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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땅 기운이 만들어낸 차
- 스님에게서 농사의 근본에 대한 말씀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 차가 우리 몸을 살리는 음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덕제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차는 음식일 뿐 아니라 약이기도 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건강하게 자란 차나무, 그 잎으로 만든 차는 좋은 맛을 내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농사의 원리와 철학 역시 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스님께서 내주시는 차의 맛은 아주 부드럽고 깊은 느낌이었다. 이 맛은 어디에서 올까? - 차 맛은 차밭에 있어요. 제가 만든 게 아니고. 차밭이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 차나무가 자라는 환경이 첫 번째입니다. 화엄사 구층암의 경우 차나무들이 대숲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죽로(竹露) 야생차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대나무 이슬을 먹고 산다는 말이지요. 저의 은사 스님께서 사용한 이름인데 저 역시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 차나무와 대나무는 궁합이 잘 맞아요. 차나무는 직근성으로 뿌리가 굉장히 깊이 내려갑니다. 3m 이상 8m까지 뻗어 내려가요. 반면에 대나무는 천근성이에요.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도와줍니다. 물론 소나무 아래에도 있어요. 여하간에 대나무는 차나무가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도 막아주지요. 적당한 그늘을 조성해 주는 것도 높은 품질의 찻잎을 생산하기에 유리한 여건이 됩니다. 구층암 차는 야생차다. 심어서 가꾸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아무런 관리를 안 해도 지속적으로 수확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 관리라고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안 합니다. 차 딸 때 걸리적거리는 가시나무나 덩굴식물 정도 손질해주고 차 씨앗이 필요할 때 외에는 거의 건드리지 않아요. 연기암 올라가는 길에 차나무를 심기는 했지만 차를 만들기 위해서 심어본 적은 없어요. 기존에 있는 나무들 잎도 다 못 따고 있는데 뭘 더 심겠어요. 퇴비도 비료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차나무는 잔뿌리 없이 하나의 뿌리가 땅 속 깊이 내려가기 때문에 사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비료를 주면 뿌리가 깊숙하게 내려갈 필요가 없게 되어 그 고유의 성질을 잃어버립니다. 구층암 차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아니, 좀 더 근본적인 농사로 인증을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질서에 부합하는 농사, 그래서 땅을 살리는 농사는 인간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스님은 구층암 차와 다른 차들과의 비교를 극구 꺼리셨다. 하지만 어떤 차가 좋은 차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가지고 계셨다. - 차는 마셨을 때 속에 걸림이 없고 편해야 합니다. 차가 속쓰림을 일으키는 이유는 차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차나무를 건드리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지나 잎이 무성해지고 차 맛도 점점 떫어집니다. 원래 차는 떫지 않고 잎 자체에서 단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떫은 맛의 원인은 바로 대량생산입니다. 스님은 어떻게 차 만드는 전문가가 되었을까? 2005년부터 20년 넘는 세월 차를 만들 정도이면 이쪽 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지신 것일까? - 저는 차를 잘 만든다고 얘기하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차의 성질을 빨리 알아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배추로 말하자면 좋은 배추, 좋은 배추밭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차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안 거죠. - 처음 차를 할 때 세 곳 정도를 찾아갔어요. 다들 당신들 방법이 최고라는 거에요. 그래서 어느 집을 쫒아갈까 생각했는데, 결론은 가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왜냐면 내 차가 더 맛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이유가 뭘까? 결국 그 비결은 차밭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스님을 뵈러 간 날 마침 구층암에서 차를 만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절 곳곳에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프코리아의 우퍼들이었다. 우프코리아 홈페이지에 제시된 우퍼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WWOOF(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는 방문자와 유기농 농부를 연결하며 교육 및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생태적 농업의 중요성을 지향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입니다. 우프는 1971년에 설립되었으며 세계 최초 교육 및 문화 교류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날 우프활동은 전 세계 132개국 이상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WWOOF Korea는 한국에서 우프 활동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삶의 방식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방문자, 즉 '우퍼'는 호스트와 일상 생활을 함께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해 배우며, 하루 절반 정도는 농장 일을 돕습니다.” 우퍼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스님께 여쭈었다. - 우프코리아를 알지 못했으면 지금까지 차를 못했을 거예요. 일반인 인건비가 하루 20만원 가까이 하는데 차를 하기가 쉽지 않죠. - 우프를 통해서 오신 분들은 함께 먹고, 자고, 공부도 같이 하고, 아침에 여기 앉아서 명상도 하고, 불교 체험을 합니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다 불교 신자는 아니에요. 카톨릭, 개신교 등 다양해요. - 국적도 굉장히 다양한데 지금은 거의 유럽인들입니다. 프랑스 식구들이 제일 많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 네덜란드, 벨기에... 공통점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점이에요. - 지원자는 많은데 방이나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 지금 15명 정도 받고 있습니다. 여건이 되면 더 받고 싶긴 해요.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여기고 생태적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프코리아는 현재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 굉장히 뜻이 좋더라고요. 농약 치지 않고 자연을 살리면서 땅을 가지지 않고 자연 농법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이날 인터뷰에서 지리산 차나무 시배지에 얽힌 상이한 주장이 거론되었으나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이 말하고 있는 진실을 보는 것으로 기록을 대신하려고 한다. 석탑 안에 있는 스님상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의 어머니인 비구니의 모습이라고 하며, 석탑 바로 앞에 있는 석등 안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숭상은, 효성이 지극하였던 연기조사가 어머니에게 차 공양을 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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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땅 기운이 만들어낸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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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사람이 좌절하지 않기를" 농민이 된 환경운동가 김석봉 농부가 보내는 편지
- "지리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내일을 묻다." 오늘 '지리산 사람들 TV'는 함양 마천 창원마을에서 70마리의 동물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거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김석봉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단순한 은퇴 농부가 아닙니다. 80년대 격변기를 지나며 안정된 공무원직을 뒤로하고, 환경운동의 전선에서 "환경은 모든 운동의 근본"임을 외쳤던 뜨거운 활동가였습니다.운동의 현장에서 지쳐갈 무렵 운명처럼 만난 지리산 빈집은 그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빼빠지게 일하시는데, 나물이나 뜯으며 사는 것은 삶의 예의가 아니다"라며 50대에 시작한 농사. 이제는 70세의 노농(老農)이 되어, 돈이 되는 대규모 관행농 대신 모든 생명이 평등하게 나누어 먹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이 영상에는 단순히 산골 살이의 낭만을 넘어선 묵직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좌절하지 않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이라고 말하는 김석봉 선생님. 비 오는 날 생강 밭에서 달려와 건네준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든든한 위로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00:00 인트로 01:03 지리산농부 김석봉 02:03 70여 생명과 함께하는 지리산 거대 가족 04:34 교정직 공무원에서 환경운동가로 09:11 운명처럼 만난 지리산 창원마을 15:03 괭이 한 자루에 담긴 농사의 예의 21:44 심각하게 다가오는 기후변화 26:13 귀농인으로 느낀 농촌의 현실 42:27 새로운 농촌을 향한 꿈, '이장 공모제' 50:08 "지금 양수발전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56:09 지리산에서 띄우는 편지, "열심히 사는 이들이 좌절하지 않기를" #지리산 #김석봉 #환경운동가 #생명의예의 #지리산사람들TV #귀농귀촌 #함양마천 #창원마을 #양수발전소반대 #기후위기 #다품종소량생산 #이장공모제 #지리산농부 #유기농사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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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사람이 좌절하지 않기를" 농민이 된 환경운동가 김석봉 농부가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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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가게유람기] 일상을 아름답게 하는 작은 미술관, 도엔효
- [반달곰1%가게유람기] 일상을 아름답게 하는 작은 미술관, 도엔효 벚꽃이 피기 시작한 3월의 어느 봄 날, 하동 화개에 자리한 작은미술관 ‘도엔효’를 찾았다. 화개초등학교와 화개중학교 사이에 자리한 이 곳은 예전 구멍가게 자리였다. 아이들의 참새 방앗간이었을 그 곳에 이제는 하동을 찾은 여행객, 지역의 예술가, 주인장과의 찻자리가 그리운 이웃들이 한가로이 드나든다. 마을 이웃과 함께 둘러앉은 도엔효의 주인장 효원님은 향긋하게 우려낸 차의 첫 잔을 만물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한 켠에 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 고향은 함양이에요. 30년 전 서울에 살 때 학교 선배가 차를 우려서 내주었는데 맛이 아주 부드럽고 향기가 순했어요. 선배에게 ‘이 차 어디서 났느냐.’ 물었더니 하동이라고 해서 그 길로 바로 하동으로 내려와 ‘도재명차’에 갔죠. 거기서 다음날 해가 뜰 때 까지 밤새 차를 마셨는데 그 이후로 어디에 살든 5월이 되면 바람결에 차 향기가 나는 것만 같았어요.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차에 매료당했던 것 같아요. 봄에 이 곳에 오지 않으면 마치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몸이 아프곤 했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봄이 가기 전에 여기 와서 차 향기를 맡고 갔어요. 그러다 29살 때 짐을 싸서 하동으로 내려왔죠.” 자연스러운 재료로 만들어진 일상을 아름답게 하는 물건들 문을 연지 12년이 된 작은 미술관 도엔효는 리넨으로 만든 옷과 소품, 흙으로 빚은 도자기와 지리산 자락에 사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수돗가나 강가에 버려도 탈이 없는 재료로 만든다.’고 소개하는 정성어린 물건들이 참 따스하고 곱다. 도엔효에 있는 리넨 옷과 소품은 주인장인 효원님이 자연스러운 소재의 원단으로 만든 것들이다. “어릴 때부터 ‘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산에서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잉여적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전쟁이 나도 옷을 짓는 일은 필요하겠더라고요. 한 글자로 되어있는 단어들이 인간의 삶에 근원적으로 닿아있다고 생각해요. 밥, 옷, 집, 몸 같은 것들이요. 이 중에서 저는 손쓰는 것을 좋아하니 옷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천연염색 원단으로 이불을 만들다가 소품을 하게 되었고 옷도 만들게 되었어요. 옷은 인간의 ‘예’를 갖추는 수단이기도 해서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더 맞다 생각했어요. 옷을 만들 때 되도록 합성섬유가 들어가지 않는 천연 섬유를 사용해서 만들고 있어요. 이것이 버려졌을 때 어떨지 생각해요. 옷으로 인한 환경 악영향이 아주 크니까요. 겨울옷에 들어가는 털은 가끔 폴리에스테르를 쓰기도 해요. 그렇다고 동물 털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효원님이 직접 만든 옷과 소품들은 도엔효 공간 안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때로는 편안한 ‘배경’이 되고, 때로는 일상을 아름답게 하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면서. “아무리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제 자리에 있을 때 충만하다고 느껴요. 패브릭은 ‘배경’이예요. 배경만 가지고 공간을 꾸미고 싶지 않았어요. 작품이나 조명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요. 좋아하는 것들로 조화롭게 가꾸어나가고 있어요. 컵받침은 컵 아래에 놓였을 때 조화로운 거니까요.” ‘삶’을 닦는 일터 ‘삶’과 ‘일’의 방향성이 같기를 바란다는 효원님은 일상에서 끝없이 스스로를 살피고 매 순간 올곧게 존재하는 사람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물건을 파는 직업을 가졌지만 사용하지 않을 물건은 판매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이곳에 살아가며 자연에 온전히 녹아든다고 느껴요. 덕분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유지되고 있다 생각하지만 작은 어려움들은 늘 있어요. 이런 일을 하면 집에 짐이 참 많은데 그럴 때 고민이 되기도 해요. ‘이렇게 많은 짐을 짊어지고 사는 게 맞을까?’ 물건을 파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늘 생각해보게 되죠. ‘손님들이 이 옷을 사가서 잘 입으실까?’ 안 입으실 거면 사지 말라고 하기도 해요. 기분 나빠하는 손님도 계시지만 저는 물건을 사서 안 입고 안 쓴다고 하면 마음이 무거워져요. 물건을 만들 때 일상에서 잘 쓰일지 늘 고민해요. 물건도 잘 써야 생기가 생기니 만물이 잘 쓰여 지면 좋겠어요. 물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손님이 오시거나 그냥 차 한 잔만 하고 가셔도 괜찮아요. 나답게 번 적은 돈으로 나답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스스로 알아차리려고 매 순간 노력하고 있어요.” 반달곰을 사랑하는 1% 가게 도엔효에 들어서는 입구에는 ‘반달곰을 사랑하는 1%가게’임을 알리는 포스터가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을 반긴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사랑하고 누구에게든 평안을 바라며 차를 내어주는 도엔효가 ‘반달곰을 사랑하는 1%가게’가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을까? 버려도 탈이 없는 재료로 만든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진 공간에 지리산과 반달곰을 사랑하는,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삶’을 사랑하는 여행객들이 종종 찾아온다. “조용하게 사는 편이지만 목소리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참여하기도 해요. 반달곰 가게는 구례에 사시는 윤주옥님과의 인연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고민할 것도 없이 함께 하겠다고 했죠. 이런 연대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깨어있다’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에만 국한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만물에 깨어있다면 삶의 방향이 ‘생명’으로 확장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불교의 ‘연기’라는 건 세상 만물이 연결되어 있는 거잖아요. 나 혼자만 방 안에서 깨어있을 수 없죠. 내가 마시는 물, 공기, 물건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동물권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르게 되는 것 같아요.” 반달곰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반달곰’을 좋아한다거나 ‘동물’의 개체를 지키고 서식 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뜻만은 아닐 테다. 반달곰을 사랑한다는 것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며 향긋한 차 한 잔 내어주는 평화로운 마음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은 세상의 소중한 것들을 위해 크고 작은 마음을 담아 연대하고 기꺼이 자신의 공간과 이익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6년 현재 구례 11곳, 하동 11곳으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글쓴이_ 정수진 하동으로 이주한 지 4년이 되었습니다. 겨울이 오면 남편과 함께 인도와 네팔에서 NGO 활동가로 살아가고, 꽃피는 봄이 오면 하동으로 돌아와 민박집을 엽니다. 텃밭을 가꾸고 이웃 농부들의 농산물이 잘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요리하고 나누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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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가게유람기] 일상을 아름답게 하는 작은 미술관, 도엔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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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9] 냉장고와 탈핵
-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9 냉장고와 탈핵 냉장고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지리산 집에 있는 전기냉장고를 여름이 시작되면 전원을 켜고, 추석이 지나면 끄곤 합니다. 1년에 3개월 정도 켜는 셈이지요. 지난해에는 집 뒷곁에 약 1.5미터 깊이로 구덩이를 팠습니다. 땅굴 냉장고라 부르는데, 김치를 비롯한 여러 음식들을 보관하였습니다. 바깥 온도와는 다르게 일정히 선선함을 유지합니다. 짱입니다. 이렇게 전기냉장고를 덜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전기냉장고는 너무 많은 것을 감춥니다. 문을 닫는 순간 내부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세계가 됩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채우게 됩니다. 보이지 않으면 잊게 되고,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뒤편에서 조용히 상해 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것들을 발견하고는 버리게 됩니다. 땅굴 저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곳은 드러나는 공간이었습니다. 내용물을 확인하고,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고, 버려지는 일이 줄어들며, 음식은 더 분명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 말이죠. 종종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그때는 전기냉장고가 없었지만 계절에 따라 먹었고, 적으면 덜 먹거나 남으면 나누어 먹었습니다. 지금은 더 많아야 한다는 압박과, 더 편리해야 한다는 기대가 쌓이며 우리의 감각을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에 따라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 대표성을 가지는 물건이 전기냉장고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있으니까 쓴다.’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가?’ 사실 제가 냉장고 얘기를 하는 것은 탈핵운동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탈핵이 비움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움은 개인과 사회를 포괄하여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이 아닌, 정신적 비자율성을 비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폐해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핵문제 또한 에너지와 관련된 하나의 사회적 비움의 대상입니다. 저에겐 탈핵은 수많은 비움에서의 하나입니다. 핵은 과도한 생산과 소비를 지탱하는 에너지원으로 현재와 미래의 생명을 망가뜨리는 폐해가 따릅니다. 그래서 탈핵을 비롯한 모든 비움을 이름하여 ‘탈핵비움실천’을 해보자고 다닙니다. 비워야 할 게 많은 물질주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3월 말 마감을 앞두고 지방 의회 의결을 거쳐 울주군과 영덕군은 대형핵발전소를, 기장군과 경주시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유치 신청을 완료하였습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수많은 사례들로 점철된 핵발전. 이를 용인하는 우리 사회의 난제를 어디에서 풀어가야 할까요? 그래서 탈핵의 수만 가지를 연상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거 풍으로 치자면 ‘민중의 힘’이 살아날 방법이 없을까?를 궁리하게 됩니다. 신규핵발전을 가시적인 거리 행동으로 막는 만남과 순례, 피켓 시위, 기자회견, 작고 큰 집회 등의 탈핵운동도 있습니다. 더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돈과 편리’로부터의 탈출, ‘적정한 소비’로의 전환이라는 비움실천도 탈핵과 연동되는 한 가지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냉장고 얘기를 들추었네요. 험난한 탈핵정세를 시민사회의 비움의 지혜로 극복하자는 작지만 절실한 마음으로요. 요즘에도 매주 수요일이면 길을 나섭니다. 서울 광화문에서의 거리 행동에 나서기 위함입니다.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 먼저 이동하는데, 숙소는 대부분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 공간을 이용합니다. 제가 소속된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탈핵직접행동팀의 활동은 전에 말씀드린대로, 기존의 ‘광화문탈핵목요행동’에서 ‘광화문청와대탈핵행동’으로 변화했습니다. 활동의 범위가 넓어진 것입니다. 시간도 목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이틀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10:30-11:00 청와대 분수대 앞 피켓 시위 11:30-12:30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피켓 시위 15:00-16:00 광화문-청와대 왕복순례, 해태상 앞 출발 광화문 광장은 젊은 세대와 직장인, 관광객이 많이 오고가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음악’입니다. 익숙한 노래를 바탕으로 가사를 바꾸어 탈핵의 메시지를 담으려 하고 있습니다. 딸에게 추천 받은 여러 멜로디가 아직은 쉽지 않지만, 계속 연습하며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려 합니다. 00은 내 맘을 모르죠 I can't stop no nuke nuke 아파도 계속 탈핵하죠 I can't stop no nuke nuke 있나요 탈핵해 본 적 00을 뽑아줬는데 왜 투표권 다 줬는데 왜 모든 걸 다 줬었는데 왜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 가사를 일부 차용) 외국인에게 짧은 인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서툰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 몇 마디도 익혀 탈핵 의지를 전하려 애쓰고는 있습니다.^^;; 순례는 기도문을 시작으로, 깃발을 들거나 모형 고준위핵폐기물 통을 두드리며 걷습니다. 무선 마이크와 나팔 마이크를 통해 시민들에게 말을 건네고,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순례단을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이들은 잠시 멈춰 서서 구호를 듣거나, 현수막과 몸자보를 읽고 응원을 전하기도 합니다. 청와대에 도착하면 40초 발언문을 읽습니다. 누구나 발언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에서 전합니다. 핵발전소 주변지역은 방사능 피폭지역입니다. 신규핵발전소는 피폭지역을 확대하게 됩니다. 주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을 받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존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규핵발전소는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 위험 또한 높아집니다. 신규핵발전소는 대한민국을 핵사고의 위험국가로 만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정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핵사고를 막기 위해 신규핵발전소를 철회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 놀랍게도 얼마전 뉴스타파가 입수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내부 문건에서는 핵발전 출력을 기존의 50%에서 80%까지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감발운전이라는 이러한 위험한 상태에서 체르노빌 핵사고가 났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무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핵사고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섰습니다. 하여 공포는 시민사회의 몫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생명존중은 아예 뒷전에 둔 ‘비국민정부’의 행태를 마냥 보고만 있어야 하나요? 하~~ 그렇지만 주변에는 탈핵 연대의 꽃이 하나 둘씩 피고 있음을 봅니다. 엄마의 탈핵운동을 위해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하고 위트 있는 개사로 힘을 보태는 딸, 탈핵행동을 위해 원형 피켓을 만들고 바느질로 손을 보태준 원도심레츠 사람들, 순례단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녹색연합은 나팔 앰프를, 양기석 신부님은 무선 마이크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과정에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주시는 비정규직 꿀잠공간과 쫑쨍이 런닝클럽의 해당화와 재희, 그리고 다양한 도움을 주시는 지리산 실상사의 수지행, 날이 좋다며 한컷의 사진을 담아주신 느티나무 현경, Burn fat not oil(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몸자보를 두른 실상사작은학교의 한형민 선생님, 따뜻한 차를 순례단에게 제공해주신 나눔문화 사람들. 이처럼 탈핵은 한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손길과 연대 속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정한 소비’로 탈핵을 앞당기는 시민사회의 연대도 간절히게 희망하면서... 앗싸 탈핵!! 외쳐봅니다. 글쓴이 : 청명 연대! 나의 순례는 탈핵과 비움의 길, 그리고 연대의 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각자 할 수 있는 역량과 방법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더하여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단절, 좁은 시야, 울타리, 권력, 불투명한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여정이다.’ 한마디로 연대는 좋은 친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순례자 청명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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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9] 냉장고와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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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눈물, 지하수가 마르고 있다. - 산청 난개발에 맞선 민영권 위원장의 고군분투기
- 지리산 자락, 지하수 고갈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산청의 지하수가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췌장암 투병 중 고향으로 돌아와 지리산의 생태계를 지키는 파수꾼이 된 산청난개발대책위 민영권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전국 생수 취수량의 1/3이 넘게 집중된 지리산, 그곳에서 벌어지는 9cm의 지반 침하와 흙탕물 식수의 실태를 폭로합니다. 피해는 주민이 입고 돈은 기업이 번다? 이건 안돼죠.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30년 된 '먹는물관리법'의 허점과 행정의 무책임함에 맞서 감사원 감사청구까지 이르게 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00:00 인트로 00:48 췌장암 병 치유를 위해 내려온 고향에서 투사가 되다 04:20 노동운동에서 생태운동으로 10:40 난개발에 대처하는 주민들 - 케이블카/지하수/골프장 15:38 지리산의 위기 -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는가 18:01 생수공장의 무분별한 지하수 이용으로 고갈 피해가 심각 22:30 지하수 고갈로 인한 피해사례들 27:23 30년 된 먹는물관리법의 헛점을 이용한 난개발 30:41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불법행위 32:49 불법적 허가와 행위에 감사원 감사청구를 하다 40:07 체계적인 지하수 총량 관리가 절실하다 42:39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 - 지하수는 모두의 것 #지리산 #산청 #민영권 #지하수고갈 #생수공장 #난개발 #지반침하 #환경운동 #먹는물관리법 #지리산사람들TV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지리산지하수지키기공동행동 #췌장암 #환경영향평가 #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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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눈물, 지하수가 마르고 있다. - 산청 난개발에 맞선 민영권 위원장의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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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산수’로 지리산을 그리는화가 이호신 - 그의 그림에'사람'이 사는 이유
- 지리산 자락, 산청 남사예담촌의 평온한 작업실에서 이호신 화백님을 만났습니다. 스승 월전 장우성 선생으로부터 받은 호 '현석(玄石, 검은 돌)'의 의미부터, 전통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통해 일궈낸 '생활 산수'의 세계까지. 단순히 풍경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땅에 깃든 사람의 숨결과 문화를 화폭에 담아내는 노화백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00:00 인트로 00:38 산청의 산불의 아픔을 담아 01:34 산청 남사예담촌의 풍경 03:55 40년 작품을 모아둔 수장고 05:07 화첩에 담은 그림 07:28 현장에서 그린 그림들 09:50 초충도의 전통을 잇다 11:03 ‘현석’이라는 호에 담긴 의미 13:51 전통을 넘어선 독창적인 세계 ‘생활산수’ 15:40 전국 산천을 걸으며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 17:11 지리산에 내려온 이유 20:30 현장을 찾아가서 그림을 그리는 마음가짐 22:19 지리산에 내려와서 생긴 변화 24:23 이 땅을 사랑한 화가로 남고싶어요 25:46 화가의 한글 사랑 28:17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31:09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작품 활동 34:09 내가 있는 곳에 대한 고마움, 자존을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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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산수’로 지리산을 그리는화가 이호신 - 그의 그림에'사람'이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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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8] 길에서 탈핵을 외치다!
-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8] 길에서 탈핵을 외치다! 남원시 산내면 원백일 마을. 오늘은 약 4km, 2시간 동안 천천히 걷는 ‘마을길탈핵비움순례’ 일정입니다. 몸자보에는 여전히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 '후쿠시마 오염수 NO'라고 적혀 있습니다. 12도의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사뿐 걸어갑니다. 숲과 산, 논과 밭, 집들이 보이는 풍경들이 자주 걸었던 길이었음에도 구석구석 다르게 들어옵니다. 지붕 위에 태양광과 태양열 설비가 갖추어진 집들이 보이는데, 에너지 전환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마을회관 벽에는 도로명 주소 안내도가 붙어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지도 앞에서, 마을의 시간과 수 없이 다녔을 마을분들이 떠오릅니다. 마을 산 중턱에는 실상사 대안중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자연과 마을 속에서 배우고 자라는 공간. 제 아이가 이 학교 10기 졸업생이기에 그 시절의 기억도 떠올려 봅니다. 길 위에서 학생들을 만났는데, 한 학생은 힐끗 쳐다보며 지나갔고, 다른 학생은 “뭐라고 썼어요?”라고 묻더니 또박또박 읽습니다. 그리고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넵니다. 마을분도 “이재명은 원래 안 한다고 했는데...” “힘내요.” 짧지만 따뜻한 응원도 해주십니다. “핵발전소 있는 지역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효과적인 싸움이 필요하다.”라는 전략적인 의견도 들려주십니다. 외면하지 않는 시선들. 손에 쥐고 있는 현수막을 펼치자, 동네 풍경과 잘 어울리게 사진 한 컷도... “안녕하세요. 순례자 청명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탈핵 팬클럽’을 들고 왔어요. 방사능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직접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생업을 하다 보니 여유가 없거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연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탈핵 팬클럽’을 떠올리게 됐어요. 문턱없는, 회비없는, 들어보는, 찾아보는, 존중하는, 유익하고 즐거운, 부담 완전 제로 팬클럽. 어때요? 함께해 봐요.^^” ‘마을길탈핵순례’와 ‘탈핵 팬클럽’!! 지난 1월 ‘탈핵도보전국순례’를 다니며 정리한 생각이 ‘삶의 자리에서 탈핵과 비움을’ 입니다. 이와 같이 일상에서 만들어 가는 탈핵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을길순례와 탈핵팬클럽’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마을길 순례’는 제가 살고 있는 원백일 마을을 다녀 보았고, 산내를 비롯하여 가능한 전국의 동네를 다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걸음걸음 마을분들을 만나 ‘탈핵과 비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탈핵 팬클럽도 시작하면서 ‘같이탈’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는데, 함께하는 탈핵을 의미합니다. 고맙게도 인디께서 웹자보도 아주 멋지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먼저 지인분들에게 문자로 알려드렸더니, 헉~ 며칠사이에 수십명이 동의하고 가입하기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 요즘 들어 자주 가보게 되는 장소입니다. 그동안 한 달 간격으로 ‘광화문탈핵목요행동’으로 피켓 시위와 탈핵신문브리핑을 했는데, 요즘엔 매주 들르게 되었습니다. 탈핵비상시국!!! 2월 초,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신규핵발전을 강행하면서, 지금은 탈핵행보에 비상시기임을 감지하고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였습니다. 150여 개 단체와 개인으로 구성한 ‘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의 해임과 신규핵발전소 계획 전면 철회, 탈핵과 분산된 재생에너지 중심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1월 30일에 발전소 부지 유치를 공모하였고, 3월 30일까지 신청서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이어 5~6개월간의 부지평가, 선정과정을 거치고, 2030년대 초에 건설허가와 2037~2038년 준공을 예정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에 발전소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관을 중심으로 울산 울주군과 경북 영덕군, 부산 기장군과 경주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국비상행동’은 다양한 대응방법을 강구하여 6월까지 집중하여 정부의 핵발전정책과 계획을 막아 보려 합니다. 저는 발로 뛰는 직접행동팀에 합류하였는데, 기존 ‘광화문탈핵목요행동’에서 진행되는 피켓시위와 탈핵신문읽기에 더하여 매주 목,금요일 15시-16시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왕복 3.4km 코스로 정해, 다양한 퍼포먼스로 탈핵순례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동네길이 아닌 신호등이 쉴 새 없이 바뀌는 광화문광장 사거리입니다. ‘호외 탈핵신문’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건내며 외쳤습니다. “속보입니다. 신규핵발전소 2기 짓는데요. 에너지 쓰죠? 지방 희생 강요, 괜찮을까요?” “33, 34. 무슨 숫자일까요? 우리나라 핵발전소 숫자입니다. 우리는 이미 32기의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어요. 거기에 두 기를 더하겠다는 소식, 그 숫자가 누군가에게는 위험의 숫자일 수 있어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심히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을 때, 몇몇은 고개를 돌려 제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짧게나마 나눈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윤석렬이 계획한 거 아니에요?”, “이런 소식 처음 들었는데요?”, “서울에 짓는대요?”라고 묻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나도 예전엔 탈핵이었는데 지금은 찬핵이에요. 재생에너지 불안하더라구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잘 관리하면 위험하지 않아요.”, “어딘가는 지어야죠. 근데 서울은 안 돼요.”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위험은 멀리 두고 싶은 마음. 지방으로의 건설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선. 그러나 또 다른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읽어나 볼게요.”, “나도 전기 쓰니 읽어볼게요.”, “한 번 줘 보세요.” 저는 “신문 받는 것도 용기예요.” “안 가져가셔도 이렇게 얘기 듣는 것만으로도 연대예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음에도, 잠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사거리의 소음 속에서도 ‘에너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얘기가 조금씩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잠시, '탈핵이라는 이슈가 누군가에는 무관심과 부정적인 관심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봅니다. “경쟁과 갈등, 권력의 시스템 속에서 나고 살아가는 우리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한 감각은 당장의 자기 실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환경. 대안을 찾아보기에는 여유롭지 못한 구조. 와중에 힘의 논리로 거짓 정보가 유통되고 통제된다면, 관심의 영역은 더욱 제한되고 오염되지 않겠는가? 어려운 조건이지만 진실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렇기에 관심의 확장과 올바른 관심으로의 변화인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 만남이 많아져야 한다.” 진실!! 호외 탈핵신문에 게재된 김현우 님의 글에서도 정부의 핵정책이 진실을 가리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시민과 미래세대의 안전까지 외면하고 이득을 취하려는 핵산업계가 있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불안정성과 향우 급증할 전력 수요를 언급하지만, 왜 하필 신규핵발전소 2기(2.8GW)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AI와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블랙웰 GPU(그래픽 처리장치) 26만 장이 동시에 운영된다 해도 0.5GW에 불과하다. 굳이 2기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예측되는 AI관련 전력은 5년 안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핵발전소 건설은 평균 13년 11개월 정도 소요된다. 용인반도체 단지에 필요하다는 15GW 정도의 전력과 비교하면, 용량만 보더라도 유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핵산업계 ‘먹거리 챙기기’말고는 다른 답은 없다. 실제로 국내 핵발전소 건설 현황을 보면 2017년 이래로 4기 정도 건설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런데 신한울 3,4호기가 준공되는 2032년이 되면 건설 물량이 사라지게 된다. 11차 전력 계획은 그 즈음인 2031년에 신규핵발전소 대형 2기와 SMR 1기를 착공한다는 것이다. 핵산업계는 그다지 돈이 안 되는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사업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며, 10년마다 2기~4기의 신규 대형 핵발전소 건설을 원하는 것이다. 결국 신규2기는 전력 수요와는 무관한, 핵산업계의 먹거리 민원을 들어주고 탈핵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정치적 타협이다.” 이 정도라면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닙니다. 성장을 빌미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비국민의 정부’입니다. 신규핵발전소 건설이 얼마나 불합리한가를 같은 신문에 게재된 용석록님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원문 그대로 인용합니다. 핵발전소 건설의 문제점 -한수원이 신규핵발전소 건설에 13년 11개월 걸린다고 발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 전후에 발생, 신규2기는 2037년 준공 계획 -해외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건설이 빠른 재생에너지로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출력조절은 필수 요소, 감발이 잦아지면 설비에 무리가 가고 사고 위험성 증가 -국내 핵발전소는 매우 제한적 출력 조정을 하고 있으며, 연구개발은 이제 시작함 -핵발전 균등화발전비용은 47% 비싸졌고, 대규모태양광은 84% 저렴해짐 -핵발전소 폐로 비용, 핵폐기물 처분 비용, 안전 규제 강화로 비용 계속 증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같은 사고 시, 천문학적 비용 발생과 방사능 오염 -수도권은 인구밀집지라 건설 불가? 인구밀집지 부산/울산에는 건설 -송전: 수도권은 지중화, 지역은 흉물스러운 송전탑 노출 및 전자파 노출, 희생 강요 -핵폐기물 처분 부지 없어서 핵발전소 내 저장으로 이중의 위험 전가 -핵발전소는 새로운 공격 목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발전소 공격 사건 발생 -태풍, 폭우, 해수온도 상승 등으로 사고 위험 가중 -고준위핵폐기물은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해 지속적 비용 발생/ 위험시설 존재 -일상 운전 중에도 방사능물질 배출 지리산 산내면의 마을길과 서울 광화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곳에서의 저의 질문은 늘 같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기를 쓰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지역의 삶터를 희생의 자리로 두는가. 왜 핵산업계의 요구는 빠르게 수용되면서, 탈핵시민들이 요구하는 안전은 늘 후순위가 되는가. 정말 AI와 데이터센터 때문인가. 성장이라는 이름이 모든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방사능 피해 없는 안전한 사회는 우리 모두가 지켜내야 할 의무입니다. 그렇기에 푼돈으로 훼유하고 핵발전을 관철하려는 핵산업계와, 이를 지원하는 ‘비국민의 정부’에 시민사회는 단호하게 맞서 막아야 하구요. 또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성장주의를 경계해야, 에너지 악순환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에 생산기업과 소비자는 ‘적정한 에너지 소비’에 임하므로, 우리 사회가 바라는 에너지 대안을 그릴 수 있지 않겠냐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편으로, 지금 정부의 핵정책과 탈핵을 바라보는 시민의 판단을 떠올려 봅니다. 여론조사 신규건설 70%의 찬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왜곡된 정보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성찰!! 이에 대해 소소한 나름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에게 집중하여 “내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 나의 생각과 행동이 과연 나로부터인가? 내 안의 권력이 있다면 무엇일까?”라는 자문과 성찰을 한 번쯤은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인생사도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잃어버린 자아 찾기’를 주제넘게 권해 봅니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자기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여유 한번 부려 보자구요. 그리고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 이슈, 에너지와 탈핵도... 잠깐 ‘전국비상행동’의 근황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서울 광화문에서는 매주 목요일 ‘탈핵목요행동’과 목,금요일 '광화문-청와대탈핵순례’, 금요일 ‘핵발전소반대 광화문시국미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월12일에는 기장군청과 울주군청, 경주시청을 항의 방문하였고, 2월27일에는 홍대거리에서 ‘탈핵문화제’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핵사고 15주년을 맞아 3월11일, 311 탈핵선언대회(오후 2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앞)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국 지역의 탈핵단체들도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봄이 시작되는 3월입니다. 조끼 배낭을 메고 이곳저곳 다닐 생각에 설레는 마음입니다.꽃구경도 좋지만, 사람 구경도 좋습니다. 산내 마을길에서도, 서울 광화문에서도 사람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표정을 읽으며, 한쪽에서는 “힘내요”, 다른 한쪽에서는 “잘 관리하면 괜찮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찬반을 넘어 외면하지 않고 질문하고, 잠시라도 멈춰 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발자국이 탈핵의 길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니 희망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하다 보니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를 나누는 순례길이지만 언제나 즐겁습니다. ‘누구나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탈핵과 비움의 길이기에 그렇습니다. 이제 만발할 봄꽃처럼, 탈핵의 꽃도 피기를 바랍니다. 지리산인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이 땅에 탈핵!! 글쓴이 : 청명 연대! 나의 순례는 탈핵과 비움의 길, 그리고 연대의 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각자 할 수 있는 역량과 방법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더하여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단절, 좁은 시야, 울타리, 권력, 불투명한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여정이다.’ 한마디로 연대는 좋은 친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순례자 청명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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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8] 길에서 탈핵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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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산업 종식을 말하다” 곰의 눈물을 닦는 수의사, 최태규 수의사를 만나다.
- "곰을 조상으로 모시면서도, 동시에 잡아먹어 온 우리 사회의 양가적인 모습. 이제는 그 모순을 끝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오늘 지리산사람들TV에서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대표이자, 사육곰 산업의 종식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최태규 수의사님을 모셨습니다. 10년 계획했던 동물병원을 그만두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사육곰'의 삶에 뛰어든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있도록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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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산업 종식을 말하다” 곰의 눈물을 닦는 수의사, 최태규 수의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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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유람기]작은 숨으로 쉼을 만드는 공간, 소식다료
- [반달곰1%유람기] 작은 숨으로 쉼을 만드는 공간, 소식다료 순간적으로 장면이 바뀌는 영화처럼 구례읍 성당 뒷골목을 걷다 보면 갑자기 풍경이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소식다료. 반듯한 벽면에 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수묵화 같은 인테리어 공간이 나타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작은 숨을 쉴 수 있는 찻집’. 누군가에게 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운명적인 이끌림, 차(茶)그리고 구례 소식다료를 운영하는 장이 님이 처음 차를 접한 건 12년 전 엄마와 함께한 여행에서였다. 도시에서 커피에 익숙한 그녀에게 차(茶)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그 순간이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되짚어보니 그곳은 선암사의 다실이었는데 구례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곳인지, 본인이 구례에서 다실을 운영하며 살게 될지 그때는 몰랐다. 여행이 끝난 후 차에 대한 호기심에 폭풍검색이 시작됐다. 마침 회사 근처에서 티소믈리에 과정을 수강할 수 있었고, 한국차를 공부한 이후에는 차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차를, 그리고 대만차, 일본차를 순차적으로 공부해 갔다. 사실 5년 전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처음 자리 잡은 곳은 구례가 아니었다. 화개에 머물면서, 남해와 하동, 악양에서 살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활에 필요한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하면 네비게이션이 구례로 길을 안내했다. 볼 일을 보러 구례에 오면 가끔은 구례읍을 탐험하듯이 산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성산 주변을 산책하다가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 거기서 ‘주택매매’ 팻말을 발견했다. “뭐에 홀린 것 같았어요.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계약을 했죠.” 그리고 찾아든 불안감. 지인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구례에서 살 수 있을까? 잠도 오지 않았다. 그때 도움을 준 사람이 호호의 숲 류호화 님이다.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는 질문에 울음이 터져버린 장이 님의 손을 이끌고 구례의 다정한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여기저기를 안내해줬다. 그렇게 구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매일을 화개에서 구례로 출퇴근하다시피 한 공사를 마치고, 23년 9월 소식다료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굳이 호지차여야 하는 이유 소식다료는 호지차 전문점이다. 찻집을 준비하면서 손님들이 쉽고 편안하게 차를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호지차를 선택했다. 한국의 차는 격식과 예를 중시하는 느낌이라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일본의 호지차는 우리나라의 보리차처럼 남녀노소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로 맛도 구수해서 호불호가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아기도 마실 수 있다고 해서 ‘아기짱차’라고도 불린다. 호지차는 증찜과 건조 후 고열로 로스팅을 하는데, 소식다료에서는 개조한 커피로스팅기로 일주일에 한 번 직접 로스팅한다. 또 소식다료의 호지차는 장이 님의 개성 있는 블렌딩으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피와 블렌딩한 코히호지차는 때때로 강한 커피향에 유혹되지만 카페인에 민감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다과로는 호지차 베이스에 간장과 마스코바도를 졸인 소스를 곁들여주는 소식차병이 있다. 구례사람은 10% 할인된다. 호지차를 팔고 있어서인지 일본풍 찻집이라는 후기가 많은데, 약간은 억울한 면이 있다. 인테리어는 깔끔한 걸 좋아하는 주인장의 취향이고, 구비되어 있는 찻잔이나 다구, 소품 등은 대부분 한국작가가 만든 것들이다. 호지차도 일본차를 수입하는 게 아니라 하동 제다원에서 가져오고, 걸려 있는 그림도 구례에서 알게 된 친구가 그린 민화, ‘책가도’이다. 굳이 말하자면 소식다료는 주인장의 안목과 취향으로 탄생한 감성과 개성의 공간이라는 것. 소식다료만의 느낌이라고 해야겠다. 다실이 작고 테이블이 바테이블처럼 배치되어서인지 혼자 오시는 여자 손님이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말없이 조용하게 차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나가면서 수줍게 인스타 메시지를 확인해달라고 했던 손님이 기억난다. ‘그 동안 힘든 일이 많았는데 차를 마시고 이 공간에 머물면서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고맙다.’는 메시지였다. 순간 울컥했다. 그리고 오히려 손님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왜 찻집을 하려고 했는지 초심을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고. 0.1초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자연의 힘 장이 님은 사실 구례로 오기 전까지는 여행객처럼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그 안의 동식물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구례에서 만난 친구들 덕에 환경이나 동물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반달곰 복원사업이나 오삼이에 대해서도 친구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반달곰 1%가게로 참여하는 것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귀촌해서 세운 목표 중에 하나가 절대 로드킬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단다. 그런데 차도로 뛰어드는 개구리들은 피할 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니….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된다. 반달곰 1% 가게로 참여하면서 미리 쿠폰을 알고 오시는 손님도 많지만, 소식다료에서 쿠폰을 보고 관심을 보이시는 손님도 많은 편이다. 입구 옆쪽으로 호지차를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함께 자리한 반달곰 쿠폰이 꽤나 존재감 있게 보인다. 손님들이 발견하고 궁금해하면 자연스럽게 설명해드리고 있다. 구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호사 중에 하나가 눈을 들면 어디서나 지리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장이 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출근을 하려고 집에서 나오면 보이는 지리산은 그녀를 0.1초 만에 무장해제시킨다. 도시를 벗어나 귀촌해 살면서도 사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부대끼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 순간들은 존재한다. 그런데 그 0.1초의 순간, 평화와 안정이 찾아든다.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다. 장이 님의 목표는 앞으로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찻집을 하는 것이다. 살면서 깊이 빠져들게 된 첫 취미가 바로 차(茶)였는데, 그녀는 선암사에서 처음 차를 접했던 그 순간, 그때 알았던 것 같다고 한다. ‘아, 나는 죽을 때까지 차와 관련된 일을 하겠구나!’하고. 10년, 20년 후에도 구례성단 뒷골목 어느 곳에 소식다료가 있었으면 좋겠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6년 현재 구례 11곳, 하동 12곳으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글쓴이 : 강은경 구례 봉서리에서 반달곰1%가게인 '느긋한쌀빵, 느긋한점빵'을 운영한다. * 이 글은 가게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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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유람기]작은 숨으로 쉼을 만드는 공간, 소식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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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7]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
-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7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 ‘탈핵시민행동’의 깃발을 들고 ‘탈핵희망전국순례단’은 2026년 혹한의 1월 5일, 16일간 고리팀(고리-세종 구간), 영광팀(영광-세종 구간), 세종팀(세종-서울 노량진 구간)으로 나누어 순례를 이어갔습니다. 1월 20일, 마지막 16구간은 모두가 노량진에서 모여 청와대를 향했습니다. 청와대 도착해 미사를 진행한 뒤 기자회견을 하였고, 이후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비서관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 중 세종팀 구간을 걸었습니다. 이번 순례는 정부가 신규로 대형 핵발전소 2기를 더 지을 목적으로 ‘이름만 공론화’를 내세우며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긴급하게 조직되었고, 부당성을 시민들과 연대하며 막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순례의 기조는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입니다. 아침 8시. 순례자들은 동그랗게 모여 ‘탈탈탈(탈핵•탈석탄•탈송전탑) 순례가’를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들은 씩씩한 탈탈탈 순례단. 생명평화 지켜내는 탈탈탈 순례단~” 노래에 맞추어 각자의 깃발을 겹치며 탈탈탈을 외칩니다. 하루 약 15~20km. 세종, 오송, 옥천, 청주, 천안, 평택, 오산, 수원, 안양, 과천, 노량진, 청와대까지, 1월 5일부터 20일까지 세종팀은 약 200여km를 걸었고, 고리팀•영광팀•세종팀을 합해 총 850여 km를 걸었습니다. 길 위에서 시민들과 만날 때,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추운데 왜 나왔어요? 제 말이요. 왜 추운데 이렇게 나오게 하는지. 지역주민들 참여도 없이 1월에 신규핵발전소 건설 결정한대요. •핵발전이 뭐예요? 집에서 전기 쓰시죠. 그 전기 만드는 공장인데... 아무도 책임을 못 짓는 핵폐기물 나오는 공장을 말해요. •방사능 위험하지. 네. 저는 방사능 무서워서 이렇게 걸어요. 핵 없이 살자고요. •그럼, 없으면 전기는? 전기 걱정되죠. 저도 전기가 없으면 걱정돼요. 근데 이제 기술이 달라졌어요. 재생에너지 많이 늘리면 되어요. 혹시 전기 아껴 쓰나요? 그거 잘하시는 거예요. 백날 성장만 하면 뭐해요. •뭐라고 쓴 겨? 또 지으면 안 돼! 오래 쓴 거, 노후 된 거? 또 쓴다고? 안 돼! 하고 썼어요. •또 지어? 어디에 있는데? 미친 거죠. 자, 서쪽에 영광. 동쪽으로 가 봐요. 저 밑에 부산. 좀 더 위로 가 봐요. 울산, 경주. 더 위로 가 봐요. 울진이 있어요. 핵발전소 거기에 있어요. 근데 또 짓는대요. •힘들겠네 추운데. 하필 엄동설한에 나와 가지구. 그래도 얘기 안 하면 핵발전소 인접지역 주민들 울어요. 이건 그들만의 일이 아니에요. 나와 가족, 이웃, 우리 모두의 일이에요. •어디서부터 걸었어요? 부산 고리에서도 걸어 올라오고, 영광에서도 걸어 올라오고, 우리는 세종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걸어가고 있어요. 오늘이 6일째에요. 16일 걸어서 청와대까지 가요. •어디서 왔어요? 각자 다른 지역에서 모였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 보이는 것보다 더 많아요. •어머나 청와대까지? 네. 우리 생각을 직접 가서 말하려구요. •아이고야 사람들 많다! 그래서 좋아요. 같이 걸으실래요? 응원하는 사람도 많아요. •뭐할라꼬 걸어요? 그러게요. 뭐 할라고 우리는 걸을까요. 우리 다 전기 쓰잖아요. 근데 도시에서 전기를 더 많이 쓰는데 자꾸만 지방에다 위험한 핵발전소를 짓는다고 해요. 그래서 이제 그만 안 된다고 이렇게 걸어요. 말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전기 안 써요? (웃으면서) 저도 쓰죠. 첫 번째, 전기가 모자르지 않아요. 두 번째, 다 쓰고 난 핵폐기물 누구도 책임 못 져요. 어르신이 책임질 수 있을까요? 누구도 책임지지 못해요. •(곁눈질 하는 시민에게) (몸에 붙어있는 몸자보 가리키며) 봐 주시니 좋습니다. •핵발전소가 얼마나 있나요? 32기예요. 근데 40년 다 쓴 걸 10년 더 연장해서 돌린대요. 글구 신규 핵공장 2기도요. •몰랐어요. 경주에 있는지. 거기 APEC 한 데 아니에요? 맞아요. 그 경주 맞아요. 근데요. 핵발전소랑 1km도 안 되는 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요. •이재명 대통령은 안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뉘앙스였는데... 짓는다고 하네요. 헐 •이 정부도 한데요? 네 한데요. ㅠㅠ. •이렇게 걷는다고 되나? 되더라구요. 바뀌더라구요. 이렇게 지나치지 않고 말 걸어주시잖아요. 함께 고민해요 고맙습니다. •응원해요. 고맙습니다. 힘 팍팍 임다. 힘 받고 출발~오예^^ •대신 해 줘서 고맙지 뭐. 아이쿠. 저는 누구나 즐겁게 살길 바래요. 그래서 거리에 나왔어요. 같이 고민해요. •난 반대하는 것 까지는 생각도 못햐. 괜찮아요. 자꾸 이야기 나누면 되어요. 지금처럼 •이제부터 관심을 가져야겠네요. 모든 건 관심부터라 생각해요.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좋아요. •다음엔 언제 걸어요. 그땐 참여할게요. 오예~ 연락처 저장해도 될까요? •이 사람들이 매일 같이 걸어요? 매일 같이 걷는 분들도 계시고, 그날그날 달라요. 몇 명 걸을 때도 있고, 몇십명이 걸을 때도 있어요. 지역마다 달라요. 세종에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청와대까지 걸으며 만난 시민분들과의 비록 짧지만 반가운 대화입니다. 마주친 분들의 궁금증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탈핵이라는 어쩌면 일상과 먼 듯한 주제를 거리에서 나눈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을 걸어 주셔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또한 유난히 추웠던 날씨임에도 순례자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정성스레 마련해 주신 지역 시민분들 덕분으로 따뜻한 순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연대의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순례 중에도 지역에서 일어난 사안들을 살펴보며 만남과 연대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였습니다. 세종에서는 한국GM세종부품물류센터 하청노동자 분들이 직영화와 고용승계를 위해 투쟁하는 천막농성장을 찾아뵈었습니다. 청주에서도 충북교육청에서 단체와 임금교섭 쟁취를 위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전국교육공무직충북지부의 투쟁현장도 방문하였습니다. 참사의 오송지하차도를 지나며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드렸고, 천안에서는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분들의 묘터도 둘러보며 아픔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이 원불교에서 수상하는 ‘천지보은상’ 소식에 일행과 함께 찾아가 축하도 드렸습니다. 서울 세종호텔 로비농성장도 방문했는데, 노동자분들은 해고복직투쟁을 1500여일을 넘게 해오고 계셨습니다. 1월 14일에는 수원의 시민단체와 종교계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위기 대응하라!’는 현수막을 펼치며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발언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왜 이리도 급했던가요? 이를 알고 있는 시민이 얼마나 있을까요? 허울뿐인 공론화를 통해 핵발전소 2기를 지을지 말지를 정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참여의 기회도 박탈된 비민주적인 작태입니다. ‘핵발전 축소’와 ‘재생발전 확대’는 이미 성립된 시민사회의 의지였습니다. 에너지는 아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산업사회와 성장위주 경제 이면에 드리운 과다한 에너지소비는 결국 탈을 내고 말았습니다. 기후와 핵, 경제와 전쟁위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AI라는 편리의 도구, 새로운 소비의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정부는 신규핵발전소 추가건설,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전국을 관통하는 초고압 송전선로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성장주의를 지향하는 자본과 정부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짊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 전환’입니다. 위험한 ‘핵발전’을 ‘재생발전’으로, 재생에너지라도 적당하게 소비하는 사회가 되어야합니다. ‘편리와 돈’을 덜 쫓아야 에너지 전환 사회를 희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민사회를 기만하고, 사람과 뭇 생명의 삶을 파괴하는 폭거임이 분명한 신규핵발전소 건설은 멈춰야 합니다.” 1월 20일, 청와대 앞에서의 기자회견은 많은 수의 순례자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습니다. 울산 북구에서 오신 이현숙님의 발언은 핵발전소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부산, 울산, 경주는 세계 최대 밀집지역, 최고의 위험 지대이며, 정부는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호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민주사회에 반하는 정부의 행태는 일상과 내일의 안위를 꿈꾸는 800여만명의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렸으며, 결사항쟁과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순례단 발언도 있었는데, 부산 고리팀의 구호와 영광팀의 간략한 발언, 세종팀의 랩을 부르는 것으로 짧게 하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컴언, 모든 생명체를 죽음과 위험으로 몰아가는 핵.발.전.소.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모든 생명체를 죽음과 위험으로 몰아가는 수.명.연.장.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모든 생명체에게 평화가 있기를 피이스...” 이후 3명(고리,영광,세종팀)이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기후환경에너지 이유진 비서관과 ‘졸속 공론화 중단과 건설 계획 전면 철회 요구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하였습니다. 사전에 저희 3명은 쫓겨나더라도 성과 없이 절대 나오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4시간 버티며 결국, 23일 금요일 오전 8시에 ‘탈핵시민행동’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과의 면담을 약속하며 순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지리산 백무동행 12시 막차 버스를 타고 마침내 집으로...^^ 그런데 1월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발표하였는데, 90%가 핵발전 필요하다, 70%가 신규핵발전소 추진해야, 60%는 안전하다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며칠 뒤 1월 23일, 여의도 주변 회의장에서 만난 면담 자리에서도, 장관은 여전히 철회의 의사를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26일, 정부는 AI 인프라 확충 등의 전력 수요 급증과 여론조사 결과를 이유로 신규핵발전소 2기를 그대로 추진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탈핵은 마라톤이다.’라고 저는 늘 생각하는데, 이렇게 최근 흐름을 보면 정말 비유되듯 돌아갑니다.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싸워나가야 하는 형국의 연속이니까요. 탈핵신문 운영위원이며,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인 이헌석님은 27일 ‘탈핵시민행동’의 광화문에서 열린 신규핵발전소 건설 강행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5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는 정부가 애써 피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첫째,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에 전력이 정말 필요하다면, 핵발전소를 용인과 수도권에 지어라. 굳이 왜 멀리 있는 곳에 지으려 하는지 해명해야 한다. 둘째, 핵발전은 출력을 제어할 수 없는 경직성을 가지고 있다. 재생발전은 늘어나는데 유연한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울산과 영덕, 울진에 신규핵발전소를 지으면 그 곳엔 수요는 없다. 또 다시 전국에 송전선로를 지어야 한다. 어떻게 할 건지 밝혀야 한다. 넷째, 핵폐기물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준위 특별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부의 계획으로도 부지 선정 작업을 30년이나 진행해야한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핵폐기물을 양산할 것인가. 다섯째, 핵발전소가 6기나 10기로 밀집되어 있어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또한 인근에 대도시가 포함되어 있어 피난은 불가한데 정부의 방책은 있는가. 위 내용을 접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여론’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습니다. 우리 시민사회의 여론은 그동안 핵산업과 이를 보조하는 정부와 학계, 언론 등의 카르텔로 인해 왜곡되어 왔음입니다. 다방면의 공작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라는 환상을 수십년에 걸쳐 가스라이팅 하였던 것입니다.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90%도, 신규건설 추진해야한다는 70%도, 안전하다는 60%도 거짓입니다. 조작된 결과는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숙의 없고 조악한 공론화, 신속하게 처리한 의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핵발전의 진실이 드러나고 ‘만들어진 여론’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들로서는 지금까지 순탄하게 유지해왔던 이윤과 이익이 사라지는 악몽입니다. 한편 놀랍게도 ‘만들어진 여론’에서 조차 향후 ‘재생발전’ 확대 필요성이 50%에 가깝다는 사실은 고무할 만한 일입니다. 다시 순례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시민들과의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비록 진실이 가려져 서로를 경계할 때도 있지만, 안전을 바라는 마음엔 다르지 않았습니다. 점차 핵발전의 베일이 벗어지고, 더 큰 고민과 대안을 나누는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이 때는 찬반으로 나눠진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갈등도 사라지길 바라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이 탈핵을 가로 막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핵카르텔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리와 돈’이라는 성장주의의 산물을 개인과 사회는 줄여나가야 합니다. 에너지의 과다한 소비는 핵발전소의 불을 결코 끌 수 없기 때문입니다. 16일간 탈핵 순례길에 마음으로, 걸음으로, 응원으로, 기획으로, 홍보로, 웃음으로, 환대로, 모두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연대에 함께해 주신 동지들, 마주했던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시고 잠자리와 공간, 식사를 제공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또 전 구간 안전하게 에스코트해 주신 경찰분들과 참여 아이디어도 주신 시민들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함께 내디딘 걸음, 서로 나눈 대화와 눈빛, 영상, 응원, 순례나눔 시간에 했던 소중한 이야기들... 그 모든 순간들이 기쁜 기억으로 마음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순례는 끝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방식과 역량으로 할 수 있을 만큼 이어가는 탈핵의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현실은 힘들더라도, 끈끈한 탈핵정신과 연대로 반드시 신규핵발전소를 막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핵발전소의 불을 끄는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조촐한 글임에도 읽고 연대해주시는 지리산인 독자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앗싸, 이 땅에 탈핵!! P.S 2026.1.2. -순례 나서기 전 용인지역에 사는 고등학생 지윤의 메세지와 키링- ♡♡♡ "응원합니다 순례할때 키링 달고 가세요. 제가 뜨개한거에요" 고맙구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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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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