든든히 먹고 길을 나서시라”면서도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을공동체를 지키느라 몇 해 전 막개발 바람에 대항해 4년 동안 목숨 걸고 싸웠다고 자랑했다. 두 주민이 옥살이를 하면서도 끝까지 싸워 이겨, 그 뒤에 녹색 체험마을까지 만들었다 했다. 우리 일행 모두 뜨거운 박수를 쳤다. 고불고불 아름다운 다랑이 논을 지나 거북이 등같이 생긴 등구재를 쉬엄쉬엄 올랐다. 고갯길 한참 아래 옹달샘 곁엔 원두막 모양의 쉼터가 있었다. 칠십 노부부가 마치 자식들 맞이하듯 반갑게 웃으셨다. 점심도 못 먹은 우리에게 ‘식은 밥’을 내놓으며 “이걸로 밥이 되것누!”라며 챙겨주셨다. 할배는 “얼렁 싱싱한 고추 좀 따 와야제” 하시고, 우리가 “고추는 여기도 많은데요…”라며 농을 걸자 할매는 “그런 맛없는 고추 말고…” 하시며 한바탕 웃겼다. 돈 받고 파는 막걸리와 라면이지만, 아직도 사람 냄새 풀풀 났다. 당시엔 광우병 쇠고기와 멜라민 소동이 세상을 뒤흔들었지만 지리산 그 곳엔 풋풋한 삶이 살아 있었다. 한참 걸어 멋진 당산나무 아랫녘 창원마을로 들어서니 따사로운 가을 햇살 속에 노인 몇 분이 나락을 말리느라 고무래질로 바빴다. “올해 농사 잘 됐나요?”라며 인사로 여쭈니, “예, 잘 됐어예!”라며 넉넉하고 환한 답이 돌아왔다. 노인의 얼굴도 수수밭과 조밭의 옹골찬 알곡처럼 풍요로워 보였다. 굽은 허리에 손수레를 밀고 가는 할머니를 도와 옆에서 뒤에서 같이 밀고 가는데 (한 해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런지) 목이 메고 눈매가 촉촉해졌다. 그렇게 지리산 높이는 2킬로도 안 되지만 둘레길은 300킬로나 되니, ‘지리산 순례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곳곳에 걸친 옛길·숲길·고갯길·강변길·논둑길·마을길·농삿길 등을 서로 이어 한 바퀴 도는 길이니, 산도 만나도 사람도 만나고 강도 만나고 장승도, 마을도 만난다. 이렇게 둘레길은 뭇 생명을 하나로 잇는다. 2000년에 ‘지리산마음으로 세상을 배우자’며 시작된 공부모임이 2004년부터 제안, 마침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완성한 지리산 둘레길! 2008년의 ‘지리산 숲길 공동협약서’에는 “사회는 진화합니다. 이념의 전장, 지역 갈등의 현장, 계급과 젠더, 우리를 둘러싼 모순이 지리산에 그대로 있습니다. 민관 협치, 지역 통합, 지리산둘레길 사업에 녹이려 했습니다. 주민과 행정이 분리되고, 전라도와 경상도, 좌익과 우익이 있는 지리산의 그늘을 하나의 길, 하나의 공동사회로 묶는 고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 ‘하나로 이어짐’을 향하는 둘레길, 등산이 아닌 입산(入山)의 깊은 뜻이 바로 이 길을 통해 완성된다. -지리산 주능선 @ 지리산-인 남명 조식의 지리산과 지금 우리의 지리산 봉건주의 조선시대를 살다 간 재야학자 남명 조식 선생(1501~1572)은 환갑 이후에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청 덕산에 집(산천재)을 짓고 후학을 양성했다. 당시 선생은 맑은 개울 옆에 정자를 짓고 한시를 지었는데, 그것이 ‘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다. 請看千石鐘(청간천석종): 천 석들이 큰 종을 보게나 非大叩無聲(비대고무성):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다네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어떻게 하면 지리산처럼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도 선생은 지리산의 변함없음, 믿음직스러움에 깊이 매료된 것 같다. 그러기에 지리산의 품속에 깃드는 입산을 모두 12차례나 했다고 한다. 선생이 남긴 <유두류록>(1558)에는 선생이 지리산에 깃들며 단순히 자연만 본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고 역사를 보았다는 흔적이 소상히 남아 있다. 남명 사후 20년만에 벌어진 임진왜란(1592~1598) 당시 3대 의병장은 물론 총 57명의 의병장이 남명의 직계 제자였다. 또 그 제자들의 제자나 후배가 길러낸 의병들까지 합하면 모두 1만 명에 이르는 의병들이 남명의 영향을 받았다고 기록된다. 이는 아무래도 선생의 경의(敬義)사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敬)은 삼가기와 받들기를, 의(義)는 이해득실보다 정의로움을, 말보다 실천을 강조하는 사상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남명 선생 이후 수백 년 세월이 흘러 봉건제 사회가 자본제 사회로 변모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일제의 식민지 수탈과 미군정으로 인한 분단을 경험했다. 미군정과 한국전쟁은 지리산을 ‘좌우 이념 대결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막연히 “좌우 이념 대결의 현장”이라고만 하면 안 될 듯하다. 엄밀히 보면, 재빨리 ‘강자 동일시’를 통해 출세와 재물을 추구한 매판 지주계급과 “해방이 되면 우리 땅 몇 마지기 갖고 농사짓는 게 소원이요.”라던 평범한 민중계급 사이의 싸움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이런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빨치산의 딸>에서 정지아 작가는 “오십 평생 남의집살이만 했다는 (빨치산) 김 영감의 손”에 대해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지고 갈쿠리처럼 휘어 흉측”했지만, 그 마음만큼은 자기 땅에서 자기 힘으로 농사지어 알콩달콩 살고 싶은 소원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 소박한 소원조차도 이뤄지지 않는 세상이 저 순박한 김 영감을 혁명의 물결로 밀어 넣은 것”이라 보는 작가는 “오십 평생 노동으로 지문이 닳아 없어진 김 영감이 자기 땅 한마지기 가지고 사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일까?”라는 화두까지 던진다. 그러나 1950년대의 이승만 독재, 1960년대~1970년대의 박정희 독재, 1980년대의 전두환, 노태우 독재 시절이 끝나고 1990년대 김영삼 문민정부와 김대중 국민의 정부를 거쳐 노무현 참여정부, (2008년 이명박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를 지나) 그리고 2017년 이후 문재인 촛불정부까지 거쳤건만 여전히 지리산은 아프고도 쓰라리다. 그것은 전통적인 계급 전쟁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은 평범한 민중조차 다수가 자본의 자기증식 논리에 불과한 ‘개발과 성장’ 이데올로기를 뼛속 깊이 내면화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리산에 대한 자본의 공격은 끊이지 않는다. 거의 정상까지 자동차가 올라가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도 모자라 여러 개의 지리산댐(섬진강 구례양수댐, 곡성양수댐 포함)을 만들려는 계획,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구상, 산악열차, 짚 라인, 출렁다리를 놓겠다는 발상 등등 자본을 위한 ‘창조적 파괴’의 아이디어들이 쉬지도 않고 쏟아진다. 자본이 증식을 위해 악을 쓰며 발버둥치는 것은 어쩌면 자본의 본질상 당연한지 모른다. 하지만, 파괴와 위험을 예방해야 할 국가(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가 주민들 투표를 통해 권력을 대리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동일한 논리와 태도로 임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사막화하는 꼴이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파헤쳐진 구례 산동 지리산 자락 @ 지리산-인 지리산의 속삭임 해월 최시형 선생의 “사사천 물물천(事事天 物物天)” 사상처럼, 매사가 하늘이고 만물이 하늘이기에 우리는 “땅도 함부로 밟을 수 없다”(조성환, “한국의 생명평화사상과 지리산운동”, <지리산의 마음> 중). 만일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람을 포함한 만물이 서로 생명을 주고받는 ‘생명네트워크’라고 본다면, 개개의 사람은 물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심지어 돌멩이 하나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모두, 공감과 대화의 주체다. 생각건대, 46억년 지구 역사 중 인류의 역사는 400만 년 정도다. 또, 지금처럼 농사짓고 사는 시대는 불과 1만 년 전부터다. 그 중에서도 지금 같은 자본주의 시대는 길어도 400년! 자본과 인간이 공모해 만든 (특히 최근 100년간 굳어진) ‘집단자살체제’가 곧 코로나19와 기후위기, 6차 대멸종 위기다. 바로 이 총체적 위기에 인류가 세상 만물을 모두 조심스레 잘 받들며 살아도 모자랄 판!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 지리산의 품에 고요히 깃들면서, 둘레길을 걸으면서 모두 깊이 고뇌해야 할 화두다. “걸어가면서 묻는다.”는 멕시코 사빠띠스따 농민군들의 결기가 새삼 새롭다. 그러면서 백무산 시인의, “숲속을 거닐면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기보다 무엇으로부터 자신이 발견되는 것을 느낀다... 그 시선은 나의 내면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깬다.”는 말이 귀를 때린다(“인간성 중독과 머나먼 시선”, <녹색평론> 183호, 2023 가을). 지리산댐백지화 기념사업회(준)가 엮은 지리산운동 백서 <지리산의 마음>은 이렇게 말한다. “지리산의 눈으로, 지리산의 가르침으로, 지리산의 마음으로 살고자 하는 생명평화운동”은 “늘 현재 진행형”이라고! 사업가 김철호(1922~1995) 선생이 1990년, 많은 재물을 사회 환원하며 “뼈에는 색깔이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리산 곳곳에 흩어진 좌익과 우익의 모든 영혼을 달래달라는, 사실상 유언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 모든 상흔을 딛고 생명평화와 공생공락의 가치로 거듭나야 한다.’ 말 없는 지리산이 수천, 수백 년에 걸쳐 (남명 선생의 감탄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으며” 묵묵히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바로 이게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가치를 낳는 가치’인 자본과 자본주의를 제대로 공부해야 될 성싶다. - 강수돌(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지리산 일출 @ 지리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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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저기 민들레
    2023-10-05
  • 사이버리아드, 스타니스와프렘, SF
    띠이잉~~~ 머어엉~~~~ 등장인물 이름을 외우기는 커녕 매번 읽기도 힘들다. 트루룰과 클라파우치우시, 나올 때마다 한자 한자 다시 읽어야 한다. 트.루. 룰. 클.라.파.우.치.우.시. 주인공이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이 책을 건네준 사람을 생각한다. 2+2=7 이라고 내게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이 '그'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는 내가 바로 2+2=7이라고 우긴다고 할 지 모른다. 그가 사는 세상을 내가 모르며 내가 사는 세상을 그가 모른다. 살면 살수록 2+2= 정답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나는 이책이 하나도 웃기지도 않으며 재미있지도 않다. 그는 이 책의 저자 스타니스와프 렘이 쓰고 타르콥스키가 만든 영화 "솔라리스"가 어쩌구 하지만 난 오래전 봤는지 조차 한조각도 생각이 안난다. 이해해야 하는 책이라면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고 웃기는 책이라면 한번도 웃지 못했고, 한마디로 뭔소린지 모르겠다. 나는 동화나 우화, SF, 특히 코믹버전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아니면 머리가 엄청 딸리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이 증명해 줬다. "대규모로는 아주 드물고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이지만, 원자 기체 속에서는 내내 일어나고 있어. 그 안에서는 10만 분의 1초마다 1조 번씩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이런 문제가 있어. 어떤 기체는 아주 적은 양 속에서 원자들이 흔들리고 부딪치면서 정말 심원한 진실과 교화의 격언을 만들어 내지만 반대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진술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전자보다 후자가 수천 배는 많다는 거지. 그러면 바로 지금 여기 너의 톱 같은 코 앞에 있는 1밀리그램의 공기 속에, 1초를 무수히 나눈 시간의 조각 안에 실존의 모든 수수께끼와 존재의 신비에 대한 해답을 포함한 놀랍고 풍부한 진실과 더불어 앞으로 100만년 동안 탄생할 모든 서사시의 모든 시편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해도, 여전히 그 정보를 분리해낼 방법이 없는 것이야. 특히 원자가 서로 머리를 부딪쳐 무엇인가를 형성하지마자 원자는 산산이 흩어지고 형성되었던 것은 영원히 사라질 테니까 더욱 그렇지. 그러므로 비결은 혼란스럽게 쇄도하는 원자의 배영 속에서 오직 의미를 가진 것만 선택하는 선별자를 만드는데 있다. 이것이 바로 제 2종 악마 뒤에 깔린 아이디어인 것이지. 거대하고 끔찍한자여. 조금이라도 이해가 가는가? 우리에게는 원자의 춤에서 진실한 정보만을 추출할 악마가 필요해. 그 정보는 수학적 정리나 패션잡지, 청사진, 역사적 연대기 혹은 이온 크럼펫(핫케이크)요리법, 석면 옷을 빨고 다림질하는 법, 시, 과학적 조언, 책력, 달력, 비밀문서, 우주의 모든 신문에 나왔던 모든 것, 미래의 전화번호부....." "됐어, 됐어!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어!" 퍼그가 외쳤다. p250-251 난 뭔 소린지 전혀 모르겠다. 알겠고 궁금하신 분은 이 책을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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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0-03
  •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제목에 끌려 뽑아 온 책이다. 형식도 특이하다. 황선우와 김혼비라는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다. 황선우와 김혼비 둘다 유명한 사람인 것 같은데 난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름으로 보아 성별도 잘 구별되지 않는다. 글을 읽으며 누가 여자고 누가 남자일까 유추했지만 처음부터 알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의 첫부분 그러니까 첫번째로 주고 받은 편지를 읽다 덮어버렸다. 잘 안 읽혔다. 게다 '제주도우다'도 같이 빌려온 터라 제주도우다를 읽기 시작하니 잘 읽혔다. '제주도우다'를 다 읽었는데 우울했다. 옆에 뒹구러져 있는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어 지난번 읽은 다음부터 읽는데 잘 읽힌다.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며 웃음이 픽픽 나온다. 참 뭐든 처음이 중요하다. 하마터면 나에게 웃음을 주는 이 책을 그냥 반납할 뻔했다. 어떻게 이렇게 살까? 그런데 나도 한 때는 이렇게 산 적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렇게 산다. '이렇게'라는 것은 잠 잘 시간도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 때 나는 다행히 '성내과'라는 곳의 좋은 의사를 만나 피난처를 찾았었다. 극도의 피로로 죽을 것 같을 때 피 할 곳도 방법도 없을 때 그녀는 피로가 싹 가시는 주사를 주었다. 이것이 바로 마약이다. 물론 내가 맞은게 마약은 아니지만 진짜 마약의 효능을 짐작한다. 자꾸 맞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될 것 같고 의사에게 창피한 느낌으로 자제했지만 나를 육체적으로 구원해 준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나는 자주 가는게 창피해 자제했지만 의사는 자주 오라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피로가 극에 달했을 때 멈출 수 있다면 다행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멈춰야 하는데 이 두사람의 편지는 재미있고 유익한 방법으로 멈출 수 있게 해준다. 알고보니 둘다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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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9-25
  • 제주도우다2,3
    2권과 3권을 힘들게 다 읽었다. 처참하게 이어지는 처절한 이야기 끝 단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인간이란? 인간은 상황에 따라 최악의 악인이 될 수도 있고 최선의 천사도 될 수 있다. 그 상황을 선택 할 수도 있지만, 혹은 선택한다고 했지만 알고보면 선택이 아니었다. 많은 경우 어쩌다 보니 그 상황에 놓여져있다. 선택되어 태어나지 않았고 부모도 형제도 지역도 종교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거기에 우리가 놓여있다.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것을 말해준다. 모든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투쟁하다 비참하게 죽어갔다고. 누구든 어떤 환경에 놓여져도 인간답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도 투쟁하고 있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조금씩 전진한다고 믿는다. 그 틈새에서 많은 희생이 없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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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9-23
  • [10월13일~14일] 지리산1019생명평화기행
    지리산1019생명평화기행 네 번째 치유하지 못한 역사의 진실을 찾아 지리산으로 떠나는 여순 1019 생명평화기행 네 번째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70년 세월 숨죽여 지낸 유족들의 사무친 한을 풀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성찰과 사색의 길입니다. 우리의 미래 세대가 진실을 이해하고 상생과 평화, 그리고 통일의 길을 걸어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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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9-18
  • 지리산에서 50년. 지리산 삼일암 종설스님의 지리산 이야기
    지리산에서 50년. 지리산 삼일암 종설스님의 지리산 이야기. 유튜브 체널에서 뒷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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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09-15
  • 제주도우다
    '제주도우다'? 제주도가 도와? 제주도의 우다? 제주도가 울어? 책의 내용을 읽기 전까지 제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궁금했다. '제주도다', 혹은 '제주도이다'의 제주도 말이 '제주도우다'이다. "남한도 아니고 북한도 아니고 제주도다!" 과연 제주도는 제주도다! 제주도 말이 많이 나오지만 해석이 필요하지는 않다. 경상도나 전라도 말같이 어미가 다르다. 그러고보면 모든 지방의 어미는 다르다. 1권만 읽었는데 3권까지 읽으면 제주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 민요나 노동요도 많이 나오는데 참 정겹고 마음이 아리다. "이여싸 이여싸나 요 파도야 뭘 먹고 둥듯둥긋 살쩠느냐 바람통 먹었느냐, 구르몽 먹었느냐 뭉클뭉클 잘도 올라온다 이여싸나 넘고 가자 이여싸나" 1930년대 오사카의 이주조동자는 제주출신이 오만명이었다고 한다. 짧은 노래가락이 조선인의 형편을 그대로 알려준다. "조선 사람 가엽구나, ,싸움 지고 나라 잃고 지진 탓에 집 무너져 납작궁 납작궁 조선 사람 가엽구나, 넝마 주워 하루 5전 밥 모자라 배때기가 호올쪽 호올쪽"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할 때 '스텐카라진' 이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넘쳐 넘쳐 흘러가는 볼가 강물 위에 스텐카 라진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페르시아의 영화의 꿈 다시 찾는 공주의 웃음 땐 그 입술에 노랫소리 드높다 돈 코사크 무리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 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다시 못 올 그 옛날의 볼가강은 흐리고 꿈을 깨는 스텐카 라진 장하도다 그 모습" 낯선 외국의 독특한 고유명사가 나오는 이런 노래를 아이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런 노래는 누가 만들었을까?? 나와 띠 동갑이신 현기영 작가님은 이런 노래를 다 기억하실까? 우리 때도 고무줄 놀이는 많이 했다. 나는 변방에서 엄청난 기술로 검은 고무줄을 마치 무용수 같이 늘이고 줄이며 노래하는 아이들을 구경만 한 기억이 있다. 아마도 나는 외톨였거나 운동신경이 젬병이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는 "무찌르자 오랑캐 몇천만이냐~~"라든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그리고 "대통령 우리 대통령 이승만" 어쩌구~~ 모든 제주의 조천리 사람들은 "새콧알할망"이 하느님이다. 지리산의 '마고 할미' 같은 분이시다. 모든이가 간절한 마음으로 두손모아 새콧알할망에게 빌고 또 빈다. 처음 이사와 이 시골동네에서 내가 참석했던 당산제는 내 안에 있던 담벼락을 다 부숴놓았다. '새콧알할망'이나 '마고할미'같은 이름이 이제는 참으로 정겹다. 3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1권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까지의 제주 조천리 마을의 이야기다. "영미야, 창근아, 그 시절엔 의리를 매우 중요시하고, 선배를 잘 따랐주. 반일 투쟁했던 선배들의 정신을 본 받으려고 했어. 그분들이 대부분 좌익이었고, 그래서 후배들은 유식하면 유식한대로, 무식하면 무식한대로 좌익이 된거라. 그땐 다 그랬쥬."p343 해방이 되었는대도 어이없게도 '맥아더 포고령'이라는 것이 내려졌다. 이것은 미군이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할 것이며, 일본군은 미군이 인수할 때까지 삼팔선 이남에서 조선의 치안을 유지하는 동시에 행정기관을 존치할 것과, 경찰관, 면서기 등은 별도 명령이 없는 한 종래의 직무에 종사할 것을 명하는 것이었다. 말이 해방이지 해방이 아닌 것이다. 듣고 또 들어도 괘씸한 일본의 만행과 우리 조상이 당한 억울하고 분하고 불쌍한 삶과 죽음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절대로 잊을 수 없고 잊으면 안된다.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그들을 절대로 용서 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지금 아주 적절할 때 발간 된 것이다. 나라는 잃었어도 남녀는 사랑을 하고 친구는 우정을 쌓는다.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그 당시 살았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도 없다. 다만 소설 속의 창세, 만옥, 행필 같은 사람들 만이 살아 이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들은 우리의 조상이고 가족이며 나 자신인 것이다. 모든 기억과 역사를 동원해 죽은 이들을 살아 숨쉬게 하는 작가라는 존재는 참으로 위대하다.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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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12
  • 100세까지 살기 블루존의 비밀
    돈 없는 노인에게 긴 수명이란 재앙과 같다는 말이 있다. 돈이 없이 오래 사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장수촌의 사람들이 부자는 아니었다. 지난 이틀간 넷플렉스에서 장수에 관한 다큐를 봤다. 이른바 블루존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관한 다큐였다. “100세까지 살기 블루존의 비밀” 유명한 장수촌은 이런 정보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곳이다. 지중해식 식단의 이탈리아의 섬마을 그리스의 이카리아 그리고 일본의 오끼나와 같은 곳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장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장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하지만 장수촌만의 특별한 것은 없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음식,운동, 커뮤니티, 일, 기후 같은 것들 말이다. 한국에서 가장 강조하는 돈은 없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이 다큐에서 블루존 지역의 특징 중 기억나는 것을 적어봤다. 경사가 있는 지역이나 활동이 많은 곳 지역 음식을 먹는 곳 운동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운동이 되는 곳 농사나 정원 같은 정기적이 활동 채식을 하거나 육류 소비가 적은 곳 즉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외롭지 않은 것이었다. 외로움은 수명을 15년 정도 단축 시킨다고 한다. 블루존에 장수 노인들은 특징은 즐겁게 산다는 것이다. 지역에 노인들이 참여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고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요양원이었다. 요양원은 수명을 2-5년 단축 시킨다고 한다. 이 지역의 노인들 대부분 치매 환자가 없다. 치매 환자가 없는 이유는 스트레스가 적거나 없기 때문이며 지역의 커뮤니티를 통해 항상 이야기 하고 웃고 즐기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걱정이 적다는 것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아직 오지도 않은 걱정 때문에 하루하루를 스트레스로 시작해서 스트레스로 끝을 맺는다. 스트레스는 모두가 알듯이 만병의 근원이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보다 스트레스가 없는 것 보다 좋지 않으며 어떤 장수에 도움이 되는 제품도 외로움이 없는 삶보다 좋지 않다고 한다. 대부분 장수촌의 사람들은 소박하게 먹고 주변 사람들과 즐기며 지역의 음식으로 하루의 식사를 직접 준비한다. 90세가 되어도 하루에 3-4시간은 일을 한다. 여기서 일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활동 정원 가꾸기, 바느질, 음식 만들기, 가벼운 운동을 말한다. 내가 사는 파도리에도 90세 가까운 노인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 지금도 여전히 텃밭에서 일을 한다. 우리집 뒤편에서 농사 짓은 노인 3명을 알고 있는데 이들 모두 80대 후반이다. 모두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농사를 짓고 일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장수촌을 스스로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지역의 음식으로 소박하게 먹고 지역 사람들과 다정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매일 아니면 주 2-3회 만나서 즐거운 이야기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놀거나 하면 된다. 이건 생각해 보면 지금 시골의 노인정이 하는 일이다.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고 놀고 수다를 떨고… 하는 일 말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블루존의 사람들은 노인들만 함께 노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논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노인정엔 노인들만 있고 젊은 사람들은 없다. 하루 종일 노인은 노인과 이야기한다. 여자 노인은 여자 노인과 남자 노인은 남자 노인과말이다. 활기가 있기 어렵다. 이 다큐를 보기 전에 그리스의 섬마을 이카리아의 장수촌에 대한 댜큐를 본적이 있다. 이 동네의 100세 노인들은 아침에 일어나 2시간 정도 정원 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고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고 논다. 대부분 노인과 놀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젊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매주 금요일엔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놀고 한 달에 한 번 온 14세에서 100세 노인까지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새벽까지 즐기며 논다. 생각만 해도 즐거울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는데 이들은 세상일에 별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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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07
  • 나, 치코 멘데스
    멀고도 먼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 브라질에는 세계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우림이 존재한다. 아마존은 남미 9개국에 걸쳐 있으며 60%가 브라질에 있다. 아마존은 세계 산소의 20%를 생산하며 지구 열대 우림의 절반을 차지하고 세계에서 가장 긴 아마존강이 흐른다. 아마존우림은 매년 17만 km2씩 파괴되고 있다. 치코 멘데스의 형제는 17명 이었다. 브라질 인구의 대부분은 카토릭이다. 치코는 그의 아버지가 했던대로 9살부터 고무농장에서 고무를 채취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전혀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농장주들은 노동자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그들이 당하고 있는 비합법적인 노동과 학대의 실상을 알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아 노동자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 금했다. 치코 역시 18세까지 읽고 쓰지 못했다. 그런 치코의 운명을 바꿀 계기가 된 것은 한 사람을 만나고 부터다. 그는 유클리드 페르난데스 타보라이다. 타보라는 반정부 활동을 하다 쫓겨 혼자 숲에 숨어 살고 있었다. 치코는 일주일에 한번씩 그를 찾아 숲으로 갔고 그에게서 신문을 통해 글을 배웠고 노동자가 처한 정치 상황을 알게되었다 . 유클리드는 "레닌은 노조가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탈퇴해서는 안 된다고 항상 말했지. 노조에 들어가서 풀뿌리 조직을 만들고 너의 생각을 퍼뜨리고 운동역량을 키우는 데 활용해야 해. 누가 알겠어. 네가 부패한 체재를 전복할 수 있을지? 노조는 정부에 완전히 얽애여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가진 철학이나 우두머리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까지 없어. 명심해, 노조는 지금 정부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노조에 들어가면 그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될 거야."p61 유클리드의 예언은 사실이 되었다. 치코는 이후 노동자의 권리와 숲을 위해 싸우는데 앞장섰다. 그는 44살에 암살 당했다. 노동없이 살 수 없는 인간세상을 노동을 하지 않는 자들이 지배하며 노동자를 대우하지 않고 있는 현상은 아직도 지구위의 모든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과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고 거짓이 아닌 진실을 알아야만 한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진실은 없으며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핏값이라는 것을 이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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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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