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3(월)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대표)

 

 

2020613, 구례 오일장터에 모인 지리산권 5개 시(구례남원산청하동함양) 주민들은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를 발표하고, <기후위기지리산비상행동>을 선포하였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는 절박함은 20199월 세계 185개국에서 760만 명이 참여한 사상 최대의 기후 파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921일 전국 13개 도시에서 75백 명이 함께 행동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202007지리산과구상나무 (2).jpg

사진. 기후위기지리산비상행동 선언식 (오은별)

 

차고 넘치는 기후위기의 증거들에 민중들은 지금 당장을 외치며, 국가 정책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 지자체의 대응은 말잔치뿐,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한 토목공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리산권 5개 지자체는 한술 더 떠, 시범사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케이블카, 산악철도, 모노레일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케이블카, 산악철도, 모노레일 등은 현행법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관련 정부부처도 난색을 표하는, 이미 불가능함이 증명된 사업임에도 앞뒤좌우를 살피지 않는 행정은 스스로 실력 없음과 천박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개발 사업에 한 말은 많지만, 이번 지리산인에는 기후위기와 지리산, 그리고 구상나무에만 집중해보겠다.

 

지리산에 다녀온 지인들은 가끔 묻는다. ‘나무들이 많이 죽었어. 왜 그런 거야?’ 지인이 말하는 나무는 구상나무다. 구상나무(Korean fir)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나무다. 구상나무는 아름다운 나무모양으로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어온 유명한 나무이다.

전문가들은 구상나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2천 년 전 빙하기가 끝난 이후 한반도에 퍼져 내려온 가문비나무나 분비나무가 남부 아고산생태계에 고립된 채 적응하면서 다른 종으로 분화해 구상나무가 생겨난 것입니다.” 구상나무에 빙하기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은 몹시 흥미롭고, 구상나무를 다시 보게 한다. 과거 지구의 흔적을 품고 있는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부터 지리산을 거쳐 덕유산에서 북방한계를 이루며, 해발 900~10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만 살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곳에서만 살고 있는 구상나무가 곳곳에서 힘과 세력이 약해지고, 고사한다는 보도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또 지리산 능선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관찰되면서, 국민들은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진다면 이는 지구상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지는 것과 같으니, 그 이유가 무엇이며,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살릴 수 있는 건지 등을 관찰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한다.

 

202007지리산과구상나무 (4).jpg

그림. 구상나무와 구상나무 열매 (김지석)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관련 정부 부처가 아고산생태계 상록침엽수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여, 환경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아고산대 침엽수림 관리대책, 산림청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는 고산지역 기후변화 취약생태계 연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고, 두 부처 간 공동목표를 향해 소속 기관(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등)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관련해서 2018년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 고사한 구상나무 94그루를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20176월부터 6개월 간 나이테 분석을 통해 과거 생육정보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고사한 나무들은 1960년부터 생육부진을 겪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따른 2월 기온상승과 3월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져 이들의 생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연구진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지리산 반야봉 일대 2월 평균 기온을 측정한 결과, 평균 약 0.76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적설량이 감소하고, 봄철에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3월 강우량을 측정한 결과 연평균 23mm씩 감소한 것으로,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토양 내 수분 역시 6년 사이 25.3%에서 8.8%16.5%p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구상나무는 5월부터 생육을 시작하므로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었다

 

202007지리산과구상나무 (1).JPG

사진. 지리산 능선을 걷다보면 말라 죽은 채로 서있는 구상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구상나무는 지리산을 오르면 언제나 볼 수 있고, 늠름히 서 있는 모습이 지리산과 지리산이 품어온 민중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달가슴곰과 함께 지리산의 상징으로 이야기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지리산을 걸을 때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구상나무가 서 있는 지리산 능선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은 2012년 이후 반야봉에서 측정된 최고최저기온 결과로도 알 수 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의 봄 평균기온은 2012년에 4.2에서 2019년에 6.4로 상승하였고, 가을 평균기온은 2012년에 5.6에서 2019년에 8.1, 겨울 평균기온은 2011년에 8.8에서 2018년에 4.4로 관측되었다. 겨울 최고기온은 2014년에 4.1인 반면, 2018년에는 11.0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최저기온 또한 2012년에 24.2로 가장 낮게 관측되었던 것에 비하여 2018년에 19.2로 관측되었다. 반면 여름 평균기온은 큰 변화는 없었다.

 

202007지리산과구상나무 (3).jpg

그림.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겨울 평균 및 최고최저기온 변화 (국립공원연구원)

 

2012년에서 2018년까지의 반야봉 온도변화만을 근거로 지리산과 반야봉, 반야봉에 살고 있는 구상나무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리산 1732m에 위치한 반야봉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은 더우면 찬물로 목욕을 하고, 에어컨 빵빵한 실내로 들어가 쉬기도 하지만, 반야봉에 뿌리내리고 있는 구상나무는 갈 곳도, 피할 방법도 없으니, 그냥 그곳에서 몹시 더워하다가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구상나무가 지리산에서, 우리나라에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큰일이냐고 물어보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분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말을 전한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

 

기후위기는 구상나무를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고, 구상나무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체들도 멸종하게 될 것이니, 그런 곳에서 우리 인간은 잘 살 수 있을까?

전체댓글 0

  • 53837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우리 아이들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을까?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