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과 지리산의 엄천강은 산청군 생초면 두물머리에서 만나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흐릅니다. 이곳에는 강정마을 자연발생 유원지가 있습니다.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하얀 모래톱이 반짝여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노래가 떠오르는 곳입니다.
강정마을 건너편 상촌리 강변 일대는 2019년 5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여울마자 치어를 방류한 복원지입니다. 여울마자는 낙동강 수계 남강에만 서식하는 고유어종으로, 당시 낙동강청, 산청군, 토속어류보전회,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금서초등학교 학생들과 주민, 군청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치어 1000여 마리를 방류하는 행사를 가지고, 복원지임을 표시하는 입간판을 세웠습니다.
여울마자는 수질변화에 매우 민감한 어종입니다. 하천 중상류의 모래와 자갈이 깔린 물흐름이 빠른 여울에서 사는 특성으로, 하천 바닥에 유기물이 쌓이거나 녹조류 등이 발생하면 여울마자는 살기가 힘듭니다. 여울마자 치어는 알을 낳을 수 있는 성체가 되기까지 약 10개월의 성장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환경부에서 이곳에 치어를 방류한 것은 당시 어떤 공사 계획이 없어서 치어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인데, 매우 안타깝게도 방류한지 5개월만에 산청군에서 하천정비사업 명목으로 민간업체에 골재채취작업을 허가해줘 강변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여울마자 복원사업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현재는 달뿌리풀과 몇가지 외래 침입종이 들어서서 과거와는 다르지만 그런대로 볼만한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궁금해 산청 산들강에서는 여울마자 복원지인 상촌리 강변 일대를 찾아가 그곳에 사는 생명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래톱 위에는 얇게 진흙이 말라 갈라진 흔적이 있습니다. 강사인 최상두 님은 이것이 오폐수 슬러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물이 깨끗하면 강변에 하얀 모래만 보이는데, 물이 더러우면 모래톱이 오염물질을 빨아들여 수위가 줄어 강변이 말랐을 때 슬러지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오염물질의 흔적은 유속이 느려서 물이 얕게 고여 있는 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물에 들어가서 놉니다. 허벅지 깊이까지 들어가 가만히 있으면 다리 주위로 물고기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무슨 어종일까요? 문외한으로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옛날에는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건져서 먹었다고 할 정도로 경호강에 물고기가 많아서 생초에는 어탕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쭉 들어서 있습니다. 지금은 이곳에서 어획을 하지는 않고 양식하는 민물고기를 재료로 한다고 합니다. 민물고기 식당 건너편에도 소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몇 년 사이 식물이 우거져 볼만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딴곳으로 갔네요. 다시 두물머리로 돌아옵니다. 최상두 님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오염되는 강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주의를 환기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경호강은 남강이 되어 진양호로 흘러들어가 진주시민의 식수가 됩니다. 산청에서는 생초에 취수장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먹는 물이 되는 경호강은 그다지 깨끗하지 못합니다. 2021년 9월에는 생초 옆 오부면의 흑*지*농조합법인 농장에서 5500두 분량의 분뇨가 계곡을 따라 경호강으로 흘러들어 토종물고기와 다슬기 등이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방류한 여울마자 치어가 하천정비공사에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두물머리 하류로 헤엄쳐 갔다면 이때 다 죽었을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이 공장식 축사 건너편 상류에 오랫동안 살았답니다. 수 년 동안 악취와 파리로 많은 피해를 보았지요. 계곡을 따라 산책을 갔다가 건너편 벼랑으로 올라가 본 적이 있는데, 액비저장탱크 내부를 관측할 수 있는 구멍이 딸기다라이로 덮혀 있어서 호기심에 열어봤어요. 내부는 국자로 뜰 수 있을 정도로 분뇨가 가득 차 찰랑찰랑했습니다. 삭아가는 딸기다라이는 다시 잘 덮어두었습니다. 그 아래쪽 고체 분뇨 저장고에서는 어떤 정화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로 계곡으로 똥물이 배출되는 검은 관이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산청흑돼지는 전국에서 가장 맛좋은 고기이지만, 마트에서 고기집에서 한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이 놀 수 있고, 여울마자가 살 수 있는 맑은 물과 돼지고기는 과연 바꿀 수 있는 것일까요? 간혹 흑돼지를 먹지만, 내가 본 그 장면들이 떠오르면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돼지 영농사업과 여울마자가 공생할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아름다운 풍경에 걸맞지 않은 슬픈 이야기를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맑음’이었지만,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흐리고 비오는 날에는 정체불명의 물질로 흐려지는 경호강물.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신고하고, 신고에는 즉각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오늘 엄마 품에 안겨 강변을 찾아 온 아이들이 10년 후에도 거리낌 없이 발을 담글 수 있을 정도로는 경호강이 지켜지길 바랍니다.